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84
제284화
밤하늘의 구름이 사라졌다.
마르의 마법도 아니고, 율란의 기적도 아니다.
단 두 명의 검사의 소행이었다.
휘두른 검에 담긴 역사가 하늘에 닿아 구름을 갈랐고, 무수한 검격은 구름을 잘게 잘랐다.
구름이 사라지며 드러난 달빛 아래서 용사와 도둑은 무기를 거뒀다.
“녹슨 것 같아?”
“영약이라도 먹었냐.”
“사랑?”
마왕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냅다 고백부터 한 인간다운 대답이었다.
젠장, 옆구리 시리다는 부하 놈들의 기분이 어떤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평생 이해 못 할 감정일 줄 알았는데.
아르고는 남쪽 지평선으로 시선을 돌렸다.
율란과 마르, 소일라도 똑같았다.
여기 있는 넷은 기본적으로 역사의 흐름을 느끼는 자들이었다.
“제자 안 들였다며?”
“내가 가르치진 않았어.”
“그렇게 빠져나가시겠다? 소일라, 저놈 놔둘 거야? 네 동생을 괴물로 만드는데?”
소일라가 손을 뻗자 새로운 술동이가 열리고, 저절로 움직인 술동이가 그녀의 잔에 술을 따랐다.
처음에는 음료라면 차와 우유밖에 모르던 그녀지만, 마르할의 수련으로 5년, 그리고 동부에서의 6년을 통해 속세에 물들었다.
“반쯤 제가 원한 일이에요. 원래 제가 그 아이를 감싸 주었어야 했으니까요.”
“그렇다면야.”
본인들이 괜찮다는데 어쩌겠는가.
저기서 용사와 자신의 검술을 흡수하고 있을 재능덩어리는 본인에게 일어난 일이 뭔지 알려나 모르겠지만.
마지막 잔을 비운 율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가 보겠습니다. 다음 만남에는 서로 무기를 들고 있겠군요.”
“그거 확실하지? 한 번만 막으면 된다는 거.”
“확실합니다. 제가 잘못되더라도 여러분이 끝을 보여주실 거 아닙니까.”
빛과 함께 율란이 사라졌다.
“나도 제자 얼굴이나 한번 보고 가야겠어.”
술에 취한 사람처럼 휘적이며 걷던 아르고가 어둠과 하나 되었고, 마르도 지팡이를 들고 일어났다.
바스타가 물었다.
“계속 거기 머물 거야?”
“누구랑 달리 나는 집도 없으니까.”
“눈 딱 감고 저지르면 어때?”
마르의 지팡이가 바스타의 머리를 때렸고, 소일라의 손바닥이 바스타의 등짝에 박혔다.
“마르할은 내 동생이야.”
“피가 이어진 동생은 아니지.”
재수 없게 웃는 바스타의 얼굴을 향해 마르는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가 바스타의 머리에 박히며 바스타의 발목이 땅에 박혔다.
“마족을 완성한 순간, 나는 인간의 자격을 잃었어.”
“언젠가, 누군가는 완성했을 물건이야. 그때 완성되었으니 막을 수라도 있었지.”
용사, 마법사, 성인, 도둑.
네 명의 괴물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기적의 시기였기에 마왕의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마족조차 사랑하고, 마족에게도 사랑받던 소일라가 있었기에 마족은 세상을 멸망시키지 않았다.
기적과 기적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였다. 누구도 마르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녀가 행동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기에.
용서할 자격이 있는 자들이 그녀를 용서해도, 마르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다.
마르가 생각하는 그녀의 죄는 용서로 사라지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마르의 지팡이가 땅을 두드렸고, 그녀의 모습 또한 사라졌다.
소일라가 바스타에게 다가갔다.
“하이고. 불쌍한 내 동생은 언제 행복해지려나.”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어도, 더는 불행해지지 않게 해줄 수는 있어요.”
“그렇지. 우리도 가자.”
바스타와 소일라의 모습이 사라졌다.
저주받은 땅에는 살아서 신화와 전설이 된 존재들이 즐긴 만찬의 흔적만이 남았다.
* * *
공국의 수도에는 불이 꺼지지 않는 성이 있고, 성에는 귀신이 산다.
뜬소문이 아니라 공국의 대신들도 인정하는 분명한 현실이었다.
공국의 왕 슈바벤 베르그번. 불야성의 백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더 선호하는 사내.
불야성의 백귀는 오늘도 불야성에서 업무에 한창이었다.
공국 내부는 공국의 역사상 가장 안정되어 있었다.
큰 전쟁이 터진 후에는 왕권이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백귀는 본인의 능력으로 내부의 적을 모두 정리했다.
제 자식까지 죽여 후계자 문제까지 해결한 철혈의 군주가 불야성의 백귀였다.
곡창지대가 열리고 풍부한 식량이 공급되기만을 기다리던 백귀였으나, 새로운 문제가 최근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공국에 창궐한 병과 성황국의 공격이 그것이었다.
“폐하, 이번 주만 다섯 명을 잡았습니다. 성황국의 공격이 날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성황국과 공국은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다.
공국에서 연원 불명의 고등 의학 지식을 공국 소속 의사들에게 무료로 풀고 있다는 정보에 성황국은 밀정을 파견했다.
잠입에 특화된 성기사는 물론이고 은밀 계통 기적을 익힌 전투 사제와 이단심문관까지.
군대만 동원하지 않았을 뿐, 군대와 비견되는 병력을 공국에 침투시켜 백귀가 가진 지식을 노렸다.
백귀도 곱게 당해주진 않았다. 교황이 성황국 최고의 인재라면, 백귀 또한 불야성을 만들고 스스로 귀신이 되기를 택한 비범한 인물이었다.
성황국이 군을 일으키지만 않으면, 밀정 따위는 10년도 막아낼 수 있다.
“의사들의 성과는 어떻지?”
“기존에 치료할 수 있던 병들은 대부분 치료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순수한 실력에 의한 치료가 아니라, 신비를 통한 치료인가.”
“그렇습니다.”
백귀는 눈을 감고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다.
한참이나 그러고 있던 백귀는 허리를 펴고 탁자 위에 양손을 겹쳐 올렸다.
돌연, 백귀의 머리 뒤편에서 빛이 나타났다.
재상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공개된 자리에서 백귀는 후광을 두른다. 그건 궁정 마법사들의 작품이지, 백귀 본인의 힘은 아니었다.
이 자리에 마법사는 없었다. 저건 백귀의 힘이었다.
“원래 작은 빛을 만드는 게 한계였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 마법사가 필요 없을 수준이 되더군.”
“마법사들에게 알리시는 게….”
“아직 아니다. 그 우둔한 것들은 조금 더 오만해져야 해.”
“…마법사들까지 정리하실 생각이시군요.”
“전쟁 영웅들까지 모조리 내버렸다. 왕가의 핏줄도 정리했다. 왕권을 위협한다면, 그들이 유일하지.”
불야성의 백귀 슈바벤 베르그번은 궁정 마법사들의 수작 따위 웃으며 짓밟을 인물이지만, 그의 아들은 아니었다.
후대를 위해서라도 백귀는 더 많은 역사와 더 많은 업적을 남겨 백귀의 이름을 공고히 해야 했다.
“의사들을 향해 지식 전수는 기존대로 진행하도록.”
“신비에 의존하는 의사는 마법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지식은 똑같은 과정으로 똑같은 결과를 내도록 해준다.
신비는 단 한 명만을 위한 특별한 힘이다.
신비를 사용하는 의사가 죽으면, 그 빈자리는 평범한 의사보다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재상의 말은 정론이었지만, 백귀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 그의 머리에만 있는 가설이지만, 오만이 뇌수까지 들어찬 마법사들을 참하고 그들의 가장 깊은 비밀을 들여다보면 뭐라도 하나 나오겠지.
“상관없으니 그대로 진행하라. 그리고 성황국은… 당하고만 있는 건 마음에 안 드는군. 지식 일부를 제국에 풀겠다. 적당한 수준으로 그대가 추리도록.”
“알겠습니다.”
제국에 공짜로 지식을 넘겨야 하는 건 아니꼽지만, 그걸로 교황의 머리털을 하나라도 더 뽑을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다.
백귀는 거대한 물체가 무너지는 환각을 들었다.
연합 전쟁 이후 아슬아슬하게 성립되었던 국가 간의 균형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전쟁이, 적어도 그에 준하는 무언가가 다가온다.
* * *
레이갈과의 만남을 마친 마르할은 몸으로 뛰어 가짜 마왕이 강림했던 도시에 돌아왔다.
반파를 넘어 완파된 도시가 있었다.
도시 건물들은 가짜 마왕이 마족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고, 그나마 남은 물건들도 마르할의 용오름에 섞여 모조리 조각났다.
마르할은 도시 바깥에서 부상자를 치료하는 알라실과 그녀 옆에 있는 마리나를 만났다.
마리나가 환영 마법을 덧씌운 왼눈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요? 이 눈으로도 안 보일 정도로 멀리 갔던데요.”
“세오닉 덕분에 잘 해결했어요.”
마르할이 도착한 건 싸움이 끝난 뒤였다. 세오닉이 아니었다면 조셉은 죽고 도시는 난리가 났을 것이다.
“세오닉이 여기 있다고요?”
“서부를 뒤지면서 유물을 찾는 게 원래 그들의 일이니까요. 그런데 마리나, 할 말 있지 않아요?”
마리나는 마르할의 눈을 피했다. 왼쪽 아래를 바라보며 발끝을 빙글빙글 돌려 원을 만들었다.
“뭐, 마린에게 들었어요. 정당한 대가로 받은 거라면 제가 떠들 일은 아니죠.”
“그… 그렇죠?”
“달은 바쁠 거예요. 최소 몇 달은 조용하겠죠.”
마르할이 가진 힘을 분석하고, 자기가 본 것을 황제에게 보고하는 일에만 한참이 걸릴 것이다.
마르할이 보여준 힘은 개인의 영역이 아니다.
군대와 국가를 홀로 멸할 힘. 그런 변수가 나타났으니, 죽도록 바쁘겠지.
“…별은 알아서 하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맞아요. 그게 시험이거든요.”
“시험? 누구의?”
“하늘조차 시험대에 올리지 못하는 실라나티엘을 시험대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어요?”
“…설마.”
“증명하면, 인정해 주겠대요.”
마리나는 왼쪽 눈가를 만졌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마르 실라나티엘의 기분에 따라 처분당하는 상상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여기까지 와서 마르 실라나티엘 본인의 인정이라니?
흥분보다는 당혹이 앞섰다.
“어째서요? 그 사람에게 저는 도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훔치려는 주제도 모르는 도둑이죠.”
“나중에 본인에게 물어봐요.”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제가 진짜 실라나티엘이 된 후로 미룰게요.”
“가볼게요.”
마르는 근처에 주인 없는 말을 대강 타고 떠났다.
달이 별과 연락하면, 별은 다시 그녀를 붙잡으려고 움직일 것이다. 마리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르할은 부상자를 치료하는 알라실을 한참이나 기다렸다.
중간에 왜 데려가지 않았냐고 항의하는 엘리제의 콧등을 한 대 때려준 것 말고 특별한 일은 없었다.
부상자와 병자 치료는 밤까지 끝나지 않았다.
넘쳐나는 장작으로 불을 피운 모닥불이 도시에 가득했다.
주운 식재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나눠주던 마르할에게 건장한 노인이 다가왔다.
“셰르멜. 여기 있었어요?”
“여기서 조금 더 동쪽입니다. 말을 세 마리나 죽여가며 달려온 보람이 있었군요.”
“다곤은 만나봤어요?”
“그 쥐새끼는 언제까지 살려두실 겁니까?”
셰르멜은 아프란체 출신이었다.
아프란체 하수구의 괴물을 잡기 위해 파견될 예정이던 사람이기도 했다.
마족의 침공으로 하수구의 괴물을 붙잡지는 못했지만, 괴물에게 죽은 사람의 숫자와 괴물이 사람을 죽인 방법까지 모두 아는 사람이었다.
“다곤은 필요해요. 그리고 서부에 있는 다른 쓰레기들과 비교하면 양호하잖아요?”
“후우… 부정은 못 하겠군요. 제 마지막 임무라 미련이 남나 봅니다.”
마르할이라는 목줄이 있는 다곤은 아프란체 시절처럼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
다곤 정도면 재미로 사람을 썰어대는 강도와 마적이 넘쳐나는 서부에서 비교적 얌전한 편이었다.
“그보다, 이 도시 어때요?”
“망했군요.”
가짜 마왕이 강림했던 장소 중심으로 광범위한 범위에는 서부 황야처럼 흙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저래서야 찌꺼기를 모아 임시 건물을 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터 자체는 나쁘지 않죠. 경계와의 거리도 멀지 않고요. 여길 전초기지 삼으면 어때요?”
“몇 명을 주둔시킵니까?”
셰르멜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는 군대를 지휘하고 전쟁의 승패를 재는 냉정한 장군의 눈으로 도시를 바라봤다.
“몇 명이 적당할까요?”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알레스 대신 온 사제 두 명의 정보는 이미 알죠?”
“레귈. 은밀히 마족과의 전쟁에도 참전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사제 주제에 성기사와 맨손 격투까지 가능하다더군요. 다른 한 명은 반히신. 교황청 도서관 총관리였던 남자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교황청에서 일했으니, 미친 광신도인 건 분명합니다.”
마르할이 모를 리 없는 정보지만, 장군으로서 몸에 새겨진 습관이 그의 입술을 움직였다.
“셰르멜 주도로 그들이 이끄는 병사를 막아야 한다고 가정하면요?”
“병사 3천 명. 그리고 저쪽과 대등한 전력의 초인이 필요합니다.”
“조셉의 합류를 가정하고 도시를 재건해줘요. 지주와의 협상은 제가 끝내둘게요. 자금은 무제한. 최대한 빠르게 복구해요.”
“알겠습니다.”
셰르멜이 함께 온 부하 몇 명에게 명령을 내렸고, 얼마 안 있어 수백 명의 장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자 치료를 끝낸 알라실이 마르할에게 다가왔다.
“대강 끝난 모양이네요. 우린 뭐 해요? 다시 마족 사냥?”
“돌아가야죠. 연합하고 안체가 본격적으로 전쟁 준비를 시작했을 거예요.”
“남부에 나타나는 마족들은 어쩌고요?”
알라실의 무력은 평범의 범주를 한참이나 초월했다.
가짜 마왕을 제외하더라도 남부에는 그녀조차 애먹는 마족이 가끔 출몰했다.
그런 놈들이 나타나 남부를 휘저으면 막을 사람이 없었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대리인을 구했어요.”
“당신보다 뛰어난 인간이 세상에 있다고요? 용사 일행 네 명의 역사를 계승한 사람보다 더한 인간이?”
“제 스승이라면 저보다 뛰어나지 않겠어요?”
알라실은 바로 답을 찾았다.
마법사가 이런 일에 움직일 것 같지는 않고, 성인은 성지에 있다. 도둑의 거점이 제도라는 건 유명했다.
남는 건 한 사람밖에 없었다.
“…용사? 정말요?”
“어쩐지 움직일 마음이 든 것 같거든요.”
마르할은 북쪽 하늘을 보았다.
두 명의 인간이 뿜어낸 무수한 신비가 끝도 없이 위로 올라가는 아득한 저 상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