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81
제281화
알라실은 천천히 가짜 마왕과 가까워졌다.
검은 안개는 시야를 가릴 정도가 되었고, 마족들은 점차 강해졌다.
마족은 죽어도 죽어도 다시 태어났다.
마족은 죽어 사체를 남기지 않는다. 죽은 마족이 다른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 앞에 있는 마족들이 보여주고 있는 건 한정적인 종류지만, 분명한 불사였다.
몇 번이나 중상을 입었는지 모르겠다.
주먹을 질러도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 뒤에서 덮쳐오는 마족들의 살기가 선명하게 읽혔다.
알라실은 몸을 돌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디딤발이 땅을 파고들었고, 손등에 걸린 마족의 머리가 폭발했다.
땅에서 수십 개의 가시가 돋아났다.
그녀에게 하늘을 나는 재주는 없었다. 땅을 벗어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지난 한 달 동안 배웠다.
그녀는 머리만 보호하며 가시를 몸으로 받아냈다.
아찔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몸을 비틀어 가시를 끊어냈다. 그리고 기적.
빛과 함께 몸과 옷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자신의 힘이지만, 상식을 벗어난 힘이었다.
잘린 사지도 붙이고 전장에 복귀하는 성기사들도 부서진 갑옷까지 고치진 못한다.
성기사의 기적이 전신 갑옷까지 고쳤다면 성황국은 진즉 세계를 통일했다.
-이리로 오렴, 왜 내 사랑을 거부하는 거니?
소름 끼치는 가짜 마왕의 목소리가 정신을 파고들었고,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이 그녀의 목을 반쯤 잘랐다.
알라실은 기적으로 몸을 치유하며 생각했다.
‘사랑은 지랄.’
가짜 마왕은 정신에 직접 말을 걸어왔고, 그건 일반적인 대화 이상의 정보를 알라실에게 전해주었다.
악의, 원망, 저주조차 넘어선 무엇. 저것 안에는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의지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사랑의 조각도 없이 자애로운 목소리로 사랑을 외치는 가짜 마왕에게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가짜 마왕과의 거리는 가까웠다. 한 번의 도약이면 지척에 닿을 수 있다.
그걸 아는지 그녀 주변의 마족들은 알라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백번이 넘게 치명상을 치유했지만, 정신력에는 여유가 있었다. 알라실도 놀랐다.
성녀가 되며 숨만 쉬어도 역사가 쌓이게 되었다.
성녀가 되고 한 번도 탈진하도록 기적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알라실은 성인을 경외했다.
일개 성녀조차 인간을 벗어난 힘을 가졌는데, 세계의 반을 멸하고 전 대륙에 맹위를 떨치는 성인의 역사는 대체 어떻단 말인가.
‘성인의 후계 같은 건 인간이 할 게 아니야.’
잡념을 떨쳐내며 알라실은 땅을 찍었다.
대앵! 성지 인근에서나 들을 수 있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단심문관의 특기인 부정을 물리는 신비. 원리는 알았지만, 알라실은 신비를 사용할 역사를 쌓지 않아 쓰지 못하던 기적이었다.
알라실은 이 싸움을 시금석 삼아 기적을 펼쳐냈다.
검은 안개와 마족을 물리치는 성스러운 종소리에 근처 마족들이 균형을 잃었다.
사방에서 쏘아지던 신비들도 힘을 잃었다.
마리나는 눈 코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녀 주위에는 수십 개의 마법이 생성되고 쏘아지길 반복했다.
요새도 가볍게 무너뜨릴 마법을 가짜 마왕은 같은 마법으로 받아쳤다.
커다란 얼음덩어리 몇 개가 마리나에게 날아갔고, 마리나는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다.
허공에 얼음이나 바람을 뭉친 발판을 만들며 뛰어다니던 그녀는 커다란 흙기둥을 만들어 그 위에 자리 잡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루비로 된 눈동자에선 피눈물이 흘렀다.
마리나의 목소리가 알라실의 머리에 전해졌다.
-마무리할 여력은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알라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땅을 강하게 찍었다.
쿠웅! 대앵!
종소리와 함께 땅이 움푹 파였다. 성스러운 백색 빛이 종소리와 함께 마족과 안개를 밀어냈고, 그 중앙에서 알라실은 다리를 구부렸다.
그리고 질주.
알라실이 마족의 머리를 밟을 때마다 종소리와 함께 마족의 머리가 폭발했다.
가짜 마왕이 알라실에게 마법을 날렸다.
알라실은 양손을 벌렸다. 손이 뭉개지도록 힘을 주고, 박수.
뭉개지는 손과 함께 종소리가 날아오는 마법을 지웠다.
교황청에게 부정이란 신의 선택을 받은 사제의 기적 이외의 모든 역사와 신비다. 그러므로 이단심문관의 비기는 모든 신비를 밀어내고 지운다.
알라실은 가짜 마왕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검은 안개가 힘을 품고 사방에서 솟구쳤다. 땅이 함께 뒤집히며 거대한 암흑의 장벽이 만들어졌다.
알라실은 한 걸음에 가짜 마왕의 겨드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두 걸음에 가짜 마왕의 뒤를 점했다.
가짜 마왕의 목과 허리를 팔로 감싸 터뜨릴 듯 조였다.
말뚝으로 변한 안개가 알라실의 몸을 사방에서 찔렀지만, 실시간으로 몸을 회복하는 알라실을 멈추지는 못했다.
알라실이 가짜 마왕을 구속하는 걸 확인한 마리나는 짧게 심호흡했다.
바람이 그녀의 팔을 잘랐다. 피를 뿌리며 팔이 땅에 떨어졌다.
검은 안개가 마리나의 팔을 감쌌다. 팔에 깃든 실라나티엘의 역사를 탐했다.
도시 전역에 그녀의 의지가 퍼졌다.
-이것은 마법의 극치일지니. 비할 바 없는 금기와 고난의 역사일지니.
-삼킬 수 있는 자, 마법의 극에 이른 자일지어다.
-극을 모르는 자. 극치를 탐하지 말라.
마리나는 휴멜에게 세뇌당해 몇 번이나 몸의 일부를 제물로 바쳤다.
저 마법에 당한 마족들의 허망한 최후를 봐왔다.
철을 베는 기사도 가볍게 뭉개버릴 마족도 그녀의 손톱 하나를 버티지 못하고 신기루처럼 소멸했다.
가짜라지만, 마왕은 녹록하지 않았다.
검은 안개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쪼그라들었다.
도시 전체에 퍼졌던 검은 안개가 십여 초 만에 마왕을 중심으로 뭉쳤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가 마리나와 알라실을 삼켰다.
가짜 마왕이 격렬하게 몸을 뒤틀었다. 손톱으로 알라실의 팔을 긁었지만, 뼈가 보이는 상처도 빛이 한 차례 지나가면 멀쩡해졌다.
‘대체 무슨 역사를 쌓았으면….’
성녀라 불리는 알라실의 활약은 그녀도 들어왔다. 하지만 남을 고치는 것과 자신을 고치는 건 달랐다.
치료 자체만 보면 타인보다 자신을 고치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려면 고통을 참으며 정신을 집중해 기적을 사용해야 한다.
기적을 배우는 과정에서 고통에 익숙해진다지만, 배가 뚫려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게 되려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건지.
‘서로 쉬운 인생이 아니네.’
가슴에서 피어나는 연민과 동질감을 연료 삼아 마리나는 땅에 떨어진 팔을 주웠다.
끈적하게 달라붙은 검은 안개가 떨어졌다.
마법으로 해도 되지만, 마법사의 기행은 육신으로 쌓는 게 기본이다.
이런 기행의 기회를 놓칠쏘냐.
마리나는 검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팔을 가짜 마왕에게 던졌다. 초인의 완력과 보조 마법이 더해져 날아간 팔은 가짜 마왕의 심장에 박혔다.
진액으로 이루어진 가짜 마왕이 무너졌다. 몸의 모든 구멍에서 검은 물을 쏟아내며 구정물이 되었다.
-왜, 왜 거절하는 거야? 함께하면 행복할 수 있는데?
“소름 끼치는 증오는 지우고 말하든가.”
알라실이 무너지는 가짜 마왕의 머리를 터뜨렸다.
가짜 마왕의 힘으로 유지되던 마족도 함께 무너졌다.
죽지 않는 마족이라니, 애초에 정상적인 마족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타난 끝은 다른 마족들과 같았다.
가짜 마왕과 그녀가 만들어낸 모든 것들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알라실이 땅에 떨어진 마리나의 팔을 주웠다.
검은 안개에 침식당했던 팔은 여기저기가 검게 물들어 꼭 썩은 시체의 팔처럼 보였다.
마리나가 바람으로 지혈하고 있던 절단면을 내밀었다.
“붙여주세요.”
“윽. 이걸? 새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데.”
“그 안에 든 역사가 얼만데 당연히 붙여야죠.”
“마족이 되어도 난 모른다?”
“제가 알아서 합니다.”
단면도 깔끔하고, 가짜라지만 마왕을 죽였다는 역사를 쌓은 성녀의 기적이었다. 접합에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마리나는 어색함이 남은 팔을 움직이며 하늘을 보았다.
먹구름이 용오름에 빨려 들어갔다. 먹구름이 꿈틀대며 몸부림쳤으나 모든 걸 빨아들이는 용오름은 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을 모두 삼켰다.
가려져 있던 태양이 나타났고, 태양이 땅을 비췄다.
할 일을 마친 용오름은 시간을 감는 것처럼 역행해 땅으로 사라졌다.
용오름이 사라진 자리에는 커다란 구멍과 평평한 땅, 그리고 휴멜이 남았다.
“그 인간은…?”
“쪽지가 있습니다.”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휴멜 옆에는 마르할이 쓴 걸로 보이는 종이가 있었다.
마리나는 쪽지 위로 시야를 보냈다.
루비를 눈에 심고 난 후 시야를 다루는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잠시 갔다 올 테니 쉬고 있으랍니다.”
“저건?”
알라실은 휴멜을 가리켰다. 척 봐도 내부가 상했다. 뼈도 몇 개 부러진 걸로 보였다.
그만한 압력을 몸으로 받아내고 살아 있는 게 실력 있는 마법사다 싶긴 했다. 그래도 당분간 움직이긴 힘들어 보였다.
“자기가 살렸으니 죽이지 말라네요.”
“세뇌는 풀 수 있고?”
“실라나티엘이 황제의 개라는 거 알죠?”
“대강.”
아마 공국조차 실라나티엘의 기원은 모르리라. 하지만 므에트 제국이 므에트 왕국이던 시절부터 므에트 제국과 대립해온 성황국은 실라나티엘이 생겨난 경위도 알았다.
“마르 실라나티엘은 제국을 배신하고 용사 일행이 되었어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생각이 없는 제국이 작정하고 건 목줄이 쉽게 풀릴 리 없죠.”
“그쪽도 참 힘들게 산다.”
“그러게요.”
알라실은 흐트러진 옷과 머리를 정리하고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지어낸 웃음과 함께 말했다.
“저는 도시에 남은 사람들을 구조할게요. 그게 성녀의 일이니까요.”
“도시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가 모두 대피시켰습니다. 도시 반대쪽으로 가면 될 겁니다.”
“…하여간 언제 또.”
그만한 용오름을 유지하며 만 단위의 인간을 안전한 곳으로 날려 보내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
적당히 강해야 따라갈 의욕이라도 나지.
알라실은 원인 모를 패배감을 안고 사람들이 있다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마르할이 안전하게 옮겼어도 다친 사람이 아예 없진 않을 거 아닌가.
* * *
조셉은 이를 악물고 거대한 손톱을 쳐냈다.
피 맛이 났다. 내상으로 피를 흘리는 게 얼마 만이지?
마족이 사라진 후에는 없었으니 대략 최소 11년이다.
손톱이 갑옷에 닿았다. 갑옷이 찌그러지며 뜯겨나갔다. 피부와 근육도 찢겼다.
‘갑옷을 버려야겠군. 진짜로 은퇴할 때인가.’
도시 하나가 거의 박살 났다는 소식에 조셉은 무장을 갖췄다.
마족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틈틈이 들었지만, 남부에서 처음으로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도시가 하필 레이갈의 우호 세력이다.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조셉도 싸움을 대비했다.
그리고 레이갈의 도시에 마족이 나타났다.
집채만 한 덩치에 채찍처럼 긴 팔,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마족이었다. 검은 안개를 뿌리며 전진하던 마족을 조셉이 홀로 막아섰고, 이 꼴이었다.
조셉의 신비는 전기가 통하는 적에게는 모두 유효하다.
철을 손으로 찢는 마족도 조셉의 몸에는 손대지 못했다.
앞에 있는 마족의 손톱은 전기가 통하지 않았다. 조셉에게 제일 까다로운 종류의 적이었다.
조셉은 마족의 가죽을 번개를 감은 검으로 잘랐다. 깊게 들어간 검이 마족의 손목을 잘랐다.
마족이 울부짖으며 뒤로 물러났다. 커다란 마족이 뒤로 넘어지며 땅이 작게 울렸다.
조셉은 즉시 뛰쳐나가며 목을 자르려 했지만, 마족이 본능적으로 휘두른 앞발을 대신 자르는 것으로 그쳤다.
팔 두 개를 모두 잘랐지만, 투구 아래 가려진 조셉의 표정은 펴지질 않았다.
꾸물거리는 안개와 함께 잘린 팔이 자라났다.
압도적인 재생력.
마족이 악몽이 되었던 또 다른 이유.
11년이나 지나서 다시 그걸 경험하게 될 줄이야.
주변은 이미 안개가 자욱했다. 조셉이 서 있는 장소도 마찬가지였다.
마족의 침습을 막는 유물을 가진 조셉은 괜찮지만, 이미 마족이 되어버린 사람도 보였다.
이대로는 도시가 문제가 아니라 15년 전의 악몽이 재현될지도 몰랐다.
조셉은 몸에 두른 번개를 한층 크게 키웠다. 정신이 몽롱했다.
늙은 몸을 너무 굴렸다. 예전이었다면 긁힌 상처 취급했을 것인데, 땅에 묻힐 날이 가까워진 몸뚱이는 자잘한 상처 몇 개에 정신을 잃으려 했다.
몸을 감싸던 번개가 사방에 뿜어졌다.
싸움이 시작될 때부터 땅에 그린 흔적들을 타고 번개가 달렸다.
눈부신 빛과 함께 땅을 박찬 조셉은 몇 번이나 검을 휘둘러 기어이 집채만 한 마족의 몸을 반으로 가르고 그 목을 잘랐다.
뒤에서 함성이 들렸다.
번개 사자의 이름과 그의 싸움을 기억하는 중년들이 꽤 있었다. 마르할도 그걸 알기에 레이갈에게 조셉을 보낸 거고. 조셉도 적극적으로 갑옷을 입고 돌아다녔다.
마르할이 그에게 시킨 일을 생각하면 멋지게 손이라도 흔들어 줬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마족은 시신을 남기지 않는다. 저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안 끝났다! 도망가!”
잘린 목이 새로 자라났다. 반으로 갈라진 몸뚱이가 자석처럼 서로를 잡아당겼다.
‘죽겠군.’
하지만 발버둥은 쳐봐야지.
조셉은 손에서 흘러내리려는 검을 다시 잡았다.
쾅!
뒤에서 날아온 거대한 얼음이 마족의 몸에 박혔고, 내부에서부터 폭발했다.
중요 요새에나 한 명씩 배정되던 수준급 마법사의 마법이었다.
그 커다랗던 마족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어 어디선가 나타난 철을 베는 기사 둘이 마족을 썰어 넘겼다.
드문드문 날아오는 마법이 그들을 보조했다.
모든 마족이 죽고, 검은 안개가 사라졌다.
조셉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황족을 이런 자리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수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마족이 날뛰는 건 나도 곤란해서.”
건물 위에서 마법을 쏘아대던 세오닉 므에실리고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