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56
제256화
몇 장이나 되는 지도를 받은 에나는 바로 길을 나섰다.
겨우 한숨 돌린 휴고에게 별장에 머무는 다른 한 사람이 접근했다.
“무슨 일이야?”
휴고의 몸이 다시 뻣뻣하게 굳었다.
이 사람과 대화하는 건 아마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겠지.
마르할이 떠난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일에 관심을 보인 마르 실라나티엘에게 휴고가 입을 열었다.
* * *
스트레킬과 마르할은 조셉의 마구간에 말을 맡기고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은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한산했다.
그때는 서부 최서단 마을로 서부로 탐색 나가는 용병들이 머물곤 했다.
서쪽 도시, 카반이 주인이 된 그 도시 폐허에서 쓸 만한 물건이 있나 찾아 나섰던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만큼 보존된 도시는, 이 근방을 벗어나면 서쪽으로 한참이나 가야 있었다.
한 차례 토지 경주가 이뤄지며 최서단이 이동했고, 마을을 찾는 사람도 줄었다.
조셉의 마구간 다음 행선지는 파푸란의 용병 길드였다.
길드 안에는 용병 몇과 술꾼들이 몸에서 술 냄새를 풍겼고, 파푸란은 안주를 담은 접시를 나르고 있었다.
마르할을 발견한 파푸란이 접시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왔냐? 그런데 쉴 시간은 없겠다. 에나가 갔거든.”
“어디로요?”
“전서구 못 받았냐?”
“네.”
“쯧. 그건 꼭 중요할 때 없어져. 에나가 어디 있는지 나도 몰라. 잡화점은 카리안이 잠깐 맡았고, 다른 건 다 정상. 듣고 싶은 건 다 들었지?”
“토지 경주 관련해서 소식 들어온 거 있어요?”
“측량이 끝나간다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 그거 진짜야?”
마을은 곡창지대와 적당한 거리에 위치했다.
다른 마을보다 시설도 좋고, 커다란 창고까지 딸린 마을은 아예 없다.
곡창지대로 가야 하고, 창고를 쓸 일도 있는 사람들은 마르할의 마을을 거쳐 갈 것이다.
외부인이 유입될 거고, 그러면 파푸란의 일도 많아진다.
마을에 사람이 올 일이 생기면 미리미리 대비해야 했다.
“여기까지 소문이 도는 걸 보면, 진짜일 거예요.”
“쯧. 귀찮겠어.”
파푸란은 어느새 벽에 붙은 접수대까지 걸어갔다.
술을 마시고 있던 용병 셋이 일어났다.
“너, 대지주 마르할이지?”
“아니라고 하면 달라지는 건 있고요?”
“개인적인 원한은 없어. 사고 싶은 검이 있는데, 그게 제법 비싸서.”
용병들이 무기를 들었다.
파푸란이 접수대 아래로 숨었다.
은퇴하고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용병 몇은 요리할 능력은 남아 있는 파푸란이다.
저건 그냥 귀찮은 걸 마르할에게 떠넘기려는 행동이었다.
일하기 싫다는 파푸란 나름의 작은 투정이다.
마을에서 에나 다음으로 일이 많은 사람이 파푸란이었으니까.
마르할은 살기등등한 용병들에게 물었다.
“여기 전신 갑옷 안 보여요?”
“대지주를 노리면서 그 정도 준비도 안 했을 것 같나?”
용병의 몸에서 신비가 태동했다.
한 명이 아니라 세 명 모두에게서.
“세상이 변하긴 변했군. 한탄스러운 일이야.”
오는 길에 스트레킬은 마르할에게 세상의 변화에 대해 들었다.
마르할이 그 말을 듣고 무엇을 연상했을지는 모르지만, 스트레킬이 떠올린 건 하나였다.
살인마와 잠재적 살인마들.
병사와 용병, 기사.
죽음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인간들.
사람을 죽이기 위해 업을 쌓는 자들이 더 높은 경지에 더 쉽게 도달한다면, 힘없는 평민들은 어떤 꼴을 봐야 할 것인가.
스트레킬은 전쟁 영웅이다.
그는 영웅처럼 행동했고, 그래서 영웅이라 불리었다.
새파랗게 어린 용병들이었다.
마족 전쟁은 경험하지도 않았고, 아마 연합 전쟁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국지전 위주였던 연합 전쟁은 각 세력 정예들의 싸움이었으니까.
만약 참가했더라도 미끼 역할이나 했겠지.
그런 놈들이 신비를 가졌다.
“여태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지?”
“당신보다는 많을걸. 전쟁 영웅 스트레킬.”
“조사를 헛했어. 내가 누군지 조금이라도 알아봤다면 그런 말을 꺼내지 못했을 거다. 이 애새끼들아!”
스트레킬이 짐승처럼 외쳤다.
때로는 수백, 때로는 수천 병사를 호령하며 마족을 베어 죽이던 남자의 기백이었다.
운 좋게 신비를 손에 넣은 게 다인 젊은 용병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들의 가랑이가 축축하게 젖었다.
스트레킬은 사지를 떨며 도망치려는 용병들의 힘줄을 끊었다.
용병들이 지르는 비명에 술꾼들이 낄낄 웃었다.
싸움이 일어나고, 지는 쪽은 노예가 된다. 서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유흥이었다.
“잘됐군. 일손이 늘었어.”
“그러게요. 파푸란.”
“에나가 없어서 짐꾼이 모자라던 참이었는데, 잘됐어.”
접수대에서 빠져나온 파푸란이 새로 생긴 노예들을 줄로 묶고 상처를 치료했다.
신비를 사용하던 용병에서 걷기도 힘든 병신이 된 남자들이 꺽꺽 울며 눈물을 흘렸다.
* * *
휴고는 늘 바빴다.
보통 대지주는 수십 명의 대리인을 통해 일을 처리한다.
서부에 흩어진 그들의 땅과 사업을 모두 관리하려면 혼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마르할은 오직 휴고만을 대리인으로 두었다.
휴고는 유능했고, 지금까지 혼자서도 일을 잘해왔다.
몰려드는 일감을 처리하기 버거워지고 있긴 해도 토지 경주가 끝날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관리해야 하는 땅이 하나 더 늘어나면 정말로 대리인을 한 명 더 고용해야 했다.
새벽 거리를 걷던 휴고가 발을 멈췄다.
‘호위는 당했나.’
마르할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휴고를 노리는 사람도 늘어났다.
휴고도 호위를 추가했다.
서부에서 암살자 일을 하던 자들로, 신호도 보내지 못하고 당할 자들은 아니었다.
“이마릴의 개인가.”
“네 천한 입에 담아도 되는 이름이 아니다.”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며 덩치 큰 기사가 휴고의 앞을 가로막았다.
용병처럼 분장하고 있지만, 일정한 보폭과 정련된 살기는 명문 유파에서만 배울 수 있는 공부였다.
휴고는 주먹을 쥐고 자세를 낮췄다.
“근본도 없는 남자를 위해 목숨을 거나?”
휴고가 낮게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그러곤 허리에 달고 있던 단검을 꺼내 자기 귀를 잘랐다.
“너무 더러운 걸 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좀 낫군. 귀가 썩는 줄 알았어.”
기사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최대한 사지 온전하게 잡아라. 그래야 고문에 더 오래 버틸 테니까.”
50명의 초인이 휴고에게 달려들었다.
* * *
경계 도시로 향하던 마르할은 가까이 보이는 마을에서 빈집을 하루 빌렸다.
다 무너져가는 집이었지만, 바람만 막을 수 있다면 어디서든 잘 자는 두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안 깔린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왔다.
바닥 중앙에는 구멍이 파여 있었다. 마르할은 집의 벽을 조금 뜯어 구멍에 넣고 불을 피웠다.
바깥으로 나가 엘리제의 등에서 솥과 저녁 식사를 만들 재료를 찾던 마르할은 뒤에서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돌아섰다.
“다곤.”
“다행히 안 엇갈렸네. 길이 엇갈리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
다곤이 턱밑까지 올라온 숨을 고르며 말했다.
“휴고가 납치당했어.”
“범인은요?”
마르할의 착 가라앉은 눈빛에 다곤의 눈동자가 떨렸다.
쉬지 않고 움직이느라 후끈하게 달아오른 몸이 서늘했다.
“이마릴. 작은 제국으로 가지 않고 남쪽으로 돌았어. 그리고 바로 움직였지. 다음은 몰라. 네가 시킨 일 하다가 소식 듣고 바로 달려온 거야.”
“그런 것 같네요.”
다곤의 뒤에서 한 손이 없는 남자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다곤이 서부 곳곳에 뿌려둔 부하였다.
“나한테 말하지 말고.”
다곤이 마르할을 턱짓했다.
“이마릴과 그의 세력이 도시에 들어왔답니다. 대지주 마르할의 저택을 점거하고 상인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말 다 했냐? 그럼 꺼져.”
“아니, 형님. 그래도 심부름인데 한 푼이라도… 아니, 아닙니다.”
남자는 달려올 때보다 빠른 달음박질로 허름한 집에서 도망쳤다.
마치 맹수와 마주친 듯한 반응이었다.
“다곤. 도시로 돌아가서 하던 일을 계속해요. 아직 덜 끝났잖아요?”
“알았다.”
다곤은 군말 없이 돌아갔다.
마르할은 엘리제의 등에 있는 짐에서 폭죽을 꺼냈다.
폭죽이 밤하늘에 꽃을 피웠다.
마르할은 집으로 돌아가 집 바닥에 표식을 새겼다.
집의 벽과 말을 매어두는 기둥에도 같은 표식이 새겨졌다.
스트레킬은 이미 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말의 입에는 각성제까지 물려뒀다.
“역시 그분은 나서지 않나.”
“서부는 제 일이니까요.”
스트레킬은 그 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들어 있는지 헤아렸다.
두 사람은 조용히 고삐를 당겼다.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 * *
그날 새벽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서부 곳곳에서 연기가 올라갔다.
연기는 기이하리만치 높이 올라갔다. 거의 구름까지 닿는 것처럼 보였다. 그뿐 아니라 연기는 드문드문 허리가 끊어졌다.
그것이 봉화라는 걸 알아차린 사람은 한 줌이었고, 봉화의 뜻을 알아차린 사람은 더욱 적었다.
하지만 분명히 변화는 일어났다.
몇 년이나 방치되고 있던 비밀 창고가 열렸다. 마족과의 전쟁에서 수백 발의 포탄을 쏘아 보냈던 포수들이 먼지 묻은 대포를 끌어냈다.
마족에게 모든 걸 잃고 촌부로 살아가던 기사가 다시 검을 잡았다.
의뢰를 수행하던 유명 용병단 하나가 돌연 의뢰 포기를 선언하고 돌아섰다.
사제 박해가 시작된 서부에서 여전히 좋은 인상을 남기며 사람들을 치료하던 고행 사제가 홀연히 사라졌다.
몇 년이나 방구석에 틀어박혀, 죽은 게 아니냐는 말까지 돌던 마법사가 태양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한 장소를 향해 움직였다.
* * *
도시가 격동했다.
대지주 마르할의 대리인이 습격당했고, 습격한 사람은 제국의 첫째 황자 이마릴이었다.
이마릴은 마르할이 가지고 있던 저택까지 점거했다.
광기의 서부 배척이 있고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마르할의 존재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기 시작한 마르할은 과거를 숨기지 않았다.
도시 사람들은 안다.
기근에 식량을 풀어 수천 명을 아사에서 구한 것도 마르할이고, 광기가 그들을 덮칠 때 몸소 나서 성황국의 야욕을 밝혀낸 것도 마르할이다.
그런 사람이 하룻밤 사이 제국 황족에게 밀려났다.
도시 분위기가 흉흉했다.
이마릴의 부하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마르할 소유의 상점과 창고를 약탈하고 제 것처럼 즐겼다.
도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도시의 또 다른 주인이었다.
“각하, 방관하셔도 괜찮겠습니까?”
“놔둬. 그놈이 알아서 할 일이니까.”
집사의 물음에 아젠만은 손을 휘휘 저었다.
아젠만과 10년 이상을 함께한 집사였다.
아젠만의 심중을 짐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저택 관리와 아젠만의 신변에 대한 주제 말고 다른 일로 입을 여는 건 10년이 넘는 세월 안에서도 손에 꼽았다.
그만큼 이번 일의 파장이 크다는 뜻이었다.
집사까지 걱정하고 있지만, 피해를 보는 당사자인 아젠만은 태연했다.
‘그놈이 애송이 황족 하나에게 막힐 리가 있나.’
마르할이 직접 도와달라고 하기 전까지 손대지 않는 게 최선이다.
이참에 마르할이 가진 패도 좀 보고.
나중에 마르할이 뭐라고 하면 눈 딱 감고 무릎 한 번 더 꿇으면 된다.
아젠만은 마르할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유달리 추운 겨울 아침을 포성이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