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19
제219화
마르할의 진지에서 나온 유렐은 강을 건넜다.
마법사들이 강을 얼리고, 그 위로 흙을 덮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임시 다리로 그들은 손쉽게 강 건너편으로 넘어왔다.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운 인간이야. 그렇지 않나?”
“범인이 아니라는 건 분명합니다.”
기사 하나가 대답했다.
“그렇겠지. 5년 동안 누구도 출신을 알아내지 못한 사람이니. 그의 제국어 발음을 봤나? 환상적이더군.”
“그렇습니다.”
“솔직히 경보다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였어. 경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습니다.”
지방 유파 출신으로 어쩔 수 없이 지방 억양이 몸이 배어 있는 기사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말본새를 보아 마르할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인간인 건 확실하다.
그래도 서부 놈과 비교당하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굴욕이었다.
“네루와도 안면이 있어 보였고. 땅끝에 자리 잡으면 서부는 어떻게 하나 했는데, 큰 걱정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어.”
“정말 그를 기용하실 겁니까?”
“반대로 기용하면 안 될 이유를 말해보게.”
“그는 폐하의 직속 기사단 단장을… 폐하 직속 호위를 죽였습니다.”
“아버지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직속 호위의 복수를 하고 그놈이 가진 모든 걸 빼앗고 불태우라고 했을까? 아니면 그놈과 가까이 지내며 그놈이 가진 모든 걸 캐내라 했을까?”
사람들이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 하면 떠올리는 건 전쟁이다.
젊은 시절에 세운 전공과 무력.
하지만 황제를 무력만으로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일신의 무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나라를 뒤집지는 못한다.
용사와 그 일행이라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황위 계승은 나라를 한차례 뒤집는 과정이며,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는 그걸 해냈다.
그걸 잊는 사람이 너무 많다.
황제는 적을 단칼에 죽이는 사람이 아니다.
죽음은 너무 단순하다. 죽은 사람의 흉금은 들을 수 없고, 또 그가 숨기고 있던 것들도 칼질 한 번과 함께 영원히 어둠에 묻혀버리지 않나.
적의 모든 걸 알고, 철저하게 약탈한다.
그게 황제의 방식이다.
“적이 되든 친구로 남든. 유능한 사람을 가까이 두어 나쁠 건 없지. 안 그래?”
갈라진 하늘과 마르할이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 * *
밤이슬은 서쪽으로 가는 유렐과 그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가려는가?”
“또 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러길 빌지.”
밤이슬은 자기 말에 올라 언덕을 내려갔다.
마르할의 진지에서 나온 유렐이 강을 건너 서쪽으로 향하는 걸 본 직후의 일이었다.
아젠만은 눈을 찡그리며 나아가는 유렐과 그 일행을 눈에 담았다.
유렐.
설마, 여기서 토지 경주에 새로운 거물이 등장하다니.
그것도 어마어마한 거물이.
밤이슬이 움직였다는 건, 그가 본 미래에 저기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리라.
“조용하진 않겠군.”
측량사가 가까이 있다.
경계 도시에 돌아가면, 거물의 등장을 미리 준비해야지.
* * *
베이올라는 케라스와 대화를 나누겠다는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케라스는 지나치게 강했고, 그녀의 욕심으로 그를 살려 두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케라스는 죽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베이올라가 토지 경주에서 이뤄야 하는 건 하나였다.
땅을 얻는 것.
마린과 함께 도착한 그녀의 땅에는 이미 깃발을 꽂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가 서부에서 썬 사람만 백이 넘는다.
기근으로 배곯은 사람들을 베며 그녀는 살인의 감각을 키웠다.
베이올라도 눈썰미가 생겼다.
용병.
공국 사람처럼 보이지만, 확신은 금물이다.
공국과 공국의 속국은 언어부터 문화까지 모든 게 비슷하다.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마르할 정도다.
용병들은 마린과 베이올라를 보고는 천박한 손짓을 보였다.
둘은 가볍게 눈빛을 교환하고, 조용히 그들에게로 말을 몰았다.
베이올라는 눈에 살짝 힘을 줬다.
“누구 허락받고 여기 자리 잡았지? 너희 고용주와 합의된 일인가?”
실권은 없었지만, 베이올라는 황족이었다. 평생 남을 부리며 살았던 사람.
신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또한 일종의 역사.
베이올라의 말에 용병들이 흠칫 떨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여자 둘에 겁먹었다는 것에 반발하듯 비아냥을 쏟아냈다.
“어허, 장부들의 일에 계집들이 끼어들다니.”
“에구, 애기들. 여기서 장군 놀이 하고 싶었어요? 그럼 왕비 놀이는 어때? 왕은 내가 하고.”
성적인 희롱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을 듣는다.
스트레킬과 수련하는 그녀를 대놓고 희롱하는 미친 사람은 없다.
초인의 청력은 남자들이 몰래 쑥덕이는 말도 모두 잡아내고, 단지 그뿐이다.
저들의 농은 도발조차 못 되는, 그냥 자신의 천박함의 과시였다.
용병들에게 제대로 된 반응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책임자 한 명은 따로 파견했을 줄 알았는데.
베이올라는 경멸을 담아 앞에 있는 군상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에 용병들은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이 씨발 년들이.”
“기사한테 칼질 좀 배우니 니들이 뭐라도 된 거 같….”
어느새 말에서 내린 마린이 단검으로 남자의 목을 썰었고, 뒤이어 베이올라도 검을 뽑으며 전투에 합류했다.
불타는 함정 속을 움직이며 기사를 낚아채 죽이는 것에 비하면 용병 몇을 죽이는 건 아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중간에 한 명이 신비를 쓰려고 했던 것도 같은데, 신비를 쓰기도 전에 마린이 던진 단검이 이마에 꽂혔다.
“어떻게 할래?”
“깃발부터 다시 꽂아야지.”
베이올라는 용병들이 꽂은 깃발을 뽑고, 가지고 있던 깃발을 대신 꽂았다.
용병들이 가진 깃발은 쇠막대에 천을 댄 싸구려였고, 베이올라가 가진 건 성녀에게 직접 받은 최고급이다.
깃발의 길이부터가 달랐고, 길이가 다르면 얻을 수 있는 땅도 달라졌다.
깃발을 꽂은 베이올라와 마린은 대화도 없이 노숙 준비부터 시작했다.
측량사가 올 때까지 며칠은 여기 머물러야 한다.
다시 합의를 깨려는 사람이 있으면, 몇 번의 전투도 치러야겠지.
힘을 낭비해선 안 된다.
둘은 노숙했다.
다음 날, 정오도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동쪽에서 일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쪽에 있는 놈들, 공국 이사 소속이었지?”
“마르할 님에게 말해야겠어.”
당장 둘이 할 수 있는 건 사람을 죽이는 게 전부다.
하지만 마르할이 이 사실을 안다면, 약속을 어긴 공국 이사는 이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처참한 미래가 약속된 사람을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다.
공국 이사가 진짜로 토지 경주에 참가하지도 않았을 거고, 자신들이 손을 쓰는 것보다 마르할이 나서는 게 더 확실하게 저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두 사람은 알았다.
나흘이 지났고,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이 도착했다.
기다리던 사람은 맞는데, 반갑지는 않았다.
“마르할 없이 당신들만 있는 건가요?”
말에 탄 마리나 실라나티엘이 둘에게 물었다.
단검을 손질하던 마린이 무심한 척 물었다.
“측량사가 측량에 사심을 개입시켜도 되던가?”
“제 사심하고는 무관하게, 제 지인이라는 것만으로 사방에서 지랄할 거거든요. 재측량을 하려 할지도 모르죠.”
마린은 마리나와 딱히 악연이 없다.
공국에 이주민을 구하러 갔을 때는 같이 밥을 먹기도 한 사이다.
그러나 마르할과 관련된 일에는 뭐든지 날을 세우는 게 마린이었다.
이 넓은 곡창지대에서, 연합의 측량사가 모두 동원되었다는 토지 경주에서, 콕 집어 한 사람과 만나는 게 우연으로 되는 일일까?
“됐습니다. 빨리 작업이나 끝내죠.”
말뚝을 박을 사람은 이미 사방으로 달리는 중이었다.
강가로 간 기사들은 특별한 말뚝을 꺼내 강으로 몇 발짝 들어간 자리에 말뚝을 박았다.
“강을 영토에 넣으면서도, 반대편에는 닿지 않는다. 그 사람 작품인가요? 절묘한 장소에 꽂았네요.”
베이올라의 영토는 강에 아주 살짝 걸쳐 있었다.
강의 권리는 주장하면서, 강에 정신이 팔려 토지의 실질 면적을 깎아먹지도 않는 이상적인 형태의 토지가 완성되었다.
입지 좋다는 동부의 몇몇 영지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명당이다.
마리나는 임시 토지 문서를 작성했다.
“누구 이름으로 할 거죠?”
“베이올라. 베이올라 므에실리고.”
“므에실리고…?”
마리나가 입을 벌렸고, 그녀 근처에 있던 호위들도 난리가 났다.
연합에 소속된 제국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져 있는 소문이 하나 있다.
-황녀 하나가 서부에 숨어들었다더라.
-그 황녀 앞으로 다른 황족들이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몰래 걸었다더라.
-실은 힘을 숨기고 있던, 황권에 가장 가까운 황녀로 황녀의 끈을 잡으면 제국 권력의 중추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라더라.
무성하던 소문은 네루의 등장으로 사라졌다.
대단한 소문도 아니었고, 진짜 권력을 앞에 두고 떠도는 허상에 집착하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소문 속의 황녀가 그들 앞에 있었다.
토지 경주의 참가자로.
천하를 담은 땅에서도 손꼽히는 옥토의 주인이 되어.
“고대 제국어….”
“그건 꺼내지 말지?”
“그러죠.”
둘은 빠르게 합의를 마쳤다.
떠오르는 붉은 책의 기억.
남자들도 배경이 없으면 고등교육을 받기 어렵다.
고대 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여자가 있으면, 한 번은 의심했어야 했다.
마리나가 그러지 못한 건, 그녀가 마르할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마르할 주위는 기인투성이다. 고대 제국어에 익숙한 사람 한 명 있다고, 그걸 누가 황녀라 생각할까.
심지어 그녀는 호위도 데리고 다니지 않았다.
호위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여자도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은 대체 무슨 속셈인지…. 여기 있습니다. 지주 베이올라 므에실리고.”
베이올라는 마리나가 건넨 임시 토지 문서를 갈무리했다.
마리나의 뒤편은 아직도 난리였다.
네루 한 명이 서부 전체의 식량 가격을 주물렀다.
신분을 숨기고 있던 그녀가 이름을 밝혔다는 건, 이제 황족으로서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뜻일 터.
이번 토지 경주가 시작되고 벌써 황족이 두 명이나 늘었다.
권력에 관심이 없는 마리나도 여파가 걱정되는데, 권력에 직접 연관된 이들은 어련할까.
“유렐의 이름이 들리는데?”
“몰랐습니까? 유렐 므에실리고도 토지 경주에 참가했습니다. 이 근방을 지났을 건데, 못 만난….”
마리나는 닭살이 돋는 살기에 입을 다물었다.
베이올라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서쪽을 응시했다.
한참이나 골똘히 생각하던 베이올라가 품에서 보석 하나를 꺼냈다.
“이거 줄 테니까, 강 너머로 날려줄 수 있어?”
마리나가 말에서 내려 보석을 낚아채 가슴에 꼭 품었다.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내 보물이다. 이건 내 보물이다.’
특유의 신비. 이건 무조건 바체아 제국 물건이다.
그냥 팔아도 천만금은 받을 루비다. 루비로 만든 바체아 제국의 유물?
보통 물건이 아니다. 루비가 천만금이라면, 이건 억만금짜리 유물이다. 아니, 돈으로 계산이 불가능하다.
“잠깐, 마법사님. 그건 뇌물 아닌지….”
“닥쳐! 당신이 이게 어떤 물건인지 알아! 그래, 나 뇌물 받았다, 어쩔래. 측량까지 끝났는데 돈 몇 푼 받는 게 뭐가 나빠!”
이름도 모르는 잔챙이들이 불평할 때도 조용하던 마리나의 강렬한 반응에 말을 걸었던 기사가 당황하며 물러났다.
“뇌물이고 뭐고. 내 부탁은?”
“어디로요?”
“서쪽, 최대한 멀리.”
바람이 베이올라의 몸을 감쌌다.
미풍은 강풍이 되었고, 이내 주변에 있던 말들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바람은 계속 강해졌다. 태풍을 만드는 건 아닌가 싶은 위력이었다.
“이거 맞아…?”
“대가는 올바르게 치러야 합니다. 화살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이 세상 끝까지 날려드릴 테니 걱정 마시길.”
“화살? 잠깐, 난 그냥…!”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베이올라의 서쪽으로 날아갔다.
“이 미친 년아아아아!!!”
그냥 강 좀 편하게 건너려 했던 베이올라의 걸쭉한 욕설이 길게 이어졌다.
마리나는 보석을 성물 다루듯 조심히 옷 안에 넣고는 다시 말에 올랐다.
“가죠.”
마리나가 우아하게 손을 뻗자 강이 얼며 길이 생겼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경외심을 품지는 못했다.
출신도 소속도 다르지만, 호위와 보조 측량사의 생각은 다들 비슷했다.
아, 저 사람, 마법사였지.
마리나가 강 건너편으로 떠나고, 홀로 남겨진 마린이 한탄했다.
“…정상인 사람이 없어.”
말에 오른 마린은 말에게 먹일 각성제가 몇 회 분량 남았는지 확인했다.
유렐이 서부에 나타났고, 눈 돌아간 베이올라가 유렐을 쫓아갔다.
저 미친년을 말렸다간 여기서 칼춤 추고 같이 죽을 기세라 마린도 차마 말리지 못했다.
광전사보다 더한 광전사가 되어버린 베이올라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서부에 마르할밖에 없었다.
각성제를 먹은 마린의 말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북쪽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