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59
제259화
세오닉은 믿기 힘든 정보를 듣고 바로 움직였다.
도시를 점령하고 있던 이마릴의 병사가 전멸했고, 이마릴은 작은 제국으로 도주 중이라는 정보였다.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다.
함께 들어온 정보들 때문이었다.
독연이 하늘과 땅을 갈라놓았다.
불로 된 꽃이 피었다.
서부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정보망을 펼칠 시간이 부족했다.
과장된 소문이라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판별이 어려웠다.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세오닉은 서부에 기반도 마련하지 못했고, 이마릴의 상대는 대지주라 불리는 사내였다.
하루도 안 되어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이마릴이 광인처럼 소리치며 작은 제국을 돌아다니고 있단다.
바로 앞마당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세오닉은 사실 확인을 위해 바깥으로 나왔고, 이마릴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다.
세오닉은 허리춤에 있는 검에 손을 올렸다. 그의 얼굴 옆에 화살 형태의 불꽃이 생겼다.
제국의 열째 황자.
검과 마법, 두 분야의 천재.
그게 세오닉이었다.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감사받을 일을 했지,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세오닉은 마르할을 살폈다.
손으로는 여전히 이마릴의 목을 틀어잡았다.
눈에 띄는 거구는 아니지만, 근육질의 몸을 가진 이마릴이 축 늘어져 매달렸다.
대지주 마르할, 초상화로만 봤던 상대는 숟가락처럼 가볍게 이마릴을 들고 있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 바닥에 깔린 어둠은 아니었다.
당대 므에트 제국 황제의 자식 중에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몇 명 있다.
네루는 말해 입만 아프고, 베이올라도 어렸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육체’를 타고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베이올라를 지지하던 조부 칼라엔스 공작이 열심히 정보를 숨겼기에 그녀가 날 때부터 초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황권 다툼에 참가하지도 못하는 어린 동생 중에는 천 년에 한 번 나올 음악가라 불리는 아이도 있었고, 한 번 본 걸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진 아이도 있었다.
세오닉에게도 재능이 있었다. 단순한 재능을 넘어, 신비에 가까운 힘이었다. 그는 사람의 감정을 읽었다.
마르할은 어두웠다.
찰나의 변덕이 아니라 질척하게 몸에 녹아버린 어둠.
삶과 함께하는 절망.
저런 어둠을 품은 사람들은 대부분 심각한 사연이 있거나, 처절한 실패로 폐인이 된 사람이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찬란한 성공을 거머쥔 대지주였고, 그의 앞에서 웃고 있었다.
하지만 세오닉이 보았던 누구보다 어두웠다.
외면과 내면의 지독한 괴리에 세오닉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기사는 기사네요.”
마르할의 시선이 자신의 손을 향해 있다는 걸 알고, 세오닉은 바로 손에 힘을 풀었다.
불안할 때 무기를 만진다.
무기로 몸을 지키는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습관.
읽혔다.
동시에 기초적인 심리까지 읽힐 정도로 내몰렸다.
대화 한마디로.
세오닉은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도 볼 수 있다.
흔들리던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세오닉을 가만히 보고 있던 마르할이 입을 열었다.
“그런 능력이군요.”
“놀랍군. 아니, 놀랍지도 않다고 해야 하나.”
세오닉은 눈앞의 남자를 이성으로 파악하는 걸 포기했다.
본격적으로 황위 계승 경쟁에 뛰어들며 한 번도 자신의 식견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오늘이 그날인 듯했다.
그의 식견으로는 마르할이라는 인간을 읽을 수 없었다.
“이마릴을 죽여준 게 감사받을 일이라고? 아니다. 그는 므에트 제국 첫 번째 황자이며, 제국에 충성하는 초인들의 기둥과 같은 자다. 네가 대지주가 아니라 서부의 주인이라도, 이마릴은 네게 죽으면 안 됐다.”
“그러면, 이마릴이 제 땅을 빼앗으려는 걸 당하고만 있었어야 했다고요?”
“아니. 자기 것을 지키는 건 모든 사람의 권리지. 난 이마릴의 죽음만을 말하고 있다.”
“살려둬 봤자 훨씬 음험한 방법으로 나올 텐데요.”
“대지주 마르할, 당신 수준이면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텐데.”
“이마릴도 다른 방법을 찾겠죠. 자기 동생들한테 했던 것처럼.”
세오닉은 다시 감정을 조절했다.
황족들 사이의 음험한 관습, 그 관습의 시작이 이마릴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세오닉은 외가의 정보 조직을 통해 알아냈지만, 세오닉 바로 위에 있는 형도 관습의 시작이 누구인지 몰랐다.
황궁에서 도는 소문으로는 황가 대대로 내려오는 관습이란다.
이마릴이 고의로 퍼뜨린 소문이었다.
“유렐인가.”
유렐은 이마릴에게 직접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서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족이기도 했다.
“괜찮은 동업자죠.”
“이야기가 끝나질 않겠군. 본론만 말하지. 이마릴은 내가 죽인 것으로 하겠다.”
“싫다면요?”
“제국의 분노가 서부를 향할 거다. 아버지는, 황제는 제국의 피가 더러워지는 걸 두고 볼 사람이 아니니까.”
“이런 생각 안 해봤어요? 제가 그걸 알고도 이마릴을 죽였다고.”
“연합이 지켜줄 거란 생각은 치워라. 연합의 궁극적 목적은 제국과 성황국을 막는 것이다. 다른 세력에게 충분한 이익만 약속하면, 얼마든지 길을 연다.”
서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연합이 대단해 보이겠지만, 권력의 정점 언저리에 있으며 남들이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정보까지 가지고 있는 세오닉에게는 아니었다.
연합은 서부를 견제하는 채찍이며, 동시에 서부를 지키는 방패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단체이기도 했다.
연합이 유지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제국과 성황국의 상호 견제다.
제국이 피해를 감수하며 성황국을 어르고 달래면 연합의 붕괴는 쉽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는 절대 자기가 손해 보는 계약은 안 하는 인물이지만, 황족의 명예는 돈이나 땅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외가의 용단이 헛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네요.”
“…네가 그걸 어떻게.”
“당신이 저를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해둘게요. 그런데 세오닉.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뭐지?”
“베이를 도와준 이유요. 레벨라를 이용하면 많은 게 가능했을 텐데요.”
마족이 된 레벨라를 손에 넣었다면, 유렐을 직접 공격하는 것도 가능했다.
유렐의 주 지지층인 마법사들의 특성상 세력에 직접 타격을 주기는 힘들었겠지만, 유렐을 간접적으로 후원하던 사람들에게는 효율적인 공격이다.
레벨라를 미끼로 베이올라와 직접 협상할 수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베이올라는 제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대 제국어 전문가다.
바체아 제국이 200년 전 천하를 담은 땅 원정에 나섰다는 걸 아는 사람이 서부의 생존자 중에는 몇 명이나 있을까.
세오닉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레벨라에게 정보를 주고 그녀를 풀어주었다.
“형제끼리 죽이는 일이 일어나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안 가릴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데, 의외네요.”
“난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언제나 목적을 위해 활동하지.”
“어떤 목적이요?”
“형제끼리의 상잔을 막는다.”
“전혀 안 어울리는 목적이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상이고, 그렇기에 꿈이라 부르는 거겠지.”
마르할은 세오닉을 응시했다.
세오닉의 눈동자가 아련해졌다.
“누군가의 부탁이다. 아주 오래된.”
“그녀의 부탁이라면 거절하기는 힘들었겠네요.”
“이 일로 나를 찔러보려 하지 마라.”
세오닉의 말에 노기가 실렸다.
그와 마르할은 닮은 부분이 있다.
상대를 찔러보는 정도는 얼마든지 할 인간이라는 걸 한눈에 파악했다.
그래도 건드려선 안 되는 영역이 있는 법이었다.
“10년이 넘었는데, 그래도 자기 뜻을 잇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기뻐할 거예요.”
“선을 넘겠다는 건가?”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세오닉의 부하들이 마르할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쪽에 등을 보이며 길목을 막아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세오닉은 여차하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릴 생각까지 했다.
“글쎄요? 그래도 당신보단 제가 더 잘 알걸요? 소일라 므에실리고에 대해서는.”
“유렐에게 들었나. 하지만 그 이름을 꺼낸 건 실수였다.”
세오닉은 검을 쥐었다. 그의 옆에 몇 개나 되는 불꽃 화살이 생겨났다.
“황궁 북쪽에 있는 상점가에 빵 만드는 장인이 있죠. 아직도 그 집에서 만든 빵과 차로 식사를 대신하나요? 사실 빵이 아니라 과자에 가까운 물건이고, 이빨 썩으니 적당히 먹으라고 몇 번이나 잔소리도 듣지 않았나요?”
검을 뽑으려던 세오닉의 손이 덜컥 멈췄다.
유렐은 절대 알 수 없는 정보였다.
그에게 그 빵집을 알려준 사람이 소일라였고, 세오닉에게 저런 잔소리를 한 사람도 소일라였다.
세오닉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는… 너는 누구냐?”
“상잔을 막는 게 목표고, 황제가 되는 건 수단이라…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마르할이 뛰어올랐다.
세오닉이 쏘아낸 마법은 바람에 휘어져 마르할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엘리제 위에 올라탄 마르할이 신호를 주자 엘리제는 건물 벽을 툭툭 밟더니 건물 위로 사라졌다.
한 박자 늦게 세오닉이, 그답지 않게 부하들을 닦달했다.
“쫓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잡아!”
* * *
숲에 숨어 있던 티머시가 신호하자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졌다.
천여 명의 인파 사이에 떨어진 불덩이는 100명이 넘는 사람을 잡아먹었고, 그 배에 달하는 사람에게 옮겨붙었다.
행렬을 통솔하는 자가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나무 위에서 날아간 화살 십여 발이 몸에 꽂히자 아무 말도 못 하게 되었다.
유명 유파와 기사 가문의 전투 병력들.
홀로 일반 병사 둘에서 셋은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저기 있는 사람은 천 명이지만, 실질 전투력은 삼천 병사 이상이라 봐야 했다.
그런 자들이 유령을 본 아이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티머시가 약속했던 신호를 보내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잔당들을 정리했다.
반대편에서는 몇 명의 초인이 도망가는 자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제일 무서운 건 양손에 단검을 든 마린이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사람이 픽픽 쓰러졌다.
‘괴물인가.’
죽이는 게 아니다. 지나가며 힘줄만 베어 사람을 제압했다.
묶여 있는 사람의 힘줄만 골라 자르기도 힘든데, 마린은 움직이는 사람을 상대로 그걸 해냈다.
힘줄을 잘라내는 건 마린만이 아니었다.
병사 몇 명이 익숙한 움직임으로 제압된 사람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힘줄을 끊었다.
“제압 끝났으면 지혈하고 묶어라! 바로 도시로 운반한다!”
서부는 일손이 부족했다.
곡창지대가 열린 이후로 일손이 얼마나 더 부족해질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팔다리가 병신이라도, 근육질의 병사들은 다른 병신들보다는 일을 잘할 터였다.
* * *
마르할의 귀환은 평범하지 않았다.
이마릴의 시신에 목줄을 달고 그 끝을 직접 잡았다.
시신은 목뼈가 부러져 목이 쭉 빠졌다. 시신은 땅에 질질 끌렸다.
마르할은 천천히 말을 몰았다.
중간에 세오닉의 부하들이 몇 번 덤벼오긴 했지만, 기사 몇 명이 손도 못 대고 병신이 되니 얌전히 물러갔다.
별일이 다 일어나는 서부였지만, 시신을 끄는 말은 눈에 띄었다.
그 시신이 제국 첫 번째 황자라면 더더욱.
지나치게 시선을 끄는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제국 첫 번째 황자를 죽였다.
세오닉의 말대로 제국 황실을 건드렸다는 말이다.
이제 마르할에게 후퇴는 허락되지 않았다.
앞을 가로막는 게 무엇이든 부수며 나아가야 한다.
마르할이 발을 멈추는 순간 사방에서 하이에나들이 이빨을 들이댈 것이다.
봉인 일부를 풀며 자기 몸 하나 지킬 무력은 갖추었지만, 마르할이 먹여 살려야 하는 입은 많았다.
바람이 불었다.
휘날리는 모래가 마르할의 옷을 더럽혔고, 질질 끌리는 이마릴의 시신은 이미 피부와 근육이 갈려 나갔다.
도시가 가까워지며 마르할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잘하셨습니다!”
“아내가 지주님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이 드문드문 마르할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갔다.
주변의 시선도 점차 강해졌다.
이윽고 도시에 거의 도착했을 때, 마르할은 도시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인파를 발견했다.
그들은 마르할에게 환호했고, 마르할을 칭송했다.
바람잡이를 시킨 건 마르할이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마르할의 등 뒤로 바람이 휘날렸다.
바람은 왕관과 망토의 형태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