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01
제201화
마르할은 강의 상류로 거꾸로 올라갔다.
토지 경주가 시작되고 10일이 지났다.
좋은 말을 타고 사고 없이 달린 사람들은 황금의 호수에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상류로 올라가던 마르할은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올 때는 못 보던 사람들을 만났다.
마르할은 대부분의 사람은 멀리서 지나쳤다.
이미 깃발을 꽂은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마르할을 건드리지 않았다.
깃발을 지키기도 버겁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상류 쪽에는 이미 곳곳에 깃발이 박혀 깃발 주인끼리 신경전이 한창이었다.
‘역시 연합 직속이 많나.’
가장 빨리 도착해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사람들이다.
서부를 잘 아는 사람들이고, 좋은 말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누구겠는가.
연합 사람들이다.
부정 출발, 깃발 밀매.
두 가지 규칙만 지킨다면 연합 소속 인원들의 토지 경주 참가는 딱히 금지되어 있지 않다.
먼저 출발하지도 못해, 깃발을 먼저 구하지도 못해, 얼핏 공평해 보이지만, 연합 소속 인사들이 열람 가능한 정보의 수준을 보면 명백히 불공평한 처사다.
여태 연합 사람들이 토지 경주에 참가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토지 경주 참가는 분명 불공평하지만, 토지 경주에 참가하면 그들도 한 명의 참가자에 불과했다.
무법 지대. 그들을 지켜주던 연합의 보호 없이 자신의 힘으로 토지 경주를 끝마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가지고 좋은 땅을 선점해도 무력이 없으면 죽는다.
서부에는 실력은 있지만 지주는 되지 못한 사람이 잔뜩 있었고, 연합의 어설픈 강자들은 그들을 이기지 못했다.
연합 소속 사람이 토지 경주에 참가해도 큰 성과가 없으니 다들 무시했다.
이번 경주는 달랐다.
연합에서도 이를 갈았다.
휴고의 정보에 따르면 말리바 리시의 부하를 포함해 연합 이사의 직속 병력을 다수 보았다는 듯했다.
말리바 리시는 개인 기사단을 몇 개나 가지고 있다. 만일 동부였다면 한 지역의 패자는 되었을 세력이다.
다른 연합 이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 다수가 경주에 참가했다.
이번 토지 경주의 결과는 연합이 만들어지고 5년 동안 일어났던 모든 토지 경주를 통틀어 가장 특이한 양상을 띤다.
알게 모르게 서로 얼굴을 보고, 또 소식을 듣고 살았던 연합 고위 간부들의 직속 병사들이 강을 두고 눈치 싸움을 했고, 그런 광경이 상류로 나아가며 이어졌다.
마르할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았다.
실은, 대부분이 마르할을 알아봤다.
마르할은 분명 연합 내부에서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어 있다.
마르할을 보면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마르할에게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
마르할의 무력은 미지수다.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저주를 쓴다는 소문도 있고, 특이한 유물로 기사를 학살하고 다닌다는 소문도 있다.
소문만 무성하고 정작 마르할의 무력이 직접 드러난 적은 없다.
토지 경주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에는 한계가 있다. 마르할에게 덤볐다가 전력 손실이 일어나고, 그때를 노려 다른 세력이 덤벼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마르할을 알고 있고 눈으로 보고도 그에게 덤비는 사람이 없었다. 마르할은 사람들의 시선 사이를 거닐었다.
마르할의 눈에는 사람들의 고민이 보였다.
죽일까? 말까?
덤비면 죽일 수는 있나?
만약 죽이지 못하면?
선택권을 가진 건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선택으로 묶였다.
마르할을 향하는 시선만 강해졌다.
숨 막히는 시선 속에서 마르할은 자유로웠고, 자유 속에서 호흡 곤란을 겪는 사람은 마르할이 아니라 마르할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었다.
“연합 말고, 공국 군인도 있나.”
최대한 용병처럼 꾸몄지만, 군인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에서 나오는 딱딱함은 멀리서 봐도 숨겨지지 않았다.
마르할의 머릿속에 판이 그려졌다.
제국은 큰 힘을 쓰지 못한다. 네루가 가질 땅에는 한계가 있고, 케라스는 제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예정이다.
성황국은 처음부터 따돌림 당했다. 성황국 소속 이사가 바닥까지 박박 긁어 토지 경주에 사람을 참가시켰지만, 약한 놈이 먼저 표적이 되는 게 야생의 법칙이다.
상회에는 이익을 보장하면 되고, 유파들은 수련할 땅만 차지하면 만족한다.
“공국군인가.”
가장 큰 변수이자 케라스를 제외하면 제일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세력.
연합에 속한 공국 인사들도 공국군과 협동하고 있을 테니, 둘은 하나로 보는 게 맞다.
마르할의 눈에는 공국 군인도, 연합 소속이면서 공국 출신인 사람도 보였다.
힘으로 그들을 몰아내는 건 상당한 수고가 들어간다.
“공국에 땅을 줘볼까.”
제국과 성황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력이 떨어지는 공국이다. 이참에 공국에 조금 힘을 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깃발을 꽂고 지킬 사람도 많고 말이다.
정했다.
이번 토지 경주에서는 공국을 밀어준다.
마르할 개인이 움직인다고 결과가 어디까지 바뀔까 알 수 없지만, 손대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마르할은 가까이 있는 깃발로 향했다.
엘리제 위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깃발을 지키고 있던 십여 명의 사람들은 마르할에게 무기를 겨누고 경계의 눈길을 보냈다.
마르할은 양손을 들어 싸울 의사가 없다는 걸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경계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무기왕. 무슨 속셈이냐.”
무기왕. 일부 상인이 마르할을 부르는 이름으로, 마르할이 무기를 밀매하는 걸 보고 붙은 별명이다.
“무기 취급 안 하고 3년은 된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 많은 무기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았지.”
“녹여서 건물 만들고 마차 만드는 데 썼어요.”
“그걸 믿으라고?”
남자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긴, 마르할이라도 믿지 않는다.
장비를 녹여 새로 만드는 것도 정도가 있지. 수천 명이 무장할 무구를 녹여 새로 만드는 시간과 노동력이면 차라리 새 물건을 사는 게 싸게 먹힌다.
수준 높은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사람들은 무기왕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고, 그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사람은 휴고를 무기왕이라 생각한다.
마르할이 무기왕이라는 걸 알려면 대상회 회주의 직속부대는 되어야 한다.
전원이 초인인 건 기본이고, 신비를 부리는 사람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리라.
“서로 믿을 생각도 없는 것 같은데. 의미 없는 말싸움은 그만하죠. 그보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제국 기사에 대한 정보가 있나요?”
“우리가 정보를 주면, 너는 우리에게 뭘 줄 수 있지?”
“살려줄게요.”
“장난하는 건가?”
십여 명의 초인이 싸울 준비를 했다.
마르할은 여전히 양손을 들고 있었다.
“제 별명까지 알고 있으면, 저한테 칼잡이 몇 명 죽이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도 알지 않아요?”
“완벽한 계책을 짜놨어도 실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마르할은 남자들이 누구의 부하인지 알았다.
마르할이 아는 상인 중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같은 논리로 칼로스는 선제공격을 좋아했죠. 폭풍처럼 몰아쳐 상대의 목을 쳐버리면 상대가 무얼 준비했든 전부 수포가 되니까요. 그거 알아요? 상인 주제에 용병보다 피를 보기 좋아하는 칼로스도 제 피를 보면 기겁해요. 왜 그럴까요?”
주인의 이름이 언급되자 남자들이 조용해졌다.
대상회 주인의 직속이라면 저주 한둘은 몸에 달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지간한 영주와 기사보다 끈끈한 사이다.
저들이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해도, 상회 주인인 칼로스보다 많은 걸 알 수는 없다.
칼로스도 도구이자 호위에게 모든 패를 까지 않는다.
도구에 망설임이 깃들었다. 무기를 쥔 손가락이 꼼지락댔다.
“왜 그럴까요? 말해봐요. 정 모르겠으면 라리안에 있는 가족에게 물어도 되고요.”
대표로 앞에 나와 있던 남자의 눈이 크게 뜨였다.
마르할은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들숨과 날숨까지 들리도록 집중했다.
여기서부터는 얼굴근육 하나의 움직임까지 잡아내야 한다.
“부모님은 잘 계시죠?”
부모는 없거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고.
“여동생이 잘 컸더라고요.”
여동생은 있다. 허리에 달고 있는 장식도 여동생에게 받은 것이리라. 공국 남부에 있는 라리안은 경계와도 가깝다.
공국 사람이 경계에서 돈을 벌어 공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건 흔한 일이다.
스트레킬조차 토지 경주에서 유물을 얻어 공국에 있는 가족들의 생활비를 벌려고 하지 않았는가.
“복면을 써라. 표정으로 상대의 정보를 캐내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남자들이 모두 품에서 천을 꺼내 얼굴에 둘렀다.
여전히 눈은 보였지만, 눈만으로는 알 수 있는 정보도 제한된다.
괜찮은 대응이지만, 천 조각 하나로는 도둑의 역사를 이은 마르할을 막을 수 없다.
“저만 말하면 제가 광대가 된 것 같잖아요. 우리 대화를 하자고요. 칼로스는 왜 제 피를 보면 기겁할까요?”
“포위해라.”
남자들이 마르할을 둘러쌌다.
바람이 불었다. 풀과 풀이 서로 비비며 작고 가는 소리를 냈고, 그 사이로 벌레가 울었다.
마르할은 양손을 들고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들은 무기를 뽑고 다리를 움직여 마르할을 포위했지만, 마르할은 손을 들고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그래서 더 긴장을 풀지 못했다.
허세인가? 아니면 진짜 믿는 구석이 있어서?
움직이지도 않는 사람을 상대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우리 내기 하나 할까요? 아무 금화나 꺼내서 던져요. 국가 문양이 위로 오면 얌전히 돌아갈게요. 아니면 저에게 정보를 주는 거고요. 어때요?”
“팔 하나. 내가 이기면 팔 하나를 내놓고 가라.”
“좋아요.”
남자가 금화를 꺼냈다.
“초인이니 손장난을 익히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잖아요? 손가락으로 튕기지 말고, 손으로 던지는 걸로 하죠.”
남자는 마르할의 의중을 살폈다. 마르할의 얼굴을 보고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건 확실하다. 신비인가? 동전의 앞뒤를 조종하는 신비?
세상에는 여러 신비가 있다. 남자는 몸에 난 털을 조종하는 신비도 보았다. 그런 쓸모없는 신비에 비하면 동전의 앞뒤를 조종하는 신비는 양호하다.
적어도 동전 도박에서는 패배하지 않으니까.
남자는 동전을 품에 넣고 철로 된 용병패를 꺼냈다.
“이걸로 하겠다. 내 이름이 위로 오면 정보를 알려주지. 반대가 나오면 팔을 받아 가겠다.”
“음… 좋아요. 대신 위로 힘껏 던지는 걸로.”
앞이 나오든 뒤가 나오든 이쪽에 손해는 없다.
제국 기사의 정보? 딱히 숨길 필요도 없다. 이 근처에 자리 잡은 놈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정보와 그 마르할의 팔 하나.
이쪽이 남기만 하는 장사다.
남자는 용병패를 힘껏 위로 던졌다.
초인의 신체 능력으로 날아간 용병패는 눈에 잘 안 보이는 높이까지 올라갔다.
하늘 높이 올라갔던 용병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르할을 포위한 남자들의 긴장은 극에 달했다.
상인 아래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용병보다 이해관계를 따지게 되었다.
모두 이 영문을 알 수 없는, 타산이 맞지 않는 내기가 주는 기이한 분위기에 휩쓸렸다.
“이제 받을 준비 해야죠. 아니면 그냥 땅에 떨어뜨려도 괜찮고요.”
“땅에 떨어뜨리겠다.”
“그러면 땅에 튕길 텐데요?”
“땅을 구르고 마지막에 나오는 면으로 하겠다.”
“그러죠, 뭐.”
서서히 땅으로 내려온 용병패가 땅에 떨어졌다.
용병패는 흙바닥에 모서리를 찍고, 남자의 눈높이만큼 튀어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발목 높이의 풀 위를 몇 바퀴 구르고 멈췄다.
모두의 눈길이 용병패를 향했다.
용병패에는 남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세르길.
“세르길, 제가 이겼네요?”
확률은 반반이다. 고작 반반의 확률에서 승리했을 뿐이지만, 마르할은 마치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한 번 더.”
“뭘 걸게요?”
“이번에도 이기면, 얌전히 보내주마.”
“뭐, 좋죠.”
세르길이 다시 용병패를 던졌다.
용병패는 하늘 높이 올랐다가, 땅으로 떨어져 몇 바퀴 굴렀고, 그의 이름을 하늘에 내보였다.
“한 번 더.”
“여기까진 운이 좋을 수 있죠. 제가 신비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진짜 제가 신비를 쓰고 있다면, 몇 번을 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텐데요?”
“한 번 더.”
용병패가 날았다.
“한 번 더.”
“제가 쓰는 건 어떤 신비일까요? 환각? 저주? 당신들에게 저주를 걸 시간은 없었어요. 이런 짓이나 하려고 저주를 거는 것도 낭비고요. 남은 건 환각인데, 환각을 푸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뭔지 알아요?”
세르길이 다용도 단검으로 자기 팔뚝을 그었다. 팔뚝에서 피가 흘렀다.
“맞아요. 육체의 고통이죠. 다시 용병패를 보세요. 어때요?”
여전히 용병패는 그의 이름을 드러내고 있었다.
고요했다.
바람이 불었다. 풀이 흔들렸다. 벌레가 울었다.
“한 번 더.”
“이런 가정은 어때요? 상인 마르할은 모든 일의 결과를 제 마음대로 조종하는 신비를 가지고 있다. 용병패가 어디로 떨어질지, 내일 날씨가 어떨지, 그리고 당신들이 살고 죽는 것까지 모두 정해진 결과가 있다. 자기 의지라고 생각했던 건, 사실 전부 상인 마르할의 뜻이다. 그래서 칼로스는 마르할의 피를 보면 기겁한다. 제 손으로 자기를 상처 입히는 사람의 의중은 짐작이 불가능하니까. 그러니까.”
마르할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마르할의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가던 검이 세르길을 향해 날아갔고, 세르길은 가까스로 검을 피했다.
그는 부하를 탓하지도 못하고, 호흡을 고르지도 못하고, 시선을, 귀를, 모든 신경을 마르할에게 집중했다.
세르길은 복면을 던졌다.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한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이런 행동마저 단지 내가 정한 결과일 뿐이다.”
세르길은 숨을 멈췄다. 주먹을 쥐었다.
이것도 저 남자의 뜻이라면? 이미 정해진 결과라면?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토할 것 같다. 토하고 싶다. 내가 토하는 것도 저 남자의 결정인가?
그럼 토하지 않는 건?
숨을 쉬는 건?
움직이는 건?
“세르길, 용병패를 들어요.”
세르길은 용병패를 들었다.
“던져요.”
던졌다.
“앞면도 뒷면도 아니에요.”
용병패가 떨어졌다.
용병패는 세로로 땅에 박혔다.
앞면도 뒷면도 아니었다.
세르길은 토했다. 안에 든 걸 모조리 게워냈다. 투명한 액체가 입과 코에서 나왔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한 번 더?”
마르할의 목소리에 세르길은 겨우 고개를 들었다.
마르할은 처음 그 자리에 그대로다. 양손을 들고, 웃고 있다.
“한 번 더?”
다시 질문.
세르길은 고개를 저었다.
마르할은 손을 내리고 걸었다. 세르길에게 다가갔다.
세르길은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의 부하들도 하나같이 창백하게 질려 손을 떨었다. 손에 들린 무기도 손의 떨림과 함께 떨렸다.
“세르길. 말하세요.”
세르길은 말했다.
* * *
세르길에게 정보를 들은 마르할은 근처에서 풀을 뜯고 있던 엘리제를 불렀다.
안색이 안 좋은 세르길과 부하들을 지나쳐 다시 상류로 향했다.
그들이 보이지 않을 거리가 되자 마르할은 품에서 금화 하나를 꺼냈다.
마르할은 금화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공국 금화는 한 면에 국가의 상징인 독수리가 새겨져 있고, 반대편은 천칭과 위조를 막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마르할의 손등에 떨어진 금화에는 독수리가 위로 향했다.
마르할은 손가락을 튕기고, 튕기고, 튕겼다.
몇 번이나 반복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야, 바람을 조종해 독수리가 위로 오도록 하고 있으니까.
금화가 아니라 무엇을 던지든, 바람으로 흔들 수 있는 물건이라면 마르할은 결과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마르할이 사용하는 신비는 대단하지 않다.
세상이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올라가며 마법의 위력도 강해지긴 했지만, 마리나처럼 마법만으로 전투의, 전쟁의 판도를 뒤집는 짓은 못 한다.
마르할은 허공에 뜬 금화를 낚아챘다.
신비는 이해할 수 없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이다.
바람을 약간 조종할 뿐인 신비라도, 방법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적당히 분위기를 잡고, 바람의 움직임을 파악해 사각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는 것만으로 바람을 조종하는 신비가 신의 전능이 되기도 한다.
“요새 도시라. 하긴, 성벽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못 지나치지.”
마르할은 고삐를 틀었다.
피와 살을 먹고 세워진 도시가 있는 방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