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27
제227화
네루는 눈을 빛내며 마르할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제국 최고 전력 하나가 죽는 이야기에 그리 집중해도 되냐고 마르할이 슬쩍 물으니 그녀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아버님의 부하가 제 부하가 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황제가 되면 전부 퇴물이 돼 있을 인간들입니다!’
옆에 있던 딩켄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는 발언이었다.
황제 직속 기사단은 전면에 나서는 일이 잘 없다. 하지만 한 번 움직이면 그들은 황제의 대리인으로 제국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다.
권력을 가진 무력.
황제 직속 기사단은 세상 모든 권력자가 두려워하는 권력의 화신이며, 기사단장은 그 화신들의 정점이다.
한편으로, 그들 또한 인간이다.
늙어 스러지는 인간.
네루가 황제가 될 즈음이면 현직 황제 직속 기사단 반 이상이 현역에서 물러나고 없을 것이다.
마르할의 이야기가 끝났다.
“케라스 아니게온. 검에서 뿜어내는 불길에 대련이 성립하지 않는 기사! 한층 진화해 쇠조차 녹이는 케라스 아니게온조차 대포에는 꼼짝 못 하는군요! 딩켄! 대포! 대포가 필요합니다! 수천 문의 대포라면 세상 누구라도 해치울 수 있을 겁니다!”
“황녀님. 대포와 화약은 제국에서도 특별 관리하는 전략물자입니다.”
제국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그랬다.
운이 좋으면 성벽 일부를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를 엄중히 관리하지 않으면 그게 미친놈이다.
“정녕 대포를 구하는 건 불가능한 건가요!”
“몇 문이라면 몰래 빼돌릴 수 있습니다만, 황녀님이 생각하시는 일은 무리입니다.”
“제가 뭘 생각하는 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죠!”
“호수 인근과 작은 제국에 있는 자택을 대포로 도배하시려던 거 아닙니까.”
“과연 딩켄! 정확해요!”
“그게 불가능합니다.”
그게 된다면 딩켄이 솔선해 추진하고 싶다.
대포로 만들어진 요새! 얼마나 든든한가!
초인이 아닌 딩켄은 일반 병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 마족과의 전쟁에서도 초인의 활약보다 공성 병기, 대포, 화약의 효과에 집중했다.
대포는 매력적인 무기였다. 장인이 만든 대포를 숙련된 사수가 쏘면 활보다 멀리 날아가 전신 갑옷을 꿰뚫는다고 했다.
그걸 듣고 혹하지 않을 겁쟁이는 없고, 딩켄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겁쟁이다.
“음. 나중에 착각하지 않게 첨언하겠습니다만, 케라스가 쇠를 녹인 건 그의 불꽃이 그만큼 뜨거워서가 아닙니다.”
“그럼 뭐죠!”
“신비입니다. 불 자체는 평범했고, 신비의 힘으로 쇠를 녹인 거죠.”
“둘이 다른가요?”
“매우 다릅니다, 황녀님.”
딩켄이 말했다.
“뭐가 다르죠?”
“쇠를 순식간에 녹일 온도라면, 시간을 들이면 아마 세상에 못 태울 물건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쇠만 골라 녹이는 신비라면, 쇠가 아닌 물건을 쓰면 됩니다. 예를 들어 돌. 투석기로 던진 바위는 전신 갑옷을 입은 그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역시 딩켄이에요!”
“과찬이십니다.”
마르할은 조용히 감탄했다.
운으로 황녀의 측근 자리를 유지하는 건 아니라는 걸까.
실제로 케라스에게 치명상을 입힌 건 바람을 감은 포탄이었고, 그의 목숨을 빼앗은 건 카반이 던진 돌이었다.
“이제 제 차례군요. 황녀님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맘껏 물어보세요! 물론, 대답해 준다고 확답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세력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봤습니다.”
“전염병이다.”
네루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일 이야기는 지루하다는 티가 팍팍 탔다.
주인의 심정을 헤아리는 건 심복의 미덕.
딩켄이 냉큼 말을 받았다.
“모기입니다.”
“사제가 있으면 큰 위험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랬습니다.”
“그랬다?”
마르할이 되물었다.
대답이 과거형이었다.
“황금의 호수에 깃발을 꽂은 자들답게, 다른 사람들도 다양한 대책을 준비했습니다만, 모두 통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완벽하게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건 황녀님 휘하의 사제밖에 없습니다.”
마르할은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렸다.
사제가 적고, 의학 발달이 떨어지는 서부 인근에서는 감기나 설사도 주요 사인의 하나다.
감염병이든 전염병이든 진짜 병은 최초 치료 시기를 놓치면 무조건 죽는다고 보면 된다.
그걸 아는 사람들이 준비를 대충 했을 리는 없다.
딩켄도 말하지 않았는가.
‘그랬다.’라고.
병의 치료 방법과 그것이 유효하다는 근거를 확보한 다음 움직였다는 의미다.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건, 짧은 시간 사이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웨엥 소리와 함께 사람이라면 누구나 질겁하는 날벌레 하나가 마르할 앞으로 날아들었다.
딩켄의 손이 움찔 움직였다.
마르할은 날아가는 모기의 날개를 손으로 잡았다.
딩켄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말도 안 되는 기술이군요.”
“잡기술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저도 이 근방을 지날 일이 있었습니다만, 이런 모기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한 달도 더 지난 일이니 다른 종의 모기가 우화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조금 이상하군요.”
“뭐가 말입니까?”
“까맣군요. 불길할 정도로 새까매요!”
마르할에게 잡혀 있는 모기를 본 네루가 소리쳤다.
딩켄도 모기의 색에 주목했다.
“확실히 기이하군요. 순수한 단색 생물은 흔치 않… 검은색?”
“마족의 색이죠. 최근 수상한 사람을 몇 명 봤습니다. 약을 먹더니, 몸이 마족처럼 변하더군요. 능력도요.”
딩켄은 습관적으로 네루의 눈치를 보았다.
그가 남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행동이었다.
신하가 군주의 눈치를 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므로.
네루는 대화 내용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검은 모기가 신기한지 고개를 들이밀고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저거면 된다. 네루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가장 큰 안전의 증거다.
“저희도 같은 정보를 접했습니다. 사람이 먹던 약을 벌레에게 먹였다. 그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행동의 기저에 깔린 게 호기심이든 악의든, 해볼 법한 행동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사람을 마족과 비슷하게 만드는 약이 있다. 그걸 다른 동물에게, 벌레에게 먹이면 어떻게 되는가?
이야기를 듣고 보니 딩켄도 호기심이 생기는 실험이었다.
“용병 마르할… 편하게 마르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마르할, 모기가 병을 옮기는 건 맞지만, 그건 모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죠. 주변 환경이 원인이라는 게 정설이니까요. 변한 모기 몇 마리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르할이 말을 끊었다.
딩켄은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
‘잠깐. 이게 말이 되나?’
모기에 대해서가 아니다. 마르할에 대해서다.
타고난 정치꾼이야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딩켄이 만났던 꾼들도 전문적인 교육보다는 타고난 촉으로 살아가는 자들이었다.
행정관, 대귀족, 군인, 상인의 탈을 쓴 그들은 모든 단서와 정황이 가리키는 정답을 무시하고 움직였고, 금과 명예를 손에 쥐었다.
감성으로 움직이는 존재를 이성으로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하나의 법칙은 통용되었다.
교육.
배우지 않은 건 모른다.
당연한 일이다. 배우지 않고 아는 건 불가능하다.
배우지 않고 아는 존재는 성황국에서 그리 좋아하는 전지전능한 신 정도일 것이다.
마르할은 이때까지의 대화를 모두 따라오고 이해할 교육을 받았다.
모기라는 말을 듣고 바로 사제와 연관 지었고, 태연하게 케라스 아니게온이 가진 신비의 빈틈을 지적했다.
모기가 병의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이르러선… 황궁에 있는 도서관에서나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딩켄은 식은땀을 흘렸다.
-저건 뭐지?
꾼이라는 말로 쉬이 정의될 존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용병, 대지주, 상인도 아니다.
저기 있는 인간은 도대체…?
“딩켄 님? 듣고 계십니까?”
“아, 잠시 딴생각을 했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무슨 이야기 중이었죠?”
“모기를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딱히 주의할 필요가 없는 일 아닙니까? 주의해야 할 건 모기나 벌레에 물리는 겁니다. 모기는 특히 사람을 물기 쉬우니 주의가 필요한 거고요.”
마족처럼 변한 모기가 있다는 건 충격적이지만, 그게 모기를 대하는 근본 방침을 바꿀 이유는 되지 않는다.
모기는 모기고, 병은 병이니까.
“마족의 특징이 뭔지 아십니까?”
“검은 외형과 검은 안개 아닙니까?”
“하나 더 있습니다. 원본보다 훨씬 뛰어난 생존 능력.”
딩켄은 숨이 턱 막혔다.
모기가 병을 옮기는 구체적인 방법? 그도 모른다.
특정 장소에 모이는 나쁜 물질… 병의 근원을 몸에 묻힌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며 병의 근원을 사람에게 주입한다는 것만 안다.
제국에는 모기에 물려 죽는 사람이 없다.
제국이 왕국이던 시절에는 있었던 모양이지만, 인근 숲을 전부 불태우고, 호수의 물을 싹 갈아버리니 사라졌다는 기록이 황궁 도서관에 있다.
모기가 병을 옮기는 범위는 고작해야 모기가 날아갈 수 있는 구역이다.
모기의 활동 반경이 늘어나면…?
모기는 날벌레다.
딩켄은 벌레의 생태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수학은 자신 있다.
딩켄은 머리에 지도를 그렸다.
모기의 활동 반경을 커다란 원으로 가정한다.
한 마리 모기가 한 방향으로 쭈욱 날아갔을 때 만들어지는 반지름이다.
모기가 더 오래 살고, 오래 날아서,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
반지름이 커질수록 원의 전체 넓이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병에 노출되는 잠재적 환자의 숫자도 그만큼 증가한다.
하지만 어디까지?
마족이 된 모기의 수명은 얼마나 되지?
“걱정이 많으시군요.”
“황녀님의 측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걱정입니다.”
마르할의 손에 잡혀 있던 모기가 풀려났다.
드넓은 마차의 하늘로 향하려던 모기는 네루의 손에 들린 두 개의 잔에 의해 다시 자유를 잃었다.
맞물린 유리잔 사이에서 앵앵 소리가 시끄러웠다.
딩켄은 저 모기가 자신처럼 느껴졌다.
마르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녀님.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알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죠!”
유리잔 사이에 가둔 모기를 살피느라 정신이 팔린 네루가 대강 대답했다.
마르할이 마차를 나갔고, 바로 이어 딩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녀님, 저도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제가 지루해지기 전에 돌아오세요!”
“알겠습니다.”
딩켄까지 마차에서 나가고, 마차 안에는 네루 혼자만 남았다.
네루는 조심스레 유리잔을 마차 안에 있는 탁자 위에 올렸다.
검기만 하던 모기가, 몸에서 검은 연기를 뿜기 시작했다.
네루는 유리잔을 열고 모기를 손톱으로 찍 눌러 죽였다. 그리고 혼자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어딘가 불길하더니 진짜 마족이었습니다!”
그러던 네루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마족은 죽으며 사체를 남기지 않는다.
유리잔 안에는 어떤 흔적도 없었고, 빈 유리잔을 가지고 전과를 자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족 살해자의 별명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