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11
제211화
마르할이 심호흡했다.
스트레킬은 마르할의 옆을 지켰다.
갑옷 표면은 녹았고, 얼굴은 화상 환자가 되었다.
그래도 내상은 모두 치료된 덕에 움직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스트레킬은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거의 직각으로 꺾고 나서야 하늘이 보였다.
둘을 감싼 불기둥은 그만큼 높았다.
“이건 단순히 눈에 띈다는 말로 안 끝나겠군. 어쩔 셈이지?”
“제국에 전부 뒤집어씌우죠. 살아 도망친 공국군도 케라스를 봤을 테니까요.”
“이걸?”
“마족과 싸우던 제국 기사의 힘이 폭주해 평야에 불이 났다. 그 정도로 해두면 믿지 않을까요? 본인이 직접 서부에 불순한 물건을 뿌린 모양이니까요.”
“케스라들란이 먹은 그거 말이군.”
노기사의 최후를 장식한 단약.
결과적으로 단약 덕분에 마르할이 대포를 쏠 때까지 죽지 않고 버텼지만, 단약을 서부에 가져온 케라스의 의도를 곱게 봐줄 수는 없었다.
“맞아요. 본인들이 뿌린 물건이니 믿지 않겠어요?”
마르할이 손을 하늘로 뻗었다. 소용돌이가 거세졌다.
주변의 바람을 모두 빨아들일 기세였다.
투둑. 오동나무 관에 금이 갔다. 관은 부서지고, 관에 붙어 있던 루비는 땅에 떨어졌다.
투명한 오동나무 관을 쓴 마르할의 코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괜찮은 것 맞나?”
“버틸 만해요.”
마르할이 말하는 ‘버틸 만하다’는 등을 뒤덮는 화상을 입고 신경이 불타는 통증을 밤낮 가리지 않고 참는 것이다.
그걸 아는 스트레킬은 도저히 안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스트레킬은 가만히 기다렸다.
오동나무 관이 흐릿해졌고, 마르할이 하늘로 뻗은 손을 움켜쥐었다.
불을 품은 바람이 흩어졌다.
풀이 허리 높이에서 머리 높이까지 자라 있던 평야는 잿더미로 바뀌었고, 저 앞에는 그들의 진지가 자리를 지켰다.
주변 정리를 끝낸 카반과 마린과 베이올라가 불기둥 안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음. 스트레킬, 첫 명령을 내릴게요. 부축해줘요.”
“알았다.”
스트레킬이 마르할을 들어 짐짝처럼 어깨에 올렸다.
“저기요?”
“병자는 가만히 있어라.”
“겉모습만 보면 스트레킬이 더한 중환자인 거 알아요?”
“하지만 속은 멀쩡하지. 속 병신과 겉 병신이라. 끼리끼리 지랄이군.”
“그러게요.”
스트레킬에게 들린 마르할이 세 사람을 향해… 온몸이 검게 그을린 채 땅 위로 고개를 내민 아스탈까지 네 명에게 손을 흔들었다.
* * *
일행은 모두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불타는 땅 아래 있던 마린과 베이올라도 곳곳에 화상을 입었고, 초인도 아닌 아스탈은 열병에 시달렸다.
식물로 몸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나마 멀쩡한 사람이 카반이었다.
“황실 기사단의 단장과 그의 부하 참살. 그리고 공국 기사 다수 처치. 재능 있는 기사가 평생 세울 공적을 하루아침에 세웠네요.”
케라스와 케라스의 부하.
철을 베는 기사 둘이 카반이 던진 돌에 죽었다.
“아닙니다.”
카반은 겸손했다.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건 그도 아는 바였지만, 스트레킬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운 것에 비하면 마지막까지 진지나 지키고 있던 그는 정말로 한 게 없었다.
“아스탈과 지하를 담당하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명은 집을 지켜야죠. 암살자가 독이라도 풀면 전부 위험해지니까요. 적당한 순간에 싸움에 끼어든 건 카반의 판단이니 자랑스러워해도 좋아요.”
“영광입니다.”
카반이 깊이 고개 숙였다.
카반은 희열에 몸을 떨었다. 갑옷을 입지 않았다면 몸의 떨림이 모두에게 보였으리라.
카반은 마르할의 본명을 안다.
마르할 무느두스. 바체아 제국 황가의 마지막 후손이자 오동나무 관의 주인에게 인정받았다.
조금만 방심하면 쾌락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베이한테는 미안하게 됐어요. 붙잡기에는 보통이 아니라서요.”
“아니… 미안할 것까진 없는데.”
베이올라는 케라스에게 정보를 묻겠다고 호기롭게 설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스트레킬을 보며 기사들의 무력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마르할이 없었다면 천 명에 가까운 공국군과 함께 일행이 전부 죽을 뻔했다.
“마르할 님.”
“왜요?”
“케라스 아니게온. 그 인간의 부하는요?”
케라스의 본거지는 유물로 만든 도시다.
케라스를 따라 서부로 온 부하는 백 명에 달한다고 했고, 오늘 케라스와 함께 죽은 부하는 십여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잡지 못했다. 케라스가 점령한 도시에 있겠지.
“모두 죽여야죠. 카반. 돌로 만든 도시 안에서 움직일 수 있죠?”
“돌로 만든 도시 말입니까?”
“특별한 유물로 만든 도시예요. 건물 대부분이 돌로 만들어졌죠.”
“봐야 알겠지만, 그런 도시가 있다면, 철을 베는 기사와도 정면에서 싸워봄 직합니다.”
“준비해줘요. 잠깐 외출했다 돌아와서 바로 출발할 거니까요. 그리고 마린하고 베이도 따라올래요? 두 사람도 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네. 갈게요.”
“가야지.”
두 사람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 * *
마르할은 도망친 아스파룸을 뒤쫓았다.
마르할은 엘리제를 탔고, 마린과 베이올라는 각성제를 먹인 말을 타고 마르할을 쫓았다.
아스파룸은 멀리 도망치지 못했다.
열기에 영향을 받은 말이 먼저 퍼지는 바람에 낙오되다시피 한 그를 마르할이 따라잡았다.
아스파룸 근처에는 수십 명의 병사가 그를 지켰다.
사방이 불천지였고, 몸에서 불을 뿜는 기사가 세상을 불사를 기세로 싸우는 전장이었다.
뛰어난 사령관인 아스파룸도 그 난리 통에서 병사를 모두 수습하는 건 불가능했다.
확실한 체계 아래서 수천 병력을 지휘하는 상황이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들의 복수를 한답시고 체계도 잡히지 않은 병사들을 끌어모은 게 패인이었다.
마르할이 아스파룸에게 다가가자 병사들이 각자 무기를 들었다.
재를 뒤집어쓴 그들은 패잔병이 따로 없었다.
마르할이 말에서 내렸다.
다가오는 마르할을 보고 아스파룸은 병사를 물렸다.
“아스파룸 레게나 총사령관님. 아드님의 일은 유감입니다.”
“나를 조롱하러 왔으면 썩 꺼져라! 아니면, 있는 대로 굴욕을 준 다음 나를 죽이려는 건가!”
아스파룸이 소리쳤다.
“아뇨. 그냥 저는 제안하러 왔습니다.”
“이번엔 내 목이라도 내놓으라는 건가?”
“근처에 도시가 있다는 정보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안다.”
아스파룸이 퉁명스레 대답했다.
마르할은 아들의 원수이며, 그의 군대를 패퇴시킨 장본인이었다.
군대 내의 정치로 단련된 이성은 여기선 얌전히 협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감정은 계속 마르할을 거부했다.
“탈영자 숫자가 제법 많지 않나요? 전투에 참가한 사람들 말고, 군대 전체적으로요.”
“장거리 원정이다. 사기와 군율이 유지되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 뻔한 이유 말고요. 다른 이유도 알고 계시잖아요?”
아스파룸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그것도 네놈이었나…!”
아스파룸이 서부에 들어서자마자 들었던 소문이다.
공국은 서부에 직접 손을 쓰지 못하니, 땅을 구하면 공국에 돌아가지 않고 서부에 눌러살면 된다는 소문이다.
아스파룸은 그딴 일은 없을 거라며 지휘관들을 단단히 단속했지만, 그도 모든 지휘관에게 자신의 입김이 미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실제로 땅을 확보했다는 보고 이후 중간 지휘관 몇 명과의 연락이 끊어졌다.
“이번 일은 왕실까지 소식이 닿겠죠. 총사령관이 직접 지휘하고, 유명한 기사도 참가했으니까요. 설령 돌아가도 입지가 위태로울 겁니다.”
“원하는 게 뭐냐….”
“지주가 되어주시죠.”
“레게나 가문은 내 할아버지부터 이어지는 군문이다! 내 시신이 이 땅에 흩뿌려지는 일이 있더라도 공국을 배신하는 일은 없다!”
“공국을 배신하라곤 한마디도 안 했는데요.”
“……?”
마르할은 품에서 곡창지대 지도를 꺼냈다.
지도는 전략물자다. 아스파룸조차 왕실에 불려가 이번 군사작전의 개요를 듣기 전까지 천하를 담은 땅의 지리 같은 건 몰랐다.
마르할이 꺼낸 지도는 왕실에서 봤던 지도보다 더 정교했다.
이 지도에 가치를 매기면, 병사 천 명의 목숨값은 하고도 남는다.
이걸 왜 보여줘?
아스파룸은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무슨 속셈이지? 이미 망가진 자존심을 더 철저히 짓밟은 다음 목을 잘라 걸어 놓기라도 할 생각인가?
마르할은 작은 만년필을 꺼내 지도에 선을 쭉쭉 그었다.
마르할이 직접 발로 뛰며 알아낸 정보와 다른 사람의 증언을 섞어 만든 곡창지대의 세력 현황이다.
“이, 이걸 보여주는 저의가 뭔가! 역시 농락한 다음 죽일 생각이었어! 지휘관의 자존심을 갈가리 찢어버린 다음 효수하려는 거야!”
마르할은 이 늙은이가 무슨 말을 하나 빤히 보았다.
지주가 되어달라고 말하고 1분도 되지 않았는데, 기억력이 나쁜가?
아스파룸은 마르할의 얼굴을 보고는 헛기침했다.
무슨 길거리 정신병자의 지랄을 멀리서 구경하는 눈이었다.
“크, 크흠. 계속하게.”
“공국의 병력 현황은 어떻게 됩니까?”
“2만을 보급병으로 이용하고 있다.”
“단순히 보급만요?”
“물자를 보급하며 전선 유지도 겸한다. 일반적인 작전이 아니니 보급병이라도 단순히 보급만 하고 끝낼 수는 없지.”
보급병은 전선으로 꾸준히 물자를 나르며 그 사이에 있는 토지 점령을 돕는다.
한 번 점령이 끝나고 깃발을 꽂은 땅도 다양한 이유로 주인이 바뀔 수 있다. 보급병의 유동적인 움직임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다.
“나머지는 길을 뚫고 깃발을 꽂는 역할이다. 왕실은 천하를 담은 땅 안에 거대한 농장을 지으려 한다. 커다란 하나의 땅이 필요하지.”
“그런 걸 다 말해도 되나요?”
“어차피 내가 죽으면 끝 아닌가.”
정신병자 보듯 하던 마르할의 눈빛은 아스파룸에게서 마지막 의심까지 거둬갔다.
사람들이 정신병자를 그런 눈으로 보는 이유가 뭔가. 놔두긴 귀찮고 죽이긴 꺼림칙하다는 이유 아닌가.
마르할이 그를 죽일 거였다면, 차라리 눈에 살기를 품었을 것이다.
“쐐기는 어디서 완성되죠?”
“그걸 어디서… 아니, 연락이 끊긴 놈이 한둘이 아니군.”
작전 개요를 아는 지휘관 안에서도 탈영자가 생기고 있는 판이다.
알아내려고 하면 못 알아낼 것도 없지.
아스파룸은 조심스레 지도의 한 점을 찍었다.
마르할이 깃발을 꽂은 강 건너편에서 얼마 가지 않은 지점이었다.
“제 진지가 거의 마지막이었네요. 진지를 버릴 걸 그랬나.”
마르할이 묘한 눈으로 아스파룸을 보았다.
아스파룸이 고갤 저었다.
“아니, 그래도 난 추적대를 꾸렸을 거다.”
“지금은요?”
“…난 잊지 않을 거다.”
그게 아스파룸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만일 이 말로 마르할이 마음을 바꿔 칼을 든다면 기꺼이 눈을 감으리라.
아들의 복수를 영원히 가슴에 넣어둘 수 있는 부모는 없다.
불타는 복수심을 가슴에 담아두기만 하면, 그는 언젠가 그 불에 타 죽을 게 분명했다.
“제 의지는 아니었지만, 아들을 죽여놓고 용서해 달라는 것도 이상하죠. 복수는 좋을 대로 해요. 하지만 복수하려면 자리부터 보존해야죠?”
“열 명도 안 되는 인간을 상대로 천 명이 패했다. 내일이면 모든 병사가 내 추태를 알게 되겠지. 내 지휘권은 사실상 붕괴했어.”
아스파룸이 한탄했다.
천하의 명장도 한 번의 전투로 졸장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게 전쟁이고, 전투다.
1만 대 100만이었다면 적 지휘관의 신기에 가까운 병법에 졌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
고작 열 명으로는 어떤 전략도 구사할 수 없다.
그 열 명이 모두 케라스 같은 인간 재해라면 또 몰라.
“여기 깃발을 꽂으면 어떨까요?”
“미쳤…냐고 묻기에는 이미 보여준 게 있군.”
마르할이 가리킨 곳은 요새였다.
천하를 담은 땅에 있는 단 하나의 요새.
점령지로는 1순위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돌로 성벽을 쌓고, 그걸로 모자라 건물까지 돌로 지었다는, 공국에서도 찾기 힘든 요새다.
용병과 제국 기사가 점령하고 있다면 함정도 준비되어 있겠지.
순수한 무력으로 요새 내부를 정리해야 하는데, 도시 내부는 수백 단위 병력이 진영을 짜고 움직일 환경이 안 된다.
병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해야 하는데, 강건한 공국 병사도 용병과 제국 기사에게는 안 된다.
그래서 아스파룸은 피눈물을 머금고 요새를 포기했다.
“쐐기를 완성하는 대신, 요새와 요새 근방 땅에 모조리 깃발을 꽂으면요? 요새를 중심으로 공국은 천하를 담은 땅 전역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돼요.”
“까탈스러운 왕실 고관들도 눈을 까뒤집을 공적이군…. 내 실패는 사소한 게 되어버릴 만큼.”
“일주일 후. 도시를 지킬 최소한의 병력만 데리고 입성해요. 요새에 깃발만 꽂으면, 근처 지역은 알아서 할 수 있죠?”
“못 하면 혀 깨물고 죽어야지.”
잿빛이던 아스파룸의 눈동자가 다시 타올랐다.
그는 천생 군인이다.
폭력과 약탈을 생의 보람으로 삼는 인간.
요새를 중점으로 병사를 모아 주변에 무차별 약탈을 시작한다.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펄떡대며 뛰려고 하던 그의 심장이 뚝 멈췄다.
아스파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마르할을 응시했다.
“…요새를 정리할 능력이 있다면, 요새를 점령하는 게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이익이다. 왜 이 땅을 나에게 넘겨주지?”
일반인이라면 요새를 활용하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을 테지만, 아스파룸의 머리에는 마르할이 지주라는 정보가 이미 입력되어 있었다.
대지주는 공국으로 따지면 대귀족.
요새를 주면 기뻐 웃다가 실성하는 일은 있어도, 요새를 활용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그 정돈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믿어도 되겠죠?”
“어차피 지금 내 지휘권으로 도하작전은 불가능하다.”
쐐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면 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건 군대가 제일 약해지는 순간이다.
병사들을 겨우 설득해도 기사들이 결단코 명령을 거부할 것이다.
마르할이 떠났다.
등을 보이고 말을 모는 그를 보고 아스파룸의 부관이 다가왔다.
“지금이라면 죽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못 하면?”
“…….”
“전령이나 보내. 이번 탈영은 눈감아 주겠다고. 그리고 일주일 후에 요새로 간다.”
“그 말을 정말 믿으십니까? 저희가 패배한 건 제국의 미친 기사가 불을 질러서….”
“그만! 그만! 자네가 사령관인가? 폐하에게 받은 임명장이라도 없으면 가서 닥치고 명령이나 이행하게.”
공국 3만 병사의 공세 지점이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