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64
제264화
지주 회합이 한창일 무렵 천하를 담은 땅 어딘가에선 역사에 알려지지 않을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랜만.”
“네가 먼저 인사를 다 하고, 별일이 다 있네.”
마르의 인사에 바스타가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르의 시선은 바스타 옆으로 옮겨갔다.
“소일라도 오랜만이야.”
“오랜만이에요. 샤리, 인사해야지.”
“언니! 언니가 가르쳐준 거 이만큼 할 수 있게 됐따!”
샤리가 해맑게 웃으며 하늘로 손을 뻗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어?”
“마법을 아무 데서나 쓰면 안 돼.”
“히잉….”
마르의 지팡이가 샤리의 머리를 툭 때리자 샤리는 울상을 지으며 소일라의 품에 안겼다.
마르 실라나티엘은 금기의 마법사다. 사회가 금하는 모든 금기가 그녀 역사에 깃들었다.
가족조차 먹어치운 그녀가 신뢰하는 사람은 용사 일행과 한때 마왕이었던 여인, 그리고 용사와 마왕 사이의 딸이 전부였다.
샤리는 유일하게 마르가 귀여워해 줄 수 있는 존재였다.
한때는 마르할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꼬마는 너무 커서 어엿한 청년이 되어버렸다.
바스타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너야말로. 저기가 누구 땅인지 알아?”
마르의 지팡이가 남쪽을 향했다.
여기선 보이지 않지만, 지평선을 넘어가면 열심히 마을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네 사람은 마르할의 땅에 있었다.
마르할의 봉인을 떠안고 죽어버린 땅에.
“알지. 베이올라 므에실리고. 이름 못 부르는 처제의 땅.”
“그런데 거기 집까지 짓고 살아?”
마르의 시선이 미친놈을 보는 그것으로 변했다.
바스타 본인이야 괜찮다.
저놈이 어디서 뭘 하건 마르는 알 바 아니었다.
하지만 소일라와 므에트 제국 황족을 가까이 두는 건 달랐다.
그녀는 죽은 사람이어야 한다.
최소한 마르할의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소일라의 생존이 알려져선 안 된다.
“나도 생각 없이 온 건 아닌데.”
“지껄여봐.”
“저거.”
바스타가 가리킨 곳에서는 검은 안개가 몽실몽실 올라왔다.
마르조차 처음 보는 형태의 마족이었다.
바스타가 손가락을 허공에 긋자 안개는 거품처럼 사라졌다.
“열 마리째야. 둘을 만나게 하는 건 걱정할 필요 없어. 안 만날 테니까.”
예지에 가까운 직감을 가진 바스타의 말이었다.
설명을 다 끝냈음에도 마르의 눈에는 여전히 불만이 서려 있었다.
“또 할 말 있어?”
“율란이 신이 될 거야. 교황이 원하는 신이.”
“도중에 그만두면… 서로 이용하는 건가.”
“한 번만 막으면 돼.”
“셋이 필요할 거야.”
마르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셋 전부?”
“신이 된 율란은 여러 역사를 짊어지고 있을 테니까. 어쩐지 수련이 하고 싶더라니. 볼일은 끝난 것 같고, 밥 먹고 갈래?”
“네 음식은 질렸어. 마르할이 해주는 걸 먹고 말지.”
“소일라가 해주는 음식인데? 전 마왕의 음식. 수련할 때는 먹은 적 없지 않아?”
“…잠깐이라면.”
바스타는 마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고, 마르는 짜증을 내며 손을 쳐냈다.
이러나저러나 그녀는 영혼까지 마법사였다.
낯선 경험에 환장한 미치광이들의 정점.
* * *
지주 회합 장소는 돌로 만든 거대한 건물이었다.
사전 조사 없이 요새에 들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요새 내부를 보고 경악한다.
벽돌도 아니고 땅에 뒹구는 돌을 쌓아 건물을 지었다.
죄수들의 형벌로나 쓰일 법한 비효율적인 작업이다.
그런 짓을 도시 전체에 해놨다. 노동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놀라야만 하는 광경이다.
요새가 지어진 경위를 알면 사람들의 눈에는 어김없이 탐욕이 서린다.
1년도 안 되어 요새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는 유물.
서부에는 모든 게 부족하지만, 그래도 하나 꼽아보라면 자재다.
식량은 최근 들어 부족해졌지만, 자재는 5년 전 서부가 열린 직후 쭉 부족했다.
건물 지을 나무와 쇠.
동부에서는 하루에 산이 하나씩 민둥산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서부는 늘 자재가 부족했다.
지주들이 마을도 짓지 못하고 땅을 방치하거나 팔면 대부분은 자재 구할 돈이 없어서였다.
땅에 묻힌 무수한 돌로 건물을 올리고, 요새를 만들 수 있다. 동부에서도 찾기 힘든 최고의 요새를.
얼마나 매력적인가.
매력적이다 못해 서부에서 절대 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는 힘이다.
‘유물을 부수지 않았다면….’
하잘것없는 생각이다.
마르할은 형을 떠올렸다.
마족이 탄생하던 순간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 하지만 마족이 되어서도 이성을 잃지 않았던 사람.
바체아 제국 황성, 마왕성에는 마왕을 섬기는 수십 명의 마족이 있었다.
모두가 이성을 가진 마족이었다.
마왕은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 인간이 아니다. 그들은 자진해 마왕에게 모였다.
마왕의 수족이자 마왕 아래 누구보다 강했던 마족들은 제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다.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마르할의 형은 마왕의 수족 중에서도 가장 강한 마족이었다.
인간이던 시절부터 천재라 불린 사람이었다.
마르할도 형의 재능에는 따라가지 못했다.
그 망할 인간만큼은 못 돼도, 아르고 수준은 되었지 싶다.
아니지. 형이 아르고와 같을 리가 있나. 분명 형의 재능이 더 뛰어났다.
그래서 마르할은 멀쩡한 형과 대면해야 했다.
이성을 가진 마족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마족이 되기 전의 기억을 잃거나, 기억을 가지고 있거나.
마르할의 형은 후자였다.
바체아 제국 다음 옥좌의 주인은 그 지경이 되어서도 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죽음보다 끔찍한 최후를 알고 있으면서도, 사라지는 제 몸보다 남은 것들을 걱정했다.
-좋은 친구를 뒀구나. 딱 하나 네가 걱정이었는데 이제 마음이 놓여.
-자랑스러운 내 동생. 못난 형이 되어서 마지막까지 짐만 남기는구나.
-서부를, 잃어버리고 남겨진 자들을 부탁하마.
에고만의 성을 가지고 있던 미친 이단의 유물이 있다면 이런 요새를 서부에 수십 개를 세울 수 있겠지.
그건 그의 형이 원하지 않을 터였다.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도.
그러니 마르할은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해선 안 된다.
서부를 위해 행한 모든 일에 망설임은 없다.
“안 들어가고 뭐 함까?”
마르할은 목소리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뭐 해요?”
“고행 중임다.”
이단심문관의 전문은 자기 몸을 치유하는 것이지만, 노아의 재능은 보통을 넘어섰다.
성황국 전역에서 인재들만 모아둔 교황청 이단심문관 교육 과정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노아는 고행 수녀 행세를 하며 서부를 떠돌았다.
박해는 그녀를 어찌하지 못했다.
주먹으로 칼을 막아내는 미친 인간을 보면 다들 도망가기 바빴다.
“여길 고행자가 올 수 있나요?”
“대지주 한 명한테 들러붙었슴다. 가벼운 감기를 치료해 줬더니 금덩이를 두 개나 받았슴다. 좋은 사람임다.”
“그거 돈으로 사려는 거예요.”
“돈은 많을수록 좋지 않슴까. 그런데 안 들어감까?”
“가야죠.”
마르할은 본의 아니게 노아와 회합 장소로 들어갔다.
회합 시작은 조금 남았지만, 이미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뤼겐을 포함한 작은 제국 쪽 인물은 대부분 도착했고, 이 자리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셰르도도 그에게 아부하는 다른 지주들과 한자리를 차지했다.
한쪽 벽에 기댄 세오닉도 있었다. 그는 대지주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주 회합에 참가할 방법은 많았다.
마르할이 마린과 카리안을 데려왔을 때처럼 다른 지주의 초대를 받아도 되고, 그냥 돈으로 대지주라 불릴 규모의 땅을 샀을 수도 있다.
유렐도 이미 회장에 들어와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나?”
“제가 반대로 묻고 싶은데요.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회합 소식은 어디서 들었고요?”
유렐은 서부에 정치 기반이 없다.
따로 정보 조직을 운영하는 세오닉과 다르게 서부에서 정보를 얻을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경계로 가던 중 황금의 호수에 들렀지.”
“그랬군요.”
“이마릴이 뒤졌다지? 개새끼, 꼴좋다. 도시에 피해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내가 도울 건 없고?”
“지금도 충분히 도움 되고 있어요.”
신비 추적자 소속 마법사들이 공방을 만들자 서부에 있던 어중간한 마법사들이 죄다 도시로 몰렸다.
어중간하다 해도 마법사다.
불 피우고 물 만드는 법만 알아도 마법사는 서부 전역에서 대접받는다.
숲의 은둔자처럼 한 장소에서 나오지 않는 자들을 빼면 신비 추적자는 동부 최고의 마법사 세력이다.
교회의 신뢰도 무너졌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사제의 역할 일부를 대신할 수 있다.
신비 추적자들이 직접 도움을 준 건 없지만, 그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르할은 상당한 이익을 누렸다.
“이마릴 그 새끼는 어떻게 뒤졌냐? 떠도는 소문이 워낙 많아야지.”
“저기 있는 사람이 제일 잘 알아요.”
“세오닉이?”
“저 사람 앞에서 목을 부러뜨렸거든요.”
“…자네 참 미친놈이야.”
유렐은 마르할과 이마릴이 벌인 짧은 전쟁에 관한 수십 개의 소문을 들었다.
마르할과의 대화로 유렐은 소문 사이에서 사실을 골라냈다.
‘그 미친 짓을 실제로 했다는 거지?’
부하를 버리고 도주하는 이마릴을 쫓아가며 소지품을 하나씩 빼앗았다.
속옷만 입고 미친 사람처럼 도망치는 이마릴을 마족처럼 새까만 흑마와 그 기수가 쫓아가 죽였다는 소문이었다.
수십 가지 소문 중에서도 말이 안 되기로 따지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말이었지만, 유렐은 그 소문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저놈이 보통 미친놈이어야지.
울테칸을 만나고 유렐은 마르할이 어떤 인간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저 남자는 서부 사람이 피 흘리는 일을 없애려고 자기 손가락을 자른 광인이다.
광인 짓을 하는 사람을 광인이 아니면 뭐라고 부를까.
“황자님도 어지간히 고생하셨나 보군요.”
“그게 보이나?”
“눈에 보이는 큰 흉터만 다섯 개가 더 생겼네요.”
유렐은 반사적으로 손목과 어깨를 쓰다듬었다.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드러나는 옷을 입은 것도 아닌데 그걸 알아채?
하여간 광인에 별종이다.
“개 같은 일이 있었지. 안체 놈들이 시체를 일으켜 날뛰고, 거물 마족이 나타나고.”
“그걸 여기서 말하셔도 됩니까?”
마르할과 유렐은 지주 회합에서도 관심을 독차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하던 일을 관두고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 사람이 수십 명은 되었다.
지주 회합에 참가하는 사람이 이 정돈 아니었는데… 이번 회합은 규모도 남달랐다.
아무튼, 마족 이야기는 사람들이 듣는 장소에서 꺼낼 화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얼마 안 남았어.”
“뭐라도 알아내셨나요?”
“그건 따로 이야기하지. 지금부터 나는 내 목을 챙겨야 할 것 같아.”
“도와드려요?”
“목이 잘리는 것만 막아주게.”
소음 속에 작지만 또렷한 발소리 두 개가 들렸다.
하나는 가볍지만 무서우리만치 일정한 간격을 가졌고, 하나는 쇠를 덧댄 구둣발 소리가 묵직했다.
둘 다 마르할이 아는 소리였다.
문이 열리고 베이올라와 하일리가 나타났다.
베이올라의 시선이 회장 내부를 빠르게 훑었고, 이내 유렐을 발견했다.
베이올라의 눈이 번뜩였고, 마르할이 팔을 뻗었다.
‘성장이 빨라도 정도가 있지.’
마르할의 손바닥에 작은 생채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