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17
제217화
요새를 차지한 아스파룸이 무섭게 사방으로 영토를 키울 때, 황금의 호수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공국군은 쐐기 작전을 포기하고 요새와 주변 지역 점령에 집중했고, 연합은 측량사가 부족했다.
과거 있었던 모든 토지 경주의 양상은 진흙탕이었다.
진흙탕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이번 토지 경주는 진흙탕 싸움을 넘어 모두가 늪에 잠겨 허우적대는 꼴이었다.
그 사이에서 마르할은 진지를 짓고 평화로웠다.
진지 옥상에서 모닥불 두 개가 타올랐다.
“…그거 꼭 식사 시간에 먹어야 해요?”
마린이 스트레킬에게 물었다.
스트레킬은 직접 만든 괴식 말고도, 한 손에 단검을 들고 있었다.
반쯤 잘린 단검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우리 유파의 핵심은 식사다. 당연히 식사 시간에 먹어야지. 걱정 마라. 나중에 너희에게도 먹여주마.”
“절대 싫어.”
베이올라가 질색했다.
스트레킬의 괴식은 마법사의 기행에 가깝다. 그리고 신비를 얻은 스트레킬에게는 기행이 하나 추가되었다.
스트레킬은 철을 먹었다.
으적으적 씹어 삼켰다.
“마법이라도 저건 이상하지 않아?”
“해명할 수 없으니 신비라 부르는 거다.”
“아니, 당신, 원리 전부 이해하고 있잖아. 그러면 마법이지.”
마법사라 불리는 조건은 마법의 원리가 아니라 ‘업’, ‘역사’의 원리다.
그 일부만 알아도 마법사라 칭하는데, 스트레킬은 업과 역사를 모두 안다.
“본인이 신비라 부르겠다는데 문제라도?”
그럼에도 스트레킬 본인은 한사코 마법이 아닌 신비를 고수했다.
스트레킬은 컵에 있던 은색 물을 들이켰다.
숨겨 무엇 하랴. 스트레킬의 신비로 녹인 대포의 포탄이었다.
저온에서 녹은 철은 수은처럼 빛나며 찰랑여 절대 마시면 안 될 물건처럼 보였지만, 스트레킬은 꿀꺽꿀꺽 잘만 마셨다.
베이올라는 얼굴을 잔뜩 구기고 제 접시에 있는 괴음식을 비웠다.
그래, 우리보고 먹으라고 하지 않는 게 어디야.
언젠가 자기 접시에 은색 무언가가 올라오면, 그날이 스트레킬에게서 독립하는 날이라고 베이올라는 굳게 결심했다.
“야야야! 너 뭐 해!”
어디서 주워왔는지 부서진 단검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던 마린이 눈을 깜빡였다.
“왜?”
“그걸 왜 먹어!”
“먹으면 좋잖아.”
부정은 못 하겠다.
둘은 스트레킬의 유파를 잇고 있다. 스트레킬이 신비를 얻었으면, 마린과 베이올라도 같은 신비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그게 유파란 거니까.
스트레킬의 신비는 상당한 위력과 가능성을 가졌다.
철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신비.
단검 정도라면 손대지 않고 움직여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기습할 수 있고, 저기 찰랑이는 쇳물처럼 쇠를 녹여 조종할 수도 있다.
멀쩡히 움직이는 스트레킬의 왼손.
저것도 신비로 움직인다. 스트레킬의 진짜 왼손은 갑옷과 함께 반쯤 녹아내려 보존해서 사제에게 가져가도 붙일 상태가 아니었다.
왼손 갑옷도 녹은 것을 스트레킬이 신비로 재활용해 다시 갑옷의 형태로 가공했다.
지금의 스트레킬이 케라스와 싸우면, 여유롭게 이기지 않을까.
철을 녹인다? 펄펄 끓는 철을 그대로 면상에 박아버리면 케라스도 조용해질 거다.
스트레킬의 신비는, 유파 없는 개인의 몸에 깃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그런다고 철 조각을 먹어? 운 좋게 뒤로 싸면 다행이고, 내장을 긁어서 내부에서 감염되면 기사도 뒈져!”
“안 죽을 것 같은데.”
베이올라가 가슴을 두드렸다.
무지가 이리도 무섭다.
그는 무지하지 않은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좀 말려봐! 아는 사람이 왜 그래!”
“괜찮지 않을까요? 베이도 한번 먹어보지 그래요?”
옆에 있는 모닥불에서 멀쩡한 식사를 하던 마르할이 웃으며 말했다.
“안 먹어!”
마린은 단검 조각을 입으로 씹었다. 이빨만 아팠다.
마린은 자기 이빨을 아프게 한 단검 조각을 잠시 노려보더니, 멀쩡…하지는 않은 식사를 계속했다.
아무도 그걸 지적하지 않았다.
아스탈조차 태연하게 씹던 식물을 계속 씹었다. 마법사가 되더니 저것도 이상해졌다.
전에는 음흉한 시선을 던지기도 했는데, 마법사가 되더니 이쪽엔 시선도 주지 않았다.
마법사가 되면 사람이 변하는 걸까. 아니면 마르할 옆에 있으면 사람이 이상해지는 걸까.
세상이 이상해진 건지, 아니면 내가 이상한 건지.
베이올라는 그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 * *
스트레킬은 자기 머리를 문질렀다.
희미하게 손바닥에 전해지는 까끌까끌한 감촉에 스트레킬이 껄껄 웃었다.
옆에서 갑옷을 손질하던 카반이 물었다.
“대머리 신세에선 벗어났나?”
“그런 셈이지.”
“불타 사라진 모공조차 재생하는 유파라니….”
“그쪽도 멀쩡해 보이는데.”
“내 아버지는 이마가 비었다. 조부는… 어렸을 때 머리를 잡으니 한 움큼 머리카락이 뽑혔지. 그리고 처음으로 조부에게 혼이 났다. 유일하게 남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스트레킬의 시선이 올라갔다.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머리가 듬성듬성해진 것도 같았다.
그들 나이라면 언제 골병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긴 했다.
“마르할은 어떻지?”
“완치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공국과의 전투에서 일행 모두가 크고 작은 화상을 입었다.
제일 상태가 심한 게 스트레킬이었고, 다음은 마르할이었다.
스트레킬의 화상은 마르할이 치료했다.
신경까지 파고든 내상만 처리하면, 피부를 재생시키는 거야 유파 특성으로 유독 회복력이 높은 스트레킬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입은 화상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르할의 화상은 심한 측에 속했다.
옆에 깨끗한 물이 있고, 공국군이 두고 간 약품, 그리고 마르할 본인의 기적까지 더해 치료하긴 했지만, 완치는 무리였다.
그 상태로 카반과 요새로 가 제국 기사 사냥을 도왔다.
“이 이상 전투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경주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불안해.”
“마족이 나타났다더군. 전문가의 의견은 어때?”
“가짜다.”
“소문은 그렇지 않던데.”
“마족은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아. 진짜 마족이 나타났다면, 이 넓은 평야에 핀 잡초가 전부 검은 안개를 품은 독초로 바뀌었겠지.”
스트레킬이 떠올리는 건 노기사다.
마족과 같은 모습으로 마족과 같은 힘을 휘두르던 노기사.
그는 분명 마족이었지만, 검은 안개는 뿜지 않았다.
노기사는 무언가를 먹고 변했다.
누군가의 수작이다.
아마 제국의.
죽은 케라스의.
“마족의 재림은 없는 건가?”
“확신은 못 하겠군.”
스트레킬이 살면서 깨달은 건 세상일은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거다.
미친 제국이 진짜 마족을 다시 만들어 세상에 뿌려버릴지 누가 아는가.
아니, 그러려는 시도가 이미 한 번 있었지.
차이가 있다면 유렐과 황제의 차이일까.
저번 일은 유렐이 독단으로 벌인 거고, 이번 일은 황제의 손이 닿아 있다.
유렐의 사건에도 황제가 뒤에서 손을 썼을지도 모르지만,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가 마족을 이용해 서부에 지옥을 만들고 싶었으면 그 후로 수십 번은 더 찔러볼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애들끼리 보내도 되겠나?”
진지 아래에선 마린과 베이올라가 말에 올라타고 있었다.
측량사가 인근까지 도착했다는 정보다.
베이올라가 주인이 될 땅은 인근 지주와 협의를 끝내놓긴 했지만, 깃발은 꽂지 않았다.
베이올라도 땅에 깃발을 꽂고 주인 행세를 해야 한다. 마르할도 찢어졌던 깃발을 다시 꽂았다.
알라실이 넉넉히 챙겨준 덕분에 깃발에는 여유분이 많았다.
“저게 애라면, 나는 진지하게 검을 놓아야겠군.”
“그것도 그래.”
갑옷 손질을 끝낸 카반이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수통에는 공국군이 버리고 간 얼마 안 되는 술이 들어 있었다.
식도가 따가워지는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 * *
마르할은 남쪽으로 향하는 베이올라에게 보석 하나를 건넸다.
“이건?”
“바체아 제국의 유물이요.”
마린은 물론이고 숲을 돌보던 중 잠시 쉬러 나온 아스탈의 시선도 휙 돌아갔다.
“200년 전, 바체아 제국이 천하를 담은 땅에 원정군을 보낸 적이 있어요.”
“그거 실패했잖아?”
“역시 배운 사람은 다르다니까요.”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은 역사인데, 므에트 제국 최고의 고대 제국어 전문가에게 배운 사람은 역시 다르다는 건가?
레벨라가 베이올라를 데리고 피신한 이유를 알겠다.
“당대 황제가 원정군 사령관에게 속국의 상징으로 준 보석이에요. 그거 상당히 엄청난 유물이라고요.”
“잠깐만… 황제가 속국의 상징으로 준 물건이라고? 그러면 바체아 제국 황제의 역사가…?”
가볍게 받은 보석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물건이었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가 황위 계승권까지 걸어가며 찾는 게 무엇인가?
바체아 제국 500년 역사가 유지될 수 있었던 비밀이다.
바체아 제국 황제가 만든 이 유물은 200년 시간을 넘어 므에트 제국 황위와도 맞닿았다.
“이게… 아니.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아무리 봐도 보통 사람이 찾을 물건이 아니잖아?”
“제가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토록 찾던 황위 계승권으로 이어지는 열쇠가 손에 들어왔음에도 베이올라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쓸지는 고민해봐요. 시간은 많아요.”
가볍게 깃발을 꽂고 측량사만 기다리려던 베이올라에게 마르할은 거대한 고민을 던져줬다.
베이올라와 마린이 남쪽으로 떠났다.
밑 작업은 다 끝내뒀지만, 그래도 변심한 인간이 없다는 보장도 없다.
멀쩡한 땅이 주인 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참을성 좋은 사람이라도 눈이 돌아 한번 발을 들이밀어 봄 직했다.
만일 누군가 땅을 차지하고 있으면?
배에 칼을 꽂고, 땅에 깃발도 꽂아야지.
* * *
측량사가 오기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
카반은 진지 옥상에서 측량사가 오기만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진지도 신나게 지었고, 한풀이도 원 없이 했다.
슬슬 돌아가서 도시를 돌보고 싶었다.
이 나이에 평생 걸리지 않던 향수병에 걸릴 줄이야. 카반 본인도 이게 향수병이라는 걸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하늘만 보는 보초 입장에서 향수병은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몰랐다.
멍하니 풀린 눈으로 지평선 너머를 보고 있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도시 걱정에 몸부림치다가 다시 멍해지길 반복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여기까지 와서 사람?
진지 위에서는 동쪽에 있는 다른 깃발들이 보였다.
여러 세력의, 나름대로 강한 무력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 판에 나타난 무리에 접근했다가 황급히 떨어졌다.
전투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공국군이야 야밤에 몰래 집합했으니 놓칠 수 있다. 그런데 대낮에 오는 자들 상대로 위협도 하지 않다니?
저기 자리 잡은 면면들은 자기 밥그릇을 위협당해도 가만히 있는 평화주의자들이 아니었다.
카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눈에 힘을 주어 새로운 참가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카반이 눈을 비볐다. 그는 저들이 충분히 가까워졌을 때 눈을 비비고 다시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지 확인했다.
카반이 진지 아래로 굴러떨어지듯 내려갔다.
“유렐! 유렐이 왔습니다!”
꾸벅꾸벅 졸며 책을 읽던 마르할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한 시간 후. 마르할의 진지에는 손님이 찾아왔다.
“하하! 신기한 현상을 관측하러 왔더니, 뜻밖에 거물을 만나게 되었어!”
마르할 앞에서 호탕하게 웃는 사람은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의 다섯 번째 자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