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82
제282화
레이갈의 저택으로 돌아가며 조셉은 마지막까지 주위를 확인하며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를 찾았다.
그의 직감은 세오닉이 그 마법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직감에 의지해 판단을 그르치는 건 고향을 버리고 도망치던 그 순간으로 족했다.
레이갈의 저택 앞에서 결국 조셉은 현실을 받아들였다.
검으로는 죽일 수 없는 마족을 폭사시킨 건 세오닉이다.
20대 중후반? 마르할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이 많은 청년.
마법이 세오닉의 전부도 아니었다.
조셉의 감각이 말했다. 저자는 철을 베는 기사라고.
철을 베는 초인, 동시에 평생을 기행에 바친 마법사들이나 도달할 법한 경지에 도달한 마법사.
미래의 제왕. 마르할을 만나지 않았다면 분명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대단하긴 하나. 그뿐.’
마르할에 비하면 부족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편해졌다.
세오닉이 말했다.
“원하는 건 찾았나?”
“그래.”
눈치 빠르기는.
세상사에 관심을 끄고 있던 조셉이지만, 세오닉의 신상은 필수 정보이기에 숙지하고 있었다.
조셉이 집중한 건 검과 마법의 천재라는 정보보다 세오닉의 외가에서 나온다는 정보 조직의 힘이었다.
“여긴 무슨 일이지?”
“황제가 되려고 서부까지 온 황자가 할 일은 뻔하지.”
조셉은 세오닉의 표정을 살폈다. 물론, 그 얼굴에선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나름 사람을 읽을 줄 아는 조셉이지만, 상대는 날 때부터 사람의 감정을 보는 법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이었다.
‘머리 아프군.’
레이갈은 황족과 얼굴을 맞댈 그릇이 안 된다.
몇 마디 대화로 밑천까지 죄다 털릴 미래가 빤히 보였다.
세오닉의 명확한 목표를 모르는 이상 그를 레이갈과 만나게 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세오닉을 막을 수도 없었다.
명분도 무력도 조셉은 세오닉에게 뒤떨어졌다.
조셉의 고민은 레이갈의 저택에 돌아오며 끝났다.
세오닉이 덜컥 걸음을 멈췄다. 그의 시선은 복도 너머에 머물렀다. 기다렸다는 듯 모퉁이에서 마르할이 걸어 나왔다.
“조셉, 수고했어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레이갈하고는 이야기 끝냈어요. 사제도 불렀으니 가서 쉬어요. 그리고 당신은, 저랑 이야기 좀 할까요?”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
“품에 있는 물건.”
마르할의 시선은 세오닉이 아니라 그의 옆에 있는 유물 전문가를 향했다.
감정도 허세가 아닌 진심이었다.
검은 감정이 뱀의 혀처럼 유물 전문가를 쓰다듬었다.
“튕겨보지도 못하겠군.”
“이쪽이에요.”
마르할이 앞장섰다.
“적당히 대기하도록.”
“전부 와도 괜찮은데요.”
세오닉은 마르할의 감정을 살폈다.
몸에 들러붙은 절망과 그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는 아주 작은 본심. 그조차 찰나에 사라져 명문화하기는 힘들었다.
볼 때마다 묻고 싶어진다.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아 있느냐.
당신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이느냐.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까지 하게 만드느냐.
마르할이 문 앞에서 멈췄다.
“어쩔 거예요?”
“아반델. 그대만 따라오라.”
“알겠습니다.”
세오닉이 거느린 고대 제국어 전문가이자 유물 전문가. 그리고 바체아 제국 제국사를 연구한 역사학자였다.
세 사람은 빈방으로 들어갔다. 서재 겸 회의실인지 책장과 긴 탁자, 그리고 몇 개의 의자가 있는 방이었다.
마르할과 세오닉은 서로 맞은편에 앉았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마르할이었다.
“남부에는 유물을 찾으러 왔나요?”
“그게 황제가 되는 조건이니까.”
“그랬죠. 바체아 제국의 비밀을 밝혀라. 거기까지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요.”
“수단과 목적을 착각하고 있지.”
베이올라는 복수에 눈이 멀었고, 유렐은 전쟁 준비로 바빴다.
네루도 바체아 제국의 기록이나 유물을 적극적으로 모으지는 않았다.
현재 황제가 되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세오닉밖에 없었다.
“그건 권력이 안정되지 않아서 그런 거죠. 전쟁이 끝나면 이긴 쪽은 한 번에 기록과 유물을 쓸어 담을걸요?”
세오닉이 성과를 거둬봤자 그건 수백 명을 움직여 얻은 결과에 불과했다.
세오닉이 부리는 정보원들은 일류지만, 서부에 세오닉의 부하 말고 일류 정보원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베이올라가 됐든, 네루가 됐든, 유렐이 됐든, 권력을 잡은 황족이 크게 움직이면 세오닉은 밀릴 수밖에 없다.
“형제끼리의 상잔을 막고 싶다면, 전쟁에 한 손 거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나는 중립이다.”
“중립, 성공하기만 하면 제일 높은 평가를 받는 자리죠.”
누구의 편도 들지 않기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모두와 적대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어렵기에 성공했을 때의 대가도 크다.
세오닉이 다른 황족의 편을, 네루의 편을 들었어도 서부의 권력 구도는 지금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세오닉은 편한 길을 모두 포기하고 제 손으로 가시밭길을 골랐다.
그리고 그건 소일라와의 약속이고.
마왕 소일라도 인간 소일라도 용사의 부인 소일라도 본질은 소일라였다. 소일라의 부탁은 마르할에게도 남 일이 아니었다.
되도록 도와주고픈 마음이 없지 않았다.
마르할의 몸에서 나오는 적지 않은 호의를 보며 세오닉은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의 대화에서 호의를 얻을 부분이 있었나?
감정을 보는 능력은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신비였지만, 모든 상황에서 유효한 건 아니었다.
절망을 몸에 감고 이유 모를 감정을 품는 눈앞의 남자 같은 사람을 상대할 때라든가.
그래도 호감은 호감이다. 세오닉은 슬쩍 미끼를 던졌다.
“그쪽이 도와주면 훨씬 수월하겠지.”
“저는 유렐과 손잡은 상태라서요. 유렐이 찬성하면 도와드리죠. 그보다 물건을 볼 수 있을까요?”
“이게 어떤 유물인지 알고?”
“바체아 제국의 유물이겠죠. 제가 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마르할이 서부 출신 귀족이라는 사실은 유명했다.
본인에게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서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설로 취급되는 소문이었다.
동부 사람이 서부 역사와 정세를 아무리 공부했다고 해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마르할은 멸망한 서부 국가의 암묵적인 의례나 관습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고 했다.
“아반델.”
“황자님. 보통 유물이 아닙니다.”
“내가 선택했다.”
중년 학자가 떨리는 손으로 품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그는 유물의 가치를 전투 용품으로밖에 보지 않는 야만인을 대하듯이 말했다.
“이건 아주아주 중요한 유물입니다. 제발 조심히 다뤄주시길.”
아반델의 품에서 나온 유물은 원판이었다.
사람 얼굴 크기의 원판에는 별자리가 새겨졌고, 별자리 사이와 원판 구석에는 고대 제국어가 빼곡하게 적혔다.
“용케 남은 게 있었네요. 어디 귀족의 골동품 창고에 있던 게 운 좋게 남았나.”
서부 문화 탐구에 평생을 바친 학자가 눈을 크게 떴고, 세오닉도 흔들린 제 감정이 눈에 보일 정도로 동요했다.
“이게 뭔지 안다고?”
“혹시 몰라요?”
“대략적인 용도라면 안다. 바체아 제국 적통을 구분하는 유물.”
“구시대의 유물이죠. 거의 400년은 되었으려나요. 황권 다툼에 도움 되는 물건은 아니네요.”
“바체아 제국 황족 혈통을 구분하는 유물이다. 이것만큼 확실한 물건도 달리 없을 것 같다만.”
원판은 피를 먹고 발동하는 유물이었다.
떨어뜨린 피가 바체아 제국 황족의 것이면 빛을 낸다.
바체아 제국 황실 역사와 이보다 밀접한 유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바체아 황족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해요? 바체아 제국은 정략결혼도 적극적으로 시행했어요. 많은 황녀가 유력 귀족, 왕족과 결혼했죠. 한때 반짝 유행했다가 서부 모든 왕족에게 유물이 반응하기 시작하자 의미가 없어진 물건이에요.”
바체아 제국 황족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나중에는 왕족은 물론이고 조금 유명하다 싶은 고위 귀족에게도 반응하게 되었다.
“가계도로 보면 저도 바체아 제국 황족의 후예거든요.”
마르할은 다용도 단검으로 손에 피를 내 원판 위에 떨어뜨렸다. 원판에 빛이 차오르며 별자리가 빛났다.
“멸망한 국가의 고위 귀족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걸로 끝. 바체아 제국의 역사와는 전혀 관련 없어요.”
“그걸 어떻게 알지?”
“제가 많이 특수한 가문 출신이어서요.”
“서부의 지도를 아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죠.”
세오닉은 절망 사이로 드러나는 마르할의 감정을 필사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어느 것도 명확한 언어로 표현될 감정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성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다. 감정이 형태를 가지기도 전에 통제하고 없앤다.
세오닉은 감정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일관된 과정에서 기술의 흔적을 발견했다.
무슨 인간의 기술이 인간성의 말살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단 말인가.
세뇌조차 아니다. 세뇌는 타인이 타인에게 행하는 거고, 마르할의 감정 조절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의로 행해졌다.
“왜요? 잘 안 읽혀요?”
“원하는 게 뭐냐?”
“이건 둘이서만 이야기할까요?”
“아반델.”
“아, 유물은 놔두고 가요. 기왕이면 가진 거 전부.”
아반델은 세오닉에게 애원하는 눈길을 보냈다. 세오닉은 고개를 저었다.
“놔두고 가도록.”
쉰 살이 넘은 남자가 반쯤 울먹이며 가진 유물을 모두 내놓고 방 밖으로 사라졌다.
“용건이 뭐지?”
“계획을 알고 싶어서요. 단순히 유물을 모아 황제에게 바친다. 그걸로 끝은 아니죠?”
“바체아 제국의 역사에 황권이 달려 있다. 그러면 바체아 제국의 정보는 황제의 자리로 이어지는 수단이라고 봐도 되겠지.”
“그걸로 사람들 사이를 중재하려고 했다?”
“그래. 유렐과 이마릴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었다.”
“네루는요?”
“…몰라서 묻나?”
“그건 그래요.”
감정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지만, 처음으로 마르할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세오닉은 확신했다.
네루는 그런 인물이었다.
생각하지 않기에 속을 읽을 수 없다는 전무후무한 인간. 그런 주제에 자신은 절대 손해 보지 않는 괴물.
“대화가 통했다라… 서부에 들어오자마자 저랑 전면전을 벌여 꼴사납게 죽은 멍청이가 말이죠.”
“서부를 뒤집을 병력이었다. 적절한 지원까지 있었다면 연합을 몰아내고 서부를 장악하고도 남을 무력이었지.”
그리고 그 절대 무력을 자기 세력만으로 격파한 인간이 마르할이었다.
“베이올라는 복수를 포기하지 않아요.”
“구속해야겠군.”
“유렐도 자길 죽이려는 사람을 살려둘 위인이 아니죠. 저주는 사람을 암살하는 가장 완벽한 수단이고요.”
유렐은 신비 추적자뿐만 아니라 많은 마법사에게 지지받고 있다.
저주로 사람 하나 죽이는 건 그에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뉘테는 대지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리인이에요. 하일리는 뉘테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고요. 지주들을 아우르는 뉘테의 정보망, 그리고 베이올라의 말도 안 되는 무력. 모든 걸 뚫고 그녀를 구속할 수 있겠어요? 차기 황제가 정해질 때까지?”
“…….”
“유렐도 그래요. 기형 병기를 사용하는 초원의 전사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마법사. 지휘관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병력 구성이에요. 그리고 유물은 금력과도 친한 물건이죠. 창고에 있던 바체아 제국 유물을 네루에게 달려가 바치는 사람이 없을까요? 그걸 유렐이 두고 볼까요?”
“원하는 게 뭐지?”
“성황국의 견제.”
“내가 얻을 건?”
마르할은 아반델이 두고 간 유물을 분류했다.
유물들은 쓸 만한 게 꽤 있었다.
바체아 제국에서 만든 물건은 없었지만, 역사를 파고들면 바체아 황궁에 닿을 물건도 몇 개 보였다.
“이건 황권 확보에 도움이 될 물건. 저건 무관한 물건. 서부에 별과 달이 있어요. 그들을 찾아서 잘 협상하면 무언가 알아낼지도요?”
“유물 분석에는 시간이 필요하지.”
“그리고 저한테는 시간이 필요해요.”
황제의 명으로만 움직이는 황제의 숨겨진 검을 묶어두라는 말이었다.
성황국을 견제하며 별과 달을 찾아 협상까지 한다.
정보 조직을 가진 세오닉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미는 당긴다만, 필요성은 못 느끼겠군.”
“이번 전쟁에서 유렐과 베이올라가 죽지 않게 해줄게요. 통제 불가능한 전장에서의 목숨 보장. 괜찮은 거래 아닌가요?”
조건은 얼추 맞다.
손해를 보는 거래도 아니다.
하지만 세오닉의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가 굵어지고 협상은 언제나 그의 무대였다. 감정과 정보를 가진 그는 어떤 대화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후에 세오닉의 입에서 나올 말은 정해져 있었다.
최후의 대답을 꺼내기 전에, 세오닉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소일라한테는 저도 신세 진 게 많아서요.”
“…네 말대로 하지. 성황국을 견제하고 별과 달을 찾아 발을 묶는다. 되었나?”
“저도 두 사람의 목숨을 보장할게요.”
“목숨만 살려둔다는 말장난은 아니길 빌지.”
“괜찮아요. 죽지만 않으면 고쳐내는 사람이 지인이거든요.”
* * *
마르할은 세오닉이 두고 간 원판을 들었다.
선물이랍시고 세오닉에게 받아냈다.
손가락을 그어 피를 떨어뜨리자 찬란한 빛이 원판에 새겨진 별자리와 고대 제국어를 모두 밝혔다.
마르할의 말은 반은 거짓이고 반은 진실이었다.
원판이 황족의 피에 반응하는 건 맞다. 서부 많은 왕족과 귀족에게 바체아 제국 황족의 피가 섞인 것도 맞다.
하지만 이 유물이 의미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유물은 원판에 섞인 황족의 피가 진하면 진할수록 강한 빛을 내고, 더 많은 별자리와 고대 제국어를 밝힌다.
마르할은 모든 별자리와 고대 제국어를 빛으로 채운 원판을 천장으로 던지고, 단검을 장난치듯 휘둘렀다.
고철이 된 원판이 쩔그렁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마르할이 손가락을 튕기자 불길이 고철을 녹여 쇳물로 만들었다.
“쯧. 들켰으려나.”
마족으로 가득하던 서부에서도 못 본 골동품이 왜 이런 곳에서 나와서는.
* * *
레이갈에게 볼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세오닉은 레이갈의 저택에서 나왔다.
레이갈이 꼭 사례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것보단 마르할과의 거래가 우선이었다.
“아반델. 원판과 비슷한 유물이 더 있나?”
“그걸 구한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최우선으로 찾도록 하지.”
“하지만 무의미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의미 없는 물건을 선물로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나?”
아반델은 크게 깨달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면목 없습니다.”
“아니, 나도 그자의 행동이 아니었다면 의심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다.”
아쉬웠다.
직접 움직이면 비슷한 유물을 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 그는 마르할과의 거래를 이행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유물을 찾으며, 겸사겸사 바체아 황족의 가계도를 알아봐라.”
“평범한 가계도를 말씀하실 리는 없고… 사생아를 생각하십니까?”
“멸망 직전 황제의 자식은 아들 하나였다. 친족들에게서 대체품을 입양하는 건 손이 귀한 귀족들에겐 흔한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