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71
제271화
서부, 연합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황야에 있는 한 마을에서 노아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신이 없음을 믿슴까?”
“믿지. 나는 믿는데, 아가씨 정말 괜찮아? 수녀가 그런 걸 묻고 다녀도. 이단심문관은 서부에도 온다던데.”
“괜찮슴다.”
이단심문관을 심판하는 이단심문관의 자리는 당분간 공석일 예정이니까.
노아는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묘한 사람이었다.
다짜고짜 마을에 와서는 병자를 치료해 주었다.
여타 서부 사람들이 그렇듯 마을 사람들도 처음에는 노아를 반기지 않았다. 마을 의사가 고칠 수 없는 환자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노아에게 도움을 청했다.
고행 사제도 아니고 고행 수녀.
건장한 성인 남자도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서부에 여인의 몸으로 돌아다녔다.
노아의 기행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사람들을 붙잡고 괴상한 질문을 던지고 다녔다.
삶을 뭐라고 생각하나.
신을 믿나.
이제는 수녀가 신이 없다는 걸 믿냐는 질문까지 던진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정신은 어딘가 이상한 수녀. 그게 노아였다.
“그런데 아가씨는 어쩌다 이런 곳까지 왔어?”
“원래 사람을 쫓아왔는데, 도중에 놓쳐 버렸슴다.”
“사람? 이름이랑 행색만 알려주면 도와줄 수도 있어. 이 근처에서 외지인이 나타나면 금방 소문이 퍼지니까.”
노아에게 치료받은 사람이 많았다.
남자의 자식도 곪아가던 상처를 노아에게 치료받았다.
손을 잘라야 하는 상처가 멀쩡히 나았으니 노아는 남자에게 은인이었다.
“마르할이라는 이름인데, 이제는 딱히 상관없어졌슴다.”
“…그 친구랑 무슨 관계야?”
“제법 친한 지인임다?”
“음. 자식 놈 살려준 사람한테 험한 말 하긴 싫은데, 어중간한 관계면 이 근처에서 그 이름은 꺼내지 마. 발작할 사람이 한둘이 아니거든. 그놈한테 신세 진 사람이 워낙 많아서.”
“주의하겠슴다.”
“그래서, 찾아줘? 마르할.”
“그래 주면 감사… 아, 됐슴다.”
그녀의 눈에는 저 멀리 달리는 말 두 마리가 보였다.
초인인 남자도 저 멀리 달려가는 말을 확인했다.
“안 따라가?”
“당분간 서부 여행이나 하려고 함다. 혹시 소개장 같은 거 써줄 수 있슴까?”
“그거야 쉽지.”
고행 수녀라는 소개가 껄끄럽지만, 그녀가 사람을 살린 것도 사실이었다.
수상함을 완전히 떨치기는 힘들지만, 서부에는 저 수상한 수녀가 필요했다.
* * *
불야성의 백귀 슈바벤 베르그번은 옥좌에 있었다.
불야성 전체에 박힌 유물은 밤에도 불야성에 어둠을 허락하지 않았다.
불이 꺼지지 않은 성에 검은 불순물이 있었다.
몸을 그림자로 두른 라길이 벽에 기댄 채 삐딱하게 고개를 돌렸다.
백귀 옆의 재상과 호위가 살기를 담아 라길을 노려봤다.
둘은 슈바벤이 저 들개를 거둔 과정을 모두 안다.
용사 일행이 모습을 감추고, 그들의 이름을 어떻게든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백귀 앞에 라길이 나타났다.
자기가 도둑의 제자라면서 말이다.
슈바벤은 들개를 거뒀고, 막대한 범죄자를 제공했다.
공국의 누구도, 백귀의 하나 남은 아들조차 누리지 못한 특혜였다.
공들여 키운 개가 주인 앞에서 고개에 바짝 힘을 주고 있었다.
분노한 재상과 호위와 반대로 불야성의 주인은 그다지 화난 기색이 아니었다.
슈바벤은 평탄한 어조로 말했다.
“건방지군. 그만한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거면 되나?”
라길의 몸을 감은 그림자가 암기의 형태를 이뤘고, 라길은 그림자로 만든 암기를 땅에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진 암기는 천장에서 떨어졌다. 천장에는 유물을 몇 개나 단 샹들리에가 있었다.
샹들리에에 달린 유물들이 서로 그림자를 만들었고, 송곳 형태의 암기는 유물들이 만든 그림자 사이에서 떨어졌다.
“막을 수 있나?”
“있습니다.”
호위가 강하게 말했지만, 그 말은 허세로 잔뜩 부풀었다. 그것도 몰라볼 슈바벤이 아니었다.
저기 있는 암살자가 하고자 하면 공국의 왕 또한 간단히 암살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슈바벤이 모든 수를 쓴 건 아니었다. 당장 라길은 불야성을 감싼 어떤 마법의 영향도 받지 않고 이곳까지 왔다.
그걸 감안해도 사냥개의 이빨은 날카롭다.
“건방 떨 수준은 되는군. 약속을 기억하나? 도둑의 후예.”
“당신은 나에게 끝없이 죽음을 제공한다. 대신 나는 당신 명령을 적당히 따른다.”
구멍 숭숭 뚫린 계약처럼 보이지만, 공국의 이름을 건 저주로 맺어진 계약이었다.
라길이 진짜 도둑의 역사를 모두 훔치는 게 아닌 이상 계약은 끊어지지 않는다.
“서부로 가라.”
“또? 거기선 죽일 만큼 죽였는데.”
“연합과 복수의 대지주가 참가하는 전쟁이다.”
“연합 전쟁과 비교하면 어때?”
“연합 전쟁은 국지전이 주였다. 정면충돌은 없었지. 이건 만 단위의 군대가 싸우는 진짜 전쟁이다.”
“대지주 마르할도 참가하나?”
“핵심 인물 중 하나지.”
그림자로 몸을 감싼 라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셋 모두 그가 웃고 있음을 알았다.
“팔팔한 인간 백 명. 그리고 쓸 만한 일격을 가진 유물 하나. 그거면 누구든 죽일 수 있어.”
“그러면 유렐을 죽여봐라.”
“그게 누군데?”
“므에트 제국 다섯 번째 황자. 그리고 신비 추적자를 이끄는 천재 마법사다.”
“황족…! 귀족은 죽여봤어도 황족은 아직 못 죽여봤지. 황족. 좋아. 황족.”
“재상. 뇌격의 조각을 내어줘라.”
“폐하!”
뇌격은 공국 왕가의 보물이었다.
사용하면 원하는 위치에 벼락을 떨어뜨리는 유물로 마족의 공세에서 공국을 몇 번이나 구했다.
충전 시간이 길수록 위력이 강해지고, 핵만 남아 있으면 조각으로 떼어내 사용할 수도 있는 번개 덩어리였다.
마족의 총공세에 맞서 한 조각씩 떼어 쓰던 물건을 일개 암살자에게 넘기다니?
“주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반사적으로 외쳤지만, 재상은 슈바벤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뇌격을 품은 암살자가 서부 전장으로 떠났다.
* * *
말리바 리시는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가 거느린 세력은 연합 이사들 사이에서 최고였다.
세 개의 기사단, 다수의 마법사, 단련된 사병까지.
므에트 제국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작위 하나는 받을 무력이었다.
싹 사라졌다.
바체아 제국 건국제를 막겠다며 마르할의 토지에 파견한 기사단이 전멸했고, 나머지는 이번 토지 경주에서 연락이 끊어졌다.
그는 빈털터리가 되었고, 꼼짝없이 네루의 인형이 되게 생겼다.
네루의 인형, 마냥 나쁜 일은 아니다.
네루는 이번 토지 경주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사람이다.
황권을 물려받지 못할지는 몰라도, 서부에서 그녀가 고꾸라질 일은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의 세력을 네루는 단 한 번의 토지 경주로 구축해냈다.
말리바 리시를 불안하게 하는 건 다른 황족들이었다.
유렐과 세오닉이 거의 매일 대리인을 보내 그를 독촉했다.
네루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면 편해지지 않냐고? 아니다.
이빨 빠진 말리바 리시가 연합 이사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건 네루와의 연결 덕분이다.
말리바 리시 말고도 제국 소속 연합 인사는 많다. 말리바 리시만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없지만, 황족이 뒤를 봐줄 텐데 경력이 무슨 소용인가.
연합 이사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연합 내에서 그의 입지를 확보해야 했다. 누구도 그에게 이사 자리를 내놓으라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전쟁을 잘만 이용하면 될 것도 같은데….”
전쟁은 기회를 낳는다. 곡창지대의 주인이 정해지며 연합의 권한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토지 경주는 계획은 올해 말까지 잡혀 있지만, 대륙 제일의 곡창지대가 열렸다.
상인과 지주들은 당분간 곡창지대 개발에 바쁠 것이다.
토지 경주의 열기는 줄어들고, 연합의 영향력은 약해진다.
이번 전쟁을 잘 이용하면 연합의 권력 약화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연합 내에서는 연합군을 모아 자신들을 신생 안체 왕국이라 칭하는 야만인들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말리바 리시는 제국군 전략 사령관까지 지낸 전쟁 전문가다. 공을 세울 절호의 기회지만, 그는 섣불리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전쟁의 주축이 되는 두 세력이 황족의 세력이기 때문이다.
유렐은 말해 입만 아프고, 하일리의 지지를 받는 베이올라는 연합에서도 주의하고 있는 위험한 조합이다.
베이올라가 반서부파 수백 명을 썰어버린 이야기는 이미 서부 전역에 유명했다.
전쟁은 도박이다. 승자에게 걸면 모든 걸 얻지만, 패자에게 걸면 모든 걸 잃는다.
“정보가 너무 없어.”
말리바 리시가 초조하게 책상을 두드렸다.
똑똑.
-이사님, 손님이 왔습니다.
“누구지?”
-그… 에나라는 여인입니다.
“에나? 모르는 이름인데.”
-네가 불태우려던 마을 잡화점 주인이라면 알 거라고 했습니다만… 어쩔까요?
“당장 모셔 와!”
유렐이 이끄는 신비 추적자는 마르할의 도시에 정착해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공방을 차리고 있다.
둘의 협력은 명확하다.
이 상황에서 말리바 리시도 모르는 마르할 측의 인물이 접견을 요청했다.
은밀한 만남이 이뤄졌고, 말리바 리시는 누구보다 열렬한 주전파가 되었다.
그는 서부에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과거 경력까지 들먹여가며 직접 전쟁을 지휘하겠다는 말까지 꺼냈다.
* * *
밤이었다. 겨울이 끝나가며 날이 풀렸고,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늘었다.
망토로 얼굴을 가린 마리나는 환락가를 걸었다.
작은 제국의 길거리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환락가에는 도박장부터 집창촌까지 작은 제국에 머무는 지주들이 즐기도록 온갖 오락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주들이 이용하는 고급 술집의 뒷문을 열며 그녀는 어쩌다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떠올렸다.
‘빌어먹을 편지.’
토지 경주가 끝나고 연합에 돌아온 마리나는 무기한 휴식에 들어갔다.
천하를 담은 땅에서 발전한 마법을 점검하고, 천하를 담은 땅에 작은 공방이라도 하나 차릴 생각이었다.
측량사들의 역량도 전체적으로 올랐고, 빚을 만들어둔 사람이 많아 1년은 일하지 않아도 되었다.
한가한 나날을 보내던 마리나는 한 장의 편지를 받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편지를 봉인한 밀랍에는 별이 찍혀 있었다.
평민 계집 마리나가 귀족 마리나 실라나티엘이 되며 질리도록 본 문양이었다.
편지에는 날짜와 장소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그 편지가 그녀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문을 열자 남자 하나가 그녀를 기다렸다. 남자는 마리나를 확인하더니 술집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리나가 도착한 곳은 4층 건물의 4층이었다.
하룻밤에 금화 수십 개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방에 들어가자 그녀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여인이 반쯤 헐벗은 몸으로 바닥에 누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인과 눈이 마주친 마리나의 몸이 휘청였다.
다시 균형을 잡는 마리나를 보며 여인이 감탄과 조롱이 반씩 섞인 비음을 냈다.
“실라나티엘이 좋긴 좋아? 200년 동안 갈고닦은 세뇌까지 저항해 버리네. 시도는 좋았지만, 턱도 없어. 그건 실라나티엘을 통제하려고 만들어진 거니까. 실라나티엘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한 벗어날 수 없어.”
여인이 품에서 별이 새겨진 청동 거울을 꺼냈다.
마리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거울에는 별이 새겨져 있었고, 그 안에 봉인된 것처럼 그녀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거울은 저주와 봉인의 매개로 환영받지. 기물 속에 있는 자신을 보고 무지한 사람들은 공포를 품었거든. 그 역사가 수천 년이야.”
수천 년 묵은 저주라니, 환상적인 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여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지랄하네. 그딴 식으로 저주가 성립하면 거울 본 사람은 전부 혼이 뺏겨야지.’
정신을 잃기 전 마리나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실로 마법사다운 사고였다.
마리나를 안내했던 남자가 마리나를 질질 끌어 여인의 앞에 데려왔다.
“쓰읍. 마르할이라는 놈을 직접 죽이는 게 최곤데. 서부에 없다 이거지? 1년이나 실종된 적도 있다는 모양이고. 어떻게 해야 폐하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국의 위신을 세울 수 있으려나. 일단 달을 기다릴까.”
후우. 여인이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 * *
한 달하고도 사흘 동안 주인이 자리를 비웠던 마장에 주인이 돌아왔다.
주인 대신 말을 돌보고 있던 파푸란은 말똥 냄새에서 해방됐음에 기뻐했다가, 조셉이 집의 바닥을 뜯는 모습을 보고 몸에 힘을 줬다.
낡은 전신 갑옷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련님과 함께한 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왜 그래요. 다시는 못 만날 사람처럼. 금방 끝내고 돌아와요. 조셉이 아니면 말을 돌볼 사람이 없어요.”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겠습니다.”
묵직한 짐을 실은 말이 멀어졌다.
수십 번이나 사선을 넘나든 노기사의 직감이 속삭였다.
이제 평생 올라가 있던 칼날 위에서 내려올 때가 되었다고.
마르할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빌었다.
역사가 노기사에게 말똥 냄새 나는 죽음을 허락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