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63
제263화
메라는 한가했다.
알라실을 신으로 만드는 작업은 그가 손대지 않아도 순조로웠다.
사제를 집으로 부르기는 해도 절대 교회에 발 들이지 않는 귀족들까지 교회에서 알라실에게 치료받았다.
나날이 성녀의 명성이 높아졌고, 메라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성인의 후계자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교황청에서 파견되어 도시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제들은 따로 현상 유지를 명령받은 인형이었다.
사제가 많은 교회는 대륙을 시끄럽게 하는 병환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성황국에서 파견된 사제는 둘이었다.
업무 전문과 흔히들 말하는 전투 사제였다.
그들은 성황국 전체를 통틀어도 유능한 축에 속했다.
서부에 몰아치는 사제 박해에서 빗겨나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세력을 키우라는 명이 떨어졌으면, 사제 박해를 뚫고 도시의 성세를 키울 인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교황청이 그들에게 현상 유지를 명했다.
성황국이 서부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메라는 사제들의 탐욕을 안다. 신에게 선택받았다고 믿기에 숨기지도 않는 무한한 탐욕이 성황국 사제들 안에 도사렸다.
메라가 보기에 교황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교황청조차 잠시 서부에서 눈 돌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성황국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메라는 느긋하게 때를 기다렸다.
그가 바라는 건 신 하나요, 그에게 중요한 것도 신 하나다.
오직 단 하나의 위대한 신만이 메라의 관심사였으니, 토지 경주가 끝났다는 소식도, 지주 회합이 열린다는 소식도 메라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나마 하나 그의 관심을 끄는 소식이 있다면, 서부를 돌아다니는 덩치 큰 고행 수녀에 대한 소문이었다.
* * *
베이올라는 자신의 땅에서 토지 경주가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지 경주의 끝은 베이올라에게는 아무 감흥도 주지 못했다.
옆에서 일을 지휘하던 하일리가 물었다.
“기뻐 보이지 않는군.”
“이걸 두고?”
임시 망루에 올라간 그녀 아래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막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마을이 보였다. 마을 터 바깥에서는 농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땅을 고르고 보리를 심는 중이었다.
베이올라는 땅이 있었고, 하일리에게는 땅을 꾸밀 것들이 있었다.
베이올라가 그녀의 땅을 꾸미는 데 하일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하일리는 사람과 자재를 기꺼이 투자했다.
베이올라는 땅에서 수확한 식량을 처분할 방법이 없다.
이 땅에서 나는 식량에 대한 권한은 일차적으로 하일리에게 오게 되어 있다. 땅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베이올라는 땅에 애착이 있지는 않았지만, 이 땅이 그녀에게 주는 권력은 베이올라에게 꼭 필요했다.
땅에 아예 무관심할 수는 없었다.
베이올라는 땅에 머물며 근처를 돌아다니는 도적과 마적을 잡으며 땅의 안정에 힘쓰고 있었다.
“저긴 조용하네.”
“죽은 땅이니까. 끈질기기로 유명한 잡초를 심었는데, 싹도 틔우지 못했다.”
하일리는 지평선 끝자락에 보이는 마르할의 땅을 보고 혀를 찼다.
마르할과 베이올라의 땅은 황금의 호수 인근을 제외하면 가장 좋은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농경지로서의 가치는 황금의 호수 이상이라 해도 좋았다.
그쪽은 땅 주인들의 특성상 몇 년 농사짓다 무역도시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이쪽은 몇 년이고 집중해 농사만 지을 수 있었다.
마르할이 현재 가진 세력을 모두 먹여 살릴 식량을 만들어낼 땅이다.
저걸 죽은 땅으로 만든 마르할의 의도가 짐작되지 않았다.
‘까네에게 원한을 가진 인간의 수작…은 아니겠지.’
설령 수작이 맞더라도, 사신을 부하로 데리고 있는 마르할이 저주 하나 어찌하지 못할 것 같지는 않았다.
저주를 잘 모르는 하일리는 무슨 짓을 하면 세상에서 가장 비옥한 천하를 담은 땅의 토지가 완전히 죽어 버리는지도 의문이었다.
“빵을 기막히게 굽는 사람이 있다더군. 듣기로는 제국 수도에서 만드는 법을 배웠다더군.”
“제국 음식은 별로야.”
베이올라는 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좋게 볼 수 없었다.
제국은 그녀에게 고통의 상징과 같았다.
“지주 회합이 있다. 까네도 온다더군.”
“내가 가서 할 일도 없잖아.”
“권력이 필요하지 않나?”
“유렐을 죽일 정도면 돼.”
“그 유렐도 참가한다는 소문이다. 거기서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데려가줄 수도 있다.”
“싫다면?”
“거 눈빛 한번 소름 끼치네. 마족보다 더해.”
하일리는 베이올라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베이올라는 조용히 하일리를 노려보았다.
“유렐을 죽인다. 그런 계약이었으니, 나도 되도록 협조할 생각이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를 가려라. 거기서 칼부림을 벌이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죽여야 한다. 그럴 수 있나?”
“충분히.”
주제 파악 못 하는 자의 오만이 아니다.
하일리가 본 베이올라의 실력이라면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가 수십 명이 와도 몽땅 썰어버릴 것이다.
하일리는 여전히 베이올라의 멱살을 잡은 채 말했다.
“성공해도 문제다. 참가자는 모두 대지주다. 머리가 사라지면, 아랫놈들은 바로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하겠지. 넌 죄 없는 수만 목숨을 감당할 수 있나?”
“선장 잃은 배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공격한다고? 왜?”
“뇌수까지 복수에 절여진 건 아니었군. 우리를 공격하는 것도 배를 차지하는 일환이다. 공동의 적을 두면 내부의 불만은 억눌러진다. 그 정도는 알겠지? 그리고 너는 절대 암살에 성공하지 못한다.”
“가능해.”
“이번 회합에는 까네도 참가한다. 그리고 뒤늦게 서부에 도착한 유렐 아래의 마법사들이 그놈 도시에 공방을 차리기 시작했다더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베이올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유렐과 마르할이 손을 잡았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웠던 유렐의 목이 아득하게 멀어진 느낌이었다.
베이올라는 하일리의 손을 풀어냈다.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며 그녀가 말했다.
“사고만 안 치면 되지?”
“그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꼭 사고를 친다는 말은 가슴에 담아두었다.
* * *
마린은 바빴다.
마르할의 땅이 못 쓰는 땅이 되었단다.
그래서 그녀의 토지에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
일꾼은 이번에 구한 노예들이었다.
팔이나 다리가 병신이거나, 둘 다 병신인 사람들이었지만, 곡창지대의 농사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린은 땅 하나만 관리하고 싶었지만, 마르할의 말에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도둑의 역사는 직접 경험해 봐야만 해요. 배신할 틈만 노리는 노예를 관리하는 건 마린에게도 도움이 될 거예요.
마르할의 부탁이라도 거절하지 못할 텐데, 도둑의 이름까지 나왔다.
마린은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노예를 운반할 수단을 찾고, 땅에 심을 종자를 구했다.
휴고와 에나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마린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해가 바뀌었다.
토지 경주가 끝났다는 소식도 들었다.
마린이 이끌어야 하는 사람은 마르할의 입김이 닿은 사람을 포함한 이주 희망자 500명과 노에 2천가량이었다.
중간에 소문을 듣고 합류할 사람을 더하면 상당한 규모의 농경지를 가꿀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마린은 일을 여기까지 키울 생각이 없었다.
땅을 얻고 싶긴 했지만, 그건 어렸을 때의 기억이 만들어낸 아집이었다.
지주가 되었고, 그녀만의 마을도 생겼다.
마린이 노력을 멈추지 않는 건, 망할 년 하나 때문이었다.
이상하게 눈에 잘 들어오는 서류를 보고 있던 마린은 별장에 들어오는 마르할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마린, 준비는 잘돼가요?”
“네.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흉내라 함은, 도둑의 흉내였다.
도둑의 기술과 지식은 그녀의 의지와 무관하게 머리에 흘러들었다.
사람을 부리는 기술도 그 안에 있었다.
그녀가 2천 명이나 되는 대인원을 책임지기로 한 건 머리에 흘러든 지식의 영향도 있었다.
마린은 젊었고, 넘치는 혈기는 척 봐도 대단한 기술을 한 번쯤 써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야망으로 이어졌다.
“지주 회합이 있어요. 전에 한 번 가봤죠?”
“따라갈게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그년도 오는 거죠?”
“정황상요.”
하일리는 베이올라를 지지한다는 선언을 한 이후로 내부 관리에 집중했다.
토지 경주가 끝나고 마을 개발도 궤도에 올랐다고 한다.
공적인 행사에 모습을 보인다면 지주 회합이 최적이었다.
“어디에서 열려요?”
마린은 그냥 던진 질문이었다.
회합 장소가 어디든 그녀가 마르할을 따라갈 거라는 건 변하지 않았으니까.
마르할은 묘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요새요.”
마린의 눈이 커졌다.
서부에서 요새라 불리는 장소는 한 곳밖에 없었다.
“겸사겸사 도시에 인원 보충하려는 사람도 많아요. 그러니까 준비해둬요.”
* * *
요새는 서부에서 뜨거운 주제로 떠오르는 장소였다.
아스파룸은 스트레킬도 인정하는 사령관이었다.
그가 3만 병사를 지휘하며 요새 주변을 휘저었다.
요새 인근의 넓은 땅을 공국 병사들이 차지했고, 사실상 공국의 땅이 되었다.
공국의 땅은 요새만이 아니다.
토지 경주가 시작된 지역부터 곡창지대 입구 인근까지 상당한 규모의 땅이 공국 소유였다.
모든 세력이 공국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아스파룸의 과거를 파는 사람도 있었다.
불야성의 백귀가 명령을 내려도 실제 행동하는 사람은 요새 주인인 아스파룸의 성향을 따라갈 가능성이 컸다.
정작 측량이 끝나고 토지 문서에 이름 올린 요새 주인은 엉뚱한 사람이었다.
셰르도.
이름만 딸랑 알려진 남자의 과거와 성향을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정보원이 공국으로 떠났다.
요새가 지주 회합 장소로 정해진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셰르도가 요새 주인이 되고 몇 달이 지났다.
요새 내외부로 주인의 성격이 나타날 시간이었다.
마르할은 요새 내부로 들어섰다.
쓸 만한 마법사라도 고용했는지 무너진 성벽은 수리되어 있었고, 카반이 날뛰며 망가뜨린 거리도 고쳐졌다.
병사만이 아니라 평민들도 많았다.
황금의 젖줄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요새의 입지는 나쁘지 않다.
물길 몇 개만 파면 농사에 쓸 물 걱정은 없다.
요새 바깥에는 이미 경작이 끝난 농경지도 있었다.
병사의 숫자만 3만이다.
절반은 공국으로 귀환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남은 인원이 1만 5천이다.
곡창지대 개척에 나선 어떤 대지주보다 많은 숫자였다.
마르할은 홀로 요새 거리를 걸었다.
출발할 때는 마린과 스트레킬, 마르도 함께였지만, 지금은 마르할 혼자였다.
마르는 도중에 할 일이 생겼다며 사라졌고, 다른 둘에게는 일을 부탁했다.
도시 지도는 이미 머리에 있다.
마르할은 성큼성큼 걸어 한 건물을 찾아갔다.
“사령관께서는 안에 계십니다.”
건물 보초는 셰르도의 부하로 몇 번 얼굴을 마주쳤던 사람이었다.
마르할은 번거로운 과정 없이 바로 셰르도를 만날 수 있었다.
“얼굴색이 좋네요. 잡음은 잘 처리한 모양이에요?”
“아스파룸의 신뢰는 바닥이었으니까. 황제 직속 기사가 나타났다지만, 천 명이 열 명도 안 되는 인원을 상대로 패주한 건 지휘관으로서는 치명적이지.”
“공국에선 다른 말 없어요?”
멀쩡하던 총사령관이 급사하고 명성도 없던 사람이 총사령관 자리를 차지했다.
불야성의 백귀에게 은근한 암시도 주었다. 셰르도도 백귀의 반응을 보았을 것이다.
“눈감아줄 테니 협조만 잘하라더라. 웃기는 일이지. 손댈 방법도 없으면서.”
“그건 아닐걸요. 꽤 날카로운 비수가 있거든요. 조심하는 게 좋아요.”
“날카롭다면, 어느 수준으로?”
“우선 군대로는 못 막아요. 어설픈 강자도 의미가 없고요. 저주라도 찾아보는 게 빨라요.”
암살자를 막는 저주가 아니다.
암살자에게 살해당했을 때, 암살자에게 최후의 반격을 날리는 용도의 저주다.
셰르도가 가진 수단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암살자를 막을 수 없으니, 복수라도 확실히 준비하라는 의미였다.
“당분간은 목줄 잡힌 신세겠군. 그래도 얻은 땅에 비하면 싸.”
셰르도는 철저하게 만들어진 군인이었다.
기초적인 전략, 전술부터 시작해 전 대륙의 전쟁사와 역사에 이름 남긴 명장들의 생애까지 외우고 있다.
그는 군인이 어떨 때 버려지는지 안다. 자신이 요새를 잘 다스리고, 백귀의 말에 협조하는 한, 백귀는 그를 버릴 수 없다.
“이제 뭐 하게요?”
“나만 보고 여기까지 온 모자란 놈들, 땅뙈기 하나씩은 줘야지. 내가 돈 내고 군대에 붙어 있던 이유가 뭔데.”
셰르도는 무력을 다루는 집단이라면 어디서든 탐낼 인재다.
서부가 멸망하고 대량의 기록이 사라진 지금, 그는 머리에 든 지식만으로 벽에 똥칠할 때까지 먹고살 수 있었다.
셰르도가 그러지 않았던 건 서부에서부터 그와 함께한 부하들 때문이었다.
“회합에서 뵙죠.”
“그래.”
* * *
지주 회합의 날이 되었다.
회합의 장은 일전 마르할과 셰르도가 독대했던 그 건물이 되었다.
수십 대의 화려한 마차들이 건물 주변에 늘어섰다.
서부의 대지주가 모두 모인 듯했다.
마르할은 마차에서 새로운, 그러나 기억에 있는 문양들을 찾아냈다. 이미 있던 문양을 변형한 문양도 보였다.
‘세오닉, 유렐, 저건 베이올라와 하일리인가.’
부디 평범하게 끝나길 빌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