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91
제191화
성벽 바깥에 있던 용병을 모두 정리한 파름은 장검을 납검했다.
파름이 소리쳤다.
“인원 확인! 도시 안에서 안 나온 놈 있냐! 우리 쪽 말고 너그들도!”
“없습니다, 형님!”
“전부 나왔습니다!”
파름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있던 샤힐레에게 다가갔다. 전신에 종기가 나 죽은 시신이 그녀 근처에 있었다.
“살벌하구만. 끝난 거 맞지? 내 눈에는 끝난 걸로 보이는데.”
“끝났어요오….”
샤힐레의 손에서 소의 머리뼈를 갈아 만든 목걸이가 떨어졌다. 아침까지만 해도 하얗던 목걸이가 수십 년은 땅에서 썩은 것처럼 시꺼멓게 변했다.
목걸이 일부분은 가루가 되어 땅에 떨어졌다.
알란이 가진 악의는 분명 용병들을 덮쳤다. 하지만 그건 모두 샤힐레가 받아냈다.
일행이 무탈하다는 세인의 말은 결과만 보면 진실이지만, 무탈하다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끝인가. 조금 아쉬워.”
샤힐레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불만이면 저주라도 한 방 내려 주겠다는 얼굴이었다.
“목숨 내놓고 일하다 보면 자꾸 자극적인 걸 찾게 된단 말이야. 그래도 죽은 사람이 없는 게 최고지. 암. 그렇고말고.”
파름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그는 신비를 느끼는 감각이 있지만, 그 감각이 신비를, 마법을, 저주를 막아주지는 않았다.
파름은 시선을 반대로 돌렸다.
수천 명의 사람이 수레를 끌고 서쪽으로 떠났다.
마족의 침공이 막 시작되었을 시기에 피난민들에게서 자주 보이던 풍경이다.
한 번 터전을 버리고 동쪽으로 도망쳤던 사람들이,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다시 터전을 버리고 이번에는 서쪽으로 도망쳤다.
서쪽도 동쪽도 그들을 받아주지 못했다.
저들을 받아줄 장소가 하늘 아래 있기는 할까.
“하여간, 두 발 뻗고 잘 침대 하나도 구하기 힘든 세상이야.”
쩌억 한 번 하품을 크게 한 다음 파름은 다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자, 움직일 힘 있는 놈들은 수확을 시작한다! 마지막이니 챙길 건 다 챙겨! 수확 실시!”
“수확 실시!”
붉은 해골 용병단은 자기가 죽인 시신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농부가 곡식을 수확한다면, 용병은 시신을 수확한다.
그들이 낫으로 곡식을 베듯, 용병은 무기로 사람을 벤다.
무기를 휘둘러 시신을 수확한다. 이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 * *
마르할은 마리나를 업고 도시 지붕을 넘었다.
마리나는 멀쩡한 오른손으로 눈을 가렸다.
“근처에 있던 용병들이 전부 도시로 몰려오는 중입니다.”
“속도는요?”
“빠르지는 않습니다. 그들도 성벽 안에 본격적인 도시가 지어져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겠죠.”
“실상은 무늬뿐인 도시지만요.”
건물만 많지, 도시를 구성하는 주요 시설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있던 시설도 이미 부쉈다.
아무리 뒤져봤자, 용병들이 도시 안에서 건질 물건은 많지 않다.
“하지만 도시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성벽은 두 군데가 무너졌지만, 공성 기사가 있으면 금방 다시 쌓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는 토지 경주에서도 뜨거운 장소가 되겠군요.”
“그건 그렇네요. 마침 강이랑도 가깝고요.”
“노릴 겁니까?”
“아뇨. 제가 먹기엔 너무 커요.”
먹고 체하는 게 아니라 먹으면 배가 터져 죽는다.
마르할은 과식하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마리나는 마르할의 등에 몸을 편히 기댔다.
사람의, 마르할의 온기가 전해졌다. 가죽으로 만든 옷에서는 땀 냄새가 났다.
살짝 시큼한, 그러나 마음이 편해지는 냄새였다.
마리나는 왼손을 펼쳤다. 새끼손가락이 있어야 하는 자리가 휑했다.
지혈을 끝내도 여전히 상처는 쓰라렸다.
성벽이 가까워졌다.
“저는 그 마법을 실라나티엘의 마법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요?”
“하지만 아니었군요. 알고 있었으면 당신은 망설이지 않았을 거예요.”
정곡이다.
신체를 잘라 마족을 없애는 마법? 그런 게 있었으면 마르는 전투 중 자기 팔을 잘라 무기로 휘두를 위인이다.
잘린 팔을 간단히 재생시키는 율란이 옆에 있으니 망설일 이유도 없다.
그런 마법의 존재를 알았다면, 손가락을 잘라달라는 마리나의 부탁에 마르할도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친구의 손가락을 자르기를 망설였을 수도 있죠.”
“눈은 태연하게 파내는 사람이요?”
“그건 이유가 있었고요.”
“이것도 이유는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번이 더 급했죠.”
마르할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리를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바람의 도움을 받아 마르할은 지붕에서 지붕으로 뛰었다.
“마족이 나타나고 15년. 실라나티엘 같은 명문이라면 마족을 상대하는 마법을 하나 정도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체 일부를 미끼로 하는 건 효율이 최악입니다. 마법의 강대함은 둘째 치고, 아무리 강한 마법이라도 몇 번 쓰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
“이건, 제물을 위한 마법입니다. 사람 하나와 강대한 마족 하나를 교환하는 마법.”
“…….”
마르할은 계속 침묵했다.
자신의 추측을 말하면서도 마리나는 겁이 났다. 차라리 마르할이 딱 잘라 말해줬으면 했다.
그녀의 추측은 틀렸다고.
실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마르할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데요?”
“인간이 마족이 되는 현상. 용사 일행은 예상했습니까?”
“아뇨. 저희 목적은 마족의 몰살이었고, 얼마 전까지 진심으로 그걸 이뤘다고 생각했어요.”
“마족을 만든 건 제국이군요. 저는 제국이 모종의 목적으로 만든 인형이고요.”
마르 실라나티엘이 포함되어 있던 용사 일행조차 마족의 재림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리나는 마족을 상대하는 마법을 배웠다.
그녀가 이 마법을 배운 건 마족이 사라진 후다.
역사 잇기의 목적을 빼면 전혀 배울 이유가 없는 마법이다.
마리나도 오늘까지 자신이 이 마법을 쓰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후원자들은 그녀에게 이 마법을 가르쳤다.
무엇을 위해?
언젠가 일어날 만약을 위해.
여기서 말하는 만약이란 마족과 관련된 일이고, 또 제국과 관련된 일이다.
마족이 사라진 세상에서, 제국은 마족을 이용하고 있다.
어쩌면, 마족을 만든 건 제국이다.
마리나는 주먹을 쥐었다. 화살도 완전히 관통하지 못하는 방어구가 마리나의 손아귀에서 구겨졌다.
마리나는 마르할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요. 그 입담으로 제 말을 부정해 보라고요.”
콩콩콩. 그녀는 마르할의 등을 쪼아댔다. 먹이를 보채는 아기 새처럼 마르할에게 대답을 보챘다.
“절대 하늘이 그걸 알게 하지 마세요.”
“무슨 하늘요?”
“별과 달과 태양.”
별, 달, 태양.
그녀가 실라나티엘이 되며 가장 많이 본 문양이다. 실라나티엘의 책에, 실라나티엘의 연구 도구에, 실라나티엘의 유물에 그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마리나는 그게 어렴풋이 후원자들의 진짜 정체를 나타내는 문양이라 추측했었다.
“전에는 눈, 이번에는 손가락. 이제 제가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이랑 엮이면 뭐든 잃기만 해요.”
“누구긴요, 마리나 실리나티엘이죠. 그리고 하나는 자업자득 아니었나요?”
“진짜 싫어.”
마리나가 마르할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 콩.
이마를 박은 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더 숨기는 거 있으면 지금 말해요. 지금이라면 봐줄게요.”
“글쎄요.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인간쓰레기….”
마리나는 마르할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쓰지도 않던 마법을 쓰고 피까지 잔뜩 흘렸다. 피곤해 죽겠다.
“필요하면 깨워요.”
마르할의 온기와 뒷머리를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마리나는 눈을 감았다.
수마가 그녀의 의식을 끌어당겼다.
* * *
마르할은 샤힐레와 파름, 그리고 용병들과 합류했다.
마르할은 몇 시간 동안 성벽 어름에서 자리를 지키며 덤벼오는 용병들을 썰어 넘겼다.
파름과 뒤늦게 합류한 티머시가 상황을 주도했다.
도시 사람들이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한 마르할은 명령했다.
-귀환합시다.
일행은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몇 시간이나 사방을 경계하며 싸우는 건 뛰어난 용병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붉은 해골 용병단도 말 위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이 반이 넘었다.
마리나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샤힐레의 허리를 붙잡은 채 곤히 잠들었다.
티머시가 말을 몰아 마르할 옆으로 다가왔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뭐죠?”
“성벽에서 죽은 네 부하.”
“성공을 위해서는 성벽에 신호를 줄 사람이 한 명은 필요했어요. 절대 배신하지 않고, 신호를 틀리지도 않을 사람으로요. 그런데 죽었나요?”
“그 안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해.”
마르할은 뒤따라오는 용병 몇을 불렀다.
티머시는 마르할이 그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레겐토의 시신은 찾았나요?”
“성벽을 파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대신 그가 쓰던 단검을 찾았습니다.”
용병 하나가 마르할에게 곱게 싸인 천을 내밀었다. 천 안에는 조각난 단검이 있었다.
주운 조각을 맞췄지만, 그래도 남은 검날은 원래의 반도 안 되었다. 손잡이도 부서지기 직전이었다.
돌 더미에 깔리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 기적이다.
“레겐토의 소원은 동생이 제국 황족에 준하는 교육을 받는 거였죠.”
“그렇습니다.”
“어떻게 레겐토한테서 그런 동생이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귀족도 아니고 황족과 비슷한 교육이다. 하위 귀족이 받는 교육은 단순하다. 귀족의 직위가 높아질수록 배워야 하는 건 많아지고, 또 비싸진다.
황족이 받는 교육을 그대로 받는 건 돈만으로는 안 된다. 인맥과 돈이 모두 필요한 일이다.
마르할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가졌다.
왜 그가 그런 소원을 빌었는지 마르할은 모른다.
그는 동생의 교육에 목숨을 걸었고, 마르할은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가족의 부고는 직접 찾아가 알려주는 게 도리지만, 이쪽도 사활이 걸린 문제가 몇 개나 있어요. 여러분에게 부탁해도 되겠죠?”
“…녀석도 이해할 겁니다. 형과 달리 똑똑한 놈이니 말입니다.”
마르할은 부서진 단검을 천에 싸 부하에게 넘겨주었다.
“휴고한테 가서 말해요. 검을 고칠 장인을 알려줄 거예요. 그래도 유품 하나는 있어야죠.”
“감사합니다.”
마르할의 부하들은 다시 용병 사이로 섞였다.
마르할은 말을 몰아 티머시 옆으로 왔다.
“이걸 물으려고 했죠? 왜 명령 하나에 목숨까지 거는가.”
“그래.”
“저들에게는 목숨을 걸고 이루고 싶은 일이 있어요. 저는 그걸 이뤄주는, 이룰 조건을 마련해주는 대가로 그들을 부하로 부리고 있어요.”
“아까 그 조건은 상당히 어려운 걸로 보이던데.”
“레겐토 정도면 까다롭지도 않아요. 돈과 인맥만 있으면 되니까요.”
티머시는 귀족의 생리를 일부나마 안다.
레겐토라는 남자의 소원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건지도 어렴풋이 이해한다.
마르할은 그걸 까다롭지 않다고 말했다.
“꼭 죽이고 싶은 귀족이 하나 있어.”
“목숨을 걸고요?”
“목숨을 걸고. 내가 종자이던 시절, 그러니까 마족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그 귀족 때문에 도시가 함락됐어. 내 친구는 거기서 죽었고.”
“아프란체 출신이라던 그 친구요?”
티머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 말고, 가족도 죽었어. 스승이던 기사도, 내가 아는 사람 대부분이. 네 도움을 받으면 가능할까?”
“그냥 죽이는 거라면 쉽고, 직접 죽이는 거라면 까다롭지만, 어렵지 않아요.”
“내 손으로 직접.”
“돌아가서 이야기할까요. 보면 알겠지만, 저희 관계가 그리 평범한 건 아니거든요.”
마르할의 시선이 잠시 샤힐레에게 머물렀다.
티머시도 그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저주. 아마도 그가 보았던 어떤 저주보다 지독한 저주가 기다린다.
“좋아. 돌아가서 이야기하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으로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