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76
제276화
황야에 검은 물체가 꿈틀거렸다.
커다란 짐마차 하나 크기의 마족은 꾸물거리며 저 멀리 보이는 도시를 향해 움직였다.
말 두 마리가 마족의 꽁무니로 따라붙었다.
접근하는 거대한 역사를 느낀 마족이 몸을 돌렸다.
흘러내리는 진흙처럼 생긴 마족의 몸 일부가 쭉 갈라지더니 안에서 무수한 가시를 쏘아냈다.
두 마리 말은 각기 다르게 반응했다.
윤기 흐르는 흑마는 눈 깜짝할 사이 옆으로 이동해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고, 갈색 말은 가시의 폭풍에 휩쓸려 고깃덩이가 되었다.
운이 좋다면 갈색 말도 공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알라실이 도약하며 말의 척추를 부러뜨리지만 않았더라면, 그래서 말이 즉사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말의 척추는 물론이고 내장까지 박살 내며 추진력을 얻은 알라실은 팔과 다리로 급소를 보호했다.
가시가 팔다리에 박히고, 미처 보호하지 못한 부분은 살이 찢어졌다. 평범한 사제라면 치료를 포기할 중상이었다.
빛이 한차례 알라실의 몸을 쓸고 지나가자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의 알라실이 나타났다.
땅에 착지한 알라실은 바로 마족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족과 그녀의 체격 차이는 다섯 배가 넘었다.
막 걷기 시작한 아이가 체격 좋은 기사에게 달려드는 꼴이었다.
마족이 다시 가시를 뽑아냈고, 알라실은 마족의 몸통에 주먹을 꽂았다.
파앙! 주먹을 중심으로 마족의 몸에 구멍이 났다.
일반적인 생물은 중상에 이를 공격이었지만, 진흙을 닮은 마족은 꾸물거리며 상처를 재생하는 한편 가시를 쏘아내 두 번째 공격을 시도했다.
엘리제를 타고 마족을 우회하던 마르할이 소리쳤다.
“덩치와 재생력에 집중된 종류예요! 변수 걱정 말고 그냥 후려요!”
“말이 쉽지!”
가시가 알라실의 머리를 노렸다. 알라실은 가시를 손으로 쳐냈다.
그녀의 손은 두 개였고, 가시는 수십 개였다. 몇 개나 되는 가시가 그녀의 몸에 박혔다.
알라실은 이를 악물었다. 이빨이 부서지며 식도인지 기도인지 아무튼 목구멍을 타고 피가 울컥 올라왔다.
빛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몸에 박혔던 가시가 밀려 나가고, 상처가 복구되었다.
구멍 났던 수녀복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처음 알라실이 율란의 전투법을 배우며 했던 걱정은 무의미한 고민으로 판명되었다.
알라실이 했던 고민은 율란도 이미 했었다.
갈아입을 옷이 있다면 율란은 그게 구멍 난 거적이라도 걸칠 사람이었지만, 멸망한 서부에는 그조차 찾기 힘들었다.
율란은 기적의 범위를 살짝 바꾸는 것으로 의복 문제를 해결했다.
한정적인 조건 안에서 율란의 기적은 상처와 함께 옷도 복구해냈다.
그렇게 알라실은 싸움이 시작되기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기적으로 강화된 육신이 한 호흡에 수십 번의 주먹을 쏟아냈다.
한 방 한 방을 때릴 때마다 거대한 북을 힘껏 때리는 소리가 났다.
마족의 몸에 뚫린 구멍의 숫자가 늘었고, 재생이 따라가지 못한 마족은 한 줌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마족이 끌고 다니던 검은 안개도 함께 사라졌다.
퉤. 입에 고인 침을 뱉어낸 알라실의 외형도 처음과 다를 게 없었다.
알라실 주변에 뚫린 수십 개의 구멍. 그게 조금 전 있었던 싸움을 증명했다.
엘리제를 끌고 다가온 마르할에게 알라실이 물었다.
“저게 도시로 갔다면, 그냥은 안 끝났겠죠?”
“도시 안에 마족을 처리할 실력자가 없다면, 며칠 내로 도시는 지옥이 되었을 거예요.”
“씨발.”
“또 왜요?”
“누가 알아주지도 않잖아요!”
알라실이 목소리 높였다. 마르할을 향한 항의였고, 지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불평이었다.
“마족을 찾아 누구보다 먼저 마족을 처리한다. 마족이 죽은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 알아줄 사람도 없어요. 한 달 동안 마족 33마리를 죽였어요. 그중 하나라도 도시에 들어갔다면 최소 수백의 피해가 나왔겠죠! 11년 전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도시에 숨어든 마족 33마리를 죽였으면 영웅 소리 듣고도 남았어요! 스트레킬보다 더한 영웅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그럴지도요.”
마르할의 태도는 평소와 같았다.
얼굴에 맺힌 희미한 웃음, 그리고 다 안다는 듯한 끄덕임.
알라실이 더욱 목소리 높였다.
“아무도 모르잖아요! 흔적도 남지 않고, 살인자나 이단 취급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고!”
실제로 딱 한 번 있었던 일이다. 작은 마을 하나를 삼킨 마족을 알라실 혼자 정리했을 때였다.
알라실의 세 번째 전투였다.
상처를 치유할 정신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성황국에서 끔찍한 꼴을 당한 그녀에게 율란 에고만, 성인의 끔찍한 전투법은 고통스럽지만 버틸 만한 것이었다.
다만 요령이 없어 시간이 걸렸고, 다가오는 행상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을 완전히 반대편에서 다가온 탓에 마르할도 행상의 발견이 늦었다.
검은 안개가 사라지고, 그 중앙에 서 있는 알라실을 보고 행상이 외쳤다.
마녀, 악마, 마왕, 이단.
행상은 자신이 아는 모든 어휘를 동원해 알라실을 매도하며 행상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짐마차를 버리고 도망갔다.
“역사는 착실히 쌓여요. 명성을 얻지 못하는 게 불만이에요?”
“그게 아니라! 당신이요! 당신! 마르할! 빌어먹을 인간아! 이걸, 이 짓을, 이것보다 훨씬 끔찍한 장소에서 몇 년이나 반복했다고요? 다시 마족이 나타나니까 질리지도 않고 다시 또 하고?!”
격정이었다. 분노였다.
알라실은 세상 모든 악의를 응축한 교황청의 만행을 알았을 때보다 더 날뛰었다.
“왜 그렇게 희생하는 건데요! 저주라도 걸렸어요? 남들이 시킨 것도 아니잖아요! 대답해봐요. 여기가 서부니까? 아니면, 이게 서부를 위한 일이니까?”
마르할은 쓰게 웃었다. 알라실의 심정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마르할도, 지옥 그 이상이던 서부를 돌파해 마왕에게 향하던 그들도 몇 번이나 같은 의문을 품었었으니까.
“서부를 위해서도 맞아요. 여기가 서부라서 그러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어요.”
마르할은 잠시 시간을 두고, 조용히 말했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다짐처럼.
“해야 하는 일이니까.”
공기가 낮게 떨렸다.
알라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눈도 잔뜩 커졌다.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다고요? 그러면… 그러면 그냥 죽이면 되잖아요. 몸을 던져가며 싸우는 이유는 뭔데요! 이것도 해야 하는 일이니까?”
33번의 전투에서 알라실만 싸운 건 아니었다.
그녀 혼자 상대하기에 버거운 마족이 나타나면 마르할이 도와주기도 했다. 팔이 뜯겨나가고, 심장이 뚫려도 마르할은 묵묵히 검과 주먹을 휘둘렀다.
힘의 약 2할을 되찾았다고 했다.
마르할이 검으로 철을 베는 것과 마법으로 무너진 마을을 한 번에 불사르는 것도 보았다.
다른 방법으로 마족을 죽일 수 있음에도 마르할은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식하게 고통을 감내했다.
“잠깐 이야기나 할까요.”
바람이 움직였다.
엘리제의 짐에 달린 장작이 착착 쌓여 불이 붙었다. 알라실이 타던 말의 사체에서 먹을 만한 부위가 도축되어 불 위에 올라갔다.
마르할은 그렇게 생긴 모닥불 앞에 앉았다. 알라실도 마르할 앞에 앉아 가슴 앞에 무릎을 모았다.
시간은 낮이었지만, 알라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이미 해가 지는 저녁이었다.
타오르는 불길과 그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고기를 보며 마르할이 입을 열었다.
“용사 바스타는 사람을 구하겠다고 검을 잡았어요. 동화에나 나올 모범적인 영웅이며, 동시에 정신병자죠.”
“아니, 그래도 세상을 구한 용사한테….”
“남을 구하겠다고 힘을 기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까지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정상일까요? 공포 없이, 두려움 없이, 죽음을 향해 몇 번이나 웃으며 달려들고, 한결같이 구원만을 바라는 인간이 제정신으로 보여요?”
“…아니네요.”
“바스타는 그런 인간이에요. 좋은 형이지만, 망할 형이고, 동시에 미친 인간. 그 인간이 여행 중에 했다는 일들도 들어보면 어이가 없을걸요.”
마르할은 고기에 소금과 향신료를 뿌렸다.
알라실은 그 행동이 앞으로 할 이야기에 조미료를 뿌리는 걸로 보였다.
이야기가 맛있어지도록, 달고 쌉싸름해지도록.
“도둑 아르고는 바스타에게 끌려왔어요. 중간부터는 자기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 했죠. 제일 미련이 없었고, 포기하자는 말도 많이 했어요. 일행과 많이 싸우기도 했죠. 대신 아르고는 유연한 사고로 몇 번이나 위기를 넘기기도 했어요.”
“율란은 바스타만큼이나 투철한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직하게 자기 일을 했고, 일행 사이에 싸움이 나면 말리는 건 율란과 제 몫이었어요.”
“마법사 마르는 조금 특이해요. 그녀는 의무와 호기심으로 일행에 합류했어요. 하지만 의무는 약했고, 호기심은 강했죠. 아르고와 제일 많이 싸운 사람도 마르예요. 마르의 호기심과 지식이 있어 서부에서 생활이 가능했어요. 서부 깊은 곳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었거든요.”
어땠는데요?
알라실이 작게 물었다.
“한 모금만 마셔도 즉사하는 무색무취의 독이 깔린 평야도 있었고, 코끼리도 즉사할 독을 품은 잡초도 있었어요. 먹고 마시는 건 물론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는 공간이었죠. 그걸 구분하고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게 마르의 일이었어요.”
산맥 하나가 통째로 마족이 되어 꿈틀거리는 장소를 지날 때는 땅을 갈라 산맥을 분리해 버렸다니까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마르할이 큭큭 웃었다.
“길잡이 마르할은 복수심에 불탔어요. 영혼을 걸고서라도 복수를 이루려고 했죠. 의무도 뭣도 없었어요. 복수, 오직 복수 하나로 살았어요.”
“복수? 당신이요?”
알라실은 복수에 인생을 건 사람을 몇 명인가 보았다. 그녀에게 치료받은 사람 중에는 아들의 원수나 아내의 원수를 갚겠다는 말을 끝없이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표정과 눈동자는 모두 비슷했다.
그녀가 아는 마르할은 누구보다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한 가지 감정으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고, 그런 마르할은 떠올릴 수도 없었다.
“저도 마족에게 가족을 잃었으니까요. 용사, 도둑, 성인, 마법사.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었어요. 그 시절부터 인외라 불리는 괴물들. 반면 저는 어른도 못 된 꼬마였죠. 필사적으로 뒤를 쫓았어요. 몇 번이나 짐이 되었고, 저 때문에 다른 사람이 죽을 뻔한 적도 있어요. 한두 번이 아니라 수십 번은 돼요. 그때마다 죽고 싶었죠. 그래도 나아갔어요.”
사지가 날아가는 건 예삿일이었다. 내장을 질질 흘리며 싸우고, 불타 사라진 사지를 대신해 이빨과 턱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기회를 잡고, 살아남고, 죽였고, 이겼다.
마족이 지배하는 서부에서는 인외라 불리는 네 명도 인간이었다.
죽음보다 더한 삶과 짧은 휴식, 그리고 전진의 반복이었다.
알라실은 침을 삼켰다.
마르할의 과거가 평범하지 않을 걸 알았고, 듣고 놀라지 않을 각오도 예전에 마쳐두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담담하게 풀어놓는 과거는… 두려웠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면 바로 불행이었다. 불행을 자랑하는 대회가 있다면 알라실은 자기가 세계 제일로 뽑힐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인생은 지랄맞았다.
그녀의 고통조차 세계를 구한 영웅들 앞에서는 가벼웠다.
인간의 고통을 서로 비교할 수는 없다지만… 이건 아니었다.
인간이 버틸 일이 아니다.
어떤 인간이 몸이 불타는 고통을 버티며 검을 휘두른단 말인가.
어떤 인간이 중독되어 전신 근육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마법을 사용한단 말인가.
그들은 해냈다. 버텨냈다.
“셀 수 없이 포기하자고 했어요. 산을 움직이는 거인을 죽이고, 그놈조차 자리싸움에 밀려난 패배자라는 걸 알았을 때는 율란조차 후퇴를 입에 담았고, 검으로 바스타와 아르고를 동시에 감당하는 마족에게 패배해 목숨만 건져 도망친 후에는 바스타조차 후퇴하잔 말에 반대하지 못했어요. 한 달 넘게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분위기는 날로 나빠졌죠.”
바스타와 아르고, 홀로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전해지는 두 괴물을 동시에 상대하는 마족.
인외라 불리는 네 명의 목숨만 부지한 패배.
알라실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영역의 이야기였다.
“서로에게 물었어요. 이 짓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역사에 기록될 일도 없다. 죽음보다 못한 삶을 이대로 이어가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다섯은 묻고,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많은 걸 알았다.
아르고가 의외로 토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율란이 그토록 깐깐한 사람이었을 줄 몰랐다.
마르가 은근히 감정적이라는 것도 알았다.
바스타는… 그냥 바스타였다.
그리고 마르할은 복수를 포기했다.
시간을 잊은 물음 끝에 일행은 답을 냈다.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것이 할 수 있는 자들의 의무이기에.
그러니 나아간다.
그것이 의무이기에 용사 일행은 지옥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