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69
제269화
마르할과 레벨라가 거리를 두고 마주했다.
성스러운 혈통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쌌다.
아단이 조셉에게 다가갔다.
번개 사자 조셉, 아단도 이름을 아는 사람이다.
성스러운 혈통은 세상에 잘 나가지 않는다.
부족의 대표인 아단은 그나마 외부와의 교류가 많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그가 기사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아단은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노기사에게 접근했다.
“마르할이 검을 쓰나? 작년, 이제 재작년인가? 그때는 간단한 마법만 겨우 쓰던데.”
아단은 마르할과 세 번 만났다. 실제로는 몇 번 더 만났지만, 기억에 남는 만남은 세 번이다.
첫 번째 만남에서 마르할은 뛰어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순수한 육체 능력이라면 아단도 따라가지 못했다.
두 번째 만남에서 마르할은 부족의 아이보다 못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아단은 이성적인 인물이지만, 본능에도 충실했다. 그는 마르할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마르할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입은 은혜가 있다지만, 약자의 부탁으로 부족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아단은 간단한 마법과 몇 가지 유물을 다루는 게 끝인 마르할에게 졌다.
굴욕이었고, 개안이었다.
아단은 약자에게는 약자의 싸움법이 있음을 안다. 약자가 강자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가진 걸 짜내는 게 뭐가 나쁘다는 말인가.
마르할은 허약한 몸으로 아단을 이겼다.
그리고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러 만난 마르할은, 당당하게 검을 뽑았다.
“도련님이 검을 쓰는 건 나도 못 봤소.”
“그래? 처음이라 이거지.”
“하지만 도련님의 싸움은 알지.”
“어떻지?”
조셉은 마르할이 가장 거칠던 시기를 함께했다.
말보다 폭력이 우선하던 시기였고, 두 개의 전쟁이 끝나며 생겨난 잉여 무력이 서부로 유입되었다.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도 있었고, 철을 베는 기사도 있었다.
마족이 나타나고 10년이 이어진 전쟁의 산물이다.
말보다 폭력이 편한 자들이었고, 살인에 거리낌이 없는 자들이었다.
그 강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모두 죽었다.
살아남은 극히 일부는 마르할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다.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를 상대로 목을 부러뜨릴 때도, 철을 베는 기사의 검을 부러뜨릴 때도, 마르할의 능력은 보잘것없었다.
“혼돈.”
“혼돈?”
“도련님의 전투는 혼돈이오.”
“그래, 그건 혼돈이지.”
서로 본 것은 다르지만, 노기사와 전사는 같은 감상을 공유했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레벨라의 발끝이 땅을 파고들었다. 레벨라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영물의 신비를 배운 레벨라는 흐릿하게 허공을 가르는 바늘을 확인했다. 검을 휘둘러 바람을 만들어 바늘을 흩어냈다.
바로 뒤이어 몇 개나 되는 단검이 날아왔고, 단검은 레벨라의 검에 깔끔하게 갈라졌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레벨라가 검을 휘둘렀고, 마르할도 검을 뻗었다.
마르할의 검은 잘리지 않았다.
철을 베는 기사와 검을 맞대려면 똑같이 철을 베는 기사이거나, 기사의 신비에 버텨내는 유물이 필요했다.
마르할은 평범한 검을 썼다.
즉, 마르할은 철을 벤다.
레벨라는 경악했다. 초인조차 아니었던 남자가 몇 달 사이 철을 베는 초인이 되었다. 마족이 된 레벨라에게 밀리지 않을 육체까지 가졌다.
“이 무슨….”
“놀랄 것 없어요. 예전의 힘을 조금 되찾은 거니까요.”
“조금?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까?”
“이걸로 끝나면, 저를 가르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죠.”
검이 물이 되었다. 그런 착각이 들었다. 마르할의 검이 레벨라의 검을 감쌌다.
레벨라의 검이 아래로 내려갔고, 드러난 빈틈에 마르할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초인의 손바닥은 주먹보다 위험하다. 주먹질은 근육만 부수고 끝이지만, 힘이 들어간 손바닥은 장기를 박살 낸다.
레벨라는 신비를 사용했다. 그녀의 손톱에 힘이 서렸고, 휘둘러진 손이 마르할의 팔을 할퀴었다.
마르할이 뒤로 물러났다. 옷이 찢어지며 맨살이 드러났다.
“천년 늑대 일족의 기술이네요. 남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이 아닐 텐데요.”
“배우니 됐습니다.”
“주종이 쌍으로 천재라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마르할은 진심이었다.
베이올라의 재능은 천재의 영역을 넘어섰다.
세계가 한 차원 높은 곳에 도달한 영향도 있겠지만, 베이올라의 재능은 인외라 불리는 영역에 닿는다.
마족이 된 레벨라의 재능도 인간을 벗어났다.
“천년 늑대가 그랬습니다. 역사를 오염시키는 능력을 잃은 대가로, 역사를 흡수하는 능력은 얻은 걸지도 모른다고.”
“흥미롭네요. 계속해 봐요.”
레벨라는 검을 느슨하게 잡았다.
한 수로 깨달았다.
마르할의 검술은 고절하다. 기술로는 승산이 없다. 검을 놓치지 않는 게 그녀의 최선이다.
순수한 검술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쓰면 된다.
그녀의 손이 검게 물들었다. 손톱에 힘이 들어갔고, 다리근육이 부풀었다.
“신비를 몸에 담은 건 칭찬해줄 만하지만, 조잡해요. 차라리 인간이던 시절처럼 하나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요?”
뻔한 도발이다.
그러나 마르할의 도발은 뻔하다고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신에게 들을 말은 아닙니다!”
레벨라가 땅을 박찼다. 한 손으로 마르할과 검을 맞대며, 다른 손으로 공기를 할퀴었다.
바위도 파고드는 손톱은 마르할의 손바닥에 막혔다.
검이 물처럼 흐르고, 마르할의 발이 복부를 파고들었다.
호흡이 멈췄다. 한참이나 뒤로 밀려난 레벨라는 배를 부여잡고 숨을 골랐다.
“그래서, 검으로 뭔가 알아냈나요?”
전혀. 수준급 검사의 검에는 의도와 감정이 담기기 마련이지만, 마르할의 검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공포마저 느껴지는 무기질적인 검이다. 그 안에 불규칙이 섞였다.
인형과 싸우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황녀님은 무사합니까?”
“무사하죠. 피 공포증도 극복했고. 철을 베는 걸 넘어 용사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으니까요.”
베이올라가 강해졌다. 좋은 소식이지만, 레벨라는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베이는 독립했어요. 지금은 서부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대 세력의 맹주죠.”
“당신의 목적은 황녀님을 통해 황제와 만나는 것 아니었습니까?”
“황제를 만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괜찮아요. 설령, 유렐이라도요.”
레벨라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유렐, 그녀 가족의 원수이자 인간 레벨라의 원수.
“그와 손을 잡았습니까?”
“마법사들이 제법 도움이 되잖아요?”
레벨라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몸에 새긴 신비와 마족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냈다.
레벨라가 휘두른 검에 마르할이 손을 가져갔다. 검이 마르할의 팔에 박혔다.
철도 베는 검이 인간의 몸을 베지 못했다.
반대편에서 마르할의 검이 그녀의 목을 노렸다. 레벨라는 검과 함께 물러났다.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뼈까지 보이던 상처가 한 호흡에 모두 회복되었다.
“그 정도론 부족해요. 베이를 따라잡지도 못할걸요.”
“당신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닙니다!”
“그러면 더 노력해봐요.”
그날 레벨라는 용사 일행의 일원이라는 말이 가진 의미를 깨달았다.
* * *
서부는 격동의 때를 맞이하고 있었다.
남부와 북부의 잠재적 대립, 안체의 건국,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곡창지대와 황금의 호수를 오가는 상선들.
베이올라도 격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의 한 명이었다.
황제의 변덕으로 생겨난 황위 계승 조건, 그로 인해 유력한 황위 계승 후보가 되어버린 황족.
고대 제국어 실력밖에 가진 게 없던 베이올라는 없다.
그녀는 서부의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초인이었다.
서부 최강을 논함에 빠지지 않는 지경에 이른 초인.
“이마릴은 날아오는 포탄을 원거리에서 베어냈다고 해.”
“죽은 사람에게 열등감이라도 느끼나?”
“아니. 그냥 우스워서. 수십 년 동안 검에 매진한 결과가 그거라니.”
담담하게 말하는 베이올라를 보고 하일리는 내심 소름이 끼쳤다.
이마릴은 천재다. 천재가 아니면 강자를 숭상하는 제국의 초인들을 이끌 수 없다.
천재가 수십 년을 단련해 도달한 경지가 우습단다. 그녀의 얼굴에는 비웃음조차 없었다.
그냥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하일리는 자신이 줄을 잘 골랐음을 확신했다.
불패의 상인?
대륙 최고의 마법사를 거느린 천재 마법사?
일류 정보 조직을 거느린 검과 마법의 천재?
전부 베이올라 앞에서는 무용했다.
천재의 수십 년 노력을 비웃는 천재. 천재를 뛰어넘은 무언가가 그의 앞에 있었다.
“자칭 타칭 많은 천재를 봐왔다. 그놈들이 제일 많이 죽을 때가 언제인지 아나? 바로 자기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을 때다.”
“그걸 막으려고 여기 왔잖아.”
“그렇지.”
두 사람은 하일리의 토지에 있는 대장간 앞에 있었다.
하일리가 먼저 대장간에 들어갔고, 베이올라가 뒤따랐다.
대장간 특유의 열기가 피부를 달궜다.
다른 대장간의 열기와는 근본이 달랐다.
신비. 이 열기는 신비의 산물이었다.
하일리가 기별을 넣자 안에서 나이 지긋한 대장장이가 나왔다. 그는 하일리를 향해 눈썹을 찌푸렸다.
“재료를 구하기 전에는 못 만든다고 했을 텐데?”
“내가 입을 게 아니다.”
“서부 최고의 뉘테를 기어이 꼬셨다는 여인인가. 그럴 만도 하군.”
“헛소리 그만하고. 가능한가?”
“네 체격의 반도 안 되는군. 갑옷을 완성하고 검 몇 개는 더 만들 수 있겠어.”
“부탁하지. 만드는 김에 검도.”
남자의 눈이 커졌다.
“정말로? 근 10년 동안 모은 물건을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인간한테 투자하겠다고?”
“다시 녹여서 쓸 수 있다고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래, 그랬지! 다시 만들면 평범한 갑옷이 된다는 소리도 했고!”
남자는 대륙을 통틀어 몇 안 되는 전신 갑옷을 만드는 장인이었다.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전신 갑옷은 단순한 갑옷으로 끝나지 않았다.
남자가 만든 갑옷에는 신비가 깃들었다.
모든 갑옷이 신비를 품는 건 아니었다. 신비를 담은 물건은 재료도 특별해야 했다.
최상급 철광석만을 써야 하는 건 물론이고, 마법사들이나 쓰는 특별한 재료도 있어야 했다.
하일리는 그간 자신이 입을 갑옷을 만들 재료를 모았다.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 물건은 다 모았고, 최상급 철광석만을 약간 남겨둔 상태였다.
베이올라를 지지하게 되며 하일리는 생각을 바꿨다.
하일리가 전신 갑옷을 입어도 전력 상승은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옆에 있는 괴물만 할까.
하일리는 전신 갑옷을 입고 전장을 누비는 베이올라를 상상했다.
병사의 공격은 통하지 않고, 포탄과 마법은 피하고 베어버린다.
건물 지붕까지 단번에 뛰어오르는 다릿심을 가진 그녀에게는 포위망도 무의미하다.
‘막을 인간이 있나?’
연합 최강의 마법사. 불덩이를 수십 개씩 만들어 쏜다는 그 여자는 와야 발목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수준이 아니라면 누구도 베이올라를 막지 못한다.
“어이, 하일리. 정말 만들 거냐?”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빠르겠지.”
하일리의 시선에 베이올라가 질렸다는 듯 말했다.
“이 짓을 얼마나 해야 하는 거야.”
“네가 인정받을 때까지다.”
베이올라는 검을 뽑아 옆으로 대강 휘둘렀다.
무기를 걸어두는 선반이 십여 개의 무기와 함께 토막 났다.
“더 설명 필요해?”
“아니. 최고의 기사를 위한 최고의 갑옷을 만들어주마. 치수를 재야 하니 따라와라.”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베이올라가 하일리에게 물었다.
“전쟁은 어떻게 돼가? 여기까지 와서 힘드니 그만두는 건 아니지?”
“전쟁은 일어난다. 이제부턴 그 규모를 정하는 작업이다.”
“유렐은?”
“유렐의 참전 여부는 확답 못 하겠군. 황족이 직접 나서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은 전장이다.”
“부하를 다 죽이면 나오겠지.”
베이올라는 대장장이를 따라 대장간 안쪽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그녀가 바깥으로 나왔고, 대장간 안에서는 망치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직 할 일이 많다.”
“나도 쉴 생각 없어.”
전쟁을 바라는 자들이 움직였고, 그 소식은 누구보다 전쟁을 막고 싶어 하는 사람의 귀로 들어갔다.
그 사람의 이름은 마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