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31
제231화
유렐은 통곡의 산맥 인근에 도착했다.
통곡의 산맥은 곡창지대와 멸망한 서부 문명 사이에 있는 커다란 산맥으로, 서부 문명이 천하를 담은 땅에 발을 들이는 걸 대대로 막아왔다.
산맥을 우회해 천하를 담은 땅 안에 자리를 잡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본국에서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그들은 사방의 견제에 허무하게 쓰러졌다.
사람의 입에서 통곡을 자아내는 산맥이니, 통곡의 산맥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작은 언덕을 찾아 올라간 그의 눈에는 열 개가 넘는 마을이 보였다.
건물 외벽의 찌든 때와 마을 곳곳에 찐득하게 달라붙은 생활의 흔적들을 보면 토지 경주에 참가한 사람이 만든 건물은 절대 아니었다.
마족이 죽고 서부를 떠난 사람, 청소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만든 건물이 분명했다.
토지 경주가 시작되기 전 청소에 할당된 시간은 두 달도 안 된다.
허허벌판의 청소도 그보다는 오래 하는데, 그것보다 짧은 시간으로 곡창지대 전체가 청소될 리가 있나.
토지 경주가 열린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터였고, 그들이 동쪽에서 다가오는 살인귀들과 대면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었을 시기다.
마을 사람들은 연합의 규칙으로 따지면 부정 출발자였고, 모두 죽여야 하는 대상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죽이는 게 마냥 이득일까?
아니다.
근처 지리와 식생을 알고, 길게는 10년 가까이 이 땅에서 살며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요령을 습득한 사람을 굳이 처리할 이유가 없다.
하물며, 여긴 식량이 부족한 서부 황야도 아니고 굶어 죽을 걱정이 없는 곡창지대다.
마을 사람들을 구슬려 협조를 받아내는 게 그들을 죽이고 마을을 빼앗는 것보다 수십 배는 유용하다.
유렐도 통곡의 산맥에 도착하면 적당한 마을 몇 개와 협상해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신비 추적자 소속 마법사들은 연구에 필요한 마법을 여럿 익히고 있었고, 그건 실생활에서 유용한 마법이기도 했다.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유렐은 자신이 그들보다 나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큰 어려움 없이 산맥의 주인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저게 뭐로 보이나?”
“죽은 사람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법사 한 명이 대답했다.
시야의 저쪽 끝에 두 개의 무리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한쪽은 무기를 든 용병과 농기구를 꼬나 쥔 평민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마법사의 말대로 살아 움직이는 시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산 것들이 무기를 휘둘러 죽은 것들과 싸웠고, 죽은 것들은 머리가 터져 나가면서도 산 것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유렐은 볼을 꼬집어 이게 꿈은 아닌지, 어젯밤 자신이 죽어 현세와 똑 닮은 지옥에 온 건 아닌지 확인했다.
볼의 통증은 진짜였고, 손톱 아래에는 살가죽이 긁혀 나왔다.
여긴 현실이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싸우고 있는 저것도 현실이었고.
“성황국 짓인가?”
“죽은 자를 부리는 신비는 지역과 문화를 막론하고 존재했습니다.”
성황국에서는 희귀병에 걸려 죽은 사람의 시신을 연구에 사용하기도 했다. 전염병으로 떼죽음이 일어나면 시체를 몽땅 일으켜 근처 교회 지하로 옮겼다.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명분이 있으니, 그런 방면으로는 성황국이 어지간한 이단보다 잔인한 면모를 보였다.
“그래, 그렇지. 그런데 죽은 자를 백 단위로 부리는 사람은 성황국 출신 사제 말고는 떠오르지 않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가 10년 동안 이 땅에서 역사를 쌓았다면 가능할 것이고, 또 산맥을 지킨 영물에게도 가능할 것입니다.”
통곡의 산맥에 있는 영물은 신비와 역사를 탐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했다.
마족이 사라지고 제국에서 파견한 선발대가 통곡의 산맥이 멀쩡하다는 정보를 가져왔을 때도 마법사들은 놀라지 않았다.
산맥 하나를 영역으로 삼은 영물이라면 마족의 공세에 버텨 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이었다.
“생각은 몸으로 겪어보고 해도 늦지 않다.”
말을 반대로 한 것 같지만, 힘이 있다면 잘못된 방법이 올바른 방법이 되기도 한다.
“미래의 백성들을 보호해라! 여기가 유렐 므에실리고의 땅이 될 것임을 압도적인 무력으로 보여주도록 하라!”
유렐이 탄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유렐은 검을 뽑아 위로 들었다.
그의 주변으로 바람과 번개와 물방울이 나타났다.
바람과 번개와 물방울은 서로 뒤엉키며 폭풍과 같은 형태가 되었고, 유렐이 검을 앞으로 뻗자 작은 폭풍이 움직이는 시체들을 향해 날아갔다.
펑! 콰르릉!
물방울이 터지고, 물에 젖은 자리를 번개가 파고들었다. 바람이 움직이는 시체를 허공에 띄웠다.
시체와 맞서 싸우던 자들은 생전 처음 보는 폭력적인 마법의 힘에 덩달아 위축되었다.
“원군이다! 싸워라! 밀어붙여!”
울테칸이 겁먹은 사람들을 독려했다.
뿔피리처럼 웅장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고, 사람들은 멈췄던 손을 움직였다.
움직이는 시체는 멈추기도 힘들었다.
머리통을 부숴도 사지를 허우적거렸고, 팔다리를 끊어도 손이, 발이, 몸통이 뭍에 나온 물고기처럼 퍼덕댔다.
불에 태우거나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근육을 전부 짓이겨야 겨우 그것들을 멈출 수 있었다.
마법을 쏘아대며 양손에 잡은 검과 검집을 둔기처럼 휘둘러 시신을 후려치던 유렐이 호흡을 고르며 멈췄다.
움직이는 시신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 사지 하나가 없는 놈들은 전신 근육을 이용해 통통 튀며 움직였다.
마족을 다루는 실험을 하며 잔혹한 광경에 익숙해진 유렐도 혀를 내두르게 되는 광경이었다.
말 위에서 숨을 고르는 유렐에게 한 남자가 다가갔다.
“감사 인사부터 하지. 고맙군. 그쪽이 아니라면 힘들었을 거야.”
“안체?”
갈색으로 탄 피부와 손에 든 기형 병기를 본 유렐이 말했다.
“안체에서 태어난 초원의 전사 울테칸이다.”
“유렐 므에실리고. 더 설명 필요해?”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번에 끓어올랐다.
울테칸의 뒤에서 살기와 함께 원망 섞인 고함이 터졌다.
울테칸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만!! 과거가 어쨌든, 지금은 우리를 구해준 사람이다! 그놈들과 똑같은 인간이 될 거냐!”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미안하군. 아니면, 이게 원하는 바였나? 한바탕 싸우는 거?”
“반쯤은? 곪아 터질 부분이 있다면 빠르게 칼을 대야지. 그게 지도자의 역할이잖아?”
울테칸의 눈썹이 꿈틀댔다.
눈이 있으면 이미 여기저기 휘날리는 깃발들을 보았을 터였다.
누가 깃발의 주인인지도 뻔하다.
굳이 지배를 언급하는 의도가 뭐란 말인가.
“깃발을 꽂으러 왔나?”
“그것 말고 이 시기에 여기 올 이유가 없지.”
울테칸은 불편한 감정을 마음에 숨겼다.
저들은 약탈자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울테칸도 약탈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다른 약탈자의 등장은 마냥 싫어할 일도 아니었다.
그는 한껏 기꺼운 표정을 드러냈다.
“잘됐군, 잘됐어.”
“내 아래로 들어올 생각이라도 들었나? 자네 정도의 인재라면 환영이야.”
“죽으면 죽었지, 제국의 개가 될 생각은 없다.”
“흠. 그게 아니면 자네와 나의 만남이 잘된 일인 이유를 모르겠는데.”
“하나만 묻겠다. 이 땅은 네게 전리품인가? 깃발을 꽂고 종이 하나만 손에 넣으면 끝인 그런 땅이냐?”
“전리품이 필요했으면 측량사를 따라다녔지. 여긴 내가 살 땅이다.”
울테칸의 질문은 유렐에게도 반가운 것이었다.
울테칸 뒤에 있는 자들은 10년 가까이 여기 살고 있는, 이미 천하를 담은 땅의 원주민이 되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나쁠 게 없었다.
“유렐 므에실리고, 황제의 다섯 번째 자식. 네 지배 철학에는 관심 없다. 하지만 네가 이 땅을 지배하려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거창한 수사는 필요 없어. 나는 열린 사람이거든. 그냥 본론부터 말하자고.”
“시체를 움직이는 마법사가 있다. 일대를 모조리 시체로 뒤덮으려는 미친놈이지. 놈이 가진 영물의 사체를 불태워야 한다. 놈을 죽이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도 통하지 않을 거다.”
울테칸은 눈동자만 움직여 뒤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 뜻을 모를 유렐이 아니었다.
누군지 몰라도 그 마법사의 패악이 심각한 수준이고, 그놈을 처리하는 데 일조하면 제국을 증오하는 마을 사람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는 거겠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유렐의 직감이 강렬히 소리쳤다.
이건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 * *
유렐은 마을에 있는 건물 하나에 들어가 울테칸과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 옆에는 마을 대표인 기사 출신 중년 남성이 자리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유렐은 귓불로 손을 가져갔다.
“전부 피로 안체를 재건하려는 미친놈의 짓이란 거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안체 과격파에 속한 마법사가 통곡의 산맥을 영역으로 삼았던 영물의 사체를 손에 넣었다.
마법사는 영물의 사체를 이용해 마을을 습격했고, 그렇게 죽은 시신을 다시 일으켜 주변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
멀쩡한 사람은 노예로 삼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시신으로 다시 일으킨다.
시신으로 마을을 습격해 다시 노예와 시신을 만들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세력을 키운다.
“하는 짓이 딱 이단인 게 교회가 좋아할 일이야.”
“이단심문관을 불러오면 늦다.”
“그렇겠지.”
천하를 담은 땅. 다른 땅보다 수련 효율이 좋은 토지.
그런 땅에서 죽은 영물을 일으키고, 수백의 시신을 부리면 엄청난 역사가 쌓일 것이다.
재능 없는 마법사도 어지간한 신비 추적자 이상의 마법사가 되겠지.
안 그래도 교회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서부다.
성황국의 지원은 기약이 없다.
그 음침한 놈들이라면 고의로 시간을 질질 끌지도 모른다.
“하나 궁금한 게 있어. 그 미친놈들은, 죽은 자를 모독하는 마법을 부리면서 진심으로 국가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나? 측량사가 측량도 해주지 않을 땅이 될 텐데?”
“모른다.”
“하긴, 미친놈 머리에 든 걸 누가 알겠어.”
유렐이 몸을 일으켰다.
“작전을 짜겠다. 이쪽은 마법사가 주 전력이라 준비가 필요해.”
“시신을 부리는 마법사를 잡을 수 있나?”
“글쎄.”
유렐이 데려온 부하 중에는 역사를 추적하는 마법을 가진 마법사도 있지만, 이런 자리에서 확답은 최대한 피하는 편이 좋다.
나중에 왜 못 잡았냐고 꼬투리를 잡으면 피곤하기만 하니까.
나무로 만든 집에서 나온 유렐은 부하들을 불러 사정을 설명했다.
“피가 끓지 않나?”
신비 추적자는 마법에 미쳐 마법을 제외한 모든 걸 포기한 자들이다.
그들에게 이번 일은 비극이 아니라 축제다.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대축제.
“바로 추적 마법을 준비하겠습니다.”
“마법사는 사로잡아야 합니다.”
“최소한 시체는 남겨야 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따로 집필한 책이 없나 알아야 합니다!”
“좋아, 의욕들이 넘치는군. 그럼 시작하자고.”
유렐이 크게 손뼉을 쳤고, 마법사들은 각기 작업을 시작했다.
* * *
베이올라가 경계로 돌아오고 며칠이 지났다.
임시 토지 문서는 정식 문서로 바꿨다.
그게 요 며칠 그녀가 한 일의 전부였다.
할 일이 산더미지만, 베이올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뭐부터 해야 하지?”
베이올라는 머리를 싸맸다.
머리에는 해야 하는 일이 쫘악 정리되어 있다.
정착할 사람을 구하고, 하일리를 포섭한다.
안정적인 자금 수급처를 만들고, 유렐을 압박할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건 도달점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무슨 수로 사람을 구하고, 어떻게 하일리를 포섭하고, 자금은 어디서 조달하고, 유렐은 어떻게 죽이지?
목표만 거창하고 당장 해야 할 일은 하나도 모른다.
이래서야 황제가 되겠다는 망상증 환자들과 다를 게 없다.
베이올라는 자신의 무능에 좌절했다.
‘레벨라라면….’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잘 시간도 아껴가며 움직였겠지.
그런데 자신은?
베이올라 므에실리고는?
여관 문이 열리고 옆방에 머무는 밤이슬이 들어왔다.
“유렐을 지옥에 처박는 거 아니었나요?”
“그러고 싶어. 그러고 싶다고!”
세상 모든 일이 의지만으로 해결된다면, 그녀는 유렐을 수천 번은 지옥에 처박았다.
하지만 세상은 의지로만 돌아가지 않았다.
필요한 건 의지가 아니라 능력이다.
원하는 걸 이룰 능력.
“마르할은 괴물이었어.”
베이올라는 초인이고, 황궁에서 가지고 나온 패물도 그대로 있다. 무수한 권력자들도 탐내는 땅문서도 가졌다.
그래서?
남들은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보물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마르할은 첫 번째 토지 경주에 참가해 땅을 얻고, 그 땅을 도시로 만들었다.
경계 도시.
서부에서 가장 부유한 땅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인맥을 가졌고, 커다란 사업도 몇 개나 굴리고 있다.
마르할은 맨땅에서 시작해 모든 걸 일궜다.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뼈저리게 알았다.
마르할이 어떤 인간인지, 그녀가 누리던 사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마르할과 반대편에 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까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면 좋은 일이 있습니다.”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던 베이올라가 고개를 들었다.
그날 이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그녀는 피로와 걱정으로 눈이 퀭했다.
“아프란체 출신 대지주 하일리. 그는 휘하에 서부 사람을 다수 거느리고 있다죠? 그럼 그의 눈에 들 행동부터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뭔데?”
“마침 재미있는 사상이 서부에 퍼지고 있더군요.”
밤이슬에게 모든 설명을 들은 베이올라는 의자에서 일어나 책상 옆에 있던 검을 잡았다.
“가야겠어.”
“잘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