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70
제270화
마린은 오랜만에 자신의 첫 번째 땅으로 돌아왔다.
고위 공성 기사의 노력으로 재건된 도시는 일대에서는 가장 커다란 도시가 되었다.
폐허가 된 도시에는 망가진 자재가 남았다. 공성 기사는 망가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기술도 배웠다.
전쟁이 사람의 사정을 봐주던가. 형태라도 남은 물건은 억지로 써먹어야지.
게다가 도시에는 무너진 성벽이 남아 있었다.
돌을 베는 기사에게 성벽은 완벽한 건축 재료였다.
휴고가 공급한 자재와 도시에 남아 있던 재료까지 합쳐 카반은 도시를 재건했다.
곡창지대에 있는 요새와 경계 부근에 있는 도시들을 제외하면 서부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가진 도시가 탄생했다.
좋은 도시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고, 도시가 커지자 도시 바깥에 있는 마린의 마을도 덩달아 커졌다.
성벽이 사라진 도시에서 도시와 마을은 사실상 하나였다.
마을에 있는 마린의 집은 마을에서 유일한 2층짜리 저택이었다.
“하고 싶은 일은 있어?”
헬라가 마린에게 물었다.
마린은 실향민의 설움을 안다. 그래서 무작정 땅만을 원했다.
그녀 손에 있는 토지 문서만 두 개다. 이제 땅 욕심은 없다.
“아뇨. 없어요.”
소박한 꿈이 하나 있다면, 그건 마을의 평화다.
“땅을 하나 더 얻었다며? 그건 어쩔 거여?”
“쓰는 땅은 아니에요.”
“곡창지대라며? 씨앗만 뿌려도 풍작을 맺는.”
“농사짓는 놈들이 농사꾼이 아니에요. 추수하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고요.”
“허. 귀족들의 생각은 이해를 못 하겄어.”
헬라가 쯧쯧 혀를 찼다. 남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자부하는 헬라지만, 항상 부족한 삶을 살아온 그녀는 차고 넘치는 인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저도 잘 몰라요.”
마린이 생존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건 비교적 최근이다.
다만, 머리에 흘러 들어오는 도둑의 지식이 그녀에게 귀족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여기도 농사를 지어야겠구만?”
“그래야죠.”
거의 무력화했다지만, 사람 죽이는 기술을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배운 노예들이다.
사제들의 선민사상만큼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우월감을 품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얌전히 굴복할 리가 없다.
농작물에 불 지르고 자살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마르할이 그녀에게 맡긴 건 보험이다.
곡창지대에서 수확이 시작되면 식량 걱정은 없어진다. 마르할은 식량을 구할 인맥도 많다.
마린의 땅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다.
마린의 경험을 위해 마련한 장소라 보아도 된다. 곡창지대에서 농사를 짓는 데 그만한 인원은 필요 없다.
마린에게 사람 다루는 법을 배우게 하려는 마르할의 뜻이다.
“마을은 어때요?”
“잘 돌아가. 노인네라고 무시하는 놈도 없고.”
전혀 없진 않았다.
마을에는 휴고가 두고 간 부하들도 많았고, 카반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일 끝에 헬라는 인근에서 대모로 자리 잡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헬라에게 대들지는 못했다.
도시 주인인 카반도 헬라에게 고개를 숙이는데 무슨 꼴을 당하려고.
“아스탈은요?”
“그 청년이 아주 보물이여. 겨울에 땔감 걱정 없었던 게 몇 년 만인지 몰러.”
“위험하진 않고요?”
“위험한 일이 몇 번 있긴 했는데, 나한테까지 올라오진 않어.”
복귀한 아스탈은 도시 근처에 숲을 몇 개나 만들었다.
황야에서 녹음을 만드는 마법이다.
서부 모든 지주가 탐낼 힘.
다행히 아직은 아스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듯했다.
“바쁘지? 무리해서 있지 말고 가봐.”
“네.”
이제 완전히 베이올라의 것이 된 하일리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저택을 나가려는 마린에게 잡일하는 일꾼이 다가왔다. 휴고가 데려온 사람으로, 마린이 지주라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헬라 할머니에게….”
“유렐 황자입니다.”
“접견실로 안내해.”
* * *
준비할 게 없음에도 마린은 시간을 두고 접견실로 향했다.
유렐은 휴고가 특별히 준비한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계 도시에 있는 거 아니었어?”
“그쪽 사람들은 너무 유능해서 내가 손댈 게 없더군. 특히 그 아줌마는 뭐야? 부하들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혼자 유파 하나를 괴멸시켰다던데.”
“신비 추적자의 과거를 읽는 마법.”
“그걸 알아?”
유렐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바로 이해했다.
도둑의 후계자라면 알아도 이상할 게 없는 마법이었다.
“우연히 일어난 현상을 관측해 신비를 역사로 만드는,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마법. 먼 과거를 볼 수는 없어도, 응용하면 여러 가지로 쓸 수 있지.”
주로 범죄 현장에서 범인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쓰인다고… 도둑의 지식이 말했다.
“아가씨도 분위기가 변했군. 날 선 칼이 칼집에 들어갔어.”
“늘 칼을 뽑아두는 사람은 광인이니까. 사담은 그만하고. 무슨 일이야?”
“하여간 싸가지 하고는. 그 뉘테랑 아줌마가 말하더군. 전쟁과 관련된 일은 너에게 가서 의논하라고. 이 중요한 때에 자리를 비우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지.”
자리를 비운 마르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 유렐은 경계 도시에 있는 마르할의 별장을 찾아갔고, 거기서 다시 마린에게 가라는 말을 들었다.
휴고와 에나가 마린에게 일을 맡겼다. 그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
마린이 변한 이유와도 연결된다.
그녀는 이제 아이처럼 항상 주변에 날을 세우고 있을 수 없었다.
마르할은 자리를 비우며 그가 하던 일 일부를 마린에게 맡겼다.
마르할이 직접 처리하던 일이다.
뒷골목에서처럼 행동하며 선택을 내려선 안 됐다.
주어진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돼야 했고, 마침 마린에게는 지식이 있었다.
도둑 아르고의, 마르할이 배웠던 것과 똑같은 지식이.
도둑의 가르침을 머리에 되새기며 마린이 물었다.
“무슨 사안?”
“전쟁은 일어난다. 내 누이동생과 연합, 그리고 공국도 한 발 걸쳤어.”
“공국은 셰르도를 움직이겠고, 하일리는 왜? 서부 사람이 핵심 인력인 사람이 서부와 전쟁을 해?”
“안체는 국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던 나라는 아니다. 안체보다는 초원의 전사가 유명했고, 부족들로 이루어진 안체를 국가 취급도 안 하던 나라도 있다. 또 생존자의 숫자도 적지.”
“그래도 서부지.”
“서부지만, 황족과 붙어먹은 서부다. 똑같이 황족과 붙어먹은 그놈 입장에선, 안체와 내가 명분을 세우기 좋은 먹이로 보이겠지.”
“이해했어.”
하일리와 울테칸.
둘 다 황족과 손잡았다.
서부 사람들의 제국 혐오는 뿌리 깊다.
서부에서 계속 활동하려면 끝없이 자신들의 근본이 서부임을 증명해야 했다.
베이올라는 작은 제국의 반서부파 몰살로 자기 증명을 끝냈지만, 그걸로 모든 혐오를 걷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토지 경주가 끝나며 연합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작아지고 있다. 곡창지대가 열리며 서부가 사실상 자급자족이 가능해졌으니, 연합만 사라지면 서부는 동부에게서 독립하는 셈이지. 사방에서 견제가 들어오고 있으니 연합은 자신들이 건재함을 알려야 했고. 최소 3만을 예상하고 있다.”
세 개 세력에서 뽑아낸 병력이 3만.
대군이지만, 전쟁에 참가하는 면면들을 보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막 건립한 신생 안체 왕국과 전체적인 숫자는 천 명도 안 되는 유렐의 세력이 막아낼 숫자도 아니다.
“전멸밖에 안 그려지는데?”
“아직 안 끝났다.”
유렐은 죽어도 곱게 죽지 않았다. 눈앞의 고난에 굴복하는 인물이었다면, 유렐은 저 옛날 이마릴의 견제로 검을 손에서 놓게 되었을 때 황권을 포기했을 것이다.
“병사의 숙련도는 무시하면, 이쪽도 2만까진 끌어모을 수 있다.”
“무슨 수로?”
“근처 지주를 끌어들였지. 그들이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공수표면 우리는 빠질 거야. 동맹을 위해 우리까지 파산하는 짓은 안 해.”
유렐은 마린의 뒷조사를 했다.
마르할 옆에 있는 인간이다. 조사하지 않아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미리 정보를 모아두는 게 백배는 나았다.
유렐의 정보에 따르면 마린은 정말 볼품없는 인간이었다.
죽인 사람의 숫자는 상당하지만, 그 대부분이 뒷골목에서 남의 피를 뽑아 살아가는 놈들이다.
교양이라곤 없고, 설령 배웠더라도 그걸 몸에 익힐 시간이 없었다.
현실은 어떤가.
유렐 앞에 있는 사람은 노련한 지도자였다.
‘처음 봤을 때는 마르할 옆에 있는 병풍 같은 여자였는데.’
도둑에게 무언가를 배웠다고 해도 기간이 길지는 않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람이 이리 변한단 말인가.
마르할, 그 인간 같지 않은 놈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유렐은 마린을 인정했다.
아슬아슬하게 마르할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인간으로.
그래서 그가 가진 최고의 패를 깠다.
“공수표가 아니다. 엄연히 실존하는 자원이지. 무한한 산림 자원.”
“그 말 알아? 서부에 목재를 대느라 동부에서는 하루에 하나씩 산이 사라진대.”
“곡창지대 지리를 기억하나? 표정을 보니 아나 보군. 통곡의 산맥은 바체아 제국의 진출조차 가로막은 거대한 산맥이다. 그리고 그 산맥에 사는 영물이 마족의 침공으로부터 산맥을 지켰지.”
“막대하긴 해도, 초인들이 작정하고 베어내기 시작하면 오래 못 가. 물길도 없는데 나무의 운반은 또 어떻게 하고?”
“…정말 뒷골목에서 뒹굴던 사람 맞냐?”
참다못한 유렐이 물었다.
그래, 사람의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지식은 아니다.
물길로 나무를 운반한다.
황족이라면 상식으로 알아야 하는 정보지만, 보통 사람은 직접 보지 않으면 설명해줘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보다.
“지랄맞은 스승을 둬서.”
“공국의 전쟁 영웅은 뛰어난 전사지만, 거기까지 알 것 같지는 않은데.”
도둑의 제자라는 걸 알지만, 유렐은 모르는 척했다.
비밀일 때 빛나는 정보 또한 존재하므로.
“몰라도 돼. 그리고 내 질문에 답 안 했어.”
“황궁도 아니고 서부에서 구구절절 보고를 올리게 될 줄이야.”
유렐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통곡의 산맥 북쪽은 바다다. 그리고 내 누나는 대형 상선을 수십 척이나 움직일 수 있는 인간이지. 베어낸 나무는 북쪽 바다로 나가 황금의 젖줄을 통해 곡창지대 전역으로 운반될 거다.”
“나무를 바다에? 제정신이야?”
“그건 목수가 알아서 할 일이지.”
“곡창지대가 아니라 서부 전역을 주무르겠네. 그런데 소모된 나무는? 감당할 수는 있고?”
곡식이 사람이 사는 필수 조건이라면, 나무는 문명을 이루는 필수 조건이다.
땔감으로 불을 피우고, 불을 피워 철을 가공하고, 철로 만든 도구로 문명을 만든다.
그게 사회다.
서부 전역에 나무를 공급하면, 아무리 거대한 산맥이라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통곡의 산맥도 천하를 담은 땅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묘목만 심어도 나무가 자란다?”
“그냥 자라는 게 아니라 매우 빠르게 자라지. 지력이 다하기 전까지는 무한에 가깝게 목재를 공급할 수 있단 말이다.”
쪼그라든 유렐의 동공이 번뜩이며 빛났다.
고작 이 정도의 고난으로는 유렐 므에실리고를 막지 못한다.
마족이 된 영물을 사냥하는 것에 비하면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유렐의 계획도 완벽하진 않았다.
“그 미친년은? 막을 방법 없지?”
“굴욕적이게도 그렇다. 평범한 병사로는 내 누이를 막을 수 없어.”
“자랑하는 마법사들은 다 어디 가고?”
“검에 닿지 않는 물건을 자른다더군. 용사의 영역이야. 마법은 피하거나 베어 버리겠지. 대포도 확실하지 않아. 이마릴만 하더라도 수십 대의 대포가 쏘아내는 포격을 모조리 베어냈다고 하니까.”
세 개 세력에 맞서 대등한 군세를 만들었다.
맨땅에서 2만 병사를 뽑아내는 유렐은 정작 사람 하나를 막지 못해 고민 중이었다.
절대적인 단 한 명의 초인이란 그런 존재다.
모든 전략과 전술을 박살 내고 홀로 군대를 막아서는 인간.
“내가 막아.”
“가능은 하고?”
“그걸 기대한 거 아냐? 내 뒷조사를 했다면, 스트레킬의 두 제자는 대등하다는 말을 못 들었을 리가 없는데.”
“내 아내가 될 생각 없나?”
“꺼져!”
마린이 유렐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방어 마법이 모조리 뚫리며 유렐이 문으로 날아갔다.
“진심이었는데 말이야.”
“한 번만 더 지껄이면 마르할 님의 지원은 없어.”
유렐이 과장되게 손을 내저었다.
“그건 안 될 말이지. 자세한 내용은 서류로 따로 보내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유렐에게 마린이 말했다.
“용병은 안 구해?”
“그것도 전쟁이지. 용병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어. 큰 전쟁이 두 개나 터질 분위기니까 말이야.”
“용병단을 고용할 거면, 검은 늑대를 고용해.”
“최근 평가로는 붉은 해골이 더 낫다던데? 마르할에게 고용되었던 적도 있고.”
“현상금이 걸린 레벨라를 죽인 게 붉은 해골이야.”
유렐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묘한 눈으로 마린을 보았다.
“너도 참 잔인한 년이야.”
“지랄. 이기려면 뭔 짓을 못 해.”
유렐이 배를 붙잡고 웃었다. 웃음을 멈추지 못해 끅끅대며 유렐이 입을 열었다.
“그래, 이기려면 무슨 짓이든 해야지! 그게 승리의 본질이지! 나는 부인이 하나밖에 없어. 황족치고 얌전한 편이지. 부부 관계도 좋아.”
“손 뗄까? 우리도 연합에 붙어?”
“생각 있으면 연락해.”
유렐은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마린에게 던지고는 방을 나갔다.
마린은 반사적으로 잡아챈 반지를 살폈다.
유물이다. 도둑의 지식이 반지에 새겨진 신비를 읽었다.
그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유물이었다.
마린이 반지를 던졌다. 그리고 단검으로 반지를 갈랐다.
아무리 도움이 되는 물건이라도, 남이 준 반지는 절대 손에 낄 생각이 없었다.
* * *
저택을 나온 유렐은 바로 부하에게 명령했다.
두 배를 주더라도 검은 늑대 용병단을 고용하라고.
부하가 두 배는 너무한 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유렐은 단호했다.
유렐은 베이올라의 분노와 광기를 봤다.
베이올라는 죽어도 원수와 타협할 인간이 아니다.
검은 늑대 용병단을 고용하면, 붉은 해골 용병단은 자연스레 전쟁에서 떨어진다.
용병단 하나를 고용해 용병단 두 개를 움직인다. 그러면 정가를 준 셈 아닌가?
“물론, 정가보다 싸게 사면 더 좋지.”
마린이 있는 저택을 일견하고, 유렐은 마차에 올랐다.
전쟁이 일어나는 건 빨라 봐야 봄이 끝나갈 무렵이다.
보리를 포함해 겨울에 뿌린 곡물들의 1차 추수가 끝나야 군대가 움직일 수 있다.
짧게 잡아도 두 달 후에나 있을 일이지만, 그때를 대비하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쯧. 그때까지는 돌아와야 할 텐데.”
마린이 마르할의 빈자리를 성공적으로 채우고 있는 건 확인했다.
하지만 부족했다. 분위기를 장악하는 힘이 없었다.
옥좌에 앉은 아버지가 오더라도 마르할의 자리가 모두 채워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불경한 생각이지만, 동시에 유렐의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