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53
제253화
하일리가 베이올라를 지지한다는 소문은 서부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마르할과 스트레킬도 소문을 들었다.
“기어이 해버렸군. 이제 나보다 강할지도 모르겠어.”
“그만큼 검을 휘둘렀으니까요.”
베이올라의 손에 죽은 사람의 숫자는 어지간한 기사가 평생 죽일 사람의 숫자를 뛰어넘었을 것이다.
기사라도 사람을 죽일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
영지가 사라질 규모의 전쟁이 아니면 수백 명을 죽인 기사는 영웅이나 희대의 살인귀로 취급받았다.
두 번의 전쟁으로 이번 세대는 다소 이야기가 다르지만.
“갑자기 곡창지대로 돌아가겠다니, 여기 일도 아직 덜 끝난 거 아니었나?”
“그럴 일이 생겼어요.”
스트레킬은 마르할이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최강의 전력이었다.
스트레킬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일로 몇 주째 갑옷도 못 벗을 만큼 바빴다.
일이 많은 건 마르할도 마찬가지였다.
다친 사람들의 치료와 죽은 사람들의 장례.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위해 일자리도 만들어야 했고, 도시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유입된 범죄자도 정리해야 했다.
잠잘 시간도 아까운 판국에 아직 불안정한 곡창지대로 가는 선택은 비효율적이었다.
그곳에 있는 게 마르할의 봉인을 풀 열쇠만 아니라면.
“네가 간다면 나는 얌전히 따라야지. 그런데, 저분도 함께 가나?”
스트레킬은 마르가 있는 방향을 슬쩍 눈짓했다.
마르는 식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가끔 어디 갔는지 안 보일 때와 밥 먹을 때를 제외하면 마르는 저 자리에서 책만 읽었다.
마르를 보고 마법사를 떠올릴 사람은 있어도, 누구도 그 ‘마법사’를 떠올리지는 못할 터였다.
“아뇨. 마르한테는 별장을 부탁했어요.”
“여기도 이제 위험 구역인가.”
마르할이 대지주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마르할이 묵는 건물에 대해서도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스트레킬이 잡은 암살자…라고 자칭하는 범죄자만 다섯이었고, 다른 사람이 몰래 처리한 숫자까지 합치면 몇이 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최근 마르할은 거리에서도 이틀에 한 번꼴로 암살자의 공격을 받았다.
마르할이 아니었다면 고위 기사도 버티지 못했을 공세였다.
여기서 마르할이 별장을 비운다면, 하루도 안 되어 별장이 잿더미가 될 것이다.
“스트레킬이 열심히 일해야죠.”
“내가 사람을 잘못 골랐어.”
스트레킬이 농담조로 말했다.
그는 황궁 호위 기사단 단장이었다.
황궁과 황궁 안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기사.
바체아 제국 황궁은 이제 없지만, 황궁보다 중요한 사람이 그의 앞에 있었다.
휴고와 티머시에게 뒷일을 부탁한 마르할은 곡창지대로 떠났다.
봉인한 힘과 재능을 되찾으러.
* * *
아직 어두운 새벽이었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의 열 번째 자식인 세오닉은 십여 명의 수행인만 거느리고 은밀하게 작은 제국에 들어왔다.
미리 내통한 문지기가 성문 옆에 있는 작은 문을 슬쩍 열어두었고, 세오닉은 그 문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작은 제국에 들어선 그는 작은 제국의 상점가에 위치한 한 건물로 들어갔다.
노집사가 빛도 없는 건물 안에서 세오닉을 기다렸다.
“황자님, 만나보셔야 할 인물이 있습니다.”
“반갑다는 말도 없나?”
“그만큼 시급한 사안입니다.”
“안내해라.”
세오닉은 망토와 겉옷을 대충 벗어 던져두며 집사를 따라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자 유물로 밝혀진 방이 나타났다.
소파에 앉아 있던 퀭한 얼굴의 중년 남자 한 명이 고개를 들었다.
“대지주였던 알레스 파면 사제입니다.”
“축출당했다는 소식은 들었지. 우리가 보호하고 있었나?”
“작은 제국으로 향하던 걸 저희 쪽에서 포섭했습니다.”
세오닉은 알레스 맞은편에 앉았다.
알레스는 타고난 지배자가 주는 위압감에 위축되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는 가장 많은 피가 흘렀다고 알려진 최초의 토지 경주에서 땅을 얻었고, 그 땅을 성황국의 도시로 만든 사람이었다.
세오닉이 물었다.
“왜 제국이었지? 당신의 우군은 공국 아니었나?”
“정보가 빠르시군. 외가의 정보력인가?”
“그 정돈 안다는 건가.”
세오닉의 외가는 본래 상인의 가문이었다.
네루는 어려서부터 장사에 손대기 시작했고, 그녀의 불패 신화는 금방 제국 전역에 알려졌다.
당시는 이미 이마릴과 소일라, 네루, 그리고 유렐이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며 두각을 드러내던 시기였고, 황제의 열 번째 자식이던 세오닉은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
세오닉의 외가는 선택을 내려야 했다.
거의 모든 상인의 지지를 독차지한 네루를 따를 것이냐, 아니면 세오닉을 지원할 별도의 노선으로 갈아탈 것이냐.
세오닉의 외가는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을 했다.
가문의 기둥이던 상회 활동을 최소화하고 정보 수집에 몰두했다.
세오닉이 황위 계승 경쟁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하며, 세오닉의 외가가 가진 정보력은 모두 세오닉의 것이 되었다.
“원하는 게 뭐지?”
“새로운 신분과 저택, 평생 써도 부족하지 않을 돈. 그리고 내 부하 몇 명의 신분 세탁.”
“소박하군.”
“그 이상은 들어주지도 못하겠지. 서부에 막 도착한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을 것 아니오.”
세오닉이 손뼉을 쳤다. 순수한 감탄이었다.
“성황국이 선택한 사냥개는 과연 달라. 그런데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거래와 무관한 거라면.”
“왜 제국이지? 아젠만이나 마르할을 찾아갔다면 훨씬 편했을 건데.”
“그자들은 나를 잘 알지. 아젠만과 마르할, 그놈들이라면 나도 모르는 내 습관까지 알 거야. 그래서야 교섭이 안 돼.”
“그래서 작은 제국이로군.”
알레스의 제안은 교섭이면서 부탁이다.
목숨을 건 단 한 번의 도박.
알레스를 잘 아는 사람이 상대라면 도박에서 이길 확률은 낮아진다.
“내게 줄 수 있는 걸 말해봐라.”
“도시에 있는 비밀 통로와 도시 안에 있는 비밀 금고. 나를 따르던 지주들의 약점.”
“좋아. 거래를 받아들이지.”
알레스는 품에서 종이 몇 장을 꺼냈다.
알레스의 몰골은 엉망이었지만, 종이는 접힌 자국을 빼면 새것처럼 깨끗했다.
종이에는 세오닉도 처음 보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암호문이다. 암호의 풀이법은 내 안전이 확보된 다음 알려주겠다.”
“방식도 마음에 드는군. 집사,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나?”
“오전 중에 암호문을 해독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세오닉은 알레스가 내민 종이를 다시 접어 집사에게 건넸다.
이후의 일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세오닉의 외가는 정보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조직이었고, 세오닉이 서부에 오기 이전부터 여러 작업을 해두었다.
세오닉이 쓸 예정이었던 예비 신분과 예비 저택 하나를 알레스 명의로 바꾸고, 알레스의 부하들에게도 같은 일을 하고 나니 시간은 이미 정오였다.
세오닉은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풀이법을 받았다.
“왜 살려두신 겁니까? 귀중한 안가까지 내어 주시다뇨.”
세오닉의 호위 기사가 물었다.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알레스는 뒷배 하나 없는 몸이 되었다. 고문해서 비밀을 알아낸 다음 묻어버리면 그만이다.
세오닉이 비싼 값을 치를 필요는 없었다.
세오닉이 암호로 적힌 종이를 해독하며 말했다.
“그자는 저택을 달라 했다. 거처가 정해지면 감시가 수월하지. 우리도, 알레스 자신도.”
“저희를 감시한다는 말입니까?”
기사의 얼굴에 노기가 차올랐다.
파면 사제 따위가 제국의 황족을 감시하다니!
“감시하는 건 우리가 아냐. 내 눈들이 그리 쉽게 드러날 실력도 아니고.”
“그럼 누구를 감시한다는 말입니까?”
“자기 자신. 쫓겨났다 하지만 대지주였던 사람이 신분 세탁 하나 못 할까. 몰래 빼돌린 부하가 저택과 알레스를 계속 감시하겠지. 우리가 알레스를 처분하면 그자는 그 정보를 가지고 어딘가로 달려갈 거야.”
“어디로요?”
“내 형제들, 다른 대지주, 연합이나 공국, 성황국까지. 어디로든 갈 수 있어. 세오닉이 성황국의 치부를 알았다는 정보는 어디서든 환영받을 테니까.”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군요.”
“제국처럼 행동해선 안 될 거야. 서부에는 이미 완성된 괴물들이 우글거리니까.”
“알겠습니다.”
기사가 식은땀 한 방울을 흘리며 대답했다.
세오닉은 호위들의 침묵 속에서 암호문을 풀어냈다.
성황국과 남쪽 도시의 정보라 당장 그가 써먹을 부분은 없다.
하지만 정보는 많을수록 좋았고,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을 때는 사소한 정보 하나도 소중했다.
“이마릴에 대해 따로 들어온 정보가 있나?”
“잠깐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지하에서 나갔던 기사는 편지 한 통을 가지고 돌아왔다.
세오닉이 편지를 펼쳤다.
‘지지 세력 대부분을 끌고 서부로 향하는 중. 초인의 숫자만 최소 천 명. 미쳤군.’
수련법 그 자체가 자산인 무술 유파라지만, 그래도 파격적인 일이었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도 넘게 쌓은 유파의 재산을 대부분 땅에 버리는 짓이었으니까.
대신 효과는 확실하다.
최소 천 명의 초인. 활용하기에 따라선 소국 몇 개는 말 그대로 갈아버릴 수 있는 무력이다.
격변이 서부를 기다렸다.
* * *
티머시는 서부 모처에 있는 지하실에 들어왔다.
벽을 더듬어 촛대에 달린 초에 불을 붙이자 지하실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미친….”
티머시는 여기 오기 전에 그의 상관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경고를 들었다.
그가 여기 들어올 수 있는 건 모두 마르할의 총애 덕분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여기는 그가 들어올 장소가 아니라고.
휴고는 이곳을 3번 창고라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르할의 비밀 창고이니 특별한 물건이 숨겨져 있으리라 예상하긴 했다.
무엇이 있든 놀라지 않을 줄 알았다.
빤히 예상한 일에 놀라는 사람은 없으니까.
티머시는 틀렸다.
여긴 그가 들어올 장소도 아니었고, 촛불에 비친 물건들을 보며 티머시는 숨이 멎을 정도로 놀랐다.
창고 안에 있는 건 무구였다.
족히 수백 명은 완전무장 시킬 수 있는 무기와 방어구가 먼지 쌓인 모습으로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 촛불의 빛이 겨우 닿는 장소에 그것들이 있었다.
손잡이가 금으로 장식된 반쪽짜리 검, 푸른 기운이 일렁이는 보석이 달린 황금 목걸이, 먼지 가득한 창고에서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전신 갑옷.
그것들 말고도 십여 개의 물건이 따로 제작된 받침대에 걸려 있었다.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본능으로 알았다.
저기 있는 물건은 모두 유물이다.
용병들이 대단한 유물이랍시고 자랑하는 물건들과는 격이 달랐다.
오래된 귀족 가문의 가보나 국가의 보물로 취급될 물건들이었다.
“이게 3번이라고…?”
다른 창고는 몇 개나 있으며, 그 안에는 또 어떤 물건들이 있을까.
티머시는 촛대를 들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여기 온 건 마르할의 명령으로 몇 개의 물건을 챙겨 나가기 위함이었다.
창고 안으로 걸음을 옮기던 티머시의 눈이 다시 커졌다.
마르할이라면 유물 몇 개는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유물보다는 마르할이 관리하는 다른 것들이 더 놀라웠으니까.
하지만 저건 달랐다.
벽에 나란히 붙어 있는 건 대포였다.
조금만 훈련하면 평범한 사람도 다룰 수 있으며, 마족과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조차 위협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무기.
창고에는 수십 문의 대포와 수백 발의 포탄이 있었다. 옆 상자에 있는 건 화약이겠지.
유물 몇 개를 챙기며 티머시는 머리로 되뇌었다.
‘3번… 3번 창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마르할의 말을 의심한 적은 없지만, 그게 이토록 와닿은 건 처음이었다.
* * *
마르할과 스트레킬은 천하를 담은 땅에 있는 마르할의 토지에 도착했다.
카반이 만든 진지에 멋대로 자리 잡은 하이에나들을 가볍게 정리한 둘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정말 힘을 되찾을 수 있나?”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몰라요.”
“일주일까진 괜찮다.”
“그 전엔 끝나요. 아마도.”
마르할은 땅에 한쪽 무릎을 대고, 손으로 땅을 짚었다. 마르할이 눈을 감았고, 그의 정신은 끝없는 내면으로 향했다.
마르할은 눈을 떴다.
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