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26
제226화
기세를 탄 마린은 북쪽으로 가 말리바 리시의 남은 부하도 처리했다.
스트레킬은 깃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구멍을 팠다.
이 근방은 시신을 처리할 곳이 없었다.
황야는 그냥 방치해도 괜찮지만, 풀이 많은 곡창지대에서 시신이 썩게 놔두면 벌레가 꼬이기 딱 좋았다.
전염병을 옮기는 벌레나, 독이 있는 벌레가 꼬이기라도 하면 낭패였다.
“말리바 리시만 불쌍하게 되었군. 기사 수준을 보니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은 모두 동원한 모양이던데.”
말리바 리시의 부하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초인과 마법사 아닌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었고, 고위 기사도 몇 명 섞여 있었다.
마린도 가진 패를 모두 꺼내 싸웠다.
함정을 파고, 유물을 꺼내고, 마지막에는 피의 역사까지 꺼내 간신히 이겼다.
“그 사람은 지금이 딱 좋아요. 자유롭게 두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제국군 전략 사령관이라 했나. 제국군의 전략이 어떤지 궁금하군.”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요.”
시신을 제법 깊은 땅에 묻고, 그 위에 풀도 덮었다.
깃발 주인이 바뀐 걸 보고 근처 깃발 주인이 몇 차례 시비를 걸어왔고, 근방 땅에 주인 잃은 깃발이 늘었다.
마르할은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작은 시비에도 피로 보답했다.
일단 땅을 차지하기로 했으면, 근처 땅의 권력 구조를 재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르할이 가진 두 개 도시가 그랬다.
도시 인근 지주들은 도시가 세워지기 전에 마르할과 이미 협상을 끝냈다.
세 번째 땅은 처음부터 규모를 키울 생각이 없었으니 예외.
마린의 땅은 강과는 조금 떨어졌지만, 강에서 물을 못 끌어다 쓸 위치도 아니다.
곡창지대에서 가치 높은 땅이라는 뜻.
인근 땅의 주인들과 기 싸움을 미리 끝내두면 향후가 편하다.
그렇게 기다리길 며칠.
측량사가 도착했다.
* * *
마리나는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작게 인상을 썼다.
“돌아간 거 아니었습니까? 땅을 얼마나 더 처먹으려고요?”
“처먹다뇨. 여유 있는 사람이 깃발 하나 더 꽂는 거죠.”
“어이가 없어서…. 그보다, 그런 폭탄을 숨겨두고 있었어요?”
“베이 말이죠?”
마리나는 베이올라와 몇 번이나 얼굴을 보았다.
둘이 같이 금단의 붉은 책을 낭독하기도 했다.
마리나는, 마법에 미친 한 여인은 최근 그걸로 마법을 하나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걸로 귀중한 인력이 열 명이나 이탈했습니다. 가뜩이나 측량사가 죽어 나가는 판에.”
“측량 안 해요?”
“벌써 끝냈습니다.”
마리나는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임시 토지 문서를 작성했다.
“땅 주인은요? 당신 땅은 이미 있잖아요.”
“마린. 땅 주인 이름은 마린이야.”
“부럽네요. 남들은 천금을 줘도 못 구하는 종이인데.”
“그렇지? 나도 운이 좋다고 생각해.”
마리나가 마린에게 임시 토지 문서를 넘겼다.
마린은 종이를 접어 품에 넣었다.
마리나가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갑시다. 이 빌어먹을 경주를 빨리 끝내든지 해야지.”
“그런데 마리나. 황금의 호수는 끝냈어요?”
“거긴 제 영역이 아닙니다. 그런데 황금의 호수는 왜요? 깃발 하나 더 꽂으려고요?”
한 사람에 깃발 하나.
토지 경주의 규칙이다.
사소해 보이는 규칙이지만, 의외로 중요한 규칙이기도 하다.
마르할과 마린은 토지 경주에 더는 참가할 수 없지만, 아직 스트레킬이 남았다.
“아뇨. 그냥 구경이나 한번 하려고요.”
“…당신이 구경 간다는 것만으로 동요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마리나의 호위는 연합에서도 힘 좀 쓰는 사람들의 부하였다.
마르할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도 다수 있었다.
마르할이 지나간 자리에 성한 것이 없다는 걸 아는 자들은 마르할이 황금의 호수에 간다고 하자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저처럼 무해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그러시겠죠.”
* * *
황금의 호수는 이번 토지 경주에서 제일 중요한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수가 보이지도 않는데 눈앞에 가득한 깃발이 토지 경주의 치열함을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저래서야 마을 하나도 못 세우겠군.”
“나중에 팔아야죠. 저 땅 전부 경매로 나올걸요?”
“저걸 하나하나 사는 것도 일이겠군.”
“그걸로 싸움이 나기도 해요. 영지전 비슷한 것도 일어나고요.”
당장 스트레킬의 눈에 보이는 깃발만 스무 개가 넘었다.
깃발 사이에 규칙은 보이지 않았다.
수백 걸음 사이에 두고 꽂힌 깃발도 있었다.
깃발 주인들이 서로를 노려보는 게 저래서야 밤에 잠이나 제대로 잘까 모르겠다.
“저긴 피하죠. 괜히 가까이 갔다가 시비 걸릴 것 같으니까요.”
살얼음판 같은 깃발 사이를 건너 마르할은 황금의 호수가 보이는 지역에 도착했다.
황금의 호수 인근은 마르할이 지나온 땅처럼 난잡하지는 않았다.
어설픈 세력은 전부 밀려난 결과일 것이다.
깃발 사이는 적당히 멀었고, 깃발 주변에 만들어진 천막의 천은 추위를 막을 만큼 두터웠다.
말들이 천막 근처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었다.
“여기가 진짜군.”
“진짜들이 모인 땅이죠.”
마르할은 말을 몰아 깃발 사이를 지났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초인 아닌 자들이 더 적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눈길에 피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마르할 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럴 사람들이니까요. 이번 경주까지 끝나면, 조용히 살기도 힘들어지겠어요.”
“지금까진 조용히 산 거였나?”
스트레킬이 기막혀했다.
용사의 길잡이, 바체아 제국의 마지막 후계자.
그 이름들에 비하면 얌전히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전혀 아니었다.
대지주, 서부 전역에 유명한 용병, 듣자 하니 대상회들과도 엮인 게 많은 모양이었다.
“목표를 위한 최소한의 활동을 그렇게 생각하면 억울한데요. 뭐, 억울함은 진실로 풀면 되죠.”
“방금 했던 말을 주워 담고 싶군.”
“물은 이미 쏟아졌어요. 잔을 엎은 게 아니라 둑이 터졌죠.”
경계에선 한창 서부 몰살을 외치는 자칭 선지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거고, 연합 이사들은 책상 위에 곡창지대의 지도를 놓고 매일 달라지는 지도를 보며 골머리 싸매고 있을 것이다.
작은 제국은 유렐의 등장으로 시끄러울 테고, 이 혼란 속에서 성황국이 아무것도 안 할 거라는 건 또 너무 낙관적인 예측이다.
그걸 전부 수습하려면, 하일리처럼 얼굴 정도는 드러내고 활동해야겠지.
든든한 호위 기사도 얻었으니, 호위를 부려먹지 않으면 그것도 낭비 아니겠는가.
“하여간, 바람 잘 날 없다니까요.”
바람이 멈춰버린 성황국이나, 바람을 틀어막는 제국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바람에 휩쓸려가는 것도 사양이다.
마르할은 네루의 땅을 찾았다.
호수 옆에 므에트 제국 황실 문양이 박힌 금빛 마차가 몇 대나 늘어서 있으니,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나의 마차에 모인 사람들을 발견한 마린이 눈에 힘을 줬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요. 무슨 일일까요?”
“그러게요. 협상 같은 걸 할 시기는 아닌데.”
호수 인근에 자리 잡은 세력끼리의 협상은 이미 끝났다.
깃발 사이의 거리를 보면 알 수 있다.
거리를 두고 떨어진 깃발들은, 더 강한 무력을 가진 무리에게 더 많은 땅이 가도록 측량까지 끝나 있었다.
사실상 토지 경주는 끝난 셈.
여기서 네루와 더 이야기할 게 남았다고?
저렇게 많은 사람이?
상인이라면 향후를 위한 협상을 미리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긴 상인이 아닌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가보면 알겠지. 가장 간단한 대답 아닌가?”
“그렇죠. 일단 가볼까요.”
* * *
아무리 재미있는 책도 종일 붙들고 있으면 질리기 마련.
지루해 죽기 직전의 네루에게 마르할이 찾아왔다는 소식은 어둠 속에 비치는 한 줄기 광명과 같았다.
네루는 그녀만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마차 안에서 마르할을 기다렸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네루 옆에선 딩켄이 손톱을 쥐어뜯었다.
평정을 가장하는 법에 통달한 딩켄은 남들 눈에 보이게 불안을 표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다.
그의 손은 학자들이 애용하는 옷 특유의 풍성한 소매에 가려져 있었고, 그 아래서 그의 손톱은 실시간으로 뜯겨 나갔다.
손톱이 남들에게 보이면 어쩌냐고?
손톱이 자랄 때까지 가짜 손톱을 쓰면 된다.
치장용 가짜 손톱까지 구비해둔 게 딩켄의 치밀함이었다.
그렇게 마음껏 손톱을 괴롭힌 딩켄이 편해졌느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왜, 왜 그런 거물이 여기에 온단 말인가!’
주의해야 할 인물의 위치는 모두 파악했다.
마르할이 깃발을 꽂은 땅은 이미 측량이 끝났다.
대지주라면 할 일도 많을 터. 즉시 귀환해 밀린 일을 처리하고, 곡창지대 개발에 필요한 자원 확보에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왜! 왜! 왜! 따지자면 적이라 할 수 있는 네루를 만나러 온단 말인가!
학자인 딩켄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이해할 수 없기에 딩켄은 더욱 불안했다.
기사가 마차 문을 살짝 열고 말을 전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들라 하시오.”
정신 사납게 움직이는 소매 아래와 달리 딩켄의 표정은 유약하지만, 굳센 심지를 가진 학자 그 자체였다.
10년 넘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던 연기다.
겁쟁이 딩켄의 걱정과는 별개로 네루 황녀의 최측근 딩켄의 몸은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다만, 오늘은 상대가 나빴다.
마차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딩켄은 황궁에서 단련한 눈 기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르할의 행색을 살폈다.
‘지극히 평범한 용병으로 보이지만, 내 눈은 못 속이지.’
잘 씻었는지 흙내와 가죽 냄새를 빼면 용병들에게서 질리도록 맡았던 땀내가 없다.
머리도 기름기가 없는 게 세안 도구를 따로 가지고 있는 모양.
‘타고난 꾼이다.’
딩켄이 말하는 꾼이란 정치꾼이다.
알몸으로 거리에 던져져도 몇 달만 지나면 어디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태어나길 정치인으로 태어난 사람.
꾼들은 곧 죽어도 자기 관리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을 관리한다.
마르할과 눈을 마주친 딩켄은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더했다.
등골을 싸악 훑는 한기.
휘하에 수천수만 명을 두고 부리는 대귀족들에게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싸늘함이다.
마르할은 네루와 딩켄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잘 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경주를 끝냈다고 들었습니다! 여긴 무슨 일이죠!”
“거기까지 알면, 제 땅이 어딘지도 아시겠군요.”
“대강은 압니다!”
“하류에 땅을 가진 사람으로서 수원 상황이 어떤지 보려고 왔습니다. 황금의 호수가 오염될 장소는 아니지만, 막말로 상류의 누가 강에 독을 풀면 하류 사람들은 다 죽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있는 한 그런 일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 토지 경주 중에 재미있는 일은 없었나요!”
“케라스 아니게온을 죽였습니다. 음, 반쯤 그가 자살한 거지만요.”
케라스가 마르할의 땅에서 죽었다는 건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마르할이 만들어낸 커다란 불기둥.
오동나무 관으로 만들어낸 불기둥의 핑계를 위해서라도 케라스를 많이 팔아야 했다.
그런 면에서 네루는 좋은 이야기 상대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작은 제국에 퍼지고, 작은 제국과 거래하는 지주와 상인들에게도 퍼질 테니까.
“들려줄 수 있습니까! 대가는 지불하겠습니다!”
“나쁠 것도 없죠.”
어려운 요청도 아니다. 없었던 일을 하나부터 꾸며내는 것도 아니고, 몇 가지 요소만 빼고 있었던 일은 그대로 전달하면 된다.
마르할의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아까부터 네루 옆에서 눈에 힘을 주고 있는 남자.
네루가 벌떡 일어났다. 그런 착각이 드는 기세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둘이 만나는 건 처음이군요! 딩켄입니다! 제 오른팔과 같은 사람입니다!”
“딩켄, 황녀님을 섬기는 학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르할입니다. 지주, 용병, 상인까지. 대강 여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르할이 손을 내밀었고, 딩켄도 소매에서 손을 꺼냈다.
딩켄은 마르할이 내민 손을 잡았다.
마르할의 손은 굳은살로 단단했지만, 딩켄은 어쩐지 뱀에게 손이 묶이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