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83
제283화
마르할이 마족을 정리하는 것을 끝까지 본 마르는 천하를 담은 땅에 있는 바스타의 집을 찾아갔다.
공간을 접어 이동하는 그녀와 공간마저 가르는 바스타에게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스타의 집은 나무와 풀을 엮어 지은 작지만 깔끔한 건물이었다.
재료는 볼품없지만, 손댄 일 모두를 장인급으로 해내는 바스타가 만든 집은 주변 건물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바스타는 집으로 들어가더니 먼지 쌓인 검집을 가지고 나왔다.
검이 뽑혔다.
아무 신비도 없는 검이지만, 바스타의 손에 들린 순간 그것은 세계 최고의 검이 되었다.
마르가 침을 삼켰다.
바스타라는 인간 자체도 인외라 불리는 괴물이었지만, 진심으로 검을 든 바스타는 또 달랐다.
하루 검을 휘둘러 철을 베었다.
그런 인간이 검을 휘두르며 무수한 마족을 베었고, 또 마왕이 죽은 후에도 힘의 제어를 위한 수련을 계속했다.
바스타는 검을 머리 위로 들고, 가볍게 허공을 그었다.
공간이 잘렸다.
마르의 눈에는 잘린 공간이 이어진 방향이 보였다.
제국 수도와 성지 방향.
마르할에게 기술 전수가 끝나고 헤어지며 정한 신호.
신호의 의미는 소집.
“뭘 하게?”
“오랜만에 술 한잔해야지.”
“마르할도 없이?”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리 말하는 바스타는 진지한 눈으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 * *
남북 전쟁의 위험은 사실상 사라졌다.
휴멜 나티는 전쟁을 방해하는 레이갈의 세력을 정리할 생각인 모양이었지만, 마족이 폭주하며 그의 계획은 마르할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했다.
가짜 마왕이 강림한 도시는 망해버렸고, 마족이 폭주한 도시 다수가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인명 피해만 보면 가짜 마왕이 강림했던 도시가 제일 준수했다.
도시 절반을 파괴한 마족은 마리나의 제물 마법으로 소멸했고, 가짜 마왕이 강림한 후에는 마르할이 사람들을 도시 밖으로 날렸다.
대피할 시간도 없이 도시 중앙에 나타난 마족을 상대해야 했던 도시에는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를 본 세력 전부가 레이갈의 우호 세력이거나 동맹이었다.
레이갈은 건국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애초에 무리한 일이었다.
번개 사자 조셉 라이넬의 이름값이 없었다면 시도도 못 해봤을 것이다.
당사자마저 꿈을 포기했지만, 한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더 쉬워졌네요.”
“동맹이 전부 공격받았는데, 쉬워졌단 말입니까?”
“레이갈, 회합에서 본인이 했던 말을 떠올려요. 남부에서 교회가 성세를 유지하는 건 그들이 예비 목숨이 되어줄 수 있어서라고 했잖아요? 마족이 나타났는데 교회는 뭘 했죠? 말해봐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부 사람들은 경각심을 가졌을 거예요. 마족을 직접 경험한 사람일수록 절실히 대책의 필요성을 느끼겠죠. 대마족 동맹을 소집하겠다고 해요. 그리고 레이갈. 인쇄소도 하나 가지고 있었죠?”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대지주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사업 중 하나로 기회가 오면 키워보려고 기계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의 인쇄소였다.
“오히려 좋아요. 이걸 유통할 기회를 줄게요.”
마르할은 책 하나를 탁자에 던졌다.
책의 제목을 읽은 레이갈은 의뭉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인체 해부학 본론? 처음 들어보는 저자입니다만.”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세상에 율란 에고만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율란 에고만. 성황국 성인의 본명이에요.”
“성인…? 성인이라고 하셨습니까?”
“생각하는 그 성인 맞아요.”
책을 든 레이갈의 손이 간질 환자처럼 떨렸다. 손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서론… 북부에서 고용한 의사들이 서론이라는 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 서론 맞아요. 참고로 그 책을 뿌리고 있는 아젠만도 본론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감당할 수 없습니다.”
“혼자 짊어질 필요 없어요. 먼저 대지주 후보로 거론되는 지주들에게 딱 세 권씩만 뿌리세요. 다음에는 하루에 스무 권 정도 한정 판매. 무슨 뜻인지 알죠?”
희귀한 물건은 비싸다.
희귀한 물건이 실용성까지 가지고 있다면 값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부르는 게 값이다.
다른 인쇄소에서 책을 필사해 찍어내기 전까지 레이갈은 남부만이 아니라 서부 전역에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하일리나 아젠만과도 비교할 수 있는 권력.’
오래갈 권력은 아니다. 책이 퍼지면 필사하는 사람도 나타날 테니까. 몇 달의 권세면 어떠한가. 그 안에 목적을 이루면 그만이다.
“대마족 동맹에게 책의 우선 구매권을 주겠습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그래도 적당히 해야 하는 거 알죠?”
대마족 동맹을 설득해 국가를 세우게 될 텐데, 무작정 동맹을 키우기만 하면 레이갈의 능력으로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노력하겠습니다.”
레이갈도 마르할의 우려를 알지만, 그래도 자신이 실수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권력욕과 무능함은 자기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책은 두고 갈게요. 조셉도 당분간 더 머무를 거예요.”
“괜찮겠습니까? 그는 이미 중상을….”
“유능한 사제를 데려왔거든요.”
마르할은 방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상처에 붕대를 두른 조셉이 기다렸다.
“죄송합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죠. 세오닉에게는 신세를 졌어요.”
마르할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빛이 한 차례 조셉의 몸을 감쌌다. 뼈까지 보이던 상처에서 새살이 올랐다.
조셉은 붕대를 손으로 뜯어냈다.
“…이런 것도 할 줄 아셨군요.”
“자잘한 상처는 치료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사제는 몇 달은 요양해야 하는 중상이라고 했습니다만.”
“저한테는 자잘한 상처 맞아요.”
“그렇군요.”
노기사는 성인의 치료를 받았으면서도 무수한 흉터가 남은 마르할의 몸을 떠올렸다.
조셉의 얼굴에 주름이 잡혔다. 노기사의 웃음은 고단했던 세월의 흔적을 담았다.
* * *
성황국 성지에 있는 커다란 가마 안에서 율란은 눈을 떴다.
어둠은 그의 시야를 막지 못했다. 율란은 자신 앞에 벌어진 공간을 인지했다.
앉아 있던 율란이 몸을 일으켰다.
‘소집이라.’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슨 사안일지 대강 짐작이 되었다.
율란은 시선을 내렸다. 헐벗은 몸이 보였다.
옛 동료들을 보러 갈 꼴은 아니지.
빛이 율란의 몸을 덮었고, 사제복이 생겼다.
율란은 가마를 열고 밖으로 나갔다.
교황이 가마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교황 옆으로는 십여 명의 추기경도 있었다.
교황이 고개를 들었다.
“나오셨습니까, 신이시여.”
눈동자는 선함을 담았고, 말에서는 상대를 배려하는 배려심이 절로 묻어났다.
선민임을 알고도 자신을 뽐내지 않으니, 진정으로 신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 불릴 만했다.
교황을 바라보는 율란은 겉으로 드러나는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저 얼굴로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질렀으며, 몇 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었는가.
현 교황만이 아니라 역대 교황이 모두 그랬다.
역사를 아는 율란은 도저히 교황과 추기경들을 곱게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들이 필요했다.
교황과 추기경들이 쌓은 역사가, 성황국이라는 국가가 가진 거대 역사가.
“나갔다 오겠다.”
“뜻대로 하소서.”
율란은 기적을 발휘했다.
한 가닥 빛과 함께 그의 몸이 사라졌고, 교황과 추기경들은 교황이 사라진 자리를 향해 고개 숙였다.
“오오, 신이시여!”
“전지전능한 신이시여!”
신이시여, 신이시여.
우리를 영원토록 만들어줄 신이시여.
* * *
서부에 있는 곡창지대, 천하를 담은 땅이라 불리는 장소에는 저주받은 땅이 있다.
토지 경주가 끝나고 뿌린 씨가 영글어 열매를 거둘 시기가 되었다. 씨를 빨리 뿌린 곳에서는 이미 수확을 시작했다.
저주받은 땅은 홀로 검었다.
어떤 풀도 자라지 않는 땅을 인근 땅의 주민들은 저주받은 땅이라 부르며 발을 들이기도 꺼렸다.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는 용병들도 검은 땅에는 발을 붙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게 된 땅에 다섯 사람이 모였다.
마르가 만든 아궁이로 소일라가 요리를 만들었다.
도둑이 가져온 술동이가 몇 개나 늘어섰다.
땅에 앉은 네 사람 앞에는 이미 완성된 요리가 모락모락 김을 냈다.
“오랜만이군요.”
율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서부의 풍경. 하지만 많은 게 달라졌다.
불을 피우고 식사 준비를 하다니, 일대 정리를 다 끝내고 한 번씩 가능한 호사였다. 평소에는 말린 보존식을 먹고, 그도 아니면 숨만 붙여둔 마족의 몸을 생으로 뜯어 먹었다.
달라진 건 서부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위상도 달라졌고, 꿈도 달라졌고, 세상도 달라졌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꿨다.
“그때는 보람도 없는 개짓거리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술동이에서 술을 따라 다른 사람들 앞으로 던지며 아르고도 눈을 돌렸다.
검게 죽은 땅 주변에 가득한 녹음.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잘 익은 곡식의 향기.
그들이 지킨 서부였다.
생명이 사라진 땅에서 다시 태동하는 생명은 인간 말종에게도 색다른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어이, 마르. 그놈들은 어때?”
“다들 잘 살고 있어.”
그들이 구한 영물과 성스러운 혈통들. 그리고 몇 개의 마을.
인외라 불리던 그들도 몇 번이나 사선을 넘기며 나아가는 서부에서 터전을 지키고자 의지만으로 버티고 섰던 사람들이 있었다.
서부가 끝까지 저항했다는 증거이자 노력의 이유가 되어주었던 것들이었다.
소일라가 마지막 요리를 내왔다. 소일라는 넓적한 접시에 담긴, 그녀 몸통보다 큰 새끼 돼지를 가볍게 들고 와 모닥불 옆에 놓았다.
새끼 돼지의 배 안에 희귀한 약재와 향료를 가득 채우고 황궁에 있는 가마에서 구워내는 바체아 제국 만찬식.
바체아 제국과의 혼인이 정해지고 소일라가 스스로 배운 요리였다.
서부가 망하며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에게만 이어지게 된 요리였다.
마법사라면 먹기만 해도 마법 하나를 만들어내고, 초인이 되기 직전인 인간을 바로 초인으로 만들어줄 역사의 집합.
“소일라 므에실리고의 요리예요.”
소일라 므에실리고, 므에실리고의 이름을 버린 그녀가 그 이름을 꺼내는 건 한 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전 마왕의 권위가 필요할 때.
전 마왕이 만든 요리, 이 자리에 무엇보다 어울리는 요리였다.
그 요리의 첫 점을 뜰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바스타의 손에 들린 다용도 단검이 가볍게 허공을 갈랐다. 뼈와 살이 분리되었고, 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렸다.
“먹자.”
영웅들과 옛 마왕의 조촐한 만찬이 시작되었다.
옛날이야기를 꺼내며, 술을 따랐다.
마르할의 훈련을 도우며 소일라조차 한 번씩은 들었던 이야기들이었다.
영웅들은 추억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먼지가 쓸려 나갈수록 그들의 감정도 선명해졌다.
근황은 필요 없었다.
서로가 어떻게 지낼지 보지 않고도 훤히 그려지는 게 그들이었다.
추억이 부상하며, 다른 감정도 함께 부상했다.
할 수 있는 일.
의무.
각자의 의무.
“교황은 저를 신으로 추앙하려 합니다.”
“어, 그래? 그거 귀찮게 됐… 왜 니들은 반응이 없냐? 나 혼자 왕따였어?”
“연락받아. 아르고.”
“이런 썅.”
순전히 자기 잘못이기에 아르고는 거친 소리를 뱉을 뿐 다른 불평은 하지 않았다.
율란이 짧게 사정을 설명했다. 아르고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마르할은? 그 미친놈들이 서부를 놔둘 리 없잖아.”
서부에 거대 역사의 손이 닿아서는 안 된다.
적어도 마르할이 본인이 됐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래야 했다.
서부 모든 역사를 한 사람의 몸에 처박았다.
동식물의 역사.
바체아 제국을 필두로 한 국가들의 역사.
서부가 쌓은 문화의 역사까지 전부.
서부 그 자체를 한 명에게 봉인했다.
바스타도 못 하는 일이었고, 그만한 일의 성사에는 마땅한 대가가 따랐다.
바체아 제국의 적통인 마르할이 있었기에 겨우 세계는 멸망이라는 종말에서 비껴갔다.
“불가침은 지켜질 거야. 여차하면 내가 움직이면 되고.”
“하아… 그래. 네가 장담하니 어련히 해결되겠지. 그러면 율란은? 마르가 막나?”
“셋이 필요하대.”
마르의 말에 아르고가 바스타에게 고개를 휙 돌렸고, 바스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할은 서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소일라는 세상일에 나서서는 안 된다.
그러면 남은 사람은 셋밖에 없었다.
“이런 씹… 신을 죽이는 기술이라도 만들라고?”
“마르도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그러는 편이 좋을 겁니다.”
율란의 대답에 아르고가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래. 또 나만 개고생이지. 왜 이런 놈들하고 엮여서는.”
담배를 쭉쭉 빨던 아르고가 돌연 히죽 웃었다.
“그런데 너희, 가짜는 만나봤냐?”
“얼굴만 봤어.”
“존재는 압니다.”
“어쩌게?”
“나는 조건부로 인정할 거야.”
“저는 인정 못 합니다. 성황국은 사라져야 합니다.”
마르가 음식을 우물거리며 말했고, 율란이 먹던 술잔을 내려두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가짜 보고 진짜 제자 하나 들였지. 공교롭게 전부 여자더라?”
“…아르고.”
“가족을 가지고 장난치면, 저도 화낼 거예요?”
마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르고를 노려봤고,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소일라도 거들었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기에 아르고는 두 사람의 시선을 가뿐히 무시했다.
“이봐, 용사. 너는 제자 안 들이냐?”
“필요하다면. 아르고, 다 먹었지?”
“그래, 녹슬지 않았나 한번 확인해야지. 너도, 나도.”
바스타가 검을 잡았고, 아르고의 손에도 두 자루 단검이 잡혔다.
둘에게 유물은 거추장스러운 물건이었다.
둘의 힘을 버틸 수 있는 유물도 없고, 어떤 유물도 둘의 싸움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마르와 율란이 익숙하게 방벽을 펼쳤고, 소일라는 편하게 앉아 술을 홀짝였다.
* * *
베이올라는 전쟁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날이 풀리고 식량 수확이 시작되며 군대가 움직일 환경이 마련되었다.
연합과 공국의 요새도 움직였고, 그녀도 준비를 시작했다. 베이올라는 겉으로는 하일리의 도움 없이 그녀가 독단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하일리는 언제든 유리한 사람에게 갈아탈 준비가 끝난 중립 세력과 함께했다.
베이올라의 머리가 나쁜 건 아니지만, 전쟁은 평범한 서류 처리로 끝나는 영역이 아니었다.
밤이슬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잠깐 바람이라도 쐬고 오시죠.”
“이 밤에?”
“사람도 없으니 편할 겁니다.”
밤이슬은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베이올라가 하일리와 함께할 때는 몇 달이나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밤이슬이 작업을 도와준 다음에도 비슷했다.
그런 밤이슬의 말이기에 베이올라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베이올라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밤의 마을에 빛을 뿜는 건물은 그녀의 저택밖에 없었다.
달조차 구름에 숨었다.
강도조차 활동하지 않는 어둠을 거닐던 베이올라의 머리카락에 한 가닥 달빛이 떨어졌다.
베이올라가 고개를 들었다.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갈라졌다.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으로, 그리고 무수하게.
구름이 잘게 잘리고, 그 안에서 달빛이 나타났다.
‘검술.’
하늘을 베고 구름 사이 숨은 달을 끄집어내는 검술.
베이올라는 잘려 흩어지는 구름을 한참이나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완전히 사라지고 맑은 밤하늘이 드러날 때까지.
역사가 몸에 깃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