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9
제29화
말을 재촉하진 않았다. 굳이 빠르게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제일 급한 건 레벨라의 상처지만, 마르할이 덧나지 않도록 고쳐뒀다.
돌아가 사제에게 치료받으면 된다.
한 차례 멸망했던 땅 곳곳에 붉은 깃발이 보였다. 깃발 주인이 정해지면 개발이 시작될 것이고, 새로운 마을도 생길 것이다.
그때가 되면 또 서부에 한차례 피바람이 불겠지. 그리고 피는 돈이 된다.
‘쏠쏠하게 벌 수 있겠어.’
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특히 서부에서는 언제 돈 쓸 일이 생길지 모른다.
“워워.”
마르할이 말을 멈췄다.
말에서 내린 마르할은 금화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힘껏 던졌다.
신비를 품고 날아간 금화는 긴 포물선을 그리며 황야에 있던 수많은 하이에나 중 한 사람의 머리에 명중했다.
노발대발 소리 지르던 남자는 마르할을 발견하고는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말을 몰아 마르할 앞으로 달려왔다.
“헤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헤벌어진 입술 사이로 빼꼼 보이는, 빠진 앞니 두 개가 멍청한 인상이다. 덕분에 초면인 사람 대부분이 남자를 무시하고, 그러다 골로 가곤 한다.
개척촌 일대 용병들의 불법 의뢰 알선. 그게 남자가 하는 일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얼마나 동원할 수 있어요?”
“서로 알면서 그러시나. 주는 만큼.”
“제국 기사. 숫자는 열 명 안팎.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와 함께 토지 경주에 참가했어요. 서부에서 나가기 전에 모두 처리해요.”
“제국 기사라… 공짜로도 일할 놈들이 많겠어. 예산은?”
“무제한. 대신 실패하면….”
“그럴 리가 있나! 무제한 예산으로 실패하면 업계의 수치! 당장 혀 깨물고 죽어야지!”
남자 눈이 빛이라도 뿜을 듯 번쩍였다.
다년의 경험으로 남자는 안다. 마르할이 무제한이라고 하면 진짜 무제한이다.
돈을 끝없이 벌 기회를 눈 뜨고 놓치라니! 그건 남자의 인생철학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 끝나면, 늘 하던 대로. 알죠?”
“암, 알지. 잊을 리가 있나. 조아써! 새끼들아! 돌아가자! 큰 건이다!”
남자는 그대로 말을 몰고 동료들 사이로 환성을 지르며 돌아갔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야를 떠도는 하이에나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마르할이 있는 지점에서도 눈에 보이는 하이에나의 숫자가 백이 넘었다. 그 많은 숫자의 하이에나들이 일제히 몸을 돌려 개척촌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명령도 없이 일련의 무리가 하나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레벨라와 베이올라는 오싹함마저 느꼈다.
“저 남자는 뭐야?”
“다곤. 일대 뒷세계의 거물이에요. 영향력만 따지면 서부 전체를 아우를걸요?”
“그런 사람하고 운 좋게 마주쳐?”
“하이에나 짓은 큰 노력 없이 제법 벌 수 있는 행사니까요. 이 앞에는 도시도 있고 말이죠. 저 말들 보이죠. 원래 하이에나는 맨몸으로 출발해요. 저게 전부 노획물이란 소리죠.”
다곤과 일행들은 모두 말을 타고 있었다. 그걸로 모자라 한 사람이 여러 마리 말을 끌고 있기도 했다.
레벨라가 앞으로 나왔다.
다곤에 대해서도 더 묻고 싶었지만, 레벨라가 진짜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그런데 그건 무슨 소리입니까? 기사라면, 클리프와 카반의 부하 아닙니까?”
“이야기 안 했던가? 마족이 나타나자 기사 몇 명이 도망가서 말이죠. 당신들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제국으로 돌아가서 좋을 게 없잖아요?”
“이 넓은 서부에서 도망친 사람을 일일이 찾아 죽이는 게 가능합니까?”
서부는 넓다.
서부라는 말로 묶여서 불리고는 있지만, 과거에는 이 근처만 해도 몇 개의 나라와 몇 개의 영지, 몇 개의 지방으로 나뉘어 여러 이름이 있었다.
서부 전체로 보면 더욱 거대하다.
현재 개척되고 있는 부분은 지리적으로는 대륙 중부와, 중부에서 살짝 서쪽으로 치우친 지방에 커다란 세로선을 그어둔 지점이다.
해당 토지의 면적만 따지면 제국이나 성황국, 공국보다도 크다.
그 토지 전역으로 흩어진 사람을 찾아 죽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토지 경주 기간에 온 사람들은 잘 모르겠죠. 그건… 서부를 직접 경험한 뒤의 재미라고 해둘까요. 먼저 돌아가죠. 피차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마르할이 다시 말에 올랐고, 다시 말이 느긋하게 걷기 시작했다.
역행하는 하이에나들과 함께 마르할은 개척촌으로 돌아왔다.
* * *
개척촌으로 돌아온 마르할이 가장 먼저 찾은 건 조셉의 마구간이었다.
작은 건물 하나와 커다란 울타리로 이루어진 마구간에는 적게 잡아도 수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말이 들어 있었다.
“조셉! 나 왔어요!”
말을 돌보던 남자가 허리를 펴고 뒤를 보자 스트레킬은 절로 몸이 굳었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나이다. 전성기는 지났을 나이.
하지만 스트레킬은 노년의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잠깐 눈을 돌리면 목이 베여 있을 것 같다.
클리프를 봤을 때도 긴장하긴 했으나, 그것과는 다르다.
클리프가 잘 갈린 명검이라면, 저 남자는 평범한 검이다. 그리고 기사를 죽이는 건 천하의 명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온 평범한 검이다.
조셉의 눈이 스트레킬과 레벨라에게 한 차례씩 머물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레벨라도 그의 눈길을 직접 받자 몸을 흠칫 떨었다.
“좋은 친구를 사귀셨군요.”
“운이 좋았죠. 이놈들 마구간에 넣어주세요. 별일 없었죠?”
마르할이 고삐를 건넸다. 조셉은 말의 눈이나 편자, 관절과 근육을 살피며 말했다.
“도련님이 보내신 청년 하나를 빼면 조용합니다. 갔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잘됐다면 잘됐고, 아니라면 아니고. 애매하네요. 일단, 땅은 못 얻었어요.”
조셉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투로 말했다.
“별일이군요. 도련님이 경주에서 땅을 못 얻다니.”
“대신 이 친구가 지주가 됐죠. 마린. 이쪽은 조셉. 서부 출신이에요. 지나치게 서쪽이라 어딘지는 말해줘도 모를 곳이지만, 서쪽이라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조셉, 이쪽은 마린. 마찬가지로 서부 출신이에요.”
“자, 잘 부탁드립니다.”
마린이 꾸벅 고개 숙였다. 그녀도 조셉이 풍기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한껏 주눅이 들었다.
“어린 아가씨가. 고생이 많았겠군요. 편하다곤 못해도, 그래도 이전보다는 살 만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자자, 모두 조셉에게 말 주고, 우리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요.”
“돈은 안 받아?”
베이올라가 물었다. 그들이 타고 온 말은 도시 근처에 돌아다니던 말을 대충 고른 것이지만, 그래도 상등품의 말이었다.
모두 팔면 집 하나는 마련할 수 있는.
“받을 필요가 없답니다. 제국 귀족 아가씨. 여기 있는 모든 말이 도련님 것이니까요.”
“어, 전부?”
울타리 안쪽에는 수백 마리의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시원찮아 보이는 말도 많았지만, 당장 기병이 써도 될 훌륭한 말들도 보인다.
작은 귀족의 영지 정도는 저기 있는 말들만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저 지주라니까요?”
“아니, 그래도… 이건 어지간한 귀족보다 잘살잖아?”
귀족이라고 다 같은 귀족이 아니다. 대부분의 귀족은 작은 마을 몇 개를 가진 게 전부다. 꽤 특별한 위치에 있는 귀족은 되어야, 사람들이 으레 상상하는 그런 귀족의 삶을 살 수 있다.
“돈이 많다고 그들과 같은 삶까지 따라오는 건 아니죠. 흑단 나무 탁자에 앉아 30년산 와인을 따는 건, 서부에서는 돈을 얼마를 줘도 힘들걸요? 애초에 물량이 없으니까요. 자, 가죠.”
“나는 잠깐, 이분과 할 말이 있다.”
“그러면 천천히 오세요. 잡화점이나 용병 길드로 오면 될 거예요.”
마르할과 다른 사람들이 떠나고, 조셉과 스트레킬이 대면했다.
“이 노인네에게는 무슨 일이신가?”
“조셉이라는 이름, 그리고 그 기세… 조셉 라이넬 장군이십니까?”
“이제는 마구간지기 조셉이다.”
“어째서 당신 같은 사람이… 어디를 가든, 제국도 당신은 반길 겁니다.”
“뜻이 없으면 황금도 돌덩이가 되는 법. 그것들은 나에게 의미가 없었다. 그게 전부다.”
조셉 라이넬.
그와 전선은 달랐지만, 스트레킬조차 그 이름을 몇 번이나 들었던 명장이다.
그가 공국 사람이었다면, 스트레킬 이상의 전쟁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거물이 마장이나 지키고 있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조셉이 눈을 가늘게 떴다. 스트레킬이라는 사람을 보는 걸 넘어 그 내면을 보는 것처럼.
“그러는 그쪽도 제법 죽였군. 꽤 명성 있는 기사일 텐데, 이 먼 곳까진 무슨 일이지?”
“전쟁이 한창일 때는 그렇게 영웅을 부르짖더니, 전쟁이 끝나니 그 이름조차 부담스러운 모양이더군요.”
“알 만하군.”
조셉이 현역에서 은퇴한 배경도 비슷했다. 원래도 명성에 큰 미련은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그의 등을 떠민 건 전쟁 후 귀족과 왕족들이 그에게 보내는 시선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두 전사는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스트레킬은 고개 숙여 노장에게 예를 표했다.
“도련님을 잘 부탁하네.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도련님께 부탁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 그분이 실패하는 걸,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거든.”
스트레킬은 한참이나 그 말을 곱씹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새로운 각오를 가슴에 새기고, 스트레킬이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 * *
마르할은 용병 길드 지부부터 들렀다.
길드 지부에는 술을 마시고 퍼져 있는 술꾼들이 있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의자와 하나였던 것처럼 의자에 들러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지부장 파푸란은 마르할을 보자마자 얼굴이 확 찌그러졌다.
“사람을 보고 얼굴이 그게 뭐예요.”
“벌써부터 성가신 냄새가 풀풀 나서 말이지.”
“생각보다 한가하네요?”
“이 근방을 담당한 측량사가 너무 빨라서 그래. 쓸 만한 놈들은 전부 고용돼서 나가 있지.”
“음. 그쪽도 있었네요. 그건 그렇고. 자격증 세 개 발급해 줘요.”
“…이것도 불법인 건 아냐?”
“공공연한 불법이죠. 길드 지부장이 하겠다는데, 누가 트집을 잡겠어요?”
마르할이 의자와 하나가 된 취객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시선을 돌리며 노골적으로 딴청을 피웠다.
일단 용병 딱지를 달고 일하는 이상 그들의 신분을 보장해 주는 건 용병 길드다.
지부장이 그들을 무시하기로 작정하면, 개척촌에서 ‘없는 사람’이 되는 수가 있다.
“하아….”
“일감 큰 걸로 가져왔으니 그걸로 퉁 쳐요. 그럼 되잖아요?”
“들어나 보자. 뭔데?”
“창고 건설은 알고 있을 거고, 저쪽 도시 알죠?”
“이번 경주 주요 지점 중 하나잖아? 설마, 얻었냐?”
파푸란의 얼굴에 희색이 감돌았다.
마르할이 하기에 따라 미래에 도시가 될지도 모르는 개척촌의 지부장이 아니라 진짜 도시 하나를 책임지는 지부장이 될 수도 있다.
“예이. 그건 아니죠. 거기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거기 앞쪽 땅 조금 얻었어요. 도시 바깥에 작은 마을 하나 만들고, 도로 깔고, 근처 땅 작게 경작할 정도? 그리고 인사할 사람은 이쪽. 마린, 인사해요. 사람이 필요하면 파푸란을 찾는 게 제일 빠를 거예요.”
“……?”
“아. 실수. 실수.”
파푸란과 대화할 때는 제국어가 기본이라 잊고 있었다. 마르할은 마린의 제국어 가능 여부를 모른다. 그리고 지금 모습을 보니 제국어는 못 하는 것 같았다.
“됐다. 내가 공국어로 하면 돼.”
크흠크흠. 목을 가다듬은 파푸란이 어설픈 공국어로 말했다.
[용병 길드 지부장 파푸란이다. 사람 쓸 일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날 찾아와라.] [기본적으로?] [더러운 일에 쓸 거면, 네 옆에 있는 그놈한테 부탁하라고.] [알았어.]이야기를 마친 파푸란이 다시 제국어로 물었다.
“그쪽 두 명은 제국어로 되겠지?”
“양쪽 다 됩니다.”
“제국 귀족이 공국어라… 상당히 지체 높은 가문이겠어.”
파푸란은 종이를 꺼내 대충 끄적이더니 세 사람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공국어로 말했다.
“이름. 아니면 피로 지장.”
레벨라와 베이올라는 당연하고 마린도 공국 문자라면 간단한 읽고 쓰기는 할 줄 알았다.
“이걸로 너희는 서부 용병 길드 소속이다. 너희 신분은 용병 길드에서 보장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길드 차원에서 처리반이 갈 거다.”
“여기도 끝. 다음으로 가죠. 그리고 파푸란, 아까 말했던 마을하고 도로 깔 사람 수배해 줘요.”
“그래. 빨리 꺼져라.”
파푸란이 손을 내저었다.
그는 벌써 종이를 꺼내 무언가 끄적이고 있었다.
“지주라는 게 보통 이렇게까지 마을 일에 간섭하는 거야?”
“사람마다 다르죠. 그래도 어느 정도 간섭하는 편이 마을 발전에는 더 좋아요. 마린도 제국어랑 성황국어는 배워두는 게 좋을 거예요. 지주로 일하다 보면 공국어, 제국어, 성황국어 세 가지는 해야 할 상황이 자주 생기니까요. 듣는 것만 아니라 문자도.”
“조금 알아들을 줄은 아는데… 읽고 쓰기까지요?”
“파푸란 봤죠? 성황국어는 거의 못 해도, 공국어랑 제국어는 일상어 수준으로 할 수 있어요. 읽고 쓰기도 되고. 길드 지부장이 되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하는데, 지주는 더하겠죠?”
마린이 공국어를 배운 건 살기 위해서였다. 글도 사기당하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배웠다.
그녀가 글을 배우며 깨달은 건 자신은 절대 학문으로 먹고살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국어랑 성황국어를, 말하고 듣는 것만 아니라 읽고 쓰기까지 해야 한다고?
그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이거… 괜찮은 글 선생도 한 명 구해야겠네요. 두 사람은 어때요? 성황국어는 할 줄 알아요?”
“아니.”
“저도 성황국어까진….”
“사제들은 보통 성황국어를 안 쓰면 상대도 안 해준단 말이죠. 레벨라의 상처도 고칠 겸, 일단 한번 찾아가 보기나 하죠.”
“이 마을에는 사제까지 있는 겁니까?”
사제는 동부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다. 사제가 있는 신전을 찾아가면 언제든 볼 수 있지만, 상처를 치료받으려면 헌금이라는 이름의 값을 치러야 한다.
그것 말고 사제를 만날 방법은 고행 중인 사제를 우연히 만나는 정도다. 하지만 동부에서도 끝부분에 있는 성황국에서 서부까지 가는 사제는 거의 없다.
서부가 멀쩡할 때도 서부는 상대적으로 사제를 찾기 힘든 지역이었다.
“여기는 없고, 동쪽으로 조금 가야 해요. 겸사겸사 얼굴을 봐야 할 사람도 있으니 서부 구경이나 한번 하죠.”
레벨라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자신의 왼팔을 보았다.
마르할에게 치료받은 후로 상처가 심해진다는 느낌은 없지만, 여전히 팔에 힘은 들어가지 않는다.
이른 시일 내로 치료하지 못하면, 정말 팔을 잃게 될 것이다.
한 줄기 불안이 그녀의 뇌리를 훑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