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2
제22화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했다.
땅을 파고 식기를 모두 땅에 묻은 후 다시 흙을 덮으면 정리 끝이다.
식기를 씻어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씻어서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물이 줄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도시 안에 버려진 물 주머니를 주워 오면 되었지만, 새벽의 만남이 있고부터는 성벽 근처로 가기가 힘들어졌다.
괜히 저쪽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
식기는 성벽 바깥에 버려진 것들로 충당할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대 제국어 공부를 위해 마르할과 나란히 앉은 베이올라가 불평했다.
“씻고 싶다아…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씻는 건데.”
“물은 충분하다고 해도. 어디서 씻게요? 또 씻고 더러운 속옷을 그대로 입게요? 화장실도….”
“거기까지!”
베이올라가 소리쳤다.
그들의 생활권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모닥불 옆에는 솥을 걸어두는 쇠막대가 있었고, 근처에서 모은 마른 장작과 잘 마른 가죽도 쌓아뒀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진 장소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일행 중에는 여자가 세 명이었고, 근처에는 몸을 숨길 수풀도 없다. 버려진 깃발에서 천을 떼어내 막대를 만들고, 천을 따로 엮어 만든 사각형 가림막. 저게 그녀들의 화장실이다.
배에 신호가 살살 올 때마다 베이올라는 혀를 콱 깨물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베이올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장작더미에서 작은 나뭇가지를 주워 땅에 문자를 썼다.
“우선 읽는 것부터 시작하자. 여러 언어를 아니 외우는 건 잘하지?”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는 몇 번 들었죠.”
“읽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고대 제국어가 어려운 건, 읽는 법을 알아도 읽을 수 없다는 거야.”
“그 발언 모순되는 거 아닌가요?”
“예외가 많거든. 열 단어로 구성된 한 문장을 쓰면 다섯 단어가 예외라고 보면 돼.”
“그거 쓰라고 만든 언어 맞습니까?”
“그러니까 바체아 제국 황족의 권위를 나타내는 언어가 되었지. 어려울수록 그걸 사용하는 사람은 위대해 보이는 법이거든. 그리고 남들에게 위대해 보이면 실제로도 위대해지고.”
“역사군요.”
“맞아. 바체아 제국 황족은 위대하다는 역사가 그들을 진짜 위대하게 만들어줬어. 바체아 제국 황족들은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고 해. 그게 바체아 제국이 유지된 원동력의 하나겠지.”
“베이올라의 육체 능력처럼요?”
“철저하게 계산된 500년 역사에서 나오는 위대함이라면, 나 같은 거랑은 비교가 안 되지 않을까?”
베이올라는 날 때부터 초인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녀의 형제들도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하나씩은 있다.
므에트 제국이 제국이라 불리고 100년이 지나지 않았다. 제국이라 불리기 전에도 므에트는 특출한 국가는 아니었다.
제국을 건립한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1세는 아마 ‘잘 쌓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황제인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 역시 어렸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반대로 말하면,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1세와 2세를 빼면 당시 왕족과 황족 중에 특출한 사람은 없었다.
황족이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기 시작한 건 그녀의 시대부터였다.
베이올라의 재능은 기사의 10년 노력을, 누군가의 평생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므에트 제국의 역사에서 나오는 힘이 그 정도다.
“바체아 제국 황제는 비바람을 부린다는 소문도 있던데요. 그건 어떨까요.”
“전이라면 헛소리라 생각했겠지만… 자연을 이기는 인간이 넷이나 나타났으니 또 모르지. 다 썼다. 이게 고대 제국어에 사용되는 문자들이야.”
“별로 많지는 않네요?”
베이올라가 땅에 끄적인 문자는 고작 서른 개 남짓이었다.
“말했잖아. 읽는 건 어렵지 않다고. 하지만 용법마다 사용되는 예외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걸?”
“어서 배우죠.”
“우선 읽는 법부터….”
고개를 든 베이올라가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입술이 눈에 띌 정도로 파랗게 질리고, 어깨가 덜덜 떨렸다.
마르할도 그녀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평범한 사람의 시력이라면 희끄무레한 잔상밖에 안 보일 거리다.
열 명도 안 되는 무리의 기사가 말을 타고 있다. 정확히는 여덟.
두 사람의 반응에 마린을 훈련시키던 스트레킬도 그들을 발견했다.
“본능이 싸우지 말라는군. 1만 마족 무리와 정면에서 맞닥뜨렸을 때 이후로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단지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손이 검 쪽으로 움직였다.
본능이 속삭였다. 싸우면 죽는다.
“들개 기사단 기사단장 클리프. 폐하에게 직접 서임받은 기사이며, 철을 베는 기사입니다.”
철을 베는 기사. 그의 앞에서는 스트레킬이 자랑하는 전신 갑옷도 천 조각과 같다.
“더럽게 큰 거물이 오셨군. 토지 경주인가?”
“그건 아닐걸요. 토지 경주에 필요한 짐이 보이지 않아요. 깃발도 없는 것 같고요. 그리고 공사다망한 기사단장이 서쪽까지 애들 싸움에 어울리러 오겠어요? 북쪽 곡창지대라면 몰라도.”
“목적을 모르는 괴물. 잠재적 위험으로 따지면, 저기 있는 돌을 베는 기사보다 위험하군.”
목적을 알면 옆으로 피하면 된다. 하지만 목적을 모르면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
만일 저들과 목적이나 목적으로 가는 길이 충돌하기라도 하면….
‘전멸이군.’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단 하나의 변수가 있다면 마르할이지만, 마르할도 철을 베는 기사를 상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저는 알 것 같은데요. 저들의 목적.”
“황제 직속 기사단의 목적을?”
“우리도 만났잖아요. 누군가 고의로 봉인해 둔 마족. 다른 장소에서도 마족이 발견되었을 수도 있죠.”
“마족의 재림…?”
스트레킬이 침을 삼켰다.
마족은 주변 생물을 마족으로 만든다. 마족이 주변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보면, 마족이 그 짧은 시간에 세상의 반을 삼켰다는 걸 싫어도 이해하게 된다.
마족은 한 마리만 있어도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
마왕이 죽고 모든 마족은 사라졌다고 알려졌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스트레킬은 이미 두 눈으로 확인했다.
마족이 남아 있다면, 10년 전의 악몽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전에는 대륙 서부가 사라지는 걸로 끝났지만, 이번에 마족이 나타나면 그 피해는 제국에게 직접 미치겠죠. 제국을 지켜주던 방패막은 모두 사라지거나 닳아 부서지기 직전이 되었으니까요.”
공국으로 대표되지만, 공국 말고도 마족과 맞서 싸운 나라는 많다. 망하려는 나라도 있고, 실제로 이름이 바뀐 나라도 있다.
10년은 국운을 건 전쟁의 피해에서 회복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다시 전쟁이 벌어지면, 공국조차 버티지 못한다.
10년 전에 방관자였던 제국과 성황국은 마족이라는 재앙을 국경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스트레킬이 염세적으로 웃었다.
“마족이 다시 나타났으면 좋겠군. 날 버린 공국이 망하고, 제국도 10년 전의 대가를 치르는 거야. 그리고, 나도 다시 영웅이 될 수 있겠지.”
전쟁이 끝났기에 전쟁 영웅은 버려졌다. 다시 전쟁이 시작되면, 굳이 공국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국가가 전쟁 영웅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제국이 그렇게 놔둘 것 같지는 않지만요. 죄 없는 사람까지 죽이고 불태우지 않으면 다행이죠.”
“설마, 그렇게까지….”
“철도 안 든 아이를 견제하겠다고 피 공포증에 걸리게 하는 황족들과, 그걸 보고만 있는 황제가 못 할 일이 있나요.”
“어….”
제국 황녀로서 제국을 변호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녀도 본 게 있고, 들은 게 있고, 당한 것까지 있으니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피 공포증에 걸린 건 필사적으로 숨겼지만, 공공연히 행해지는 형제들의 견제와 뒤따르는 악소문을 아버지가 모를 리가 없다.
필시 알고 있으니 바체아 제국의 비밀을 가장 많이 밝혀낸 사람이 황제가 될 거라는 말까지 해가며 형제 싸움에 불을 붙였을 것이다.
“그것 보세요. 제국도 지은 죄가 많다니까요.”
마르할이 얄밉게 웃었다.
* * *
하루가 지났다. 사방으로 보냈던 부하들이 돌아왔다. 그들이 가져온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카반은 진정으로 이해가 안 되어 되물었다.
“깃발을 꽂을 수 없어? 단 한 곳도?”
“꽂으려면 꽂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측량사를 기다리며 깃발을 지키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칼라엔스 공작님의 기사가, 고작 깃발 하나 지키는 것도 못 한다고?”
“깃발을 꽂으면 다른 방향에 있는 깃발 주인에게서 훼방이 들어옵니다.”
“저희도 그랬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명령을 받은 것처럼 똑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쿵! 카반이 앉아 있던 돌을 때렸다.
“우리가 찾아갈 것을 알고 미리 손을 썼다는 건가.”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기사 한 명이 물었다. 다른 기사의 심정도 같았다.
그들은 도시를 점령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저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도시 내부를 철저히 청소했다.
칼라엔스 공작의 기사들이 도시의 주인이 되었다는 소식은 어디서도 접할 수 없었을 터였다.
“도시를 노리고 안으로 들어온 세력이 열이 넘는다. 도시를 차지하는 자도 개인이 아닌 집단이 되겠지. 그걸 상정하고 움직였을 거다. 도시를 차지한 게 우리가 아니라 어떤 조직이었어도 저들은 같은 작전을 사용했겠지.”
“그러면 싸워야 합니까? 철을 베는 기사를 상대로?”
스트레킬은 한 번도 자신을 철을 베는 기사라고 소개한 적이 없다. 그러나 스트레킬을 만난 직후 카반이 내뱉은 추측 하나로 카반과 그 부하들은 사이에서는 스트레킬이 철을 베는 기사라는 암묵적인 인식이 생겼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그 안으로 들어간 꼴이었지만, 마법사와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 그리고 귀족으로 이루어진 괴이한 일행을 보면 그런 착각이 생길 법도 했다.
카반은 손으로 눈을 문질렀다. 우묵한 눈은 피로와 걱정으로 평소보다 음영이 짙었다.
사방이 막혔다.
카반은 마법사가, 마르할이 처음 한 제안의 의미를 알았다.
도시는 주겠다. 대신 자신들이 이 땅에 깃발을 꽂는 걸 인정해라.
저 멀리, 집합 시간보다 늦었던 세 명의 기사들이 건물 잔해를 밟고 달려왔다.
“단장님! 아울이! 아울이 깃발을 들고 도망쳤습니다! 합류 지점에 다른 두 명의 시체가!”
“최악이군.”
마법사가 부린 마법에 제대로 걸렸다. 그는 말 몇 마디로 기사단에 불신을 심고, 배신자를 만들어냈다.
한 번 배신이 일어나면 다음은 더 쉽다.
“마법사에게 간다. 말을 준비해라.”
부하들이 더한 유혹에 빠지기 전에 확실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
* * *
카반과 그 부하들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여덟 명의 기사가 서쪽에서부터 도시에 진입했다.
“인기척이 없습니다. 도망간 걸까요?”
“돌을 나르는 칼라엔스 공작의 기사를 보았다. 싸움을 끝내고 주변 정리를 하던 중이었겠지.”
“기사단 전체가 점령지에서 자리를 비웠다고요?”
“서부는 낯선 땅이다. 기존의 상식은 버려라.”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만약 그들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 거라면… 폐하에게 땅을 선물해도 나쁘지 않겠지.”
들개 기사단 단장 클리프와 그 부하들이 주인 없는 도시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