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29
제229화
유렐은 아직 목적지에도 도착하지 못했다.
거리도 거리지만, 그와 동행하는 마법사들의 마법 연구도 행군이 느려지는 이유 중 하나였다.
“황자님.”
“무슨 일이지?”
“이 땅에 대해 알아낸 것 같습니다.”
베이올라의 기습에는 활약하지 못했지만, 그건 기습이 워낙 갑작스러웠고, 또 베이올라 본인의 직감도 비범하다 보니 일어난 일.
유렐이 선발대로 고른 그들은 커다란 불덩이를 뻥뻥 쏘아댈 수 있다.
전투가 벌어지면 대부분의 병력은 근접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통구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전력이다.
그조차 마법사들의 진가는 아니었다.
압도적인 살상 능력은 부가적인 것. 그들은 마법사였고, 역사를 탐구하는 자였다.
그리고.
유렐 또한 신비 추적자의 마법사들에게도 인정받는 마법사였다.
“말해봐.”
“천하를 담은 땅에서는, 수련 효율이 오릅니다.”
“얼마나?”
“그건 재능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의 경우 대개 5배 남짓이었습니다.”
수련 효율이라는 말에 하품을 참으며 근처를 수색하던 기사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3만 기사단도 꿈이 아니겠군.”
“그건….”
“알아. 선택받은 마법사에게만 허락되는 신비 추적자 소속 인재들 기준으로 다섯 배. 다른 사람들은 반의반도 안 되겠지. 넉넉잡아 2배라 해도, 그게 어디야.”
10년 수련해 기사가 될 걸 5년으로 줄여준다.
재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효과는 크다.
만일, 철을 베는 기사가 될 재능이 있는 인간이 평생을 이 땅에서 수련하면, 그 인간은 어디까지 도달할까.
철을 베고, 신비를 품고, 어쩌면… 그 검은 하늘에도 닿으리라.
“원인은, 아마 이름이겠지. 맞나?”
“저희도 그렇게 추측 중입니다.”
“이 땅이 천하를 담은 땅이라 불리고 얼마가 지났지?”
“정확한 시기는 황궁 서고에도, 신비 추적자들의 기록에도 정보가 없습니다.”
“최소 수백 년을 학자들에게서, 권력자들에게서 그렇게 불렸다는 거군. 그래서 이름대로의 효과를 지니게 된 건가.”
오랜 시간 천하를 담은 땅이라고 불리게 된 끝에, 이 땅은 정말로 천하를 담게 되었다.
천하를 담은 땅을 지배하는 사람은, 대륙 일통은 몰라도 최소한 제국 하나는 넉넉히 세우고도 남을 것이다.
바체아를 뛰어넘는 역사상 최고, 최강의 제국을.
“나에게 가장 유리한 방책은 뭐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황제 때려치우고 평생 여기서 마법이나 갈고닦아라. 맞나?”
“황자님의 재능이라면 20년이면 불세출의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유렐은 신비 추적자 사이에서도 젊은 편이지만, 마법은 다른 이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유렐이 평생을 마법에 매진한 것도 아니었다.
그가 마법에 입문한 건 여기 있는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였고, 평소에도 유렐은 검이나 사냥, 그리고 인맥 관리 등으로 낭비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신비 추적자들에게 인정받았다.
“마르 실라나티엘과 비교하면?”
“신비 추적자는 세상의 반을 멸한 존재를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인간 중에서는 최고란 거군.”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하나는?”
“이 땅의 이름을 지우는 겁니다.”
“불가.”
처음 듣는 목소리. 그리고 바로 옆에서 나타난 기척.
베이올라의 일을 교훈 삼아 유렐은 마음가짐을 바꿨다.
마법사에서 기사로.
황족에서 전사로.
그는 즉시 검을 뽑았다.
호위들이 말이 주저앉을 정도로 강하게 안장을 박차고 뛰어왔고, 마법사들도 절치부심해 개조한 소형 대인 마법을 사용했다.
망토를 뒤집어쓴 여인의 체구는 자그마했다. 손에는 키보다 큰 지팡이 하나를 들었다.
서부에서 흔히 보이는 여행자의 모습. 그러나 여인을 마주하는 유렐과 마법사들은 숨이 막혔다.
신비 추적자 소속 원로들도, 수련을 위해 찾아갔던 숲의 은둔자들의 대스승과 힘들게 초빙한 만년설 산맥의 얼음 일족 마법사도 유렐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유렐은 황족의 자존심도 내려두고 조심스레 물었다.
“누구십니까?”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
마법사가, 마르 실라나티엘이,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를 개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바꿔버린 인간이 얼굴을 가리던 망토를 뒤로 젖혔다.
10대 후반? 아무리 많이 쳐줘야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얼굴이 나타났다.
잘 조형된 인형을 보는 듯했다.
‘정말 그 사람인가? 그만한 역사를 쌓은 인간은, 노화라는 세상의 법칙마저 비껴가는가?’
유렐은 황족이며 마법사다. 황제를 제외하면 가장 실라나티엘과 가까운 사람.
세오닉도 마법에 일가견이 있다지만, 세오닉의 수준을 모르니 그는 예외로 하고.
아무튼, 유렐이 알기로 마르 실라나티엘의 나이는….
“난 그 주제를 별로 안 좋아해.”
“알겠습니다.”
유렐은 즉시 생각을 멈췄다. ‘그 마법사’다.
세뇌 마법도 실존하는 판에 생각을 읽는 마법이 없을까.
“수년 전에 이 땅을 찾았던 마법사들도, 수십 년 전 이 땅을 찾았던 마법사들도 바보는 아니었어. 그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까?”
신비 추적자 소속 마법사들이 뛰어난 건 맞지만, 그들과 대등한 역사를 쌓은 집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멸문 전의 실라나티엘 가문은 아예 신비 추적자보다 몇 수 위로 평가받았다.
그런 자들이 한 번도 천하를 담은 땅을 조사하지 않았을까?
조사하고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을까?
“천하란 뭘까?”
“하늘 아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천하를 만드는 건?”
이번에는 즉답하지 못했다.
유렐은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한 가지 답을 입 밖에 냈다.
“사람?”
“무지개, 만 년 동안 눈이 녹은 적 없는 설산, 태풍과 해일, 일출, 일몰, 위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이라 불리는 것들도 모두 평가하는 사람이 없으면 단순한 현상일 뿐이야. 천하도 마찬가지.”
“천하에서 몰린 사람들이 천하를 담은 땅에 들어왔기에, 비로소 이 땅은 천하가 되었다는 뜻입니까…?”
“제법 머리가 돌아가네. 내 동생만큼은 아니지만.”
유렐은 머리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희열을 느꼈다.
제법이란다. 그 마법사가! 마르 실라나티엘이 자기보고 제법이란다!
“겨우 걔가 마음에 들어 할 땅이 생겼으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알겠습니다.”
마법사가 하지 말란다.
그러면 하면 안 된다.
“말이 잘 통해서 좋네. 하는 김에, 하나 부탁해도 될까?”
“죽으라는 명령만 아니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네가 원하는 그런 건 없어. 나는 역사를 억누르고 있으니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마법사의 명령을 수행했다.’라는, 세상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역사를 쌓으려던 유렐의 계획은 시작도 전에 좌초되었다.
그렇다고 마법사의 명령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저런 게 자주 보일 거야. 눈에 보이는 것만이라도 처리를 부탁해.”
마르가 가리킨 방향에는 검은 안개를 두른 생명체가 꾸물꾸물 기어오고 있었다.
마족이었다.
“이 작은 땅이 천하가 되었어. 그러면, 천하에 생기는 문제도 똑같이 생겨.”
마르의 지팡이가 땅을 두드렸다.
유렐은 다급히 말을 옆으로 움직였다. 지팡이를 중심으로 땅이 열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 생겨났고, 마족은 구멍 아래로 떨어졌다.
마족을 삼킨 무저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닫혔다.
땅을 가르는 마법사.
그 별명은 과장이나 호들갑이 아니라 그냥 사실이었다.
“못 죽일 것 같으면, 최대한 깊이 묻어. 저것들은 땅의 역사는 먹지 못하니까.”
마족이 사라진 방향을 보고 있던 유렐은 마르가 있던 장소로 고갤 돌렸다.
마르 실라나티엘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옆으로 누운 풀과 땅을 꾸욱 누른 지팡이 자국이 아니라면, 유렐은 방금 있었던 일을 꿈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호위대장, 그리고 수석 마법사. 어떻게 생각하지?”
“…마법사의 부탁이라면 명령이나 다름없는데,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조건! 무조건 해야 합니다! 방금 보았던 그 마법을 재현하려는 시도만으로 성과가 있을 겁니다!”
마법사의 마법을 눈으로 보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르는 기사는 떨떠름하게 대답했고, 그 가치를 아는 마법사는 입에 침을 튀겨가며 열정적으로 소리쳤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일차 목표는 여전히 토지 확보다. 그리고 다른 목표를 전부 후순위로 돌리고, 마족 탐색과 처치를 이차 목표로 재설정한다. 이견 있나?”
유렐은 다시 서쪽으로 향했다.
유렐은 마르 실라나티엘과 나눴던 대화를 곱씹었다.
‘걔가 마음에 들어 할 땅, 그리고 동생.’
용사 일행에서 도둑과 성인은 명확하게 마법사보다 나이가 많다.
용사가 마법사보다 어리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동생이 용사를 지칭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한 명이 남는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용사 일행.
길잡이.
현재 토지 경주에 참가하고 있는 남자.
‘우선순위를 올려야겠군.’
경우에 따라서는, 황제가 되는 것보다 마르할과 친분을 다지는 게 중요할지도 몰랐다.
* * *
사제 페르산과 헤어진 마르할은 생각이 많았다.
통하던 치료법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지만, 마르할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사제가 치료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우연히 병의 성질이 변한 거라면 그러려니 넘어가면 된다.
하지만, 이것도 역사의, 업의 영향이라면?
쌓이는 것은 힘을 가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쌓이는 모든 것’은 힘을 가진다.
토지가 역사를 가지듯 병이 역사를 가져도 이상할 게 없다.
‘율란은 아무 말 없었는데.’
하긴, 서부에서 마르할이 싸워야 했던 건 검은 안개와 마족들이 가진 독이었지, 병마는 아니었다.
만일 병에 역사가 있다면, 그 역사마저 마족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현실을 봐야 한다.
세상의 변화가 병마에도 변화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동부였다면 어떻게든 됐겠지. 어떻게든.’
성황국의 권력은 기적에서 나온다.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건 성황국의 권위 손상과도 이어진다.
수백의 사제를 희생시켜 가며 기어이 불치병을 치료해내는 그들의 의지 하나는 마르할도 인정한다.
그 방법이 옳은가는 둘째 치고.
세상에 어떤 병이 나타나도, 시간과 인력만 있으면 성황국은 치료해낸다.
그게 그들이 쌓은 역사니까.
딩켄의 치료는 공짜가 아니었다.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도 많았다.
가진 것 없이, 목숨도 위태로운 사람들은 증상이나 한번 봐주겠다는 마르할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마르할은 한 청년의 병세를 살폈다.
“살릴 수 있나?”
“본인에게 달렸습니다.”
마르할은 허리춤에서 약초 몇 개를 꺼냈다.
“고통을 덜어줄 마약과 해열제입니다. 해열제는 수시로 먹이고, 마약은….”
“말 안 해도 안다. 못난 단장 탓에 젊은 녀석이 죽게 생겼군.”
“고용주는 뭐라고 합니까?”
“치료 비용이면 우리 같은 용병단 다섯 개는 고용할 수 있다더군. 단원들은 고용주가 병에 걸리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
딩켄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집단 대 집단으로 사제에게 치료받을 권리를 거래했다.
단장도 아니고 막내 한 명 때문에 토지의 이권을 거는 건 저울에 맞지 않았고, 용병단은 딩켄이 요구하는 조건을 무엇 하나 가지지 못했다.
“치료받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있습니까?”
“끙끙대는 사람이 백여 명. 죽은 놈도 그 정도 숫자는 된다.”
마르할은 미리 적어둔 종이를 꺼냈다.
“초기 치료만 빨라지면 죽는 사람은 줄어들 겁니다. 여기 증세를 구분하는 법하고, 이 근처에서 나는 풀로 만들 수 있는 약의 제조법입니다.”
“고맙긴 한데, 고작 금화 하나에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
“나중에 적으로 만났을 때 한 번 봐주시죠.”
“투항하면 사지는 붙여두겠다 약속하지. 뭐,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남자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스트레킬과 마린을 보았다.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도 기사지만, 여자 쪽도 만만치 않았다.
냉정하게 말해, 정면에서는 못 이길 것 같다.
마족과의 전쟁에서도 살아남았으면서, 막 성인이 된 것 같은 여자를 상대로 겁먹다니. 자존심이 너덜너덜했다.
마르할은 일행과 합류했다.
“귀환을 서둘러야겠어요.”
“무슨 일이지?”
“성황국이 움직일 최적의 환경이 마련되었거든요.”
“성황국이?”
“가면서 설명해 줄게요. 마린도 기억해요. 지주 노릇 하려면 알아야 하는 내용이니까요.”
“네.”
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