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52
제252화
성황국 교황청에 있는 교황의 집무실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이 드나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최근 교황의 집무실보다는 교황청 뒤편에 있는 성지로 향하는 일이 더 많았다.
수녀 레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수녀였지만, 하는 일은 행정관에 가까웠다.
어려서부터 셈에 밝았던 그녀는 최소한의 기적만 배운 뒤 교황청에서 여러 서류를 처리하는 일을 했고, 그렇게 2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레나는 교황청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교황님. 내년 축제 예산 자료입니다.”
조용했다.
레나는 교황청 건물에서 나왔다.
교황청 뒷문을 나가면 외길이 있고, 외길을 따라 얼마간 올라가면 커다란 고원이 나온다.
신이 강림한 땅이라 불리는 성지다.
레나는 성지를 지키는 성기사에게 작게 인사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일에 성기사는 묵묵히 성지 안으로 들어갔고, 교황과 함께 돌아왔다.
적당히 마른 몸으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된 사제복이 무엇보다 어울리는 사람.
그게 교황이었다.
“레나, 무슨 일이죠?”
“축제 예산입니다. 새해 축제 예산도 포함되어 있어서 오늘 중으로 의견을 주셔야 합니다.”
“그럼 돌아가면서 볼까요.”
교황은 레나에게 서류 더미를 받아 훑으며 외길을 내려갔다.
성지 인근에는 동물의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성지 안에 있는 건 삭막한 땅에 자란 나무가 전부라 했다.
선택받은 대주교들이 직접 관리하는 나무들이 바로 므에트 제국 귀족들도 욕심내는 성목이었다.
발소리만 조용히 울리는 외길에서 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단순히 보고서를 보는 상사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위대한 종교의 지도자이자 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을 대하는 자세였다.
“성하, 틈날 때마다 저 위에서 무엇을 하시는지 감히 물어도 되겠습니까?”
교황은 언제나 같은 웃음과 함께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대로 교황은 이름이 없다.
선민 중의 선민. 신의 목소리를 듣는 자에게는 이름이 필요치 않았다.
교황이라는 직위가 그 사람의 삶을, 역사를 나타냈다.
없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 건 망상에 불과했지만, 신의 진실을 아는 자들도 교황의 이름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교황이라는 이름에 쌓인 역사의 무거움을 두려워하고, 존중했다.
교황이 입을 달싹였다.
“혼란스러운 세상이지. 그래서 신께 기도를 올리고 있었단다.”
“그분께요?”
“그래. 어쩌면, 우리는 신의 강림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레나가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수십 년 동안 숫자와 싸운 그녀는 교황청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신앙심이 크진 않았다.
교황의 발언은 그런 그녀도 놀라게 했다.
신의 강림.
그 말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유일무이한 신께 선택받은 선민들이 세상에 내려오고 수백 년이 지났다. 이제 그분도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올 준비가 되신 게야.”
* * *
별장 침대에서 자고 있던 마르의 상체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시선이 하늘을 향하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눈이 완전히 감겼다.
마르의 정신은 육신을 벗어나 역사의 장에 도착했다.
마법사인 그녀조차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공간.
역사를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장소.
본래 그녀만이 있던 역사의 장에 오늘은 손님이 있었다.
무수한 탑이 있고, 탑의 색은 모두 달랐다. 그래서 탑들의 색도 무수했다.
무한한 탑들 사이에서 두 사람이 마주했다.
“율란, 네가 먼저 나를 부르고, 별일이 다 있네. 한눈팔 여유는 없는 거 아니었어?”
“하던 일은 다 끝냈습니까?”
“끝났어.”
“당신이 끝났다면 정말 그런 거겠죠.”
마족을 완성한, 그리고 마왕을 죽인 마르 실라나티엘이기에 10년으로 끝났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족히 두 배는 걸렸을 일이었다.
“한가합니까?”
“마르할과 함께 있어.”
“마르할의 일에 관여하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알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 역사와 관련된 부분에서 실수하지는 않겠죠.”
“용건이나 말해. 그쪽은 낮일지 몰라도, 이쪽은 밤이니까.”
마르가 약간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최근, 교황이 제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보고 신이라고 하더군요.”
“빌어먹을.”
마르가 인상을 구겼다.
세계 최고의 마법사는 율란의 한마디로 모든 걸 파악했다.
“아직 안 늦었어.”
“하지만 그의 행동이 제 목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네가 바란 건 만민을 위한 신이었잖아. 그대로 두면 그들만의 신이 될 거야. 교회의 거대 역사는 무시할 수 없어.”
율란은 신이 되어 부패한 교회를 뿌리 뽑으려 한다. 어설픈 개혁이 아니라 순수하고 영원한 신앙을 세상에 새기려 한다.
교황은 기도를 통해 율란을 자기 입맛에 맞는 신으로 만들려 한다.
율란의 근원은 사제다. 율란의 역사는 교회라는 거대 역사와 이어져 있다. 율란은 교황의 기도를 무시할 수 없다.
“솔직히, 저 혼자서는 기약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숨만 쉬어도 역사가 쌓이고 있지만, 신의 영역은 인간이 엄두도 못 낼 수준에 있더군요.”
“보이긴 하고?”
“아주 어렴풋이요. 적어도 인간의 영역은 아닙니다.”
“인외라 불리는 인간이 인간의 영역을 논하니 우스워.”
“남들은 저희를 인외라 부르지만, 저희는 알지 않습니까.”
“그래, 아직 우리는 인간이야.”
용사 일행이 지닌 힘은 분명 개인의 영역을 넘어섰다.
늙지 않는다. 전성기 시절의 외모를 죽을 때까지 유지한다.
그래, 죽을 때까지.
그들은 죽는다.
넷 모두가, 아직 힘이 봉인되기 이전의 마르할도 자신의 끝을 예감했다.
남들의 수배는 되는 세월을 살겠지만, 그 끝에 기다리는 건 죽음이다.
세상은 그들을 인외라 부르지만, 정작 본인들은 누구보다 자신들이 인간이라는 걸 잘 안다.
“힘을 다루는 법을 익힌 후 끝없이 수행한 사람은 다섯 중 저뿐이겠죠. 그러니 얼핏 보였습니다.”
“어때?”
“경이. 그것 말고는 설명할 말이 없습니다. 아무튼, 교황이 저를 이용할 생각인 듯하니, 저도 교황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기도하는 건 교황 혼자?”
“아직은 혼자입니다. 하지만 언제 기도하는 사람을 늘릴지 모릅니다.”
기도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율란의 역사는 빠르게 쌓이고, 거대 역사의 개입도 빨라진다.
율란은 여상하게 말했다.
“다음에 얼굴을 볼 때는, 서로 적일지도 모릅니다.”
교회가 만든 신과 신을 막으려는 인간들.
용사 일행의 다음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지게 되리라.
“이용만 당하고 끝낼 건 아니지?”
“물론입니다. 제가 신으로서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건 한 번뿐입니다. 교황은 꼼수로 저를 묶어둘 생각인 듯하지만, 교황청은 역사와 신비의 이해에 있어 저희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딱 한 번만 저를 막아준다면, 저는 제가 원하던 신이 될 수 있습니다.”
“신과 한판… 재미있겠어.”
마르가 흐릿하게 웃었다.
그녀는 인간 마법사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나마 남아 있던 마족의 뒤처리도 끝난 그녀에게는 목적도 의욕도 없었다.
“신은 마왕보다 강할까?”
“그럴 겁니다.”
용사 일행은 전투로 마왕을 물리치지 않았다.
세상의 반을 온전히 지배하던 마왕은 당시의 용사 일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바스타 그 괴물이 있었으니 끝까지 싸워봤으면 모르겠지만.’
바스타라는 비인간적인 변수를 빼면, 마왕과 싸웠을 때 승산은 희박했다.
모든 건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마왕의 뜻이었다.
마왕이라 불리던 존재의 죽음은, 다분히 자살에 가까웠다.
마족은 사라졌고, 한 여인이 구원받았다.
최상의 결과지만, 용사 일행 모두 하나의 가정을 떨치지 못했다.
그때 마왕과 싸웠더라면 어땠을까.
모든 걸 부딪혀 마왕과 끝을 봤더라면.
인외라 불리는 힘을 얻고, 그 힘을 사용할 곳조차 없어진 뒤에 더욱 강해진 생각이었다.
“바스타와 아르고가 좋아하겠어.”
“바스타라면 스스로 신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죠.”
“그러고도 남을 놈이긴 해.”
두 사람은 소리 내 웃었다.
웃음이 그치고, 율란이 말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얼굴을 볼지 모르겠군요.”
“기다리고 있어. 신을 죽이는 마법을 보여줄게.”
“저를 죽여서 어쩌자고요.”
“그러면 안 죽게 노력해.”
마르가 역사의 장에서 떠났다.
그녀의 몸이 환영처럼 사라졌고, 뒤이어 율란의 모습도 사라졌다.
무수한 탑으로 이루어진 대지는 묵묵히 그들의 역사를 기록했다.
* * *
베이올라는 하일리를 찾았다.
베이올라가 하일리에게 최초로 이름을 팔라는 제안을 했던 그 저택이었다.
다만, 이번에 만나는 자리는 하일리의 방이 아니라 1층에 있는 커다란 방이었다.
넓은 방에 서부의 각종 전통 음식이 차려졌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안에 있었다.
지주, 상인, 용병. 다양한 위치에 있는 그들도 좀처럼 보기 힘든 만찬임에도 음식은 손대는 사람 없이 쓸쓸하게 식어갔다.
용병과 상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눴다.
“그 소문이 정말이면 어쩔 거요?”
“저는 형님을 믿습니다. 아프란체 출신이 형님의 눈썰미를 믿지 않으면 어쩝니까.”
“하지만 그 빌어먹을 므에트 제국, 그것도 황족이 아니오?”
하일리 아래 있는 뉘테 한 명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므에트 황족이든, 성황국 추기경이든 서부 사람을 위해 수백 명을 죽였고, 잠재적으로 수천 명을 구했습니다. 그거면 된 거 아닙니까?”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백 명은 우습게 죽이는 게 귀족이란 작자들 아닌가.”
“수백을 죽이고, 그 배는 되는 원한을 쌓으며 이룰 목적이 뭐가 있습니까?”
“그야 당연히 황제의 좌이지.”
상인이 말했다.
므에트 제국 황족들이 차기 황제가 되기 위해 서부에 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네루에 유렐. 유력한 황위 계승 후보 두 명에 천하를 담은 땅의 지주로 새로이 나타난 베이올라까지.
제국 황족은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었다.
뉘테가 반론했다.
“황권의 조건이 바체아 제국의 비밀이라는 건 여기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일입니다. 수백 명을 학살한 것과 바체아 제국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사람을 죽이면 유물이 나오긴 합니까?”
“다들 할 말이 많은 모양이군.”
하일리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옆에는 베이올라가 함께였다.
“나는 나름 믿음을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줄 몰랐어.”
하일리의 눈길이 닿는 사람마다 표정이 허옇게 변했다.
하일리는 서부 출신들의 대표다. 하일리의 이름을 달고 일한다는 건 서부의 긍지를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며, 하일리는 서부의 이름을 더럽히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았다.
서부라는 명목으로 하일리는 공포를 휘둘러 사람을 지배했다.
“간단하게 생각하지. 베이올라 므에실리고는 기반이 없다. 그녀는 기반이 필요하고, 우리는 이번처럼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졌을 때 몸을 지키고, 나아가 소문 자체를 없애버릴 무력이 필요하다. 그녀가 평생 우리의 방패 노릇을 해준다면 그걸로 좋고, 그녀가 차기 황제로 낙점되어 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그냥 보내주면 된다. 자존심이 살짝 상하는 걸 빼면, 우리에겐 어떤 손해도 없다.”
“그녀에게 그만한 힘이 있다는 겁니까?”
누군가 물었다.
하일리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하늘로 던졌다.
검은 거의 천장에 닿을 높이까지 올라갔다. 베이올라는 그때 검을 뽑았다.
그녀는 깔끔한 동작으로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납검했다.
툭.
반으로 잘린 검이 땅에 떨어졌다.
“검에 닿지도 않은 물건을…?”
“용사의 이적 아닌가….”
경악이 파도처럼 퍼지는 가운데 하일리가 말했다.
“이래도 무력이 부족한가?”
누구도 반발하지 않았고, 베이올라는 하일리의 지지를 얻어냈다.
서부에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