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03
제203화
마르할은 토지 경주에서 공국 군대가 큰 성과를 거둘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서부에서는 군대를 정상적으로 운용하지 못한다는 게 하나였고,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했다.
한 달하고도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3만 명을 서부로 데려다 놓은 것도 힘든 일이었다.
군대를 토지 경주에 참가시킨다고 끝이 아니다.
군대는 사람의 집단이다. 사람이 살려면 식량이 필요하다.
대지주들이 식량을 풀고, 네루가 식량 독점을 포기하며 식량 가격은 빠르게 내려갔다.
그래도 오르기 전의 10배 가까운 가격이다.
네루라는 아주 특수한 인물에 의해 일어났던 현상이기는 하나, 식량의 독점이 가능하다는 게 알려졌으니 곡창지대에서 서부 전체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지기 전까지 식량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일은 없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보급 작전이다. 하지만 공국은 모든 걸 잘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수천 마리의 말을 구해 토지 경주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보급했다.
저것만으로 반은 간다.
토지 경주가 시작되고, 연합의 눈이 닿지 않는 곳으로 나오면, 부족한 식량은 약탈로 보충하면 되니까.
이미 반을 했으니, 군대가 제 역할을 하기만 하면 나머지 반도 어렵지 않다.
수적 우위와 체계적인 전투를 기반으로 잡다한 용병들을 밀어버리고 땅에 깃발을 꽂으면 된다.
“각하는 이걸 예상하셨으려나….”
아젠만은 공국에서 쫓겨났지만, 그의 흔적은 공국 여기저기 남아 있다.
행정과 보급이라면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을 찾기가 더 힘들다.
아젠만이라면 공국 군대의 행동을 예측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군대의 행동은 보급에서 결정되는 법이니까.
* * *
네루는 황금의 호수에 자리 잡았다.
남들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다.
그냥 깃발을 꽂았다.
깃발이야 나중에 뽑으면 그만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네루에게는 아니었다.
‘여기가 마음에 듭니다! 전 죽어도 여기에서 죽겠습니다!’
네루가 당차게 깃발을 땅에 박으며 한 말이었다.
근방에 네루가 제국 황녀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제국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네루에게 손대지 못했다.
제국 황녀가 자리 잡으니 제국 소속으로 토지 경주에 참가한 사람들이 차례차례 네루 근처에 깃발을 꽂았다.
네루가 사방에서 보호받는 형세가 되었다.
이 기세를 유지하기만 하면, 측량사가 올 때까지 버티는 일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대부분이 만족한 가운데, 불만인 사람이 한 명.
“황녀님, 정말 여기에 자리 잡으셔야겠습니까?”
“딩켄, 제 선택을 의심하는 건가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조금만 거리를 벌리자는 거지요.”
“그런데 딩켄 얼굴에 그거, 모기 아닌가요?”
“흡…!”
딩켄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비명을 겨우 참아냈다.
근처에는 네루의 부하들이 잔뜩 있다. 그의 권력과 미래를 위해 절대 품위가 손상되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
딩켄은 거울을 확인했다. 모기에 물린 자리가 벌겋게 부었다.
딩켄의 손이 떨렸다. 그가 든 거울도 떨렸다.
딩켄은 평정을 가장하며, 하지만 필사의 의지를 담아 말했다.
“사제를 불러와라.”
바깥에 대기 중이던 사제가 딩켄의 얼굴을 치료했다.
네루가 고른 땅은 그녀에게 있어 최고의 땅이었다.
네루는 상인이다. 므에트 제국과 그 속국에 있는 대상회는 전부 네루의 아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네루에게 상선이 드나들 수 있는 수로가 생기면, 그녀의 세력은 한 번에 몇 배나 팽창한다.
딩켄도 호수와 맞닿은 땅이 필요하다는 건 동의한다.
그래도….
“황녀님 호수 바로 옆은 모기가 너무 많습니다. 모기뿐만 아니라 어떤 날벌레나 독충이 있을지 모릅니다.”
여기는 모기가 산다.
딩켄이 황실 도서관에서 본 지식에 따르면 병을 옮기는 종류의 모기다.
부귀영화를 다 누려도 병환으로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
그것도 벌레 한 마리에게 물려서 생기는 병으로.
“사제가 있으면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요?”
“예, 대부분은 사제가 치료하면 낫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사제의 치료도 통하지 않으면 열병으로 고통받다 죽습니다.”
“그건 운이 나쁘면 일어나는 일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딩켄은 네루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예측했다. 알고도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부관의 역할이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럼,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전 운이 좋으니까요! 그깟 벌레들은 제 적수가 못 된답니다! 딩켄, 당신의 걱정도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은 제 부하! 제왕의 운은 국가의 운! 제 운은 당신에게도 비호를 내려주고 있을 겁니다!”
이성으로는 딩켄도 이해하고 있다.
모든 모기가 병을 옮기는 건 아니다.
네루 주변에 있으면 모기에 물려 병에 걸리는 일은 어지간하면 일어나지 않는다.
사제도 치료하지 못하는 병에 걸리는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아도 좋다.
하지만 아는 건 아는 거고, 불안한 건 불안한 거다.
“황녀님이 그리 말씀해 주시니 안심했습니다.”
딩켄은 떨리는 손에 힘을 꽉 줬다.
“부하를 안심시키는 것도 군림하는 자의 의무! 신경 쓸 것 없습니다!”
네루는 손에 든 부채를 흔들며 호쾌하게 웃었다.
네루를 향해 호위 하나가 말을 몰고 다가왔다.
기사는 웃는 네루 앞에 무릎 꿇었다.
“황녀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뭔가요?”
“그… 조금 이상한 소문입니다. 하지만 꼭 보고드려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네루의 호위는 네루와 10년 이상을 함께한 자들이다.
그들은 딩켄만큼은 아니지만, 네루의 천운과 직감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애매한 일은 그게 무엇이든 네루의 판단을 믿는 게 최선이라는 것도.
“세르길이라는 미친 용병이 떠들고 다니는 소문입니다.”
네루의 눈이 빛났다. 측량사가 도착할 때까지 몇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 식량과 다른 물품은 넉넉하다.
유일하게 부족한 건 오락이었다. 그녀의 지루함을 덜어줄 오락.
“미친 용병이 떠드는 말이라… 재미있네요. 말해보세요.”
“돈에 미친 상인들은 강의 물 한 바가지에도 돈을 받으려 하고, 염치없는 제국은 서부에 또 다른 나라를 세우려 하니, 오직 공국과 서부 사람만이 황금의 땅을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 그런 개소리입니다.”
“평범한 헛소문 아닌가요?”
자극적인 소문이지만, 상인들을 상대하던 네루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소문이었다.
상인들의 소문은 훨씬 자극적이다.
돌멩이 하나를 금화 수백 개에 팔아먹었니, 왕년에 용사를 만나 배고픈 그에게 밥을 한 끼 대접하고 하늘을 가른 검을 선물로 받았니, 황제 직할령 어딘가에 과거 멸망한 국가가 만든 마법사들의 비밀 통로가 있니 하는 것들이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은데, 딩켄은 어떻게 생각하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물을 돈 받고 파는 건 흔히 있는 일이고, 황녀님이 영지를 가지면 그게 바로 제국의 속국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하지만 공국과 서부 사람이 이 땅의 주인이라는 건 헛소리입니다. 둘 중 한 세력에서 퍼뜨린 소문이 분명합니다.”
“그 헛소리를 퍼뜨리는 미친 용병이 상회 소속입니다.”
기사의 말에 딩켄이 생각에 잠겼고, 네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상회 소속 용병이 자기들에게 손해인 소문을 퍼뜨린다고요? 그 용병은 어디 소속인지 알아 왔나요?”
“칼로스 휘하입니다.”
“칼로스, 마족과의 전쟁으로 급성장한 상인입니다. 광물을 주로 다루고, 전쟁 중 무기와 방어구에도 손을 대며 컸습니다. 현재는 잡화 전반을 취급합니다.”
딩켄이 설명했다.
“흐음….”
네루가 부채를 반대편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딩켄은 침을 삼켰다. 네루의 직감이 일한다.
정말 미친 용병의 헛소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
“황녀님, 명령을.”
“그냥 여기 있죠.”
“네?”
“재미없어졌습니다. 들어가 쉴 겁니다. 딩켄.”
“네, 황녀님.”
“우리 물자가 얼마나 있죠?”
“아껴 쓰면 반년은 버팁니다.”
“무슨 일 생기면 부르세요.”
네루는 뚱한 표정으로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딩켄과 기사는 시선을 교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즉시 움직였다.
“시녀들! 시녀들은 모두 집합해라!”
“대장은 어디 계시나! 급히 보고해야 할 일이 있다!”
제국 세력의 핵심인 네루가 움직이자 황금의 호수에 모인 제국 소속 인원 전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토지 경주가 시작되고 한 달이 흘렀다.
마리나 근처에는 이백 명 가까운 병력이 그녀의 명령을 기다렸다.
반 이상이 초인과 마법사로 이루어진 연합의 정예들이었다.
마리나가 측량을 시작할 때는 백 명에 달하던 사람들이 한 달 사이 배로 늘었다.
측량사가 습격당했다.
서부는 무법 지대고, 무법의 법칙은 측량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토지 경주 참가자들이 측량사를 건드리지 않는 건 측량사를 호위하는 호위가 있고, 또 측량사를 건드렸다가 근처에 있는 땅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측량은 측량사의 역량이다.
측량사들은 자기가 속한, 돈을 받은 세력의 편의를 암묵적으로 봐준다. 적당히 땅을 조금 더 떼어주는 정도지만, 그 조금도 모이고 모이면 큰 차이가 된다.
같은 측량사가 공격당했다는 말을 들으면, 범인을 잡아 죽이는 건 물론이고, 측량사가 공격당한 땅의 측량을 개판으로 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측량사가 공격당하는 일은 잘 없다.
하이에나들은 측량사의 호위를 넘을 수 없고, 지주들은 자기 땅이 개판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토지 경주가 시작되고 죽은 측량사가 열이 넘었다.
측량사는 연합에서도 귀한 인력. 열 명의 손실도 뼈아팠다.
특히 수십 명 분량의 일을 혼자 해내는 마리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보호해야 하는 인력이었다.
그게 그녀의 호위가 늘어난 이유다.
머릿수가 늘어난 건 마리나의 머리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 그냥 부릴 수 있는 인력이 많아져 측량이 빨라지니 편해졌다는 감상이 전부였다.
그보다 그녀를 불편하게 하는 건, 그녀보다 조금 앞서가는 공국 군인들이었다.
그들은 마리나보다 한발 앞서가며 앞에 있는 깃발 주인을 죽이고 땅을 차지했다.
그렇게 차지한 깃발이 벌써 열 개가 넘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중인데, 기어이 이 속도를 따라오네요.”
“공국 기병은 마족과의 전쟁으로 발전했습니다. 기병 전력은 의심의 여지 없는 세계 최고입니다.”
“그래봤자 기병이지.”
공국 출신 기사가 말했고, 제국 출신 기사가 비웃었다.
“그 기병이 땅을 다 먹고 있군.”
공국 출신 기사의 말에 제국 출신 기사가 반대로 표정을 구겼다.
기병은 전장의 중심이 되지 못한다.
기사들이 탄 말도 몸놀림 좋은 기사 몇이 돌아다니며 말의 다리만 썰면 아까운 말은 죽고 기사는 적진 한복판에 떨어진다.
이성이 없는 마족과의 전쟁이 그나마 기병이 활약할 자리였다.
구시대의 잔재조차 못 되는 자들이 토지 경주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으니, 다른 세력 사람들 입장에선 배가 아팠다.
옆구리에 가해지는 충격에 마리나는 몸을 돌렸다.
기사 하나가 그녀의 옆구리에 칼을 휘두르다 멈췄다. 기사는 눈을 크게 뜨고 불신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가죽 하나도 베지 못하고 막혀버린 검을.
주변에 있던 호위들이 즉시 기사를 제압했다.
기사를 몸으로 누르며 호위 한 명이 말했다.
“공국 출신입니다.”
“그건 보면 알아요. 하려는 말도 알겠고요. 그냥 깔끔하게 죽이세요.”
“하지만….”
“고문해서 알아볼까요? 제국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일 수도 있는데요? 여기서 분란 일으키지 말고 깔끔하게 끝내죠?”
“알겠습니다.”
호위는 깔끔하게 마리나를 습격한 기사의 목을 날렸다.
건수를 잡은 김에 공국에 안 좋은 인식을 심으려 했던 듯하지만, 공국 기사라는 사실이 공국 대표가 되어준다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제국 출신이 제국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 있는 누구도 마찬가지다.
“이참에 말해 두겠습니다. 제 측량을 보조하는 입장인 이상 연합 소속이라는 걸 제외한 다른 신분은 모두 버리세요. 신분이나 출신으로 장난치면, 대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측량사가 측량 도중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복.
토지 조작.
많으면 열 몇 개의 깃발 사이의 거리를 재고 계산하는 게 측량 작업이다.
다소의 오차는 필연이고, 마리나의 능력이라면 한 세력의 땅을 노골적으로 줄여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기사 하나의 시체가 수풀 사이에 덩그러니 버려졌다.
마리나는 시신에 잠깐 눈길을 주었다.
‘마법사… 어디지?’
죽은 기사에게 남은 마법의 흔적. 그게 맘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