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60
제260화
이마릴은 작은 제국에서 죽었다.
작은 제국의 주인은 이마릴의 죽음을 한 시간도 안 되어 알아차렸고, 뤼겐은 즉시 특별한 방으로 달려가 유물을 작동시켰다.
제국과 직통으로 이어진 유물은 이틀 후에 황제를 향해 뤼겐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어전에 침묵이 감돌았다.
황제 앞에 무릎 꿇은 마법사를 포함해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황제의 발이 땅을 파고들었고, 어전이 흔들렸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가 팔걸이를 두드렸다.
돌로 만든 팔걸이가 모래처럼 부서졌다.
“황족끼리 서로 싸우다 죽는 것도 괜찮다. 우연한 사고는 어쩔 수 없다. 본인이 멍청해서 죽는 건 동정의 여지조차 없다. 하지만 능욕당해 죽는 건 다르다. 시신까지 장난감이 되는 건 있을 수 없다.”
황제의 분노에 기사와 마법사들조차 몸을 떨었다.
황제가 인간을 벗어났다는 소문은 이제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기력이 떨어질 나이는 진즉 지났고, 자다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하지만 황제는 날이 갈수록 강건해졌다.
죽을 날이 가깝던 사람으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황제의 손아귀에서 부서진 옥좌 조각이 우수수 떨어졌다.
“공국 국경에 있는 병사 십만을 소집해라. 공국을 우회해 서부를….”
어전의 방에는 창문이 없었다.
대신 태양보다 찬란한 빛을 뿜는 유물들이 내부를 아침보다 환하게 밝혔다.
유물들이 일거에 꺼졌다. 눈 몇 번 깜빡일 시간이 지나고 유물이 다시 켜졌을 때 황제 앞에는 한 사람만이 남았다.
“도둑.”
“그래, 나다. 황제야.”
삐딱하게 선 아르고가 대답했다.
“기사단은 괜찮아. 네 살 깎아먹는 건 뭐라 안 해. 그래도 군대는 안 돼.”
“일개 도둑 주제에 제왕의 일에 간섭하는가?”
황제가 부서진 팔걸이를 내리쳤다. 옥좌는 물론이고 바닥까지 쩍 갈라졌다.
제국 사람들은 벌벌 떨 위업에도 도둑은 황제가 가소로웠다.
누구 앞에서 힘자랑이란 말인가?
10년 전 서부에 떨어뜨려 두면 일주일도 못 버텼을 놈이.
“겁먹은 개가 짖는다더니. 그거 알아? 너 엄청 추해.”
까득. 황제가 이를 갈았다.
제국이라는 거대한 땅의 역사를 활용하게 되었기에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저건 인간이 아니다.
황제는 제국의 역사를 몸에 담았다.
일개 인간이 수백 년 역사를 가진, 수천만 인간의 삶이 뭉쳐 만들어진 제국의 역사보다 더한 힘을 가지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황제 곁으로 간 도둑은 옥좌를 몇 바퀴 돌았다. 도둑이 황제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찹찹 찰진 소리가 났고, 직후 황궁 천장이 부서졌다.
“어이쿠. 힘은 조심히 다뤄야지.”
황제가 아르고를 죽일 듯 노려봤다.
황제의 공격은 아르고의 몸에 적중했다. 아르고의 옷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아르고는 킥킥 웃으며 뒷걸음질 쳤다.
“군대는 안 돼, 군대는. 그런 약속이니까. 대신 다른 건 얼마든지 보내도 돼. 네가 직접 가도 되겠네. 그 고귀한 힘이 서부에서도 작동하는지 보자고.”
어둠. 그리고 침묵.
태양조차 가리는 어둠이 사라지고, 천장에서 내려온 빛이 황제를 비췄다.
쾅쾅쾅!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폐하!
“잠시 혼자 있고 싶다. 부르면 다시 오라.”
-알겠습니다!
황제가 손을 뻗자 바닥 한 곳이 열리며 안에 있던 유리구슬이 황제의 손으로 날아왔다.
유리구슬이 동시에 두 가지 목소리로 말했다.
-별이 폐하를 뵙습니다.
-달이 폐하를 뵙습니다.
* * *
이마릴이 직접 이끌던 초인 대부분은 도시에서 붙잡혔지만, 도망친 사람도 있었다.
빠르게 사태를 파악하고 미련하게 도시에 남는 대신 동부로의 피난을 택한 자들.
누구보다 빠른 선택을 내려야 하는 자들, 바로 수색 기사를 양성하는 유파였다.
그들은 산을 탔다.
훈련받은 초인들은 산에서 어떤 동물보다 빠르고 오래 움직였다.
산을 타고 제국으로 귀환하려던 그들이 걸음을 멈췄다.
풍채 좋은 여인이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에나가 입술을 비틀며 인사했다.
“왔냐?”
“마르할의 부하인가.”
“그렇다면 그렇고, 아니라면 아니고.”
에나가 걸고 있던 목걸이를 하늘로 던졌다. 목걸이에 달린 보석이 부서지며 산이 움직였다.
이 자리에 있는 초인들에게는 익숙한 소리였다.
기계장치 소리.
그들 유파에서 함정을 설치할 때 한두 개씩 사용하는 부품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산 전체가 하나의 기계장치가 되어버린 듯한 소리였다.
선두에 선 노인이 에나를 노려봤다.
“유파의 비기. 누구에게 배웠나?”
“내 남편이 그러더라고. 자기가 연락 하나 못 남기고 죽었다면, 자기 유파가 범인일 거라고.”
“반 에드낙의 아내인가. 몰라보게 달라졌군.”
“내 남편은 어떻게 죽었지?”
노인은 에나의 말을 무시했다.
“제압해라. 물을 게 많다.”
“누가 싸워준대?”
에나가 끼고 있던 반지가 부서졌다.
에나의 몸이 환영처럼 흩어졌다.
“실체를 가진 환영. 어디서 저런 물건을…. 멀리 있진 않을 거다. 뒤져서 찾아!”
“장로님, 언제 추격해올지 모릅니다. 저 여자가 누군지는 알겠는데, 꼭 그래야 합니까?”
“그래! 제국으로 돌아가서도 몸성히 있고 싶다면 말이야!”
불법과 합법의 선을 오가는 그들 유파에는 비밀이 많았다.
조금 과장해 임무 한 번 나갈 때마다 목숨이 걸린 비밀 하나씩을 들고 유파로 귀환한다.
비밀은 유파를 키우는 기둥이 되기도 했고, 반대로 유파를 무너뜨리는 칼이 되기도 했다.
유파 사람들은 장로의 말에 토 달지 않고 장비 점검을 시작했다.
“유물의 힘이 섞인 장치다. 아는 것과 달라졌을 확률이 높으니 조심히 전진해라. 우리에게 볼일이 있다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진 않을 거다.”
수십 명의 초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쇠와 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산을 뒤덮었다.
* * *
에나는 산꼭대기에 있었다.
그녀의 신체 능력은 초인에 못 미친다. 하지만 시력 하나는 평범한 초인 나부랭이들보다 좋다고 자부했다.
수십 개의 함정이 한 번에 작동하며 나무를 부수고 바위를 떨어뜨리는 모습은 마치 산이 흔들리는 듯했다.
에나는 이마릴이 서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곳에 함정을 팠다.
에나는 저들 유파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저들은 유파에 남은 기술을 익히기에 급급했지만, 에나는 남편을 잃은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해 유파의 비기를 파헤쳤다.
유파의 습관 하나까지 살펴 그들을 잡을 방법을 연구했다.
그녀의 10년 세월이 저 아래 있는 산에 녹아 있었다.
“후우….”
에나가 숨을 몰아쉬었다.
산 하나를 죽음의 함정으로 개조했다. 여인 혼자서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할 일은 아니었다.
에나는 마르할의 창고에 있던 유물의 힘을 빌렸다.
신체 능력을 올려주는 유물을 몇 개나 부숴먹으며 움직였다.
에나의 몸도 한계였다. 옷 아래는 깊은 상처가 몇 개나 있었다.
에나는 깨진 반지를 다른 반지로 교체했다. 그녀는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기다렸다.
철저하게 약점을 파고드는 함정이다.
단순히 유파의 기술을 받아들이기만 한 초인들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다.
산 정상에 도착한다면, 그건 그녀의 남편보다 뛰어난 사람이 될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 겨울의 밤은 빨랐고, 산의 밤은 더 빨랐다.
살을 에는 칼바람을 맞으며 깡마른 노인 하나가 산을 올라왔다.
에나는 저 노인을 안다.
여든 살이 넘어서도 고위 기사급 무력을 유지하고 있는 실질적인 유파의 주인.
남편이 죽었다면 반드시 연관되어 있을 사람 중 한 명.
“반 에드낙. 유파를 배신한 걸로 모자라 이런 짓까지 저지르다니.”
“내 남편은 어떻게 죽었지?”
“알면 안 되는 것을 알았다. 내 수제자였지만, 그놈은 너무 뛰어났어.”
“부정도 안 해?”
“유파의 비기까지 유출되었다. 그놈도 무언가 느끼는 게 있었다는 거겠지. 여기서 대화가 필요한가?”
“다시 묻겠다. 내 남편은 무엇을 알았고, 어떻게 죽었지?”
“유파의 비기를 이었다면, 우리의 방식도 알겠지.”
노인이 검을 뽑았다.
단검보다는 길고, 장검보다는 짧은 기이한 검이었다.
에나는 입 안에 넣어두고 있던 각성제를 깨물었다.
유파의 비기에 그녀가 독자적으로 조합한 마약 몇 개를 더해 만든 물건이었다.
에나가 차고 있던 장신구들도 빛을 발했다.
“포획과 심문. 수색의 꽃.”
“잘 배웠군. 우리 유파로 들어올 생각은 없나?”
“지랄하네.”
노인이 에나에게 접근했다.
에나는 급소를 노리는 검을 장갑 낀 손으로 막았다.
파삭. 품에 있는 유물 하나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물을 쓰고 각성제까지 먹었지만, 그녀가 노인과 일대일로 싸우는 건 불가능했다.
노인은 단순한 고위 기사가 아니라 여든 살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고위 기사였다.
황실 기사들에게도 존중받는 기사였다.
노인의 검이 에나의 몸에 닿을 때마다 유물이 하나씩 깨졌다.
잠깐의 싸움에서 귀족 가문의 가주들이나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귀한 유물 수십 개가 사라졌다.
노인조차 놀란 얼굴로 검을 거두고 물러섰다.
“대지주 마르할의 재력이 그 정도였나?”
“확인해봐.”
에나가 먼저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노인이 에나의 주먹을 피했고, 에나의 주먹은 뒤에 있던 나무를 그대로 부러뜨렸다.
노인은 유물 탓에 에나를 상처 입히지 못한다. 에나의 실력으로는 노인에게 정타를 맞힐 수 없다.
에나의 유물이 떨어지거나, 노인이 에나에게 일격을 허용하면 끝나는 싸움이었다.
“돈지랄도 정도가 있지! 그 유물들이면 제국의 백작위도 살 수 있을 거다! 네가 원하는 비밀도 사고 남을 금액이란 말이다!”
노인이 수색 기사로 일했던 건 결국 돈이었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 그러기 위한 비밀.
에나의 몸에서 떨어지는 유물의 가격은 노인이 평생 만졌던 돈보다 많았다.
“내 남편의 목숨을 돈으로 헤아리지 마라!”
에나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노인은 체력이 떨어졌고, 에나는 유물의 효과가 떨어졌다.
일격에 호신용 유물을 하나씩 부수던 노인의 공격도 약해져 유물 하나를 부수려면 두 번, 세 번을 공격해야 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전투였다.
에나의 몸에서 깨진 유물 조각이 흩날렸다.
노인의 세월이 직감했다. 호신 유물은 저걸로 끝이다.
‘다음 공격으로 끝을 본다.’
느려지던 노인의 검이 마지막으로 가속했다.
노회한 검사의 검은 회피를 허용하지 않았다. 에나도 몇 번이나 노인의 검을 막으려다 뱀처럼 휘어지는 검에 공격을 허용했다.
에나도 알았다. 그녀의 실력으로는 절대 노인의 검을 흘려낼 수 없다.
그래도 그녀는 나아갔다.
노인은 그녀를 죽이지 못한다. 사로잡아 알아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적을 죽이지 않는다. 최소한 즉사는 피한다. 사람을 잡아 심문해야 하는 수색 기사의 숙명과도 같은 습관이다.
에나는 확신이 있었다.
평생을 수색 기사로서 살았던 노인은 마지막까지 수색 기사일 거라는 확신이었다.
노인의 검이 에나의 오른팔을 잘랐다. 에나의 왼손이 노인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노인이 피를 토했다.
“미친년… 고작 한 번의 싸움에 대체 얼마를….”
에나가 쓰러진 노인의 머리를 걷어찼다.
죽지는 않고, 딱 기절할 정도로만.
“여인의 사랑을 돈으로 계산하지 마.”
특제 밧줄로 노인을 포박한 다음 에나는 산 아래로 내려갔다.
산을 흔들던 기계장치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 * *
마르할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마르할이 자리를 비운 건 5일.
불타고 무너졌던 별장이 완전히 복구되어 있었다.
초인을 일꾼으로 부려도 건물을 완전히 복구하는 건 힘든 시간이었다.
마르가 한 일이겠지.
다른 사람과 엮이지만 않으면 힘을 쓰는 데 그다지 제약은 없는 편이니까.
별장 안에서는 휴고가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몸은 어때요?”
“성녀가 보통이 아니긴 하더군요. 그날 바로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그쪽은 한창 바쁘지 않아요?”
치료 불가능한 병으로 사방에서 환자가 모여들고 있었다.
사제 박해?
알라실이 없으면 이 근방에 있는 중병 환자는 다 죽었다.
성녀가 있는 교회에 한해서 사제 박해는 없다.
아젠만이 고용한 의사들이 무료로 병을 봐주고는 있지만, 그들의 실력이 진짜 병을 고칠 수준이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변해버린 병에 맞는 약초를 찾는 건 하루 이틀로 될 일이 아니었다.
‘약초의 효과도 따라서 변하면 좋겠지만.’
마르할의 기대일 뿐이다.
“마르 누나는요?”
“별장을 고치고 동쪽으로 가셨습니다.”
“싸움 구경 중이겠네요.”
별장 문이 열리고 스트레킬이 들어왔다.
“슬슬 돌아왔을 것 같았다. 노예들이 운반되고 있다. 대지주가 한 번은 살펴야지.”
“그래야죠. 휴고, 노예는 제가 처리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주인님. 대리인 말입니다만.”
“이제 정말로 필요하다고요? 한번 구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