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99
제199화
마르할은 아스탈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스탈의 손이 달달 떨렸다.
그는 감이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이게 그의 인생을 뒤바꿀 선택이라는 건 알았다.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마법사.
초인과 함께 두려움의 대상이자,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
기행을 일삼는 괴짜라는 인식과 마법사 자체의 희귀성으로 인해 기사보다는 마법사가 더 대우받는다는 인식이 있다.
아스탈도 기사보다는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마법사가 될 수 있다.
호흡이 거칠어졌고, 어깨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허풍으로 치부해도 된다.
사생아지만 아스탈은 귀족 자제였고, 사기꾼의 비슷한 제안을 수십 번은 받아보았다.
“단, 한번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어요. 평생을 마법사로서 살아야 하죠. 목숨이 위험한 일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마르할은 여태까지 아스탈이 만났던 사기꾼들과는 다르다.
그는 수많은 부하를 거느린 지주였고, 흉악한 범죄자 수십 명을 악기를 연주하며 썰어버리는 용병이었다.
아스탈은 지금도 가끔 마르할이 연주하던 하모니카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다.
기사라 하더라도 어둠 속에 숨어 먹이를 기다리는 살인귀들을 상처 하나 없이 썰어버릴 수 있을까 싶었다.
마법사가 된다. 대신, 죽을지도 모른다.
아스탈은 죽고 싶지 않다. 안전한 삶을 살려면 여기서 고개를 젓거나, 되기 싫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된다.
마르할은 그의 의사를 존중해줄 것이다. 그는 그런 남자였다.
싫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일은 없었다.
아스탈은 단연코 평범하다. 그는 평생을 한량으로 지냈다.
가문이 망하고, 베르기아스의 정식 후계자가 된 다음에도 그는 한량이었다.
운 좋게 마르할에게 주워져, 마르할의 보호 아래 한량처럼 지냈다.
그런 인생에, 단지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가기만 하는 인생에 의미는 있는가?
마르할과 만나기 전이었다면, 카리안과 만나기 전이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스탈은 많은 경험을 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연장을 들고 새벽부터 밤까지 돌에 망치를 내리쳤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다.
전신 갑옷을 입은 스트레킬은 공국의 영웅이었고, 스트레킬과 매일 수련하는 두 명은 아스탈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음에도 한 사람의 초인으로 일했다.
한때 기사였다가 부상으로 은퇴한 일꾼 한 명이 말하기를, 두 사람의 수준이라면 그냥 기사가 아니라 중위 기사도 승패를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다.
카리안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소작 지을 땅도 없어 고향에서 쫓겨나듯 서부로 온 그는 어엿한 지주가 되어 열 개가 넘는 거대한 창고의 주인이 되었다.
아스탈은, 여전히 평범했다.
서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필사적이었다.
누구는 오늘을 사는 일에 필사적이었고, 누구는 꿈을 좇는 데 필사적이었다.
아스탈은 필사적이지 않았다.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불안했다. 한량 아스탈은 누구와도 비교당하지 않는다. 남들이 욕해도 아스탈은 웃을 수 있다.
노력하지 않은 게 맞으니까. 한량이 맞으니까.
하지만 노력의 결과가 실패라면? 노력 끝에도 한량이라면?
아스탈은 그게 무서웠다. 능력 있는 또래 사이에서 홀로 무능한 인간이 되는 게 참을 수 없이 두려웠다.
“내가 마법사가 될 수 있어? 진짜로?”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약간의 운이 필요해요. 실패하면 그냥 운이 안 좋았던 셈 치면 되죠.”
아스탈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다시 눈매와 입꼬리가 뚝 떨어졌다.
아스탈이 우울하게 말했다.
“방금,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말보다 실패했을 때의 변명이 있다는 사실에 더 안심했어. 나도 참 쓰레기지?”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당연한 일이에요.”
“내가 뭘 하면 돼?”
아스탈은 실패가 두렵다. 그리고 자신의 무능을 마주하는 게 무섭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평생을 자괴감에 시달릴 것 같았다.
결심을 굳힌 아스탈에게 마르할이 말했다.
“여기 오기 전까지 할리발의 차밭에서 일했다고 들었어요.”
아스탈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 재건 작업을 돕던 그는 중간부터 도시 근처에 있는 은퇴 용병 할리발의 땅에서 차를 키웠다.
“당신이 관리하던 구역만 유독 차가 많이 나지 않았나요?”
“그랬던 것 같아.”
할리발에게 재능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서부에 와서 무얼 잘한다고 칭찬받은 적은 처음이었기에 똑똑히 기억한다.
“그게 베르기아스의, 당신의 선조가 키우고, 지킨 역사예요. 당신을 마법사로 만들어줄 힘이기도 하고요.”
“…뭐가?”
아스탈은 진짜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르할의 말 어디에도 마법과 관련된 요소는 없었다.
“마법을 배우기 전에, 우선 역사를 알아야 해요. 역사가 곧 마법이지만요. 아스탈, 초인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아요?”
마법은 자신이 품은 신비의 이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이해의 끝은 모두 역사와 업으로 귀결된다.
아스탈이 마법사가 될 수 있을까?
마르할도 결과는 모른다. 역사의 이해는 확실히 초인과 마법사로 이어지는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아무리 길이 좋아도, 길을 걸어갈 체력이 없거나, 아예 걸어갈 다리조차 없으면 길은 길이 아니다.
마르할의 역할은 그를 설득하는 것까지.
여기서부터는 아스탈 베르기아스가 개척해야 하는, 그의 역사다.
* * *
사방이 풀이다. 말의 몸통 높이까지 자란 풀들 사이를 달리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경주가 시작되고 꾸준히 움직인 스트레킬은 곡창지대에 들어섰다.
그의 양옆에는 늦게 거둔 제자 둘이 조용히 말을 몰았고, 스트레킬의 뒤에는 수백 마리의 인마가 쫓아왔다.
어중간한 놈들은 전부 뒤떨어졌다.
스트레킬은 깃발을 두 개 가졌다. 마린과 베이올라도 각자의 깃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깃발을 꺼내지 않았다. 추격해오는 기수들도 깃발을 꺼내지 않았다.
결투를 기다리는 기사의 검처럼 깃발은 모습을 감춘 채 스스로가 가장 날카로워지는 순간을 기다렸다.
스트레킬이 탄 말은 조셉이 고른 명마다.
전신 갑옷을 입은 스트레킬의 무게도 멀쩡히 버텨낸다. 다른 말의 족히 배는 되는 음식을 먹는 게 흠이지만, 풀이 무성한 곡창지대 안에서는 그것도 단점이 아니었다.
“마린, 처음부터 우릴 쫓아온 게 몇인지 구분할 수 있나?”
“잠깐만요.”
마린이 고삐를 놓고 말 위에 섰다.
말은 달리는 것보다는 느리고, 걷는 것보다는 빨랐다.
마린은 말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뒤로 돌았다.
북쪽에서 남쪽까지 인마가 앞을 보며 달렸다.
자라난 풀이 말의 몸통을 가렸고, 말의 머리와 기수들의 상체가 수풀 위로 드러났다.
자세를 낮추고, 말의 흔들림에 따라 몸을 흔들며 다가오는 그들은 먹이를 노리며 몸을 웅크린 한 마리 늑대와도 같았다.
그런 늑대가 수백 마리였다.
마린은 수백 마리 맹수를 등지고 있는 셈이었다.
마린은 도둑이 떠난 이후에도 매일 나뭇결을 헤아렸다.
도둑이 시킨 기행이었고, 기행은 마린의 역사가 되었다.
인외라 불리는 인간은 없는 재능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 모양이었다.
나뭇결을 센다는 간단한 행동의 반복으로 마린은 더 예민한 오감을 얻고, 맑은 정신을 얻었으며, 몸을 다루는 감각을 얻었다.
모두 마린에게는 없던 재능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풀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풀 사이로 늑대가 달려왔다.
앞만 보는 늑대도 있고, 다른 늑대를 견제하는 늑대도 있다.
마린은 말 위에 서서 모든 늑대를 내려다보았다.
도둑은 말했다. 자신은 그저 보여주기만 할 것이고, 무엇을 얻어갈지는 마린이 하기에 달렸다고.
마린은 사람을 구분하게 되었다.
이게 아마 신비란 녀석일 거다.
유물의 힘이나 피의 역사같이 그녀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힘이 아니라, 그녀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진정한 신비.
대부분의 늑대는 일행에게 관심이 없었다.
벌판을 달리는 마린 또한 한 마리 늑대였고, 수백 마리 늑대 사이에서 조금 앞서가는 늑대였다.
마린은 늑대를 골라내었다.
이쪽을 보는 늑대는 몇 마리인가.
어떤 늑대가 우리를 보며 발톱을 세우고 있나.
마린의 눈에는 몇 마리 늑대가 보였다.
토지 경주가 시작될 때부터 꽁무니에 따라붙었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때를 노리는 늑대들이.
마린이 다시 안장에 앉았다.
“오십 명 조금 넘어요.”
“출신은?”
스트레킬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아마 공국 군인이요.”
“베이, 네 생각은 어떻지?”
“감시 아냐?”
스트레킬은 공국의 영웅이다. 스트레킬이 싸우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이 공국 군인들이다.
스트레킬의 전투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본 사람들.
베이올라도 자신이 공국 군인이고, 스트레킬과 잠재적 적이 되었다면, 최소한의 감시 인원은 붙여둘 것이다.
“그럴듯하군.”
스트레킬은 조용히 말을 몰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정리하고 간다.”
“선두를 빼앗길 텐데?”
“선두에는 이미 마르할이 있다. 엘리제의 속도라면 이미 목적지에 닿고도 남았겠지. 선두를 차지하는 것보다 쓸데없는 걸 달고 가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공국 군인이잖아?”
“날 버린 조국이지. 그 정도 각오도 없이 공국을 나온 게 아니다.”
스트레킬이 낙마했다.
그렇게 보였다.
그는 말 아래로 들어갔다.
스트레킬은 한 손으로 등자를 잡고, 반대쪽 손으로는 고삐를 잡아 말의 배 아래에 매달렸다.
묘기에 가까운 동작이었다.
갑작스러운 중심 이동에 말이 잠시 휘청였으나, 이내 중심을 잡고 다시 앞으로 달렸다.
무성한 수풀에 가려 스트레킬의 모습은 아주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면 보이지 않았다.
주인 잃은 말이 혼자 달리는 모습이었다.
말 아래 매달린 스트레킬이 물었다.
“할 수 있나?”
마린이 고양이처럼 몸을 휙 뒤집었고, 중간에 한 번 낙마할 뻔했지만, 베이올라도 말의 아래로 들어갔다.
풀이 얼굴에 달라붙었다. 볼에 풀이 스치며 피도 났다.
베이올라는 살짝 인상을 쓰며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속도를 늦춰라.”
말의 속도가 줄었다.
셋은 말의 아래에서 숨을 죽였다.
“저놈들이 공국 전투 교본에 충실하다면, 목표를 확인하러 한 번은 가까이 온다. 그때 베어라.”
마린과 베이올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마린과 베이올라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없습니다! 진짜 말 위에 없습니다!”
“찾아! 멀리 가지는 않았을 거다!”
말발굽 소리가 좌우로 퍼졌다.
스트레킬이 씁쓸하게 말했다.
“아는 목소리군. 하긴 3만이나 되니.”
스트레킬은 마족과 전쟁을 치른 약 5년 동안 공국 여러 장소를 전전하며 작전을 수행했다.
직접 전투에 참가했던 지휘관 상당수는 스트레킬과 안면이 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씁쓸함을 보면, 그중에서도 각별한 사이인 듯했다.
마린이 물었다.
“죽여요?”
“예외는 없다.”
스트레킬은 재주 좋게 말에서 떨어졌다. 주인 잃은 말은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몸을 돌려 제 주인을 찾았다.
말발굽 소리는 지척이다.
당황 섞인 목소리가 퍼졌다.
“복면 뒤집기! 함정이다! 도망쳐!”
말에서 떨어지며 스트레킬은 한 차례 반동을 줘 자기 말에 밟혀 죽는 참사를 피했다.
땅과 아슬아슬한 거리를 두고 몸을 돌려 착지. 검을 뽑으며 뒤쪽으로 달려갔다.
스트레킬은 달리는 말과 스쳐 지나가며 한 번씩 검을 휘둘렀다.
말의 머리와 사람의 허리가 함께 잘렸다.
잘린 단면에서 피와 내장이 뿌려졌다. 한발 늦게 마린과 베이올라도 근처에 있던 인마를 잘라냈다.
공국 군인들은 단말마를 지르며 낙마했다.
셋은 약 서른을 죽였고, 열한 명이 말에서 내려 스트레킬과 대치했다. 나머지는 사방으로 퍼져 도망갔다.
마린은 익숙하지 않은 장검의 감각에 손을 털어냈다. 장검을 검집에 넣고 익숙한 단검을 들었다.
“이러셔야 했습니까?”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물었다. 가벼운 무장을 한 남자는 특이하게 등에 몇 개나 되는 창을 매달고 있었다.
“내가 뭘 해야 했지?”
“당신과 함께 싸운 전우였습니다.”
“네 위치면 알겠지. 내가 공국군에 정식으로 어떤 요청을 했는지.”
“…군에도 자금이 없었습니다. 저도 폐하께서 귀족들을 숙청하기 전에는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돈을 내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돈이 아니라면 집도 있지. 곡식도 있고. 하다못해 위로의 편지라도 써줄 수 있었어.”
스트레킬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등에서 창을 뽑아 하나씩 땅에 박았다.
그 형태가 특이했다. 무기를 땅에 박으면 보통 날이 있는 부분이 땅을 향하게 한다. 그게 땅에 박기도 편하고, 뽑기도 쉽다.
남자는 창날이 위로 오도록 창을 박았다. 어슷하게 땅에 박힌 창의 날은 스트레킬을 향했다.
저게 남자가 다루는 신비이리라.
창을 모두 땅에 박은 남자는 마지막 남은 창을 양손으로 들었다.
“아는 얼굴을 많이 만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스트레킬과 남자 사이의 거리는 열 발짝 남짓이었다.
말이 쓰러지며 무성한 수풀도 함께 누웠고,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는 작게 길이 났다.
스트레킬이 달렸다. 땅에 박힌 창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창은 스트레킬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마린과 베이올라를 노렸다.
베이올라는 신비를 품고 날아오는 화살도 쳐낸다. 마린에 이르러선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기 전까지는 신체 능력만으로 화살을 피하고 다녔다.
마린과 베이올라가 창을 피하고 쳐내는 동안 스트레킬은 지휘관을 포함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조리 반으로 갈랐다.
수풀 사이에 잘린 신체 조각이 떨어졌다.
스트레킬은 검을 한 번 털어낸 다음 납검했다. 그리고 다시 두 사람에게로 돌아왔다.
“가자.”
“아까 그거, 무슨 말이야?”
베이올라가 스트레킬에게 물었다.
“뭐가 말이냐.”
“공국군에 요청했다는 거.”
“가족에 대한 거였다. 최전방에서 마족과 싸우다 죽은 기사의 가족이다. 그들에게 최소한 먹고살 자리라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었지. 세 번 요청했고, 세 번 거절당했다. 마지막은 답장조차 없더군.”
스트레킬이 공국을 완전히 떠난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것도 이유의 하나였다.
“그 사람은요?”
“몇 번 함께했던 지휘관이다. 성벽 하나를 담당했으니, 휘하에 오백 명은 두고 있겠군. 더 늘었을지도 모르고. 나에겐 기분 더러운 경주가 되겠어.”
스트레킬이 혀를 찼다.
그는 공국을 버렸다. 공국이 먼저 그를 버렸으니, 스트레킬에게도 망설임은 없었다.
하지만 공국에서 마족과 싸웠던 세월까지는 채 버리지 못했다.
동쪽 하늘에 구름 몇 개가 떠다녔다.
‘아는 얼굴이 많다라….’
과거에 두고 온 추억이 그를 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