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34
제234화
칼로스의 집무실에서 나온 마르할은 바로 떠나지 않고 그의 집 근처를 맴돌았다.
저택 문이 열리고 마차 몇 대가 바깥으로 나왔다.
마르할은 마차 안의 소리를 엿들었다.
-제국하고 성황국에선 약초가 제철이었지?
-공국에선 가을에 수확한 마취제가 완성될 시기입니다.
-전부 매입해. 웃돈을 줘도 되고, 안 되면 무기라도 담보로 걸어.
-무기는 팔면 안 되는 거 아니었습니까?
-상환 기한을 길게 잡아. 2년에 이자를 높게 잡으면 좋다고 팔 거야.
거기까지 대화를 엿들은 마르할은 그제야 발을 돌렸다.
무기를 팔지 말라는 마르할의 말을 듣고 무기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을 걸 예상하고, 즉시 무기와 단짝으로 따라다니는 약재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말이 통해서 좋아. 귀찮은 설명도 필요 없고.’
칼로스는 모르지만, 마르할은 칼로스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기회가 와도 망설이며 시기를 놓치는 사람과 달리 칼로스는 자그마한 틈만 보여도 틈을 비집고 들어가 황금을 쟁취한다.
눈치도 빨라 기회를 흘려보내는 일도 없다.
그래서 마르할은 칼로스와 비슷한 규모로 무기를 취급하는 다른 상인들을 놔두고 굳이 칼로스를 찾아갔다.
칼로스 본인이 알면 억울해 분통을 터뜨릴 이유였다.
마르할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별장에 들러 휴고가 준비한 선물을 챙긴 마르할은 바로 아젠만의 저택으로 향했다.
1년 내내 관리되는 정원을 지나 마르할은 아젠만의 집무실로 안내되었다.
“집무실이 바뀌었네요?”
아젠만의 집무실은 늘 오던 그곳이 아니었다. 집의 완전히 반대편에 가까웠다.
마르할을 안내한 집사가 입을 열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하긴, 공사를 하려면 본인이 자리를 비웠을 때가 적기죠.”
집사는 모르는 척 문을 열었다.
아젠만이 마르할에게 한 번 보여줬던 지하 통로이자 비밀 통로.
마르할에게 보여줬으니 비밀 통로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
다른 통로를 팔 필요가 있었으나 아젠만이 저택에 머무는 동안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바닥을 뚫고 비밀 통로를 만드는 게 어디 보통 일이던가.
마르할이 알기로 이 저택은 토지 경주가 끝난 직후부터 만들어졌다.
막 건물이 세워지기 시작한 황야에서 사람들의 눈을 속여 비밀 통로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눈을 돌리면 사방에 삽질하는 사람이 가득했으니까.
완성된 도시에 비밀 통로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흙을 파내며 나는 소음은 어쩔 것이며, 파낸 흙은 어디에 버리고, 인부들의 입막음은 또 어떤가.
아젠만은 예민한 사람이다. 땅 아래서 공사를 하면 일도 제대로 못 할 것이다.
온갖 방비를 해둔 저택을 두고 다른 장소를 이용하는 것도 아젠만의 성격에 맞지 않았을 거고.
그래서 토지 경주에 참가하는 김에 탈출구 공사까지 깔끔하게 끝내버린 것으로 보였다.
아젠만의 집무실은, 방이 바뀌었어도 내부 인테리어는 똑같았다.
“왔나?”
“누가 보면 똑같은 방인 줄 알겠어요.”
“그걸 노리고 만든 거기도 하다. 앉지.”
마르할은 책상 앞에 있는 손님용 의자에 대강 앉았다.
아젠만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용건.”
“공국에서 제일 높은 사람과 연결해줘요. 도시로 부를 수 있으면 더 좋고요.”
“대가는?”
마르할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성황국어로 적힌 책의 제목을 읽은 아젠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인체 해부학 서론 –병세와 치료에 관하여-] [저자, 율란 에고만]“미쳤나?”
아젠만은 눈을 부릅뜨고 마르할을 노려봤다.
성인 율란 에고만.
죽지만 않았다면 어떤 병과 상처도 치료해내는, 인간을 벗어난 인간.
그 율란 에고만이 작성한 인체와 병에 대한 책.
“교회가 성황국이 아닌 타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그들이 독점하고 있는 의술 덕분도 있죠.”
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신을 믿게 된다.
열병에 걸려 죽어가던 아이가 사제의 손길 한 번에 열이 내리고 호흡이 고르게 변하니, 그게 신의 기적이고, 선택받은 자의 신비다.
사제의 기적을 겪은 사람들은 감히 신의 존재를 부정할 생각을 못 하게 된다.
사제의 기적이 칭송받는 것은 성황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의학 지식과 의료 기술이 떨어지는 것도 이유다.
사제를 찾아가지 않아도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사제를 향하는 칭송도 줄어든다.
“의학 지식을 풀어 성황국을 견제해 보겠다고?”
“겸사겸사 서부 수준도 끌어올리고요.”
“알고 있나? 이건 선전포고야.”
“그래서 공국에 끈을 대려고요.”
성황국도 기적과 의료 지식 독점의 달콤함을 안다.
성황국에서 의료 지식은 공국의 화약 제조법처럼 국가 차원의 기밀로 관리된다.
그걸로 모자라 성황국은 타국에 뛰어난 의사가 있다고 하면 회유, 납치, 암살까지 불사하며 지식을 독점하려 한다.
성인 율란 에고만이 작성한 의료 서적?
존재를 알면 성황국은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책을 손에 넣고 관련자들을 모두 묻어버리려 할 것이다.
마르할은 대놓고 공국을 성황국을 막을 방패로 쓰려고 하고 있었다.
뇌수가 뜨겁도록 돌아가고 있는 아젠만의 머리통에 마르할은 용암을 끼얹었다.
“이건 서론이에요.”
“…미치겠군.”
서론이 있다면 본론도 있고, 결론도 있다.
서론만 책 한 권이다.
그것도 상당히 두꺼운.
본론과 결론은 얼마나 두꺼울까?
그 내용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현장에 오면 협상이 원활해지겠죠?”
마르할은 아젠만이 든 것과 똑같은, 그러나 반 토막 난 책을 책상 위에 올렸다.
공국을 낚을 미끼다.
성황국의 영향력을 공국 안에서 지워버리고 싶으면, 최대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파견하라는 마르할의 의지.
아젠만은 두 권의 책을 챙겨 서랍에 넣었다.
“소문은 어쩔 거지?”
“작은 제국은 어때요?”
“거기도 서부 출신의 비율이 반은 된다. 반 서부 정서가 강해져 좋을 게 없는 땅이지.”
아젠만이 편지 한 통을 서랍에서 꺼냈다.
“나한테 온 거지만, 내 대리인으로 네가 가면 효과는 배가될 거다.”
이 도시는 아젠만과 마르할이 지분을 반씩 가진 도시다.
두 사람 다 거물이라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마르할과 아젠만 모두 따로 가지고 있는 토지와 사업체의 규모가 보통은 넘어섰다.
그래서 마르할이나 아젠만이 도시 전체를 대변할 자리에 있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마르할과 아젠만의 외교적, 정치적 입장은 공국 친화적 중립으로 거의 같은 성향을 보이지만, 둘이 한 몸이 아닌 이상 세부 사안으로 들어가면 의견 차이가 드러난다.
즉, 마르할이나 아젠만이 의사 표명을 해도 그게 도시 전체의 의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둘 중 한 명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하면 도시가 반으로 갈라진다.
그게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정치적 약점이다.
아젠만이 마르할에게 건넨 편지는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이번 일은 아젠만은 마르할의 뜻을 따르겠다는 간접적 표현, 두 개로 나뉘어 있던 고삐를 한 사람이 잡고 휘두른다는 선언이다.
“제가 각하를 밀어내면 어쩌려고요?”
“그러면 난 성황국으로 도망칠 거다. 장부 몇 개만 챙기고.”
“제일 무서운 말이네요.”
아젠만은 마르할을 가장 가까이서 감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른 대지주들이 파악하지 못한 비밀도 아젠만이라면 알고 있을 법했다.
예를 들어, 칼로스에게 사들인 무기가 어디로 흘러갔나, 같은 것들.
밤이슬도 한때 아젠만 아래에 있었지 않나.
미래를 보는 그 마법사는 마르할도 무시하기 힘든 위험인물이다.
“공국의 답신은 언제 받을 수 있어요?”
“빠르면 일주일. 아니면 모른다. 정치인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자기 목에 칼이 들어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그게 아니면 몇 년이나 시간을 끌며 자기 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놈들이 정치인이다.
“각하의 예상으로는요?”
“일주일. 그 섬뜩한 백귀가 여전하다면, 꼬리에 불붙은 말보다 빠르게 반응할 거야.”
아젠만이 손에 든 책을 흔들었다.
성황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며 공국 민중의, 나아가 귀족들의 지지까지 받아낼 수 있는 물건.
불야성의 백귀가 늙어 노망이 난 게 아니라면 즉시 반응을 보이리라.
“작은 제국에 다녀오면 딱 맞겠네요.”
방에서 나가려는 마르할에게 아젠만이 물었다.
“다른 용무는 없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황족에 대해서라거나.”
“몇 개 있긴 해요. 그건 다음에, 여유가 있을 때 이야기하죠.”
“당사자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마르할은 평소와 같은 미소를 남기고 사라졌다.
아젠만은 몇 개의 종이를 꺼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마르할은 아젠만이 불러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사람과의 연락을 바랐다.
이건 부탁인 동시에, 마르할이 아젠만에게 내리는 시험이다.
공국에 쫓겨난 아젠만의 권력과 인맥이 얼마나 남아 있고, 어디까지 미치는가에 대한 시험.
얌전히 당하기만 하는 건 아젠만의 성미와 맞지 않는다.
아젠만도 마르할에게 도시의 전권을 위임하며 마르할을 시험했다.
‘사상이라는 건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다.’
수백 년 전에 꼴통이라 증명된 사상이 대뜸 부활해 맹위를 떨치기도 하고, 정말 하찮은 신념이 몇 세대나 이어지기도 한다.
간혹 그런 자들의 역사가 힘을 가지고 신비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무의미한 결과로 끝난다.
아젠만이야 그게 우연과 재능의 조화라는 걸 알지만,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평생 하나의 신념과 사상만을 추구한 끝에 신비를 얻어낸 인간 승리로 보이지 않겠나.
본인 생각도 헷갈리고는 하는 것이 사람이고, 집단 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도 사람이니, 하나의 사상을 지우는 건 아젠만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아젠만은 편지를 넘기며 마르할에게 물었다.
너는 서부에 떠도는 망령을 죽일 수 있느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없앨 수 있느냐.
‘너는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건 없다고 했지.’
그러면, 사상이라는 벽 또한 넘을 수 있을까.
아젠만은 마법사가 만든 특수한 봉투에 반쪽짜리 책을 넣고, 몇 통의 편지와 함께 공국에 보냈다.
아마 저 봉투를 열어보는 사람은 공국의 왕이 될 것이다.
그러니 저건 공국의 왕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공국의 왕.
불야성의 백귀.
슈바벤 베르그번을 움직일 편지.
* * *
작은 제국의 주인 뤼겐 백작은 최근 밤이 편치 않았다.
그는 권력 지향적인 사람이다.
므에트 제국의 한 백작가에서 태어난 그는 가문을 물려받지 못했다.
뤼겐은 다른 형제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는 나이가 어렸다.
뤼겐은 재능이 있었지만, 역사에 나오는 천재들처럼 세월을 뛰어넘을 재능은 아니었다.
마족이 사라지고 연합 전쟁이 시작되자 그는 서부로 눈길을 돌렸고, 연합이 세워지자마자 자산을 모두 털어 서부로 향했다.
그는 비공식으로나마 백작을 자칭할 수 있게 되었고, 황제와 직통으로 연락이 가능한 유물까지 가지게 되었다.
므에트 제국의 대귀족들도 가지지 못한 특혜다.
뤼겐의 권력이 계속 이어지려면 서부가 부흥해야 한다.
제국이 서부를 탐내야 하고, 작은 제국도 계속 성장해야 한다.
자칫 서부를 반으로 갈라버릴 수도 있는 소문은 뤼겐에게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악재다.
그러나 방법이 마땅찮았다.
시작은 소문이고, 소문에서 나온 사상이다.
사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이런 종류의 사상은 누르면 누를수록 튀어 오른다.
다른 소문으로 덮어 버리기에는 불길이 너무 크다.
마땅한 해결책도 내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그때 그에게 사람이 찾아왔다.
“대지주 마르할의 접견 요청입니다.”
“들라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