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86
제286화
아젠만은 많은 정보를 보고받는다.
그가 거느린 정보 조직이 특별한 건 아니다.
기껏해야 일류와 이류 사이에 발을 걸친 놈들이었다.
아젠만 수준이 되면 일류 정보원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그런 존재였다.
대신 아젠만은 막대한 양의 보고를 받는다.
아젠만은 정보들 사이에서 흐름을 읽었다.
“성황국이 전쟁을 준비하는군.”
“빌어먹을 재상! 그걸 꼭 내 앞에서 말해야겠나!”
아젠만의 손님으로 왔던 칼로스가 길길이 날뛰었다. 육중한 그의 몸과 볼살이 푸르르 떨렸다.
서부를… 서부만이 아니라 동부까지 날려버릴 화약을 여기서 터뜨리면 어쩌자고!
“내가 왜 재상인가. 공국 재상은 엄연히 따로 있고, 난 재상 근처에도 가본 적 없거늘.”
“앉은 자리에서 백귀를 불러내고, 백귀에게 직접 의견까지 전달하는 인간을 재상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나. 부디 알려줬으면 싶군.”
“그래서, 귀중한 초인까지 넘기며 날 만나려고 한 이유는?”
아젠만의 시선이 칼로스를 향했다.
무수한 사선을 넘은 기사도 아젠만 앞에서는 긴장한다. 칼로스는 아젠만의 눈빛에도 전혀 겁먹지 않았다.
아젠만이 대지주라면, 그는 대상회의 주인, 대상인이었다.
활약하는 분야는 달라도 아젠만과 동급의 길을 걸은 인간이었다.
“무기왕이 판 무기들. 어떻게 처리할 거지?”
“고작 그걸 물으러 왔나?”
“고작이라는 말로 끝날 게 아니다. 가장 많은 초인을 낙찰받은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흠. 그 정도는 추적하나.”
마르할은 이마릴의 세력 대부분을 노예로 팔아넘겼다.
특히 초인은 한 명도 남김없이 몽땅 경매에 넘겼다.
제국 유명 유파와 기사 가문의 수련법이 서부에 풀렸고, 다양한 대리인을 세워 가장 많은 초인을 구매한 사람이 아젠만이었다.
칼로스가 만나고 싶지 않은 아젠만을 찾은 것도 그 이유였다.
칼로스는 자신의 본질을 잊지 않았다.
마족과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멀쩡한 무기를 주워다 팔았다. 자본금을 모은 다음에는 대장간과 계약했고, 지금도 그는 자신을 무기 상인이라 생각했다.
무기.
광범위한 말이다. 일반적인 무기라 말하면 검과 창, 활 등을 떠올리지만, 암살자들은 일상 모든 물건을 무기로 개조해 사용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무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초인들도 훌륭한 무기다. 그리고 초인들의 수련법은 무기를 만드는 방법이다.
“작은 제국은 초인들의 내전으로 힘이 깎였다. 당신이 주도한 일이지.”
“유파란 참으로 독특한 집단이지 않나?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지식이 본체라니.”
아젠만은 구입한 초인들 몇을 작은 제국에 적선하듯 던졌다.
작은 제국에는 제국에서 파견된 유파와 기사 가문의 분파가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아젠만이 뿌린 미끼를 훌륭하게 물었다.
이마릴이 끌고 온 초인들은 하나같이 제국에서도 인정해주는 일류들.
일류 유파의 수련법을 두고 눈이 돌아가지 않을 초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작은 제국의 초인과 작은 제국에 머물던 지주들, 심지어 연합 사람들도 상당수가 끼어든 난장판이 벌어졌다.
“그래, 자네가 물으려는 건 이거겠지. 같은 행동을 반복할 마음이 있나? 내가 무기를 이상하게 휘두르면 자네 사업에도 문제가 생길 테니까. 무기 판매는 여전히 신통치 않은가?”
“시세보다는 약간 덜 받아도 팔린다. 수요가 넘쳐나니까.”
“만약 내가 자네의 새로운 사업을 방해하려 한다면, 어쩔 거지?”
“적당한 사람한테 싼값에 넘겨야지. 네루, 뤼겐, 유렐, 하일리 쪽도 의사 타진을 해오더군.”
가장 많은 초인을 구입한 아젠만은 팔다리 힘줄이 잘린 초인을 정치 무기로 사용하려 하고, 칼로스는 초인을 하나의 무기로 팔아 돈을 벌려 한다.
교묘하게 둘의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 그래서 칼로스는 아젠만을 찾아왔다.
“자네가 산 초인들도 팔 생각 없나? 값은 후하게 쳐주지.”
“최소 두 배.”
“흠. 그건 부담되는군.”
아젠만은 서류로 눈을 돌렸다. 값이 얼마가 됐든 구매할 마음이 없다는 태도였다.
“나에겐 다른 방법도 있다.”
“들어는 보도록 하지.”
“그들을 치료해 고용한다.”
“초인을 병신으로 만드는 작업은 신중히 행해지지.”
일반인은 힘줄을 하나만 끊어도 반병신이 되지만, 초인은 힘줄을 가닥가닥 끊고 뼈도 부러뜨린다. 필요하다면 간단한 저주까지 걸어 아예 병신을 만든다.
재생력 뛰어난 초인들은 잘린 힘줄을 스스로 회복해 주인을 죽이고 도주하는 일도 있고, 손짓으로 신비를 발휘하는 초인은 힘줄을 잘라도 사람 몇 명 죽여버릴 힘은 가지고 있다.
힘줄이 잘린 다음 신비를 얻어버리는 초인도 있었다.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초인을 한없이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래서 노예로 팔리는 초인들은 일반 사제는 치료할 엄두도 내지 못할 병신이 되어 팔려나간다.
아젠만은 묻고 있었다.
네게 그걸 치료할 수단이 있느냐?
칼로스가 답했다.
“성녀가 복귀한다.”
“칼로스, 자네와 직접 만나는 건 8년 만이군. 여전히 돈 말고는 관심이 없군.”
“무슨 뜻이지?”
“사제 탄압, 종교 박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 성황국의 농간에 가족을 잃은 사람이 언제 미쳐서 교회에 불을 질러도 이상하지 않아. 실제로 몇 번이나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 하지만 교회는 멀쩡해. 교회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 것 같나?”
“…무기왕.”
“초인이라는 무기를 판 것도 무기왕이고, 은근히 이 상황을 조장한 것도 무기왕이지. 그 무기왕이, 자기가 판 무기가 자신을 향하는 걸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나?”
“장사도 방해해 전력으로 써먹지도 못해, 막대한 돈을 들인 상품을 그냥 지식 창고로만 쓰라고?! 그것도 평생을!”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칼로스도 깔끔하게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닥 난 힘줄도 힘들이지 않고 붙일 수 있는 성녀가 있다.
제국에서도 이름 날린 유파와 가문의 초인 수십 명을 전력으로 확보할 기회를 그냥 눈 뜨고 날리라고?
칼로스의 상회는 역사가 없다.
그가 가진 무력은 고용한 용병과 방랑 기사가 전부이며,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자들도 아니었다.
병신이 된 초인을 치료해주고, 그 대가로 계약하면 유파를 몇 개나 거느린 대상회가 만들어진다.
상회의 말만 듣는 직속 초인 부대.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세를 유지한 대상회들이나 가진, 상회가 가질 수 있는 무력의 정점이었다.
돈을 못 벌면 다른 부분으로 이익을 내야 하는데, 그것도 포기하라고?
칼로스가 뒤뚱거리며 일어났다. 그가 앉았던 의자가 끼익 울었다.
아젠만이 칼로스의 등에 대고 말했다.
“꼭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네. 그러다 죽는 것도 제 운명이겠지. 그전에 내가 처음 한 말을 돌이켜보는 게 좋을 거야.”
“성황국, 전쟁. 빌어먹을.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돈을 받아야 했어!”
“하지만 돈을 낸 건 자네지. 모르면 당한다. 이게 장사 아니겠나?”
“빌어먹을 재상! 빌어먹을!”
아젠만이 흐릿하게 웃었다.
칼로스는 성큼성큼 바닥을 울리며 방에서 나갔다.
“머리가 돌아가는 친구들은 이래서 편해.”
곡창지대에서는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일 것이다. 어쩌면 시작했을지도 모르고.
칼로스는 전쟁이 끝난 후의 보험이다. 자신에 비하면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아주 바보는 아니니 성황국에 맥없이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젠만은 삼중으로 잠금장치가 달린 서랍장에서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냈다.
서부 탐색을 나갔던 용병이 습득한 물건으로, 용병은 이게 무슨 책인지도 몰랐다.
알았다면 헐값에 팔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목 국가이자 용병 국가인 안체는 의뢰받을 상대를 가려야 했고, 의뢰 대상을 가릴 방법이 필요했다.
이 책이 그 방법이다.
안체 대족장이 가졌다는 서부 은원록.
다른 말로 서부 권력자들의 인명록.
안체 출신들도 정확한 정보를 모르는, 안체의 전설과 같은 물건이었다.
마르할의 혈통을 두고는 말이 많았다.
서부 귀족인 건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였지만, 어느 집안 자식인지 확실한 정보가 없었다.
마르할이 가진 지식의 넓이와 깊이는 바체아 제국 황족이라도 가질 수 있을지 어떨지 의문스러웠으니까.
아젠만은 답을 찾았다.
‘서부에 그놈 같은 괴물을 만들어낸 가문은 없다.’
그만한 천재가 있다면, 서부가 망하기 전부터 소문이 돌아야 했다. 아젠만은 서부를 뒤흔든 어떤 천재의 소문도 듣지 못했다.
이름도 능력도 알려지지 않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
책은 안체어와 바체아 제국어가 뒤섞인 암호로 적혀 있었다.
바체아 제국어는 알고 있었고, 아프란체와 케티아 언어와 계통이 비슷한 안체의 언어도 배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젠만은 책의 한 부분을 펼쳤다.
[바체아 제국 황실 가계도]바체아 제국 황실이 남아 있다면, 위험 서적으로 분류할 내용.
책을 더듬던 아젠만의 손이 한 장소에서 멈췄다.
첫째 황자의 이름 옆에 있는 부자연스러운 공백.
아젠만은 책을 작성한 사람의 필체와 옆 글자와의 공백을 가늠해 그 안에 들어갈 문자를 채웠다.
섬세하게, 원주인의 필체와 최대한 비슷하게.
글자 몇 자를 적는 일에 아젠만은 혼신의 힘을 담았다.
땀 몇 방울이 책상과 책에 떨어졌다. 책에 떨어진 땀방울이 잉크와 섞이며 책의 내용을 지워냈지만, 아젠만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의 모든 정신은 공란과 공간에 채워지는 글자에 집중되었다.
천천히 공백이 채워졌다.
딱 맞다.
글자 주인의 습관과 필체, 그리고 책의 모든 부분과 맞아떨어졌다.
아젠만의 입이 크게 찢어졌다.
그는 일생의 작품을 완성한 예술가처럼 책을 높이 들었다.
집무실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아젠만이 채운 공백을 비추었다.
[마르할 무느두스]그가 채운 공백의 이름이었고.
사라진 역사였으며.
세계의 구원자들이 역사 뒤편으로 감춘 진실이었다.
* * *
뇌리를 찌르는 위화감에 마르할은 고개를 들었다.
옆에 있던 스트레킬이 물었다.
“무슨 일 있나?”
“스트레킬은 존재하지 않는 걸 생각할 수 있어요?”
스트레킬이 눈살을 찌푸렸다.
“존재하지 않는 걸 생각한다? 생각하는 시점에서 그건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렇죠. 그런데 그걸 해낸 사람이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약간 다르지만, 맥락은 거의 같다.
“대단한 사람이군. 일에 차질은 없나?”
“괜찮아요.”
“그럼 됐군.”
누군가 잊힌 이름을 세상에 꺼냈다.
봉인이 풀릴 수준은 아니지만, 이름을 발굴한 자가 악의를 가지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봉인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세상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려는 마르와 바스타도 봉인에는 움직여야 한다. 봉인이야말로 마르할이 가진 계획의 핵심이니까.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나.’
잊힌 이름을 꺼낼 능력을 가진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전쟁이 끝난 후 차근차근 후보들을 만나보면 될 일이다.
정 안 되면 잠깐 오동나무 관을 꺼내도 되고.
봉인 일부를 토지에 떠넘기며 마르할의 선택도 많이 늘었다.
그렇기에 마르할은 현재 일어나는 일에 집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유렐과 베이만 안 죽으면 된다. 맞나?”
“일단 거래였으니까요. 세오닉이 쌓은 역사는 무시할 게 못 되거든요.”
결정적으로 소일라의 뜻을 잇는 사람이다.
세오닉과 한 거래는 되도록 지킬 생각이었다.
“베이가 난리를 치겠군.”
“그것까지 거래 조건이죠. 유렐도 여기서 버리긴 아깝고요. 베이를 막을 수는 있겠어요?”
마르할의 바람으로 몸을 숨긴 스트레킬은 군대의 가장 앞에 있는 베이올라의 모습을 확인했다.
베이올라는 스트레킬이 입던 것과 비슷한 장식이 들어간 여성용 전신 갑옷을 입고 군대의 가장 앞에 있었다.
“저 갑옷, 스트레킬 거하고 비슷한데요?”
“같은 장인이 만들었겠지.”
“성능도요?”
“아니. 내 것보다 나아 보이는군. 내 갑옷은 전쟁 통에 만들어진 물건이라서 빠진 게 많다 했다.”
“막을 수 있어요?”
“아직 제자한테 밀릴 나이는 아니지.”
스트레킬이 손을 앞으로 뻗었다.
흐르는 철이 그의 피부를 감싸며 갑옷이 되었다.
전쟁이 코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