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68
제268화
레벨라는 반쪽짜리 마족이 되었다.
천년 늑대의 말에 따르면 육신은 완전히 마족이 되었지만, 이 이상의 변화… 그러니까 검은 안개로 주변을 감염시키는 일은 없을 거란다.
천년 늑대의 보증으로 레벨라는 서부를 여행할 권리를 얻었다.
서부에도 가끔 마족이 나타났다.
자연 발생한 마족을 처리하는 게 영물과 그 혼혈들, 소위 성스러운 혈통이라 불리는 자들의 일이었다.
영물끼리의 관계는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이가 좋은 영물도 있고, 나쁜 영물도 있다.
영물끼리 사이가 좋지 않으면, 그 자식인 성스러운 혈통들도 마찬가지였다.
레벨라가 서부에서 만난 영물과 성스러운 혈통은 열이 넘었다. 그들의 관계는 제각각이었지만,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는 영물과 성스러운 혈통도 하나의 목적은 공유했다.
마족 퇴치.
좀처럼 영역에서 움직이는 일이 없는 영물들마저 마족이 나타나면 몸을 움직였다.
마족에 서부가 한 번 망하는 걸 경험한 이들이다. 처음 레벨라는 그들의 과민 반응이 마족을 향한 적대감에서 기인한 줄 알았다.
아니었다.
천년 늑대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숲의 검은 곰에게 들었다.
단 한 번도 인간과 관계를 맺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혈통도 세상에 남기지 않은 오만한 곰은 말했다.
-그놈의 부탁이다. 자신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다면, 서부를 지켜 달라더군. 빌어먹을 놈. 나는 단 한 번도 은혜를 저버린 적이 없다. 그런 부탁을 하면 들어줘야지. 다른 놈들도 비슷할 거다.
그자들도 아닌 그놈.
용사 일행 전체가 아닌 개인.
서부를 돌며 영물들에게 그런 부탁을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마르할.
마왕이자 황제라는 다시없을 영역에 위치한 자.
레벨라는 작은 초목이 자라나기 시작한 평야를 뒤졌다.
그녀 옆에는 성스러운 혈통도 있었다. 개의 꼬리와 머리를 달고 있는 자들이었다.
천년 늑대의 자손들과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할까.
‘충견.’
그들에게 말하면 화내겠지만, 그들의 꼴이 그랬다.
레벨라도 그들과 함께 땅을 뒤지고 다녔다.
수십 명의 성스러운 혈통이 신비까지 동원해 찾고 있는 건 누군가의 흔적이었다.
마족이 지나간 자리에 인간의 흔적이 남는 게 가능한가 싶지만, 성스러운 혈통에게는 가능했다.
그들의 행동이 마르할의 부탁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레벨라를 여기 머무르게 했다.
레벨라가 코를 킁킁댔다.
성스러운 혈통들에게 전수받은 신비였다. 마족이 된 그녀는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신비를 잘 배우고, 받아들였다.
거기에 저주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성스러운 혈통들이 가진 고유 신비까지 배울 수 있다는 건 압도적인 장점이었다.
냄새가 났다. 마르할이 남겨두고 갔다는 목걸이의 냄새였다. 1년도 더 전에 남겼다는 목걸이에 냄새 같은 게 남았을 리가 없다. 그녀의 코로 들어오는 건 냄새의 형태를 한 역사였다.
레벨라는 검으로 땅을 팠다.
땅에선 작은 두개골이 나왔다. 레벨라는 씁쓸함에 웃었다.
그 남자가 부탁한 물건을 찾은 모양이었다.
마르할이 도착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
* * *
“이봐, 마족. 바체아 제국의 흔적을 찾는 게 목표라고 하지 않았나?”
“그건 그 사람이 전부 회수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언제 올지 모르는 놈을 한 달도 넘게 기다려? 혹시…?”
“따라 나오시죠. 원한다면 얼마든지 싸워 드리겠습니다.”
“좋아. 가보자고!”
지난 한 달 동안 질리도록 반복된 일이었다.
성스러운 혈통과 무기를 나누고, 가끔 영물에게도 한 수 배웠다.
그러던 일상에 변화가 일어났다.
-왔답니다! 마르할이 왔답니다!
레벨라는 그 남자를 만날 준비를 했다.
* * *
낡은 수레에 옛날 생각이라도 났는지 조셉은 수레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는 일이 늘었다.
조셉의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 비해 체력이 떨어진 거지 그는 여전히 여간한 젊은이보다 강했다.
그냥 익숙한 지형에 옛 생각이라도 난 것이리라.
조셉은 지휘관이었고, 지휘관에게 지리 숙달은 필수다. 이 근방의 지형은 눈 감고도 그리지 않을까.
한가한 그의 모습과 달리 수레는 빨랐다.
엘리제는 죽는 한이 있어도 달리다 죽겠다는 기세로 달렸고, 마르할은 안장 위에서 휴식을 취했다.
잘 따라오던 노아는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엘리제의 속도를 열흘 가까이 따라온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내일이면 마을을 떠나고 2주가 된다.
마르할도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
드문드문 성스러운 혈통들이 보였다.
추적과 수색에 특화된 자들이다. 제국 제일의 수색 기사의 감각도 그들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다.
‘뛰어난 건 감각뿐이지.’
기사들이 평생 배우는 학문의 깊이까지는 따라갈 수 없다.
반대로 말해 똑같은 학문을 익히면 평범한 기사들은 성스러운 혈통에게 상대가 안 된다.
괜히 성스럽다고 불리는 게 아니고, 괜히 교황청이 영물과 그 혈통을 동부에서 멸종시킨 게 아니다.
선민인 사제를 두고 사제보다 더 뛰어난 종족이 존재해서는 안 되니까.
달리는 엘리제 옆으로 사람이 따라붙었다. 키가 큰 편인 마르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근육질의 남자였다. 당연히 성스러운 혈통이었다.
“이거 마르할 아냐!”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어요?”
“끝냈다. 너를 기다리던 중이었지!”
“제가 언제 올지 알고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줄 알았다. 그리고 역시 딱 맞게 도착했지!”
엘리제가 투레질했다.
성질 나쁜 명마는 인간 따위에게 옆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엘리제가 속도를 높이면 남자도 속도를 높여 엘리제를 따라잡았다.
같은 행동의 반복이었다.
“끝내주는 말이군!”
“좋은 말이죠. 어디예요?”
“이대로 쭉 가면 나온다.”
“자리를 비켜줄 수 있어요?”
“그러지. 하지만 내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족장인 당신 명령을요?”
“외지인에게 부족의 법칙을 들먹일 수는 없지.”
“아단은 부족을 위해서라면 마족과도 거래하는 사람 아니었어요?”
마족이 서부를 지배하고 있을 때, 그의 부족 근처에 자리 잡은 건 지성을 가진 마족이었다.
아단은 마족과의 거래로 부족을 지켜냈다.
다른 영물들은 자존심도 없냐며 아단을 비웃었지만, 아단을 비웃은 자들은 마족이 사라지며 함께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봉인을 뒤져보면 있긴 할지도.’
그러나 마르할은 안목도 없는 자들을 찾아 굳이 내면의 봉인을 들쑤실 마음은 없었다.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협박이라도 했겠지. 네가 보낸 마족이다. 특이한 마족을 만들었더군.”
“레벨라의 몸은 어때요?”
“몸은 분명 마족이지만, 검은 안개는 없다. 의도한 줄 알았더니, 아닌 모양이군.”
“직접 보면 알겠죠.”
“이대로 안내하지. 따라와라. 건방진 가축아.”
아단이 엘리제를 앞질렀다. 엘리제가 성난 투레질과 함께 다리에 힘을 줬다.
엘리제가 희대의 명마인 건 맞지만, 옆에 있는 남자는 영물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반인반수로 태어나 평생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인간이었다.
신체 능력만이라면 므에트 제국 황제 직속 기사단 단장들보다 뛰어났다.
엘리제는 마지막까지 아단을 따라잡지 못했다.
엘리제는 뒤에 매달린 수레를 보며 분하게 거친 숨을 내쉬었다.
마치 수레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겼다는 표정이었다.
“없어도 못 이긴다.”
마족과 협상하고, 이성이 없는 마족의 공격을 5년 동안 막아낸 인간을 상대로 뭘 하겠다고.
“저기다.”
아단이 말하기도 전에 이미 조셉은 수레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돌로 만든 십여 개의 비석이 있었다.
이름도 새겨지지 않은 단순한 돌덩이였다.
조셉은 가장 앞에 있는 비석 앞에서 무릎 꿇었다.
아단이 조셉에게 다가갔다. 다른 성스러운 혈통들은 노기사의 경건한 분위기에 입을 다물었다.
“모든 비석의 주인을 찾지는 못했다. 다행히도… 아니, 너희들에게는 불행이겠군. 아무튼 마족에게 당하지 않고 죽은 시신들의 흔적은 찾아냈다. 여기 묻힌 건 나이 많은 여인이다. 당신 몸에서 나는 냄새가 가장 많이 났지.”
“고맙소.”
쭈글쭈글하고 흉터투성이의 손이 비석을 쓰다듬었다.
한참이나 비석을 만지던 조셉은 무릎을 끌고 다음 비석으로 향했다.
아단의 목소리가 잠겼다.
“아이였다. 아마 남자. 나이는 열 살 남짓.”
조셉은 멍하니 움직이지 않았다.
가족이 마족으로 변한 사람들은 비참하며, 동시에 운이 좋다.
마족이 사라지며 가족의 흔적도 연기처럼 사라졌다.
시신은 찾을 수 없고, 엉망이 된 서부에서 유품을 찾을 확률도 희박하다. 미련을 쉽게 버릴 수 있다.
가족이 마족이 되지 않았다면, 마족에게 살해당하거나 마족이 들이닥치기도 전에 모종의 이유로 죽었다면, 시신이 남는다.
재앙 앞에 가족을 두고 도망쳐야 했던 노기사의 바람은 무엇일까.
마족과 함께 가족의 흔적도 사라져 어떤 흔적도 찾지 못하기를 바랐을까. 어떤 형태로도 좋으니 세상에 가족의 흔적이 남아 있기를 바랐을까.
조셉은 손을 뻗었다.
떨리는 손은 비석 바로 앞에서 멈췄다.
꺼져가는 목소리로 조셉이 입을 열었다.
“그대는 가족을 잃었소?”
“쉰다섯 명의 가족이 마족과의 싸움에서 죽었다.”
“나는 운이 좋은 거겠지?”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겼으니까.”
머리 꼭대기에 있던 해가 지평선 너머로 떨어질 무렵이 되어서야 조셉은 몸을 일으켰다.
“다른 비석은 보지 않아도 되나?”
“내 가족은 저리 많지 않소.”
“냄새가 적긴 했지.”
“고맙소.”
“우린 은혜를 갚았을 뿐이다. 진정 감사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저 남자지.”
마르할은 엘리제 옆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조셉이 허리를 폈다. 걸음에 힘이 실리고, 눈빛이 살아났다.
마르할의 앞에 도착했을 때, 조셉은 이미 기사가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마르할은 이유 없는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다.
마르할은 귀중한 시간까지 써가며 조셉의 소원을 이뤄주었다.
조셉이 물러날 때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조셉, 남쪽에서 유명했죠?”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면, 섭섭한 대접은 받지 않을 겁니다.”
마족과 싸우는 서부 전선은 대륙 남쪽 끝부터 북쪽 끝까지였다.
북부가 공국과 그 속국의 영역이었다면, 남부는 소국들의 연합이었다.
조셉의 전장은 남부였다. 10년이 넘어서도 남부에서 번개를 몸에 감고 홀로 성벽을 지키는 기사는 이미 전설의 영역이다.
“한 남자를 왕으로 만들 거예요. 할 수 있겠어요?”
“저에게 왕이 되어달라던 사람이 수십 명은 됩니다.”
조셉은 아단에게 말을 한 마리 받았다.
서부 마장에서도 보기 드문 명마였다. 떠나려는 마르할 앞을 한 사람이 가로막았다.
“아, 그래. 당신도 있었죠.”
“당신 정도 되는 사람도 잊어버리는 게 있군요.”
“저도 사람이니까요. 레벨라, 몸은 어때요?”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군요. 당신이 한 일입니까?”
“아뇨.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우연이거나, 당신의 의지 덕분이겠죠.”
레벨라가 검을 뽑았다.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많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요.”
“그런데 검은 왜 뽑아요?”
“기사는 검으로 말하는 법입니다.”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나쁜 물이 많이 들었네요.”
마르할은 근처에 있는 성스러운 혈통들을 둘러봤다.
인간보다 뛰어난 육신을 타고나는 그들은 동물적인 본능도 강했다.
예를 들어,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라거나.
마르할은 말에서 내렸다.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검?”
“제가 누구와 함께 여행했는지 알면, 검을 써서 이상할 건 없잖아요?”
레벨라도 안다.
마르할의 검술은 용사와 도둑의 것이다. 검술에 담긴 역사와 그 역사에서 나오는 위력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레벨라가 아는 마르할은 검을 사용하지 않았다. 자잘한 마법이나 단검을 더 애용했다.
그 마르할이 검을 들었다고? 저리 당당하게?
레벨라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