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
제2화
넘치는 용병 수요에 용병 길드 지부의 수요도 올라갔고, 용병 길드는 닥치는 대로 사업을 확장했다.
눈앞의 접수원은 그 수혜자 겸 피해자였다.
전직 용병이며 은퇴 직후 용병 길드 소속이 되어서 서쪽 끝까지 발령되어 지부장이 되었다.
지부장이지만 부하는 없다. 건물 관리부터 의뢰 발주까지 혼자 해야 하는 독박이다.
대신, 나중에 개척촌이 크면 대형 지부의 지부장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다. 어찌 보면 눈앞의 지부장 또한 꿈을 찾아 개척지를 찾은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지부장은 한참이나 마르할이 가지고 있던 의뢰서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한숨을 푹 쉬며 탁자 아래에서 종이와 잉크, 펜을 꺼냈다.
의뢰서 사본을 만들며 남자가 물었다.
“연합에서 파견된 인사는 등신이 아니야. 교차 대조만 해봤어도 바로 들켰을 거다.”
“그 기사, 공국 출신이던데요. 공국 토박이.”
“그래서 제국어로 썼냐? 제국어를 알아보면 어쩌려고.”
“그럼 다른 걸 썼겠죠.”
지부장 앞에 서로 다른 언어로 된 다섯 개의 허가서가 나타났다.
지부장은 이런 미친놈이 다 있냐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니까, 미리 위조문서를 몇 개나 만들어두고, 기사가 제국어를 못 한다는 확신이 있으니 제국어로 작성된 의뢰서를 내밀었다?
그래도 녀석에 대해 제법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 평가도 오늘로 수정해야 할 듯했다.
정체 모를 놈에서 사람인지조차 의심되는 놈으로.
“공국어에 성황국어까진 알겠는데, 다른 세 개는 뭐냐.”
“진짜 있는 언어라는 것만 알아둬요.”
“하여간. 자, 됐다. 문서는 끝났고, 그놈들이 탐문이라도 하면 어쩔래?”
“그러겠어요?”
“너도 알다시피, 너 나 할 것 없이 서부 놈들은 남는 게 시간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길드 문이 열리며 코가 빨간 취객 셋이 들어왔다.
“술꾼들! 아직 있었어요?”
“마르할?”
“반갑다, 이 새끼! 어디 갔었어?”
“그건 알 바 아니고. 저 한 달 전에 나갔다가 막 돌아왔어요. 알았죠?”
마르할이 주머니에서 꺼낸 은화를 던졌고, 취객들은 그걸 좋다고 받았다.
“하하! 마르할은 한 달 동안 나갔다 왔지. 안 그래, 친구들?”
“그래! 그래!”
“파푸란, 여기 술!”
은화 하나를 들고 신난 취객 삼인조를 보며 지부장, 파푸란이 소리를 떽 질렀다.
“알아서 갔다 처먹어!”
술꾼들은 그 말에 좋다고, 지부 한쪽에 마련된 바 안쪽으로 들어가 잔에 술을 가득 채워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부탁해요.”
“용병 길드 지부장보고 범죄에 가담하라고?”
“방금 공문서를 위조하신 분이 이상한 말을 하시네.”
“하아… 알았다. 에나랑 조셉이면 되지?”
잡화점 에나, 마구간 조셉, 이 개척촌에서 그나마 믿을 만한 사람들이다.
전 재산을 털어 여기 정착한 둘은 공권력을 상대로 쉬이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연합에서 탐문한다면, 돈 한 푼으로 매수할 수 있는 인간 수백의 증언보다 그 둘의 증언을 더 높게 쳐줄 것이다.
“됐어요. 그리고 깃발 상점에 있던 사람, 못 보던 여자던데요?”
“네가 자리 비우고 1년이야. 경주도 있었고.”
토지 경주. 대부분의 사람이 고향을 떠나 이곳으로 오는 이유.
토지 경주가 시작되었으니 많은 사람이 마을을 떠났을 터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작정하고 정착한 사람이 아니라면 개척지는 거주 이동이 자유롭다. 어디서 토지 경주가 있다는 공고가 붙으면 그쪽으로 사람이 우르르 몰린다.
1년이면 마을 구성원 반 이상이 바뀌고도 남는 시간이다.
“갈 사람은 다 갔겠네요.”
“그래, 다 갔지.”
파루란은 아련한 얼굴이 되었다.
1년이다. 고작 1년 사이 평생 용병으로 일할 때보다 많은 일을 겪은 기분이었다.
아니, 실제로 많은 일이 있었다. 간단하게는 도둑질부터 크게는 연쇄 살인까지. 개척촌에서 드문 일은 아니지만, 용병 길드 지부장인 그가 바빠질 일은 아니었다.
그가 바빴던 건 모두….
‘저놈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귀신처럼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 마르할이 있었고, 그 옆에서 사건의 뒷정리를 하는 건 파푸란의 몫이었다.
용병 길드 수칙은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저놈은 길드 지부장을 제 수족처럼 부려 먹었다.
그러다 마르할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으레 용병 길드로 찾아와 일을 해결해 달라고 했다.
전부 공식으로 의뢰를 해오는 통에 거부하지도 못하고, 파푸란은 요 1년 이 작은 개척촌의 촌장 노릇을 했다.
끙차. 마르할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깃발은 아직 팔죠?”
“피로도 안 풀고?”
“좀 걸은 거로 피곤하면 이 짓도 못 하죠.”
마르할은 신발을 조이고 옷에 묻은 먼지를 대충 털었다.
식량은 남은 게 있고, 마지막으로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한 번 불어 안에 있는 먼지를 털어냈다.
“그건 뭐냐?”
“악기요.”
“어디서 그런 걸 구해서는….”
“다 방법이 있죠.”
얼굴을 알고 지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저놈 얼굴에서 뭘 읽어낸다는 건 아직 불가능했다.
그럴 날이 오기는 할지.
“측량은 언제부터 해요.”
“내일 정오부터 측량이 시작된다.”
“끝까지 오려면 한참 걸리겠네요.”
“한때 도시가 있던 장소야.”
“그만큼 치열하겠죠. 죽는 사람도 많을 거고. 알아요.”
갑자기 나타난 마왕과 마족은 1년도 안 되어 대륙의 반을 지배했고, 마왕의 죽음과 함께 아지랑이처럼 사라졌다.
이 개척은 다른 개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본디 개척은 미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영역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만, 지금 이루어지는 서부 개척은 자료가 있다.
이 개척촌을 중심으로 바로 동쪽에 있는 땅에는 국경 요새가 있었다. 마족과의 전투로 부서진 요새는 새로운 지주가 재건 중이다.
뻥 뚫린 이 주변은 교역로로 쓰였던 땅이다.
도로가 있고 도시가 있었다.
서쪽으로 쭉 가면 무너진 도시의 잔해가 나온다. 그 잔해를 이용하면 맨땅에서부터 도시를 세우는 것의 반 이하 비용으로 도시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 수 있다.
모든 걸 알고 시작하는 개척이다. 그래서 통제가 심한 것이고, 그래서 측량사가 긋는 줄 하나가 중요하며,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
“자신 있냐?”
“자신이요?”
“아니, 내가 쓸데없는 말을 했군. 이 시대 최고의 개척자를 두고 말이야.”
“끔찍한 소리 마세요. 다른 사람이 들었다간 제 목 날아가니까.”
마왕은 10년 전에 쓰러졌지만, 본격적인 개척이 시작된 건 연합이 설립된 이후, 5년 전부터이다.
실력이 있지만 여태 땅이 없는 사람이 많았고, 칼부림이 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있다.
마르할이 길드를 나갔다. 그 문에 대고 파푸란이 말했다.
“그래도 너는 내가 아는 최고의 개척자다.”
기사도 용병도 평등하게 죽어 나가는 토지 경주.
그 토지 경주에 세 번 참여해서 세 번 땅을 획득하고, 그 모든 땅을 큰 문제 없이 관리하는 사람이 마르할이었다.
마르할이 나가고 주정뱅이들이 희멀건 맥주 한 잔을 다 비우고 다음 잔을 채우려던 때였다.
끼익. 길드 문이 열리며 알지만 모르는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과 직책은 알지만, 저들 개인이 누군지는 모른다.
기사와 부관. 경주를 위해 파견된 연합의 파수꾼이 다가와 물었다.
“의뢰 기록을 보고 싶다. 한 달 전, 미개척지 탐사로 나간 용병이 있나?”
공국어였다.
서부 끝자락, 지금은 물을 구하는 것조차 곤란한 땅이지만, 10년만 지나도 서부 개척의 새로운 핵이 될 가능성이 있는 땅이다.
용병 길드 지부장도 아무나 파견된 건 아니다.
파푸란은 어설픈 공국어로 대답했다.
“있습니다. 여기 의뢰서를 보시죠.”
위조한 의뢰서를 꺼내며 파푸란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진짜로 탐문까지 하는 건가. 하여간 할 일 없는 연합 놈들. 조셉과 에나한테 못 갔는데….’
둘에게 가서 미리 입을 맞춰둬야 하는데, 연합 소속, 그것도 기사가 이토록 빨리 움직일 줄은….
‘그놈이 미리 손을 써두길 빌어야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검문을 대비해 위조문서를 여섯 개나 만들어두는 놈이다. 어련히 알아서 잘 처신하겠지.
* * *
용병 길드 옆에는 판자로 세운 간이 상점이 있다.
간이 상점에는 여인이 엎어져 있었다.
사흘 동안 잠도 못 자고 깃발을 팔았을 테니, 경주가 시작되자마자 쉬고 있는 것일 터였다.
“여기 깃발 하나요.”
“깃…발…?”
여인이 고갤 들었다. 목소리만큼이나 퀭한 얼굴이었다.
“남은 깃발, 없습니까?”
“어, 음… 있는데요. 그래도, 벌써 출발했잖아요?”
염려가 담긴 물음에 마르할의 입꼬리가 작게 올라갔다.
“깃발 판매상은 전부 인두겁을 쓴 악마라던데, 당신은 사람처럼 보이는군요.”
“모,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에요. 많은 사람이 그럴 것 같긴 하지만….”
“판매상 자리도 공짜가 아니니까요.”
“맞아요! 소속만 연합이고 완전 남 취급이라니까요! 깃발 주문하고 수수료 내는 인형! 남는 깃발에 책임도 안 지고! 천벌받을 놈들! 깃발 판매상들이 악마 소리를 듣는 것도 그래요. 깃발을 팔지 않으면 자기가 파산하니까! 제가 꿈꾸던 자유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신나서 떠들던 여인은 마지막에 우울해져선 고개를 숙였다.
성황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여인은 아마 성황국에서 나고 자랐을 것이다. 지금에 와선 세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동쪽 중심에서 여기 서쪽 끝까지.
여인이 무엇 때문에 그 긴 여정을 결심했는지는 마르할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는 알 것 같았다.
서부는 그녀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
개척촌에 오는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이기도 했다.
“선전 문구라도 보고 왔나 보죠?”
“아, 네. 그렇죠. 그런 동화적인 이야기, 세상에 없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깃발 하나 주세요. 접이식, 제일 튼튼하고, 제일 긴 걸로.”
“어… 그런 사양이 하나 남아 있긴 한데, 진짜로요? 비싼데요? 혹시 강도?”
“사방에 연합 군인이 깔려 있는데, 미쳤다고 깃발 판매상을 덮칠까요. 여기 있습니다.”
번쩍이는 성황국 금화를 본 여인의 몸은 지난 사흘 수백 번, 아마 천 번 이상 행한 행동을 반사적으로 수행했다.
뒤쪽을 뒤적이면서도 여인은 의뭉스러운 표정이었다.
“정말 가시게요? 말을 타도 기사들의 말을 따라가긴 힘들 텐데….”
“도전이라도 해봐야죠.”
마르할은 팔뚝 크기의 쇠막대 하나를 받았다.
끝부분을 잡고 휘두르자 안에 있던 부분이 펼쳐지고, 말려 있던 천이 풀리며 커다란 깃발이 되었다.
성인 남성의 키보다 두 배는 큰 깃발이 펼쳐졌다. 이것도 깃발을 전부 펼친 건 아니었다.
토지 경주는 평등하지 않다. 국가들의 합동 조직인 연합이, 권력이 포함된 경주는 절대 평등할 수 없다.
점령의 상징인 깃발도 차별의 하나다.
돈이 없는 사람은 들기도 힘든 통짜 쇠로 만들어진 깃발을 들고 달린다. 쇳덩이를 달고 달리다 말이 퍼져 버리는 일도 다반사다.
반대로 돈만 있으면, 마르할처럼 막대기 하나로 깃발을 대신할 수 있다.
갑자기 깃발을 펼친 마르할을 보고 여인이 화들짝 놀랐다.
“그걸 지금 펼치면…! 접이식 깃발은 한 번 펼치면 재조립이 안 돼요!”
“어렵지만, 안 되는 건 아니죠.”
“어… 어?”
착착착. 깃발이 본래의 막대 형태로 돌아갔다.
천이 봉에 말리고 튀어나왔던 부분이 안으로 들어간다.
아까와 똑같은 모습의 막대가 마르할의 손에 잡혔다.
“많이 파시고, 세금도 많이 내시고.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
토지 경주에서 부정 출발은 즉시 사형에 수배령까지 내려지는 중죄지만, 늦게 출발하는 건 허용된다.
경주에서 늦게 출발하는 사람을 굳이 처벌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천박하게 땀내 나는 평민들과 어울려 흙먼지 맞으며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다.
귀족들. 그리고 그 위의 권력자들.
늦게 출발해 앞서갈 힘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 아닌 길을 따라 출발선으로 향하려던 마르할은 건물 사이의 그림자로 몸을 숨겼다.
기사와 부관이 용병 길드로 들어가고 있었다.
‘연합 소속 기사가 천한 용병에게 의뢰할 일이 있을 것 같진 않고. 부관까지 대동했으니 나 때문인가.’
경주 출발 직전에 출발선 바깥에서 나타난 남자.
자신이 생각해도 수상하긴 했다. 그래도 행동이 빠르다. 게다가 부하들에게 명령해도 될 것을 직접 발로 뛰고 있다.
‘잡화점 에나한테만 일러두면 상인들 입단속은 알아서 돼. 잡화점에 들렀다가 마구간으로 가면 되나.’
1년이나 찬 바람 맞다가 이제 좀 쉬나 싶었는데, 토지 경주에 연합 기사의 의심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미허가 탐사 자체가 중죄는 아니다. 습득물 뱉어내고 벌금 조금 내면 된다. 하지만 그는 지주였다.
연합은 배경 없는 사람이 땅을 가지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고, 지주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여죄를 뒤집어씌워서라도 땅을 강탈해 간다.
* * *
마르할은 먼저 잡화점으로 향했다.
잡화점 에나는 풍채가 듬직한 중년 여인이었다.
그녀는 제국 출신으로, 기사인 남편이 마족과의 전쟁으로 죽자 남편이 죽은 땅을 보겠다며 이 황야까지 달려와 자리를 잡은 낭만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그녀의 잡화점은 말이 잡화지, 이 근방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취급한다.
없으면 찾아서라도 물건을 구해주는 게 그녀의 능력이었다.
“꼬맹이. 살아 있었잖냐.”
“지주한테 꼬맹이라니. 그랬다가 땅 뺏어갈 거예요?”
“1년이나 세금도 안 걷던 놈이 이제 와서 지주 노릇이여?”
“1년이라뇨. 전 한 달 전에 미개척지 탐사를 나갔다가 방금 왔는데요.”
에나는 묘한 표정으로 마르할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갑자기 세율을 높인다고 선언하고는 사라진 악덕 지주지.”
“정말 높여드려요?”
“그래. 너는 좀 더 받아야 해.”
“그러다 진짜 올리는 수가 있어요.”
“올려.”
에나의 당당한 태도에 마르할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아니, 어떤 미친 상인이 자기 입으로 세율을 올리라고 해요?”
“농담 아냐. 주변 토지의 상인들이 이쪽 땅 세율을 알았어. 그래서 대량으로 이주하려던 걸 간신히 막았고.”
“근처 지주들 심기가 안 좋겠네요.”
“지주 얼굴은 몰라도, 지주 대리인들은 개미를 입에 털어 넣은 얼굴이더라.”
에나는 진열되어 있던 술 두 병을 꺼내더니 손날로 병목을 날리고는 한 병을 마르할에게 던졌다.
“경주 있는 거 알잖아요.”
“정력에 좋은 거야. 잔말 말고 마셔. 그리고 세금. 토지세 말고 더 걷어. 안 그럼 진짜 싸움 나.”
“휴고는요?”
“대리인은 대리인이지. 지주 허락도 없이 세율을 늘릴 수 있을 리 없잖아.”
마르할이 세금을 진짜 안 걷는 건 아니다. 대리인을 통해 매달 세금을 걷는다. 하지만 그건 연합이나 기타 단체에 납부할 정말 최소한의 세금이다.
다른 토지들은 기본적인 세금 외에 술이나 직물 등에 세금을 매겨 수입원을 창출한다. 심한 곳은 강물에 세금을 매기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마르할이 지주로 있는 땅은 황량하긴 해도 그럭저럭 먹고살기에는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상인들도 그걸 알기에 세금을 올리기를 바란다. 세금이 올라봤자 다른 땅에 비하면 반도 안 되고, 괜히 싸움이 나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자신들만 손해니까.
“제가 허락했다고 말하고 휴고랑 합의해요.”
“전체 세율은?”
“근처 지주들이 조용해질 정도로만.”
“하아. 알았다. 가봐. 이쪽 입단속은 내가 시킬 테니까.”
졸지에 개척촌의 세율 조정을 떠맡게 된 에나가 한숨을 쉬며 손짓했다.
마르할은 에나에게서 받은 술을 병째로 홀짝이며 마을 구석에 있는 마구간으로 향했다.
마을 구석에 있다고 마구간을 중요하지 않은 장소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고 각종 물류 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개척지에서 마구간은 마을에서 제일 중요한 장소 중 하나였다.
전직 용병 파푸란과 기사의 아내 에나도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상은 아니었지만, 마구간지기 조셉은 한층 특별했다.
마구간은 그 크기만 따져도 마을 전체를 합한 것만큼 컸다. 말 수백 마리가 들어가 있는 울타리 앞에서 말의 털을 빗기고 있던 남자는 마르할이 기척을 내자 고개를 돌리더니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건 파푸란이나 에나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몸에 밴 예법이었다.
전직 기사 조셉. 10년 전 전쟁에서 한 성의 사령관까지 지냈던 기사였다.
“오셨습니까?”
“조셉, 말 있어요?”
“경주 때문에, 쓸 만한 놈들은 다 나갔습니다.”
“한 번만 뛸 수 있으면 돼요.”
“그런 거라면 몇 마리 있습니다.”
조셉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더니 말 몇 마리를 끌고 나왔다. 사람처럼 눈을 부라리던 말들은 조셉의 손이 닿자 기세를 죽였다.
“기사들이 타던 준마입니다. 나이 탓에 주력은 떨어졌지만, 달리는 맛을 아는 놈들입니다. 고삐를 풀어주면 달리다 죽을 놈들이죠.”
“그런 말이 어딨어요. 약 먹은 것도 아니고.”
“약 먹은 거 맞습니다. 가끔 타고나는 놈도 있지만, 대부분 약이죠. 달리기 전에 조금씩 약을 먹이는 식으로, 달린다는 행위 그 자체에 중독되도록 만듭니다. 급할 때 쓰는 파발마로 자주 쓰입니다.”
“…찜찜하지만, 지금은 딱이네요.”
마르할은 새까만 털을 가진 말의 고삐를 잡았다. 놈은 자기의 마지막을 직감한 듯 낮고 길게 히히힝 울었다.
“그, 도련님.”
“흔적은 발견 못 했어요. 옆으로 빠지기에는 일정이 빠듯해서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제 고집을 기억해 주고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조셉의 고향은 서쪽이었다. 그가 동쪽으로 파견 나와 있을 때 마족이 발호했고, 조셉은 마족 발호와 고향의 멸망 소식을 거의 동시에 들었다.
멸망한 고향의 흔적이나마 찾는 것이 조셉의 소원이었고, 그 소원은 조금 다른 형태로 마르할에게 이어져 있다.
마르할이 능숙하게 말에 올라탔다.
떠나기 전에 마르할이 마지막으로 조셉에게 당부했다.
“저는 한 달 동안 미개척지 탐사에 나가 있었고, 방금 귀환해 다시 토지 경주에 참가하는 거예요.”
“알았습니다.”
비단 이곳만이 아니라 모든 개척촌은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연합이 정한 최소한의 규칙을 제외하면 모든 법은 개척촌의 지주와 주민들이 만든다.
그러니 연합의 기사와 부관은 주민의 지지를 받는 지주를 잡을 수 없다.
“가자.”
마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흑마가 달리기 시작했다.
질풍처럼 달리는 말 위에서 마르할은 한 손으로 고삐를 쥐고는, 반대쪽 손에 든 술병을 입으로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