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25
제225화
술판은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모두 아침에 멀쩡하게 눈을 떴다.
약한 포도주로는 기사를 완전히 취하게 할 수 없고, 마법사 중에 숙취 해소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유렐과 부하들은 서쪽으로 떠났고, 마르할 일행은 임시 토지 문서를 정식 토지 문서로 교환받으려면 연합 지부를 찾아가야 했다.
동쪽으로 가던 중 마린이 입을 열었다.
“마르할 님. 저도 땅이 가지고 싶어요.”
“갑자기요?”
“그 미친년을 막으려면, 이대로는 안 돼요.”
마린이 가진 땅은 가치가 높지 않다.
도시에 붙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도시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카반은 마르할의 명을 거역할 수 없으니, 두 땅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한 짓이지만, 외부인들은 그걸 모른다.
남들 눈에 마린은 도시 주인의 뜻에 따라 언제든 영향력이 사라질 수 있는 땅뙈기의 주인이다.
그걸로는 베이올라를 막을 수 없다.
베이올라는 천하를 담은 땅에서도 금싸라기 땅의 주인이 되었다.
베이올라 앞에 산적한 문제는 산더미지만, 그 미친년이 고작 그걸로 고꾸라질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
베이올라를 막으려면, 최소한 그녀와 같은 눈높이에 서야 한다.
어제 만났던 라길도 있다.
도둑의 역사를 훔치며, 거물의 지원을 받는 어린 시절의 친구.
라길이 마린에게 쏘아냈던 살기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라길은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녀의 다른 친구들도 죽였고, 그들의 유물도 가지고 있겠지.
아이와 노인이 서부에서 살아남게 도와준 유물이다.
유물 하나하나가 권력자들이 군침 흘릴 능력을 가졌다.
그걸 모두 가지고 있다면, 솔직히 마린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모든 걸 정리할 방법은 하나다.
천하를 담은 땅의 주인이 된다.
역사를 쌓아 더 많은 도둑의 기술을 몸에 익힌다.
마린의 굳게 다문 입술과 흔들림 없는 눈동자를 보고 마르할이 물었다.
“그게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에요?”
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왕이면 가까운 땅이 좋겠죠. 스트레킬, 도와줘요.”
“얼마든지.”
토지 경주에 참가한 사람들이 들으면 쌍욕을 내뱉을 소리였다.
땅이 얻고 싶다고 얻어지는 것이던가.
토지 경주에 돈도 목숨도 내놓은 이들이 보기에 그들의 대화가 얼마나 오만하게 들릴까.
하지만 그게 현실이기도 했다.
힘이 전부인 무법 지대에선 센 놈이 왕이고, 스트레킬은 토지 경주 참가자 전체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무력의 소유자였다.
신비까지 다루게 되었으니, 마리나 같은 극히 특별한 예외를 빼면 스트레킬을 이길 사람이 있기는 할까.
불쌍한 피해자를 물색하며, 스트레킬은 마르할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땅은 그대로 둬도 되는 거냐.”
“어떤 땅이요?”
“네 땅. 뒤통수친 내 제자의 땅과 딱 붙어 있는 그 땅 말이다.”
“서로 땅을 직접 관리할 시간은 얼마 안 될 거예요. 만나지 않으면 사건도 없죠.”
“그쪽이 먼저 시비를 걸면?”
“잔인한 이야기지만, 토지 문서만 있으면 마을은 몇 번이고 재건할 수 있어요. 베이가 그것도 모르고 먼저 싸움을 걸면. 그때는 서로 죽는 거죠.”
마르할은 베이올라에게 여러 기대를 걸고 있지만, 마르할에게 최우선 순위는 언제나 서부였다.
마왕이 죽은 이후로 쭉.
셋은 쓸 만한 땅을 찾아 평야를 돌아다녔다.
황금의 젖줄과 붙어 있는 땅이 제일 좋지만, 마르할의 땅 인근은 이미 마리나가 측량을 다 끝냈을 시간이다.
그렇다고 마르할의 땅과 너무 떨어지는 장소에 깃발을 꽂는 것도 좋지 않다.
지주들이 힘을 모으고, 대지주 아래로 모이는 건 한 명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일도 힘을 합치면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한 방안이고, 또 효율을 위한 선택이다.
같은 맥락으로 마린의 땅도 마르할의 땅과 가까울수록 좋았다.
땅을 물색하던 스트레킬은 저 멀리 펄럭이는 깃발을 발견했다.
“저 정도면 괜찮지 않나?”
“괜찮네요. 마린은 어때요?”
“적당한 땅이면 어디든 좋아요.”
“제대로 봐야죠. 관리는 똑바로 해야 하니까요.”
마르할의 말은 온화했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질책이었다.
마린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깃발이 가까워졌다.
투구를 벗어 말의 뒤에 달아둔 스트레킬이 탁 트인 시야로 깃발 인근을 살피고는 말했다.
“사람이 없군.”
“그러게요.”
천하를 담은 땅은 풀이 무성해 조금만 거리가 멀어져도 사람의 모습을 놓치기 쉽다. 하지만 사람이 보일 거리까지 다가가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가보죠. 저희처럼 깃발만 꽂아두고 다른 장소에 노숙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르할은 깃발 바로 앞까지 어떤 방해도 없이 도착했다.
근처에 노숙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깃발 아래에는 헤아릴 수 없는 시신이 있었다.
“악질이군. 거의 다져놨어.”
잘게 썰리고, 탄 흔적도 있는 다진 고기를 두고 몇 명이냐를 헤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진 고기에 굳이 숫자를 매기자면 스물에서 스물다섯 사이?
마르할은 반쯤 잘린 뼈에 손을 가져갔다. 다리뼈로 보였다.
흉기가 뼈를 다 자르지 못하고 중간에 빠져나갔다.
마르할은 그 흔적 하나를 집요하게 살폈다.
마르할 옆에서 마린도 그 자국을 눈이 빠지도록 바라봤다.
“왜 그러지?”
“익숙한 상흔이 보여서요. 그렇죠, 마린?”
“도둑의 기술이에요. 어제, 저랑 같이 공국으로 탈출했던 친구를 만났어요.”
“그때인가.”
“그때죠?”
“…알고 계셨어요?”
마린이 눈을 깜빡였다.
“꽤 날카로운 살기더군. 유렐의 호위 몇몇도 알아차렸을 거야.”
“마린이 그쪽에 있는 걸 알기도 했고, 저희가 움직이지 않으니 가만있었던 거죠. 누구였어요?”
“라길이요.”
“그 까까머리?”
“상처를 치료하고 바로 머리를 길렀어요.”
마르할이 그 자리에 있었던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마르할 님과 헤어지고, 저를 포함해 여덟 명이 공국에 도착했어요.”
“노인들은요?”
“공국에 도착하고 며칠 뒤에 헤어져서 잘 몰라요. 아마도… 저희한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노인들은 오랜 시간의 강행군으로 몸이 망가져 있었다.
아이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노인들은 아이들을 버리듯이 내쳤다.
아이들도 노인들의 선택을 이해했다.
그들은 아이라기에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었다.
노인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알려준 생활의 지혜들도 있었다.
몸이 성치 않은 노인들의 뒷바라지는 아이들의 몫이었고, 노인들은 대신 아이들에게 살면서 도움이 되는 여러 지식을 알려주었다.
“각자 서부에서 주운 유물로 제 몫을 했어요. 싸움은 제 일이었고요.”
마린의 단검은 마르할도 인정하는 특급 유물이다.
마린은 어렸을 때부터 유물을 들고 초인들과 검을 나눴다.
“할머니가 있었던 저는 도중에 아이들하고 헤어졌고, 그 후에 만난 건 어제가 처음이에요.”
“오랜 인연과 만나서 살기까지 쏘아 보냈는데, 인사만 한 건 아니죠?”
“좋은 후원자를 만나 역사 잇기를 하려는 것 같아요. 저는 마지막이래요.”
“아르고, 망할 인간이 진짜…!”
마르할이 드물게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냈다.
말이 역사 잇기지. 역사 뺏기, 역사 훔치기다.
누구보다 도둑질에 민감한 인간이 그걸 몰랐을까.
사고를 몰고 다니는 인간이 어째 얌전히 돌아갔다 싶었는데, 그냥 자기가 손댈 부분이 없으니 돌아간 거였다.
나중에 다시 찾아와 역사 쟁탈전의 결과만 보고 돌아가겠지.
이건 비싸게 받아내고 말겠다고 다짐하는 마르할이었다.
마르할은 뼈에 남은 흔적은 물론이고, 다른 시신도 손으로 헤집으며 흔적을 찾았다.
“마지막이면, 같이 아르고에게 호신술을 배운 사람은 라길과 마린만 살았다는 거네요. 나머지는….”
“다른 아이들이 쓰던 유물도 그놈이 가지고 있었어요.”
“동문 친구를 죽였다라…. 역사도 착실하게 쌓았네요. 기술도, 분명 도둑이 가르쳐주지 않은 기술이지만, 도둑의 것과 닮았어요. 역사 훔치기도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에요.”
“죽여야 하지 않나? 진짜 도둑의 역사를 훔치고 있다면, 보통 위험한 인물이 아닐 텐데?”
스트레킬이 말했다.
그는 용사 일행의 역사를 잇고 있는 사람을 두 명이나 만났다.
마리나의 마법은 말해 입만 아프고, 성녀가 된 알라실의 능력에 대한 소문도 평범하지 않았다.
토지 경주를 준비하며 스치듯 들은 소문에 의하면, 잘린 팔을 붙이는 게 아니라 자라나게 했다나.
스트레킬의 시선이 잘린 왼팔에 머물렀다.
신비를 사용해 갑옷을 움직여 손처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진짜 팔에 비하면 움직임이 조잡했다.
고온의 쇠에 녹아내린 스트레킬의 팔은 사제에게 가져간다고 붙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신비를 연습한답시고 갑옷을 손 대신 사용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손을 되찾아야 할 터였다.
‘다시 왼손을 쓸 수 있게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닐 때도 대비해야지.’
그건 그거고.
스트레킬이 만난 용사 일행의 후계자 아닌 후계자 둘은 같은 사제와 마법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능력을 선보였다.
그러면, 투쟁에 특화된 도둑의 역사를 이은 인간은?
마리나의 마법이, 알라실의 기적이 살인과 약탈에 집중된다면?
그 살육 능력은 짐작하기 힘들다.
“마린 생각은 어때요? 급할 것 같아요?”
“아뇨. 저랑 싸워도 반반인 허접이에요.”
“…….”
“…….”
스트레킬과 마르할이 눈빛을 교환했다.
“왜요?”
스트레킬이 한숨을 쉬었다.
“너는 네가 어떤 수준인지 잘 모르는 것 같군.”
“스트레킬 잘못도 있죠. 그걸 알려줘야 하는 게 스승의 일이잖아요?”
“네 잘못도 있다. 너 같은 괴물이 근처에 있으니 주제 파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제가 왜요.”
“초인도 아닌 인간이 기사를 학살하고 다니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저 마법산데요.”
“불만 겨우 피우는 마법사지.”
마르할이 주군에게 이러기 있냐는 눈빛을 보냈지만, 스트레킬은 콧김 한 번으로 무시했다.
의아한 건 마린이었다.
“제가 왜요?”
“뭐, 본인이 직접 경험하는 게 제일 빠르겠지. 마침 오는군.”
북쪽에서 십여 명의 사람이 말을 타고 다가왔다.
마르할이 아는 얼굴도 있었다.
“말리바 리시 휘하 기사들이에요. 보아하니, 죽은 사람들도 말리바 리시의 부하였던 모양인데요.”
말리바 리시의 세력이 작아지는 건 마르할에게는 낭보였다.
지금은 네루 아래 얌전히 있지만, 기회가 오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사람이 말리바 리시다.
나중에 따로 휴고에게 시킬 생각이었지만, 토지 경주 도중에 만났다면 작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죽여도 후환은 없어요. 오히려 저 사람들이 죽어주는 편이 저희에게 이득이에요.”
“그렇다는군. 가라, 제자.”
“혼자서요?”
“여태 잘만 해놓고 이제 와서 그러기냐?”
“그냥 용병하고 다르잖아요.”
마르할은 기사들이라고 했다.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아, 참고로 제일 앞에 있는 저 사람은 고위 기사예요.”
고위 기사가 포함된 기사들과 마법사 한 명.
싸울 엄두도 못 내야 정상이다.
하지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어.’
어쩐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가진 걸 모두 활용하면, 저들 모두를 상대해도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스트레킬이 투기만 쏘아도 경고를 알리는 본능도 조용했다.
“위험하면 도와줄 테니까, 그냥 가봐요.”
“네.”
마린은 말도 타지 않고 걸어서 말리바 리시의 부하라는 사람들에게 걸어갔다.
말리바 리시의 부하들도 다가오는 마린을 발견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마린을 경계했고, 마린이 멈추지 않고 다가오자 이내 무기를 뽑았다.
“멈춰라!”
마린은 멈추지 않았다.
허리춤에서 쌍검을 뽑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광전사의 역사까지 꺼낼 필요도 없어 보였다.
말리바 리시의 부하들이 검을 뽑았다. 마법사가 만들어낸 앙증맞은 불덩이 몇 개가 그녀를 노리고 날아왔다.
제대로 무장한 기사와 용병도 불덩이에 명중하면 중상을 입는다. 가죽이 살에 들러붙고, 장기가 익어버리면 기사라도 가망이 없다.
분명 위협적인 기술이지만, 마리나의 마법을 매일 눈으로 봐왔던 마린에게는 불장난 수준의 기술이었다.
마린은 불덩이를 베어내고, 고위 기사와 검을 맞댔다.
말에 타고 있던 고위 기사가 마린의 힘에 밀려 뒤로 떨어졌다. 기사는 능숙하게 몸을 뒤집으며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마린의 단검이 목덜미를 파고드는 게 더 빨랐다.
마린은 기사를 베고, 마법을 베고, 마법사를 벴다.
유물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도둑의 기술도, 광전사의 역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
시신들 사이 서 있는 마린에게 스트레킬과 마르할이 다가왔다.
“…제가 이렇게 강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힘 하나는 엄청났으니까요. 그때 이미 고위 기사의 문턱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고 봐야죠.”
기사의 문턱도 아니고 고위 기사의 문턱에.
“유물과 피의 역사가 있다 해도, 애송이와 힘 싸움을 해야 했던 내 심정을 아나? 그 애송이가 제대로 된 초인이 되었고, 도둑의 역사까지 이었다.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강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지.”
“자, 그럼. 고위 기사와 마법사가 포함된 무리를 손쉽게 죽이는 마린이 승산이 반밖에 안 된다고 말하는 인간은 약할까요, 강할까요?”
“강하…겠죠?”
마린은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실감했다.
그리고 허접 라길이 생각 이상의 위험인물이라는 사실도 인지했다.
“그런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면, 위험하겠어요? 아니겠어요?”
“위험해요.”
“그러면 죽여야겠죠?”
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