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88
제288화
전쟁을 막으려는 마르할을 막기 위해 남쪽으로 갔던 메라는 성과 없이 귀환했다.
그의 최종 목적은 성녀를 신으로 만드는 것이었고, 남쪽에서 그는 마족을 잡는 성녀의 소문을 들었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무려 마족이다.
성인이 아무리 뛰어난 기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들, 마족이 없었다면 그가 인외라 불리며 경외의 대상이 되었을까?
인간이 있는 한 전쟁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지만, 마족은 언제 나타날지 몰랐다.
도시로 복귀한 메라를 기다리는 건 날카로운 사제의 눈초리였다.
반히신, 이 도시의 새로운 주인. 레귈은 무력이 필요한 외부 활동을 주로 하니, 실질적인 도시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건 이 남자였다.
“전쟁을 일으키러 간 거 아니었습니까?”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에 돌아왔습니다. 어차피 성녀님이 활약할 장소는 많지 않습니까.”
전장에서 부상자를 치료하며 역사를 쌓을 거라면 안체와 연합의 전쟁이 있다.
남북 전쟁과 달리 이쪽은 막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서로의 정체성이 전쟁에 걸려 있는 탓이었다.
“교황청이 직접 내린 명령이었습니다. 당신이라면 레이갈을 암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죠. 전 당신의 기록을 압니다. 그것 말고도 당신에겐 전쟁을 일으킬 방법이 많았을 겁니다.”
“그렇긴 합니다.”
메라는 반히신과 둘이 대면하는 게 처음이었다.
그는 반히신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행정 능력은 알레스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교황청 소속 인형. 인형에게 인간다운 판단을 바라는 건 무리였다.
반히신이 음침하게 웃었다.
“교황청의 복귀 명령서입니다. 꼴좋군요. 당신 같은 사람이 서부의 요충지를 제 맘대로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지금 바로 복귀하겠습니다.”
메라는 반히신의 손에 들린 명령서를 받았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냥 최대한 빨리 돌아오라는 명령이었다.
교황청의 대처를 보면 성녀의 일은 당분간 그에게 맡겨둘 분위기였다.
그걸 이리 가볍게 뒤집어 복귀 명령을 내리다니?
객관적으로 메라는 유능한 이단심문관이었지만, 현 동부에 그의 힘이 꼭 필요한 일은 없었다.
‘신과 관련된 일인가.’
메라는 자그마한 희망을 품고 귀향길에 올랐다.
* * *
셰르도와 말리바 리시는 동등한 권한을 가진 연합군 지휘관이었다.
말리바 리시는 연합 대표로 제국에서의 직책을 높이 사 지휘관이 되었고, 셰르도는 1만이 넘는 공국군 대표였다.
그들 앞에서는 마법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이 있었다.
셰르도가 물었다.
“저거 보이나?”
“공국의 세공 기술은 제국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공국 장인이 만든 망원경을 눈에 댄 말리바 리시가 말했다.
“져야 하는 전쟁이 한 번의 회전으로 승리할 판이다. 달리 방법이 있나?”
“다른 쪽에서 만 단위 사상자가 나와도… 저거라면 혼자 적진을 쓸어버려도 이상하지 않겠군요.”
그들의 시선 끝에는 마법사 한 명만 달랑 달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베이올라가 있었다.
날아오는 마법을 검으로 잘라내며 달려가 적 선봉을 뚫어냈다.
아니, 적이 스스로 길을 비켰다.
베이올라가 홀로 적진을 뚫는 동안 다른 쪽은 극히 정상적인 전장이 펼쳐졌다.
각성제를 먹은 말이 숨이 다하며 쓰러졌고, 말에서 내려 발로 달리는 초인들에게 마법과 화살과 포탄이 쏟아졌다.
포탄의 숫자가 몇 없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마법에 휘말려 죽는 초인들을 보는 지휘관들의 심정은 편치 않았다.
숲의 은둔자와 만년설 산맥의 힘까지 빌렸는데 유렐이 이끄는 신비 추적자의 마법을 완전히 상쇄하지 못했다.
소모품인 포탄과 달리 마법은 마법사의 정신력만 채워지면 평생을 쏠 수 있다. 전쟁이 길어져 좋을 게 없다.
“패배가 정해진 전쟁이라도, 이건 좋지 않군요.”
“계책이 있나?”
둘은 이기기 위해 전쟁에 참가한 게 아니었다. 둘의 목적은 패배였다.
말리바 리시는 마르할과의 거래를 위해, 셰르도는 이번 전쟁을 끝으로 마르할에게 받은 빚의 청산을 제의받았다.
셰르도가 챙겨야 하는 건 공국군이 아니라 그를 믿고 멸망한 서부에서부터 따라온 부하들이었다.
한 번의 패배로 마르할 같은 위험인물에게 진 빚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공국군 몇 명 던져주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상쾌한 기분마저 있었다.
마족이 밀려올 때 공국은 서부 출신들을 가장 먼저 미끼로 던졌다.
서부의 걸출한 인물들은, 그 스트레킬과 비슷한 군공을 세운 자들조차 공국의 미끼로 희생되었다.
토지 경주에 서부 출신 걸물의 숫자가 적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
패배를 위한 전쟁이지만, 전멸은 안 된다.
승리에 영광이 따른다면 패배에는 책임이 따르고, 둘은 책임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연관 없는 두 사람은 그런 마음으로 손을 잡았다.
“저쪽도 대비를 했군요.”
“그 남자의 일이다. 대책이 없을 리가 없지.”
두 사람이 본 건 베이올라 앞을 가로막은 마린이었다.
적 진영을 가로지르며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괴물이 드디어 멈췄다.
베이올라를 뒤따르던 마법사가 번개로 된 늑대를 만들어 신비 추적자를 견제했다.
“저희는 원래 계획대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공국군을 움직이지.”
서로의 가장 강한 무력이 묶였다. 숫자와 병사의 질은 이쪽이 약간 더 앞선다.
‘이길 수 있는 전쟁에서 패배해야 하다니. 이런 날도 다 오는군.’
저기 왕궁에서 정치나 하고 있을 법한 자들의 판단이다.
‘책임질 게 많아지니 나도 그들과 같아진 건가.’
회의감을 안고 셰르도는 병사를 움직였다.
* * *
저기 있는 건 하나의 성채다.
마린은 처음부터 전력을 꺼냈다. 유물을 양손에 들고, 광전사의 역사를 사용했다.
마린과 베이올라는 동시에 움직였다.
마린은 베이올라의 검을 막으며 반대쪽 손으로 베이올라의 어깨를 노렸다.
마을에 돌아갔던 아주 잠깐을 제외하면 마린은 곡창지대에 있는 그녀의 토지에서 노예들을 관리하며 도둑의 기술을 갈고닦았다.
도둑의 비의는 살인 기술이 전부가 아니었다.
도둑의 진가는 그가 귀족과 유파, 상회를 털며 얻은 그들의 각종 비법이었다.
사람을 관리하는 일에는 그 비법이 다종다양하게 필요했고, 마린은 도둑의 역사를 상당히 이어받았다.
마린은 철을 벤다. 그것 말고도 도둑의 여러 기술을 익혔다.
까강. 어깨를 향하던 단검이 베이올라의 손에 잡혔다.
철을 베는 검이 철로 된 장갑에 막혔다. 마린은 장갑을 감싼 힘을 느꼈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 고생한 보람이 있지.
양손이 묶였다. 마린과 베이올라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발을 뻗었다.
정강이와 정강이가 충돌하며 굉음이 퍼졌다. 세 개의 신비가 타격의 충격을 흘리고 마린의 몸을 지켰다.
여기까지도 상정했다.
불가능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주는 베이올라의 신비는 근접전에서는 가히 무적에 가까웠다.
마린은 양손에 든 검을 모두 손에서 놓았다.
마린은 맞닿은 정강이를 통해 베이올라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동시에 한 손은 베이올라의 머리로, 한 손은 복부로 가져갔다.
둘은 스트레킬에게 기초를 배웠고, 스트레킬은 검에 얽매이는 검사가 아니었다.
베이올라도 똑같이 검을 포기했다.
머리로 오는 손은 손목을 낚아챘고, 배로 오는 건 팔로 막았다.
갑옷을 뚫고 팔이 뼈까지 울렸다.
전신 갑옷을 입은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다.
마린이 가진 신비는 아니었다.
도둑의 기술이다. 그걸 인식함과 함께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
찢겨나가는 구름과 하늘을 찢어버리는 검격.
한계를 모르고 무한하게 이어지던 역사의 편린이 마린에게서 느껴졌다.
‘역시 그건 도둑과 용사의….’
잠깐의 잡념을 마린은 놓치지 않았다.
맞닿고 있던 정강이가 솟구쳤다. 무릎이 베이올라의 옆구리를 때렸다.
전신 갑옷이 우그러들고, 충격이 내장까지 전해졌다.
아프다. 눈물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익숙한 고통이었다.
스트레킬과의 대련에서는 맞아 땅을 구르는 게 일상이었다.
베이올라의 시간이 한층 더 느려졌다. 그녀는 옆구리와 허벅지 근육을 억지로 움직여 갈 곳 잃고 허공에 떠 있던 발을 움직였다.
억지로 몸을 비튼 발차기가 마린의 골반에 꽂혔다.
골반을 으스러뜨릴 위력의 공격이었지만, 몇 개의 신비가 발을 가로막으며 충격을 줄였다.
옆으로 날아간 마린이 자세를 잡으며 일어났다. 아직 허공에서 떨어지지 않은 단검이 날아가 그녀의 손에 잡혔다.
베이올라도 떨어진 검을 주웠다.
한 손으로 잡은 검을 늘어뜨리고, 과정이 생략되었다.
마린을 제외한 모두가 베이올라의 검이 휘둘러지는 걸 보지 못했고, 그녀를 중심으로 커다란 반원이 그려졌다.
사람 수십, 마법사 셋이 가슴이 반으로 갈라졌다.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신비 추적자는 얼이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마린과 베이올라가 움직였다.
마린이 던진 수십 개의 암기를 베이올라가 검과 손으로 막아냈고, 허공에 몸을 날린 마린은 다리를 자르려는 베이올라의 검을 밟고 그 위에 섰다.
신발에 달린 작은 암기가 투구 사이의 틈을 노려 발사되었고, 베이올라는 고개를 약간 움직여 눈가리개로 암기를 막았다.
베이올라는 검에 올라탄 마린을 날릴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고, 마린은 검에서 내려오며 역수로 쥔 단검으로 베이올라의 양어깨를 내려찍었다.
베이올라는 다시 검을 놓고 양손으로 마린의 손목을 잡았다. 그대로 손에 힘을 줘 손목을 부러뜨리려는 순간 마린의 발이 그녀의 다리를 후렸다.
뼈에 금이 갔다.
베이올라도 손해만 본 건 아니었다. 기어이 마린의 손목 하나를 부러뜨렸다.
베이올라는 떨어진 검을 발끝으로 차 낚아챘다.
그녀의 시간이 느려졌고, 베이올라는 느려진 시간 속에서 검을 휘두르려 했다.
이번에도 과정이 생략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졌다.
마린이 하나 남은 손으로 베이올라의 검을 막았다. 한 손으로는 힘이 모자라 반대쪽 팔로 힘을 더했다.
검이 지나간 궤적 끝에서 이미 병사 몇 명의 몸이 갈라지고 있었다.
“미친년이 진짜.”
“비켜.”
“싫다면?”
마린이 팔의 각도를 살짝 비틀었다. 옷을 뚫고 나오는 기이한 형태의 암기에 베이올라가 팔을 들었다.
마린은 뼈에 금이 간 베이올라의 다리를 향해 다시 발을 뻗었고, 이번에는 반응한 베이올라의 무릎에 막혔다.
마린과 베이올라의 전투는 일반인의 눈으로는 따라잡기도 힘든 속도로 이어졌다.
같은 스승을 두고 있기에 둘의 싸움은 비슷했고, 무수하게 호흡을 맞춘 경험으로 서로의 방법을 이해하고 있었다.
용사와 도둑, 두 사람이 갈라지며 생겨난 차이가 서로의 몸에 상처를 늘렸다.
베이올라가 싸우는 동안 밤이슬도 놀지 않았다.
그는 병사들 사이에 숨어 유렐과 신비 추적자들을 향해 백 마리가 넘는 번개 늑대를 풀었다.
번개 늑대는 효율적인 제압으로는 신비 추적자 안에서도 최고의 마법이었다.
번개 늑대처럼 간단하게 상대를 기절시키는 마법은 저주 종류에서도 흔하지 않았다.
방어에 집중한 마법사들은 쉬이 움직이지 못했고, 검술과 마법을 함께 익힌 유렐이 밤이슬을 찾았지만, 유렐도 자유롭게 움직일 처지는 아니었다.
저기 땅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며 날뛰고 있는 누이동생이 노리는 사람이 유렐이었다.
약간의 틈만 보여도 수십 명을 절단한 무시무시한 검이 그의 몸통을 노릴 것이다.
베이올라가 뚫어둔 길을 힐끔 확인한 유렐은 속으로 혀를 찼다.
붉은 해골이 그려진 옷을 입은 용병들이 정면으로 달려왔다.
베이올라가 절대 고용하지 않는다던 붉은 해골 용병단이었다.
베이올라의 일방적인 원한에서 비롯된 관계이니, 베이올라만 허락하면 계약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저놈들이 베이올라를 돕겠다고 사지에 들어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군대로도 막지 못하는 베이올라 같은 인물이 아닌 이상 군대 사이에 고립되면 살아 나갈 방법이 없다.
상식적으로 보면 저들을 무시해야 옳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어서 유렐은 저들을 무시하지 못했다.
밤이슬을 찾던 유렐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땅으로 한 줄기 신비가 이어졌다. 두개골을 이용한 마법에도 뒤지지 않는 위력의 마법이 온다.
한 번에 수십 개의 불덩이를 만들어내는 마법과 달리 집중된 하나의 힘이었다.
유렐도 처음 보는 마법이지만, 황궁 마법사들에게 지식으로는 들었다.
“뇌격? 공국 씨발 놈들아!”
유렐이 답답함에 소리쳤다.
신비는 완성되었고, 그가 막을 방법은 없었다.
모든 일이 찰나에 일어났다.
마족조차 몰아내는 낙뢰가 마린과 베이올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뒤엉켜 싸우던 둘은 동시에 하늘로 검을 휘둘렀고, 번개가 만든 그림자 안에서 그림자로 된 검이 삐죽 튀어나왔다.
번개가 만들어낸 마린의 그림자, 마린과 베이올라 두 사람의 사각에서 튀어나온 검은 마린의 심장을 관통하고 베이올라의 목을 감싼 갑옷에 막혔다.
베이올라와 마린의 눈이 마주쳤다.
고통이 몰려오기 전 경악으로 크게 뜬 마린의 눈이 보였다.
베이올라는 가슴이 답답했다.
유렐을 죽여야 한다. 하지만 죽여선 안 된다.
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마린과 싸우며 미뤘다.
망설여선 안 되는 결정을 망설였다.
그 결과가 그녀 앞에 있었다.
나타났을 때처럼 은밀히 그림자 안으로 돌아가는 검. 구멍 난 가슴. 흐르는 피.
또 친구를 잃는다.
피 공포증에 걸리며 황족으로 누릴 수 있는 것 대부분을 잃었다.
제국에서 그녀를 지탱해주던 유일한 친구를 잃었다.
이번에는 서부에서 생긴 친구까지 잃는다.
모든 걸 잃고 끝날 인생이라면, 적어도 하나는 욕심내어도 되지 않을까.
적어도 원수의 목숨 하나는.
베이올라가 손아귀에 힘을 줬다.
번개를 벤 검에 신비가 깃들었다.
근처에 있던 병사들도 알아차릴 강대한 힘의 흐름이 그녀의 손에 잡혔다.
휘둘러지던 검이 멈췄다.
기척 없이 나타난 마르할이 한 손에 든 검으로 베이올라의 검을 막았다. 반대쪽 손으로는 쓰러지는 마린의 허리를 감았다.
뒤늦게 분 바람이 잔잔하게 퍼지며 병사들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