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16
제216화
마리나는 이백 명이 넘는 인원에게 호위받으며 측량을 계속했다.
연합에서는 마리나를 향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측량사가 습격당하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측량사 수십 명 몫을 하는 그녀에게 보조 인원이 많이 붙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사람이 많으니 할 수 있는 일도 많았다.
그녀가 가만히 있어도 한가한 사람들이 알아서 주변 소문을 물어왔다.
마리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공국이 요새를 차지했다고요? 제국 기사는요? 황제 직속 기사가 왔다고 하지 않았나요?”
“공국군의 전투에 끼어들었다가, 신비가 폭주해 죽었다는 듯합니다.”
기사의 말에 마리나의 미간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자기 신비에 먹혀 죽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광전사, 아니면 마법사 사이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왜 기사에게 일어난단 말인가.
신비를 막 다루기 시작한 애송이들이 자멸하는 경우도 있지만, 황제가 인정한 기사는 결코 애송이일 수 없다.
“상대는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죠?”
“공국군 총사령관 아스파룸이 천 명에 달하는 병사를 끌고 대지주 마르할과 맞붙었다고 합니다. 불꽃의 기사, 불새 기사단의 단장 케라스 아니게온은 그 싸움에 난입했습니다.”
기사는 뜬소문과 공국군에게 직접 들은 사실을 조합해 조리 있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단 한 명에게 공국군의 진격이 막힌 것.
케라스가 끼어들어 평야를 불바다로 만든 것.
불바다가 된 평야에 공국군은 후퇴했고, 마지막으로 케라스가 불기둥이 되어 죽은 것까지.
케라스의 죽음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기사들은 마린과 베이올라, 카반에게 죽었고, 멀리 도망가 있던 자들은 평야를 불태우는 화염에 가려 모든 과정을 보지 못했다.
케라스의 최후는 그럴싸한 가정으로 마무리되었고, 그게 신비의 폭주였다. 마족이 나타났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워낙 허황된 이야기라 자연스레 사라졌다.
마리나의 미간이 깊어졌다.
마르할의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그녀는 현재 연합의 측량사였다. 주변에 보는 눈도 많다.
누군가를 편애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양측 피해는 어떻게 됐죠?”
“케라스가 이끄는 제국 기사는 전멸. 공국은 군대의 허리가 되는 기사를 다수 잃었습니다.”
“천 명의 군대와 제국 기사까지 물리친 사람은요?”
“워낙 소수라 정확히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하지만 증언에 따르면,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죽은 듯합니다.”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라면 마르할은 아니다.
카반이나 스트레킬? 아니면 그녀도 모르는 다른 기사?
마르할이 죽었다는 것보다는 나은 소식이다.
“그쪽은 알았습니다. 요새 점령은 무슨 소리죠? 케라스 본인은 자멸했다 해도, 그 요새는 특별한 수단 없이는 함락이 불가능한 거 아니었습니까?”
“도망친 용병들 말로는,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 한 명에게 전멸했다고 합니다.”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알고 있죠?”
“그… 정말입니다.”
기사는 그냥 소문을 듣고 마리나에게 전해주려고 달려왔다.
그도 소문을 듣고 헛소리인 줄 알았지만, 수십 명의 용병이 일관된 진술을 하니 일단 말해봤다.
이유를 물으면 알 리가 있나.
쩔쩔매는 기사를 보며 마리나가 말했다.
“됐습니다. 가서 대기하세요.”
“알겠습니다.”
다시 질문이 쏟아질까 봐 기사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마리나를 호위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세력으로 구성되었다.
공국 소속은 기분이 좋아 보였고, 제국 소속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들보다 약간 앞서 움직이던 공국군의 움직임이 변하자 두 세력의 감정은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토지 경주가 시작되고 언제나 마리나의 한발 앞에는 공국군이 있었다. 그들은 마리나가 가는 방향으로 먼저 움직여 그 앞에 있는 깃발 주인을 죽이고 땅을 차지했다.
그랬던 그들이 물러났다.
요새 방향이었다.
“안정적으로 운용되던 부대까지 물리다니, 요새를 차지했다는 건 진짜인 것 같군요.”
보조 측량사 한 명이 마리나에게 건의했나.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제가 왜요?”
마리나의 대답은 단호한 거절이었다.
보조 측량사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저들이 움직이면 측량이 배로 어려워질 겁니다.”
“그래서, 저보고 경로를 이탈해 다른 측량사의 일까지 빼앗으라고요?”
공국 소속 사람들이 마리나의 말에 동조했고, 다른 세력에 속한 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맞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저희는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측량에 시간이 뺏기면 죽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여기선 융통성 있게….”
“융통성이라는 핑계로 어겨대면 그게 규칙인가!”
소식 빠른 자는 벌써 요새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았다.
병사를 최대한 끌어모은 공국군이 요새 주변을 점령해 깃발을 꽂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군대를 막을 수 없다.
그들을 멈출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빨리 측량을 끝내 인근 땅의 주인을 모두 정해주는 것뿐이다.
공국 소속은 군대의 행보가 계속되기를 바랐고, 다른 세력들은 그렇지 않았다.
토지 경주의 끝을 정하는 건 측량사.
결정권을 쥔 사람은 돌고 돌아 마리나였다.
“가야 할 방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윗선에서 적당히 하라고 지랄이… 실례. 다른 측량사들을 존중하라는 말이 나오는 판에 귀찮은 일까지 떠안고 싶지는 않군요.”
안 그래도 머리 아픈 일이 많은데, 측량사끼리의 싸움에는 끼고 싶지 않은 마리나였다.
* * *
세르길. 황금의 호수에서 괴상한 소문을 퍼뜨리던 미친 용병.
집단의 사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흉흉한 소리를 하던 그는 잡히는 즉시 죽어야 했지만, 질긴 악운으로 살아남았다.
양 눈이 파이고 사지 근육과 신경이 잘려 나간 것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면,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세르길은 잡기에 능한 용병이 땅을 파고 그 위에 지은 작은 천막 아래에서 고문을 당했다.
정신이 무너질 강도의 고문에도 세르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고문도, 원래 미친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 법이었다.
기사와 사제가 천막으로 들어왔다.
“퀴퀴하군.”
“그래도 소리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기사 나으리?”
“틀린 말은 아니군.”
천막 안에 있던 용병의 말에 대꾸하며 기사는 세르길에게 다가갔다.
세르길은 고개를 떨구고 자는 중이었다.
네루 휘하의 기사는 세르길의 몸에 있는 수백 개의 흉터를 확인하고, 옆에 있던 꼬챙이를 들어 흉터를 하나 추가했다.
“끼에에엑!”
세르길이 동물 같은 비명을 질렀다. 이성을 완전히 놓아버린 사람의 비명이었다.
“사제님.”
“알았소.”
사제가 상처를 치료했다.
정신을 차린 세르길이 희번덕 눈을 부라렸다.
“이봐, 광인. 재미있는 소리를 하고 다니더군.”
“으흐흐. 귀하신 분들이 오셨어. 으헤헤! 으헤헤헤!”
“남들 앞에서 떠들었던 말을 다시 해봐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해주마! 공국과! 서부인들만이! 이 땅의 정당한 주인이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신의 이름으로 이미 정해진 사안이니, 너희 제국의 개들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다!”
또렷한 발음과 힘찬 발성으로, 그러나 여전히 번들거리는 눈으로 소리치는 세르길에게서 기사는 교회의 광신자들을 보았다.
세르길의 개소리가 시작된 건 한참 전이다. 네루에게 소문에 대한 소식을 전한 사람이 기사였다.
네루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기사도 관심을 끊었다.
공국군이 황제 직속 기사단의 단장이 차지하고 있던 요새를 빼앗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소리는 개소리가 아니게 되었다.
요새를 점령한 공국군은 무서운 기세로 사방에 깃발을 꽂고 있다고 했다.
진짜 공국이 천하를 담은 땅의 패권을 쥐게 될지도 모르는 사태에 황금의 호수에 자리 잡은 사람들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네루는 여전히 상관없다는 기색이었다.
네루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이쪽도 피해는 크지 않다.
네루와 오랜 시간을 보낸 기사도 그 사실을 이해하고는 있다. 그러나 딩켄과 기사들은 네루처럼 무신경하지 못했다.
기사가 직접 미친 용병 한 명 보자고 여기까지 찾아온 건 그런 이유였다.
세르길에게 볼일이 있는 건 기사만이 아니었다.
사제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세르길에게 다가갔다.
“신의 이름.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 의미로 쓰이는지 알고 있습니까?”
세르길은 언제부터인가 신을 부르기 시작했다.
광인의 헛소리로 치부할 일이지만, 소문의 일부가 진실이 되어버린 이상 황금의 호수에 있는 사제들도 세르길의 말을 무작정 개소리라 일축하지 못했다.
신의 이름이 걸린 이상 신에게 선택받은 인간으로서 진상을 규명해야만 했다.
황금의 호수에 있는 파견 사제들은 자신들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이단심문관 파견도 요청할 계획이었다.
마침 경계에 머무는 이단심문관이 둘이나 있었다.
불도 불태울 사제의 뜨거운 눈빛에 세르길은 목으로 날것 그대로의 소리를 냈다.
“흐히. 으히히힛. 크헤헤! 신을 신이라 부르는 게 어때서! 나는 틀리지 않았다! 선택받은 건 나고, 버림받은 건 너희야! 키헤헤헤! 서부를 침공한 불경한 자들에게 신벌 있으라!”
사제는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빨리 형제들을 모아 이단심문관 파견을 요청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제의 반응에 옆에 있던 용병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성황국 출신 용병은 신을 믿지는 않아도, 어렸을 때 몇 번 신세 진 사제들에게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제님. 그리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 소문이라는 건 그럴싸하고 자극적인 일들입니다. 그러니 간혹 개소리가 들어맞기도 합니다. 신의 이름을 대는 거야… 불경한 말이지만, 천한 것들은 당사자 없는 자리에서는 지가 황제라 그러는 놈들도 있으니, 미친놈 하나가 신을 떠벌리는 거야 놀랄 일도 아닙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으로서 작은 이단의 가능성도 놓쳐선 아니 되는 법. 비슷한 소리를 하는 광인이 몇 명 더 있다고 하더군요. 이자의 말이 단순한 헛소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계획이라면,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형제님에게 무운을.”
사제가 용병의 머리에 손을 올렸고, 손에서 작은 빛이 피어났다.
용병이 사제 앞에 무릎 꿇었다.
사제와 기사가 천막을 나왔다.
“어쩌실 겁니까?”
“이단심문관을 부르겠습니다. 다른 형제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이단심문관을 부르는 파발이 급히 동쪽으로 떠났다.
* * *
유렐은 토지 경주의 출발선에 섰다.
출발선에 설치된 망루는 아직 철거되지 않았고, 망루 위에서 졸고 있는 군인들도 그대로였다.
유렐은 서부의 공기를 한 움큼 들이켰다.
유렐 근처에는 마법사와 기사로 이루어진 오십 명에 가까운 일행이 있었다.
“이거지. 모험의 냄새가 나. 제국에선 없던 맛이야.”
“세오닉도 서부에 거의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내 눈치만 보며 어기적거리던 놈이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꼬리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움직이는군. 이마릴은?”
“출발은 아직이지만, 유파 통합이 마무리 단계입니다. 초인들로 이루어진 이마릴의 세력 특성상 한 번 움직이면 그 속도는 어마어마할 겁니다.”
“상관없다.”
이마릴이 아무리 빨라봤자 토지 경주 시간에는 맞추지 못한다.
유렐도 시간을 맞춘다고 상당히 무리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해냈다.
신비가 넘치는 땅이 그의 앞에 끝없이 펼쳐졌다.
“현황은?”
“측량사들은 황금의 젖줄에도 도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군. 깃발.”
기사 하나가 유렐에게 막대를 건넸다. 유렐이 막대를 휘두르자 깃발이 펼쳐졌다.
그는 막대를 만든 기술에 작게 감탄하고는 말에 올랐다.
유렐이 빨간색과 검은색이 섞인 깃발을 머리 위로 들었다.
“서부 겁쟁이들의 똥구멍에 깃발을 처박고 우리가 왔음을 만방에 알려야 한다! 그게 우리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며, 새로운 힘이 될 것이다! 나의 자랑스러운 기사여, 스승이자 부하이자 친우인 마법사들이여! 가자!”
기사들이 환호했고, 마법사들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므에트 제국의 다섯 번째 황자 유렐이 뒤늦게 토지 경주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