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07
제207화
스트레킬은 묵직하게 자리를 지켰다.
함정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공국 기사들은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고위 공성 기사가 직접 만든 함정은 단순히 조심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었다.
막대기로 바닥을 찔러 멀쩡함을 확인하고 발을 디뎌도, 무게를 실으면 여지없이 떨어졌다.
“불! 불을 질러!”
“불을 지르면, 끄는 건 누가 하고? 다 뒤질 일 있어?”
동료가 목에 나뭇가지가 박혀 죽는 걸 본 기사 하나가 발작적으로 소리쳤고, 옆에 있던 기사들이 그를 말렸다.
평야는 눈에 보이는 전부가 풀이었다.
막 해가 뜨는 중이라 현재는 습했지만, 조금만 지나도 공기가 건조해진다.
풀도 수분을 잃고 반쯤 말랐다.
불을 지르면 퍼지는 건 한순간이다.
불을 지르면 스트레킬은 진지 뒤에 있는 강으로 도망가면 되지만, 이쪽은 퇴로가 없다.
말은 열기에 약하다. 열풍을 뒤에 두고 달리면 말들은 금방 퍼질 거고, 다음은 전부 불타 죽는 거다.
천 명에 가까운 군대가 대기하고 있다. 그들이 가진 짐 안에는 대포에 쓸 폭약도 있다.
폭약이 터지고, 폭발의 기류를 탄 불씨가 더 멀리 퍼지면, 대재앙이 일어난다.
천천히 다가간 기사들은 스트레킬 앞에 도착했다.
스트레킬이 검을 뽑았다. 검집은 땅에 버렸다.
기사들도 침을 삼키며 각자 무기를 들었다.
처음 달려간 열다섯은 함정에 나자빠졌고, 그들은 두 번째였다.
공국군 진영에서 뛰쳐나온 기사의 숫자는 열셋.
“공국 영웅 스트레킬, 맞나?”
“그래. 내가 영웅이다.”
“공국에 버림받은 영웅이지.”
“나를 죽이고 명성을 얻고 싶은가? 그럼 와라.”
열셋의 기사는 천천히 스트레킬을 포위했다.
포위가 끝난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일제히 스트레킬에게 달려들었다.
스트레킬의 호흡은 차분했다. 살짝 벌어진 입과 코로 아주 미세한 공기만이 드나들었다.
반쯤 명상에 잠긴 상태로 스트레킬은 사방의 소리를 잡아냈다. 투구를 쓰고 있어 소리가 투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투구를 쓰고 싸운 세월이 10년이 넘었다.
투구 안에서 반사되는 잔향은 익숙했다.
기사의 천적은 언제나 눈먼 화살이다. 고위 기사로 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눈먼 화살조차 보고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스트레킬이 몸을 낮췄다.
그의 유파는 민간신앙에서 시작했다.
눈을 먹으면 눈이 좋아진다. 간을 먹으면 간이 좋아진다.
스트레킬은 많은 동물을 먹었다.
눈이 좋다는 새를 시작으로 오감이 좋다는 소문이 있는 동물을 먹었고, 사람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동물도 먹었다.
고위 기사 사이에서도 한층 특별한 그의 신체 능력에는 스트레킬이 이은 유파의 영향도 분명히 있다.
스트레킬은 말의, 호랑이의, 소의, 사슴의, 노루의 힘 일부를 몸에 담았다.
맹수의, 초식동물의, 자연이 낳은 생존의 정수가 폭발했다.
바닥에 닿을 듯 낮아졌던 스트레킬의 몸이 회전하며 솟구쳤다.
그는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에 몸을 뒤로 돌렸고, 후방에서 둔기를 휘두르던 기사의 목을 베었다.
스트레킬에게 목이 베인 기사는 강한 불신의 표정과 함께 앞으로 넘어갔다.
즉사한 남자의 시신이 땅에 닿기도 전에 스트레킬은 다시 움직였다.
그는 카반이 미로처럼 판 함정의 구조를 모두 기억한다.
진지는 백병전을 벌이기 좋은 지형이 아니다. 검을 들고 싸운다면 바로 여기, 함정 위가 될 터였고, 그래서 기억했다.
가만히 둬도 함정에 빠질 놈이 셋.
스트레킬은 함정을 피해 대각선으로 발을 옮겼다.
남은 기사는 아홉. 방심은 이르지만, 상대하기 어려운 숫자는 아니다.
스트레킬이 다시 다리에 힘을 모았다.
말처럼, 표범처럼, 호랑이처럼 튀어 나간 스트레킬이 손을 뻗었다.
기사 두 명의 검이 팔에 막혔다. 스트레킬은 반대쪽 손으로 검이 막힌 기사들의 몸을 양단했다.
일곱.
대각선 뒤쪽에서 낯선 소리가 들렸다. 스트레킬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반으로 갈라진 기사의 시체를 손으로 잡아 방패로 사용했다.
시신에서 피가 푸왁 튀었고, 떨어지던 내장이 관성을 따라 투두둑 날렸다.
시신은 가슴이 완전히 함몰되었다. 시신을 때린 흉기는 보이지 않았다.
신비. 갈비뼈를 조각낼 위력이다. 정타를 허용하면 이쪽도 타격을 입는다.
스트레킬은 신비의 주인을 확인했다.
검을 역수로 쥐고 손가락을 요상하게 꼬아 이쪽으로 내밀고 있는 기사가 하나.
스트레킬이 도약을 준비했다.
좌우에서 기사 둘이 휘두른 검이 갑옷의 등 부분을 때렸지만,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전부였다.
스트레킬이 도약했고, 기사가 다시 신비를 쏘아냈다.
스트레킬이 두 번째 검을 뽑았다. 여기서 사용할 물건은 아니지만, 쓸 수 있는 무기를 아끼다가 다치는 게 훨씬 바보 같은 짓이다.
스트레킬은 마르할에게 받은, 바체아 제국의 유물을 휘둘렀다.
손맛이 있었다. 500년 바체아 제국의 역사는 한낱 기사의 역사를 싱겁게 잘라냈다.
스트레킬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의 기사를 반으로 썰었다.
여섯.
옆구리를 노리는 기사의 공격을 몸으로 막으며 다섯.
반으로 잘려 뒤로 넘어가는 중인 하반신에서 단검 세 개를 뽑아 전신의 근육을 쥐어짜 던지니 셋.
“공국 기사들도 수준이 많이 떨어졌군.”
스트레킬이 살아남은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그들은 반박도 못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몇 초나 지났지?
그들의 기준에선 한 호흡도 지나지 않았다.
스트레킬은 이제 첫 번째로 들이마셨던 호흡을 내뱉었다.
뜨거운 숨결이 투구를 뚫고 나와 막 데워지기 시작한 겨울 공기와 만나 하얀 김을 만들었다.
“14년 전에는 이게 기본이었다.”
스트레킬 앞의 기사들은 젊었다.
전쟁을 경험하긴 했겠지. 그래도 그땐 기사의 종자거나, 종자조차 못 된 나이였을 것이다.
저 뒤에 나이 찬 기사들이 기다렸다. 저들이 오면 조금은 싸움이 되겠지.
‘좋아할 게 아닌가.’
그의 앞에 있는 건 하나의 군단이다.
당장은 기세로 앞서고 있지만, 총사령관이 독려를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병사들이 진군하기 시작하면 스트레킬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
스트레킬은 숨을 들이켰다.
투구가 하얀 날숨을 뿜었고.
살아 있던 세 명의 기사는 시체가 되어 함정 구덩이로 떨어졌다.
* * *
아스파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주제 파악도 못 하는 기사들을 이용해 군대 전체에 경각심을 주려고 했다.
스트레킬의 싸움은 압도적이었고, 반대로 군대 전체가 스트레킬의 기세에 밀리는 형세였다.
경각심을 넘어 병사들은 스트레킬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800명의 집단이 단 한 사람에게 겁을 집어먹었다.
노년으로 접어드는 기사 한 명이 아스파룸에게 다가왔다.
“어려워 보이오?”
“경들이 보기엔 어떻습니까? 이길 수 있습니까?”
아스파룸이 정중히 물었다.
그는 총사령관이지만, 총사령관이 부하 모두를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다.
공국에서 쭉 활동한 중년 이상의 나이를 가진 기사는 대부분이 마족과의 전쟁에 참가한 자들로, 등급과 무관하게 영웅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경험과 역량을 지녔다.
그들은 공국군의 우상이기도 했다.
현재 군에 속한 젊은이 대부분이 아스파룸의 옆에 있는 노기사를 포함해 중년 기사들의 싸움을 보며 성장해 군인이 되었다.
노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이 먹은 사람들 특유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놈 스승은 평범한 기사였네. 유파의 비법도 비밀이라기엔 초라했어. 큰 활약상 하나 남기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었지. 하지만 저놈은 젊었을 때부터 유별났어. 어디에 던져놔도 죽지 않고 살아왔지. 그러다 영웅이 되었네.”
“이기기 힘들단 말입니까?”
“시간 벌이 정도야 될 걸세. 대신 우리가 전부 죽겠지. 대포를 준비하게. 발을 묶는 사이 쏴 맞히는 수밖에 없어.”
생물에게 대포를 쏜다.
기사로는 감당할 수 없던 마족에게나 쓰던 방법이다.
노기사는 저기 서 있는 전쟁 영웅의 역량이 그런 마족들과 대등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게 최선입니까?”
“그의 유파는 동물을 먹어 몸을 튼튼하게 하는 걸 목적으로 하네. 비기 같은 것도 없는 아주 단순한 유파야. 저기 있는 전쟁 영웅은 수십 년 동안 수백 마리의 육고기와 바닷고기를 먹었어. 그게 보통 인간일 것 같나?”
아스파룸이 부하를 불렀다.
“함정을 해체하며 천천히 전진해라. 그를 대포의 사정거리 안쪽으로 넣는다.”
“백 보. 백 보 안에서 쏘지 않으면 쏴도 피할 걸세.”
“…대포를 스트레킬의 백 보 안쪽으로 넣는다.”
“대포가 먼저 노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걸 막는 게 기사들의 일 아니겠나.”
노기사가 몸을 돌렸다.
그가 걸어가는 자리에는 나이 지긋한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제일 나이가 적어 보이는 기사도 스트레킬과 비슷했다.
아스파룸은 머리가 아팠다.
전설의 용사도 아니고, 최강의 기사를 논할 때 반드시 꼽히는 제국 황제 직속 기사단도 아닌, 공국 출신의 일개 기사 한 명에게 군대의 걸음이 막혔다.
스트레킬은 기사의 공포인 철을 베는 기사도 아니었다.
아스파룸은 전신 갑옷을 입은 고위 기사를 몇 명이나 사냥했다. 그들도 스트레킬처럼 마족과의 전쟁에 참가한 기사였다.
유명한 유파 소속으로 신비를 다루는 기사도 있었다.
그가 사냥한 기사와 스트레킬 사이에 다른 점은 하나였다.
전쟁 영웅이라는 이름.
영웅의 이름은, 영웅의 기백은 이토록 무거웠다.
기사 열셋을 하늘로 올려보낸 스트레킬은 다시 검을 땅에 박았다.
처음과 달라진 점은 전신 갑옷에 묻은 피와 검집에서 나온 검이 끝이었다.
스트레킬의 자세는 흔들림 하나 없었다.
군대가 천천히 전진했다.
아스파룸은 천하를 담은 땅 전역에 퍼져 있을 나머지 군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병력의 수는 3만. 마지막으로 작전 상황을 보고받은 게 이틀 전이고, 모든 게 순조롭다는 말을 들었다.
작전은 순조로워도, 아스파룸의 앞길은 순조롭지 못했다.
토지 경주 시작과 함께 아들이 죽었다.
낙마였다.
단순 낙마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의 아들은 초인이었다.
경주가 시작되었다. 괴이한 소리에 놀란 말이 날뛰었고. 그의 아들이 타고 있던 말은 각성제까지 먹은 근처 말들의 몸싸움에 휘말려 쓰러졌다.
그의 아들도 함께 땅에 떨어졌고, 수백 마리의 성난 말이 아들을 밟았다.
한발 늦게 출발한 아스파룸이 본 건 조각난 검과 찢긴 방어구, 그리고 흙과 뒤섞여 진흙이 된 핏덩이 한 줌이었다.
핏덩이 사이의 허연 뼛조각이 아스파룸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아들이 죽고, 아들의 원수를 찾으니, 한 명의 영웅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스파룸의 주먹이 떨렸다.
병사들은 지렁이처럼 느렸다.
스트레킬은 미동도 없었고, 병사들은 수시로 스트레킬이 있는 방향을 힐끔댔다.
병사들이 함정에 빠졌다. 대포 두 문이 땅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스트레킬이 대포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홀로 군대를 압박했다.
대포와 스트레킬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백 보.
백오십 보.
그리고 거의 백 보.
노기사가 아스파룸에게 신호를 보냈고, 아스파룸은 명령을 위해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입에서 성난 소리가 튀어나오기 직전.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풀이 자랐다.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풀들이 함정 아래에서 자라나 병사들의 진로를 방해했다.
넝쿨이 병사들의 몸을 타고 올랐고, 가시 있는 나무가 병사들을 찔렀다.
무언가가 병사들을 낚아채 함정 아래로 끌고 들어갔다.
이미 기세로 밀렸다. 그 상황에서 일어난 돌발 상황에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군대의 자신감은 숫자에서 나온다.
스트레킬이라는 개인 앞에 숫자는 의미가 없어졌고, 사기가 땅에 떨어진 군대는 미지의 두려움에 버티지 못했다.
아스파룸이 외쳤다.
“대포! 대포를 지켜라! 지휘관들은 대포를 최우선으로 지켜!”
도망간 병사들은 불러오면 된다. 진영이 무너지는 건 마족과의 전쟁도 경험한 아스파룸에게 심각한 일도 아니다.
문제는 대포다. 일반 병사가 다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서부에서는 손실된 대포를 보충할 수단도 없다.
“경! 가능하겠습니까!”
아스파룸은 노기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알겠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노기사도 근처에 있던 기사들을 끌고 스트레킬이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난장판이 된 전장에서 한 사람이 흙을 파헤치며 땅으로 올라왔다.
공국 병사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무기를 든 마르할은 근처를 둘러보고 가장 가까이 있는 대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