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95
제195화
말리바 리시는 토지 경주가 열리는 땅에서 하루 거리에 있는 마을에 터를 잡았다.
사안이 사안이다. 연합 이사들은 모두 근방 마을을 차지하고 토지 경주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말리바 리시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을 동원해 출발선 전역을 감시했다.
네루가 경주에 나간다고 끝이 아니다.
말리바 리시는 몰릴 대로 몰렸다.
네루가 그의 목줄을 잡고 있는 건 그가 황제의 이름을 사칭했다는 혐의 덕분이다.
혐의가 아니라 진짜 사칭을 저지르긴 했지만, 물증이 없는 이상 황제의 입에서 직접 대답이 나오기 전까지 혐의는 혐의로만 남는다.
말리바 리시는 혐의가 사실이 되기 전에 공을 세워야 했다. 황제 사칭조차 사면받을 압도적인 공을.
말리바 리시도 이번 경주에 사활을 걸었다. 무력을 가진 그의 부하를 전부 토지 경주에 내보냈다.
말리바 리시는 초조한 마음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쌓인 보고서 옆에는 손톱 조각 열 개가 떨어졌다. 손가락 열 개에 달린 손톱도 짧게 잘렸다.
술이라도 마시고 싶지만, 판단력을 흐리게 해선 안 된다.
“전략 사령관의 꼬라지가 말이 아니군.”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말리바 리시는 고개를 돌렸다.
타오르는 불을 형상화한 듯한 남자가 있었다.
머리는 붉었고, 눈동자 안에 타오르는 의지는 더욱 뜨거웠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근육과 훤칠한 얼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냥 남자는 불이었다.
“케라스 아니게온.”
“몇 년 만이지?”
“11년. 네가 단장이 되고 처음이다. 무슨 일이지?”
“토지 경주에 참가하는 위험인물 명단을 내놔.”
말리바 리시는 느릿하게 책상 서랍을 열었다.
가지고 있지 않다. 같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케라스는 말리바 리시와 기수가 비슷하다.
기사와 전략가를 같은 선상에 두기는 힘들지만, 둘은 비슷한 시기에 등용되어 각자 무력과 지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다.
그런 소문 탓일까. 둘은 원래 만날 위치가 아님에도 자주 같이 작전을 진행하고는 했다.
말리바 리시는 가지고 있던 종이를 케라스에게 건넸다.
케라스는 종이를 읽고 뒤로 던졌다. 종이에 불이 붙었고, 허공에서 재가 되었다.
“이미 마법의 영역이군.”
“나는 폐하의 은총을 입었다. 너는 평생 모를 축복이지.”
말리바 리시는 필사적으로 평정을 유지했다.
함께 묶이던 두 사람은 점점 차이가 벌어졌다.
케라스는 불을 다루는 기사가 되었고, 거기에 철까지 벨 수 있게 되었다.
제국 전체에서 보면, 현역에서 은퇴한 사람까지 따지면 철을 베는 사람이 수십 명은 된다. 하지만 철을 베며 다른 신비까지 다루는 기사는 정말 한 줌이며, 황제에게도 총애받는다.
“너무 많군. 외우기도 귀찮아. 말리바, 네가 말해봐. 여기서 제일 먼저 죽여야 할 놈은 누구지?”
“크큭.”
“웃냐? 웃어?”
케라스의 몸에서 불길이 뿜어졌다. 불은 사방에 불을 붙였고, 방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말리바 리시는 불타는 건물 안에서도 태연했다. 그는 뒤로 물러나 차분히 타오르는 건물을 관찰했다.
여긴 1층이고, 그의 등 뒤는 창문이다. 활로가 열려 있으니, 저런 불에 겁먹을 이유는 없다.
“이봐, 케라스. 우리가 막 손을 맞추던 시절을 기억하나?”
“됐고, 왜 웃었냐고.”
케라스의 볼이 움찔움찔 떨렸다.
“위험한 작전이 있으면, 너는 늘 피해야 할 상황을 물었지. 나도 최악을 준비했고.”
“그래서?”
“방금 너는 죽여야 하는 사람을 물었지. 제일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
“이 불꽃 안 보여? 여기서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전신 갑옷도 없는 기사가 말이지.”
케라스는 황제 직속 기사단이 되기 전부터 전신 갑옷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부에 온 그는 용병들과 다르지 않은 차림이었다.
입고 있는 방어구도 유물로 보이긴 했지만, 어지간한 유물도 전신 갑옷의 방어력에는 못 미친다.
“하!”
케라스가 코웃음 쳤다. 몸을 감고 있던 불꽃을 거둔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방의 한쪽 구석에 있던 쇠뇌와 활을 말리바 리시에게 던졌다.
그리고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쏴.”
말리바 리시는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은 케라스에게 닿기 전에 사라졌다. 나무는 불에 탔고, 쇠는 녹아 떨어졌다.
아무리 뛰어난 기사라도, 검이 적에게 닿기 전에 녹아버리면 의미가 없다.
“오만할 정도는 되는군.”
“오만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죽여야 할 사람을 물었나? 마르할. 그 이름을 조심해라.”
“고작 하나? 서부도 별거 아니군. 잘 있어라. 패배자.”
불이 오두막 벽을 태웠고, 케라스는 그 부분으로 오두막을 나갔다.
말리바 리시도 창문을 타고 오두막 밖으로 나왔다.
오두막을 지키던 부하들은 전부 바닥에 기절한 채였다. 저 멀리서 다른 부하가 달려왔다.
“이사님! 괜찮으십니까!”
“무사하다. 기절한 놈들을 옮겨라. 오두막이 무너진다. 그리고 다른 집도 수배해라.”
“이사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잠깐 산책을 하고 오겠다.”
하일리의 영향권 안이라 그런지 이 근처는 서부에서는 보기 드문 푸른 풀떼기가 그래도 꽤 있었다.
말리바 리시는 풀을 밟으며 걸었다. 저 멀리에는 숲도 보였다.
하일리 휘하의 마법사가 만든 숲이다. 말리바 리시는 한참이나 숲을 바라봤다. 눈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서부가 별거 아니라고?”
진짜 서부가 힘이 없었다면, 제국과 성황국에서 파견한 사람들이 진즉 서부를 차지하고 서쪽으로, 바체아 제국이 있었던 방향으로 진군하고 있었을 것이다.
진짜 서부를 무시하고 토지 경주에 참가한다면, 아마 케라스는 토지 경주에서 죽는다.
“죽기 전에 딱 한 명만 데리고 가주면 소원이 없겠어.”
마르할. 출신도, 한계도 보이지 않는 미지의 변수. 그놈만 딱 처리해주면 훨씬 숨쉬기 편해질 텐데.
“황제 직속 기사단 기사단장의 꼬라지를 봐선 그것도 힘들어 보이는군.”
말리바 리시는 몸을 돌렸다.
* * *
토지 경주 시작까지 이틀이 남았다.
어제는 깃발 판매가 시작되는 날이었고, 수천 명의 사람이 깃발 판매소에 몰렸다.
마을에는 세 개의 깃발 판매소가 있었고, 알라실이 그중 하나를 당당히 차지했다.
좌판에 앉은 그녀의 깃발 판매소에는 성기사가 양옆을 지켰다.
마르할의 기억이 맞다면, 연합 소속으로 활동하던 성기사였다.
연합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긴 해도, 우발적인 사고는 못 막는다. 성기사가 알라실을 보호하는 건 그녀의 안전을 보면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르할은 그걸 마냥 곱게 볼 수 없었다.
그녀를 신경도 쓰지 않던 연합이 성기사까지 파견해가며 알라실의 신변을 보호한다.
교황청에서도 그녀의 가치를 깨달았다는 뜻이다.
깃발을 파는 알라실은 즐거워 보였지만, 그 속내는 그녀만이 안다.
또 어제 마르할은 하일리를 만났다.
하일리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직접 토지 경주에 참가할 수 없으니, 상당한 물자 지원과 사후 이익을 보장하며 마르할이 손에 넣은 땅의 일부 권리를 요구했다.
마르할은 하일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일리는 아프란체 왕족이고, 서부 사람이다. 그가 서부 사람으로 있는 이상, 그리고 마르할과 정면으로 적대하지 않는 이상, 마르할은 하일리의 편의를 봐줄 의향이 있다.
스트레킬이 천막에 들어왔다.
“내가 처음인가?”
“어, 수련하던 거 아니었어요?”
“수련 직후 움직일 힘이 남았으면, 그건 수련을 대충 한 거다.”
“부정은 못 하겠네요.”
마르할도 바스타나 아르고와 수련한 후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율란의 회복이 없었으면 몇 번은 죽었다.
마르할의 재능이 뛰어나다 한들 마르할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사람은 마르할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무수한 실전을 거친 사람들이었다.
그 정도로 수련하지 않으면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역사를 몸에 새기는 건 무리였다.
“지도군. 표시한 지점이 목적지인가?”
스트레킬이 말했다.
마르할이 처음 보여준 지도는 아무 표시도 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지도였다.
이틀 만에 보는 지도에는 백 개가 넘는 복잡한 선이 그어졌다.
선들 사이에서도 붉은 칠이 된 부분이 몇 개.
“일단은요. 젖줄의 하류로 내려가는 길. 근처에 작은 산도 있어요.”
“노리는 사람이 많을 텐데.”
“감수해야죠. 다른 사람들이 오면 한 번 더 물을 테지만, 스트레킬은 지주가 될 생각 없어요?”
“없다.”
스트레킬은 딱 잘라 말했다.
“그래요? 아쉽네요.”
“나는 이룰 걸 모두 이룬 기사다. 이제 와서 지주가 될 마음도 없고, 운이 좋아 지주가 된다 해도 땅을 다스릴 의욕도, 능력도 없다. 그러는 너는 어떻지? 누구보다 원하는 땅일 텐데, 고작 이 인원으로 충분한가? 숨은 전력을 전부 끌어내서라도 차지해야 하는 땅 아닌가?”
“그건 제 출생 때문인가요?”
“그래. 이 땅은, 땅에 담긴 이름과 역사는, 네가 누구보다 원하는 것일 테니까.”
마르할은 멸망한 바체아 제국의 유일한 황족이다.
천하를 담은 땅은 그 지력도 대단하지만, 이름도 특별하다.
천하를 담았다. 그렇게 불리길 수백 년. 역사가 쌓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 자리에 있는, 이번 토지 경주에 참가한 누구보다 간절할 사람이 마르할이었다.
“필요한 건 맞아요. 있으면 좋죠. 하지만 모든 걸 동원할 정도는 아니에요.”
“누가 들으면 토지 경주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줄 알겠어.”
“글쎄요. 그건 스트레킬이 진짜를 봤을 때의 재미로 해둘까요.”
마르할이 소집한 군대를 본 스트레킬의 반응이 궁금하긴 했다.
만일 마르할이 스트레킬 앞에서 군대를 부를 일이 있으면, 그 안에는 스트레킬이 아는 얼굴도 꽤 있을 테니까.
씻은 후인지 머리에 물기를 털며 마린과 베이올라가 천막으로 들어왔다.
울테칸은 어제 떠나 부하들과 합류했다.
“다들 모였네요.”
“그래도 넷밖에 안 되는군.”
“첫 만남에도 사람이 많지는 않았잖아요?”
마르할이 스트레킬과 베이올라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일행이 수십 명은 되었다. 그리고 반나절도 안 되어 넷으로 줄었지.
그때도 넷이고, 지금도 넷이다. 한 명이 바뀌긴 했지만.
“그런데 마린하고 베이는 땅 가지고 싶지 않아요?”
“가지고 싶어.”
베이올라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즉답했다.
“마린은요?”
“…딱히 필요 없지만, 농지를 가지고 싶어요.”
마린에게는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부에서 식량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지난 기근이 알려주었다.
마린은 최소한, 그녀의 땅에 사는 사람들을 먹일 식량은 스스로 조달하고 싶었다.
“이번 경주가 끝나면, 서부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럼 필요 없어요.”
연합이 서부의 농지조성을 막은 건 식량 통제를 위해서다.
천하를 담은 땅이 열리면 식량 통제 같은 건 불가능하다.
씨앗만 뿌려도 열매를 맺는 축복받은 땅에서 농사를 막으려면 천하를 담은 땅 전체에 불이라도 지르고 다녀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진짜 실행하면 서부와 동부의 전쟁 시작이다.
전쟁의 승자는 동부겠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부도 멀쩡할 순 없다.
특히 제국과 성황국에 원한이 많은 공국이 서부의 편을 들 확률이 높으며, 이미 임자 있는 동부보다 아직 주인 없는 땅이 많은 서부의 편을 들 상인도 많다. 그렇게 되면 전쟁은 제국과 성황국으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장기전이 된다.
그 위험을 감수할 바에 연합은 서부에서 농사짓는 걸 허락할 것이다.
“알다시피 저는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이 많아서 깃발 하나는 꽂아두고 싶거든요.”
“인원을 나눠야겠군.”
“그건 경주 시작하고 생각하자고요. 세상 반대편에 깃발을 꽂을 것도 아니잖아요?”
“그것도 그래.”
* * *
베이올라는 천막 밖으로 나왔다.
사실, 그녀는 땅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서부에서 얻어갈 게 있다면, 그건 바체아 제국의 유물 혹은 바체아 제국의 비밀이지 서부의 땅문서가 아니었다.
레벨라가 죽고 베이올라는 생각을 바꿨다.
힘이 필요하다. 유렐을 죽일 힘이.
단순히 바체아 제국의 비밀을 밝히는 걸로는 안 된다.
비밀에는 형체가 없고, 형체 없는 것으로는 유렐을 압박할 수 없다.
땅을 얻고, 사람을 얻고,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유렐에 대항할 세력.
마르할과 같은, 누구의 외압에도 무너지지 않을 세력을.
발소리 하나가 베이올라에게 가까워졌다.
위치와 관계없이 똑같이 울리는 소리. 소름 끼치는 발소리다.
“베이. 정말 땅을 가질 거예요?”
“반대라도 하게?”
“아뇨. 하지만 베이가 세력을 만들면, 하일리는 어쩌려고요?”
베이올라는 하일리에게 이름을 빌려주고 있으며, 그건 베이올라가 무명이고, 무력하기에 가능한 거래다.
이번 토지 경주가 끝나면 천하를 담은 땅의 지주는 현재 대지주와도 비견되는 위용을 가질 것이다.
그러면 베이올라와 하일리의 계약도 끝이다.
하일리는 베이올라의 이름을 팔았고, 네루와 협력 관계인 많은 상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베이올라에게 힘이 생기면, 둘 중 한 명은 책임 없던 계약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일리, 그 사람은 강하지?”
“어떤 면으로요?”
“무력, 재력, 정치력, 전부.”
“강해요. 세간의 평가 이상으로.”
“그 사람을 삼키면, 유렐과 싸울 수 있을까?”
마르할은 미소 지었다.
“가능해요. 유렐이 신비 추적자 전부를 데려와도 해볼 만해요.”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거야?”
“아뇨.”
마르할은 단언했다.
마르할은 여전히 웃었다. 즐거워서. 즐거워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어서.
“…그래. 조금 안심했어.”
“왜요?”
“내가 쟁취해야, 내 거잖아?”
베이올라는 마르할과 처음 만났던 시기에는 상상도 못 했던 말을 입에 담았다.
그건 보호받는 자의 대답이 아니었다.
빼앗고, 강탈하고, 지배하는, 군림하는 자의 말이었다.
“힘든 길이라는 건 알죠?”
“알아.”
“죽고 싶을 만큼 힘들 거예요.”
“이미 한 번 죽었어.”
“레벨라는 아마, 베이올라의 그 얼굴이 보고 싶었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네.”
레벨라, 봐요. 이게 당신이 만든 결실이에요.
부서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불굴의 초인이 만들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