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90
제290화
스트레킬은 밤이슬 앞에 있었다.
“예전 생각이 나는군요.”
“그때와는 다를 거다.”
유렐의 마차를 습격하고 하늘에서 거인이 나타난 날에도 스트레킬은 검을 들고 밤이슬의 앞을 막았다.
구도는 같지만, 많은 게 달라졌다.
밤이슬과 스트레킬 모두 성장했다.
밤이슬이 부리는 늑대의 숫자는 백을 넘었고, 제어력도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
잘 훈련된 늑대 무리를 보는 듯했다.
스트레킬에 이르러선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바체아 제국 황궁 호위 기사단 단장.
바체아 제국은 없지만, 황제가 내린 직책은 스트레킬에게 힘을 주었다.
스트레킬 주변의 땅이 은빛으로 물들었다. 녹은 쇳물이 땅에 넓게 퍼져 스트레킬의 영역을 만들었다.
스트레킬을 포위한 늑대들이 사방에서 동시에 스트레킬을 덮쳤고, 땅에서 솟아난 각종 무기가 번개 늑대의 몸을 갈랐다.
실체가 없는 늑대는 빠르게 몸을 회복했지만, 무수한 무기가 다시 늑대를 넝마로 만들었다.
“신비 추적자에 들어올 생각 없으십니까?”
“탈퇴한 거 아니었나?”
“제국에 있는 공방에서는 아직 제 이름을 명부에 올려두고 있다는 모양입니다. 마법사끼리 싸우는 일은 드물지도 않고, 제 재능은 희귀한 것이니까요.”
치직. 정전기 소리와 함께 스트레킬 바로 옆에서 번개가 일어났다.
스트레킬의 발목을 물려던 번개 늑대는 땅에 깔린 쇳물에 묶여 소멸했다.
“역시, 무기는 속임수였군요. 무서워서 물도 못 마시겠습니다.”
“흠. 그거 좋군. 실험해볼 가치가 있겠어.”
스스로 쇠를 먹는 걸 당연시 여겨 그걸 타인에게 먹일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군대 배식에 쇳물을 섞는다. 그리고 개전과 동시에 병사들의 몸 내부에 있는 쇳물을 쾅!
“괜한 걸 알려줬군요.”
“고의가 아니라?”
“설마요. 희대의 학살자를 만드는 짓을 제가 왜 하겠습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스트레킬은 밤이슬에게서 어떤 감정도 읽어내지 못했다.
마르할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밤이슬을 살면서 만났던 사람 중 두 번째로 위험한 인간으로 분류했을 것이다.
마르할을 만나기 전까지 첫 번째는 불야성의 백귀였다. 그건 귀신을 자칭할 자격이 있는, 기사나 마법사와는 다른 의미의 초인이었다.
스트레킬과 밤이슬의 공방은 치열하게 이어졌다.
마법 대 신비.
능력의 숙련도는 밤이슬이 앞섰지만, 상성이 좋지 않았다.
물리력이 거의 없는 번개 늑대와 물리력의 정수인 철, 그리고 철은 번개가 잘 통했다.
스트레킬은 늑대를 구성하는 번개를 쇳물을 통해 땅으로 흘려보냈다.
쇳물이 물방울 모양으로 떨어졌고, 밤이슬의 시선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때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미래를 보여주는 그의 마법이 작동했다.
밤이슬은 소모전 끝에 패배하는 미래를 봤다. 예전의 그라면 한 번 본 미래를 바꾸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인이 지상에 강림하던 날 밤이슬도 변했다.
그는 미래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래를 보는 마법은 훌륭한 조언자이지 인생의 주인이 아니었다.
확정된 미래라는 목줄에서 벗어난 밤이슬이 움직였다.
번개 늑대 한 마리가 그의 목을 물었다. 신경을 타고 번개가 달렸다.
밤이슬은 이 마법을 배우기 위해 수십 번이나 진짜 번개를 맞았다.
처음에는 방어 마법을 두르고, 마지막에는 맨몸으로.
그의 몸은 번개를 받아들였다. 고통과 함께 인지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간단한 신체 강화 마법까지 걸어주자 밤이슬의 신체 능력은 잠깐이지만 고위 기사조차 뛰어넘었다.
“저쪽 전투 마법사도 준비를 마친 모양이니, 저는 도망가겠습니다.”
“네 주인은 어쩌고?”
“둘 다 죽으면 안 된다는 약속이었죠.”
“잘도 거기까지 알고 있군.”
“제 마법은 그런 마법이니까요.”
불로 이루어진 사자가 스트레킬의 옆을 지나쳤다. 사자가 지나간 자리에 있던 쇠가 펄펄 끓었다.
사자는 밤이슬을 물어뜯으려 했고, 밤이슬은 남은 늑대를 미끼로 던지며 포위망을 뚫었다.
저 앞에선 포위망이 완성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선봉대를 두드리는 붉은 해골 용병단이 있었다.
머리가 검게 그을린 유렐이 스트레킬에게 물었다.
“안 도와주나?”
“거기까진 내 일이 아니라서.”
“살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저게 나를 덮쳤다고 생각하면 끔찍해.”
유렐이 보는 방향에는 주변을 박살 내며 싸움을 이어가는 마르할과 베이올라가 있었다.
* * *
마르할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옷은 그가 토해낸 피로 시뻘겠고, 눈에는 피눈물이, 코에는 코피가 흘렀지만, 마르할의 움직임에는 점차 여유가 생겼다.
베이올라는 갈수록 이성을 잃어갔고, 이성 잃은 짐승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과 별개로, 피의 역사에 이성을 빼앗긴 베이올라는 도무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전신에 힘이 넘실거렸고, 투구가 움직이는 길을 따라 붉은 안광까지 남았다.
베이올라를 보고 마족이라고 소리치는 병사도 있었다.
베이올라의 시선이 마르할의 눈을 향했다. 마르할은 바람으로 작은 방패를 세웠고, 방패가 부서졌다.
검이라는 무기의 한계에서 벗어난 다음 단계, 무기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모든 동작과 의지가 실체를 가진 공격이 되는 경지.
용사도 검 한 자루로 모든 적을 해치운 건 아니었다.
유용한 기술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배웠고, 눈을 통한 참격은 용사가 애용하던 기술의 하나였다.
진짜 검을 휘두르는 것과 비교하면 위력은 형편없지만, 참격은 참격이었다.
베이올라는 떼쓰는 아이처럼 검을 휘둘렀다. 검술의 기초도 없이 마구잡이로 허공을 휘젓는 모양새였지만, 누구도 그녀를 비웃지 않았다.
검이 지나갈 때마다 땅에 칼자국이 새겨지고, 공기가 요동쳤다.
마르할의 바람이 뻗어나가는 신비를 감싸 흘려보내지 않았다면 군대는 괴멸했다.
‘날 때부터 초인이었던 인간의 재능과 천하를 담은 땅, 그리고 한계를 뛰어넘은 복수심의 힘인가.’
그리고 망할 형의 입김이 약간.
용사 일행 네 사람은 의도적으로 역사를 억누르고 다닌다.
거대 역사를 짊어진 개인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이유였다.
제국과 같은 국가가 개인에게 말을 걸고, 개인을 가르치고, 개인에게 애정을 쏟는 게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황제와 황실의 총애를 받는 건 가능하겠지. 그러나 제국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거대 역사를 가진 개인은 가능하다. 그들은 거대 역사이면서도 개인과 마주 보고, 개인과 대화하고, 개인을 총애한다.
제국의 모든 사랑을, 그들의 관심과 역사를 독차지한 인간이 어떻게 되는가.
그 대답이 힘을 휘두르는 베이올라였다.
베이올라가 제자리에 섰다. 붉은 안광이 마르할을 향했다.
마르할도 몸에 힘을 빼고 공격에 대비했다. 베이올라를 제압할 정도로 힘이 돌아왔다.
커다란 강처럼 전장에 흐르던 강풍이 말랐다. 마르할은 거둬들인 신비를 몸에 담았다.
“베이. 머리를 식히고 다시 와요. 대화를 하고 싶다면 그때 얼마든지 들어줄게요.”
베이올라가 거대한 구멍을 남기며 땅을 박찼다.
그녀의 검에 익숙한 힘이 서렸다. 서부 초반부를 돌파하던 때 바스타의 검에 깃들었던 힘이었다.
용사를 대표하는 역사.
저 검은 구름에 닿는다.
“죄 없는 구름을 갈라서 뭐 하려고요.”
마르할은 베이올라와 검을 맞댔다.
바람이 두 사람의 검을 포근하게 끌어안았다.
두 개의 검은 허공에서 몇 번 엮이며 부드러운 원을 그렸고, 나란히 두 사람의 손에서 떨어졌다.
붉게 물든 베이올라의 눈이 커졌다.
마르할은 베이올라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베이올라의 동작이 가속되었다.
베이올라는 마르할의 가슴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녀의 주먹은 마르할의 겨드랑이 사이를 지났다.
속도는 그녀가 더 빨랐지만, 마르할의 기묘한 움직임과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바람이 주먹을 흘려냈다.
마르할의 주먹이 베이올라의 가슴에 닿았다.
용사의 의지를 성인의 기적으로 베이올라의 정신에 때려 박았다.
이성을 잃은 동료를 제압하던 율란의 기술이다.
베이올라의 몸에서 광기가 빠져나가고, 그녀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멍하니 입을 벌린 베이올라의 가슴에 다시 마르할의 주먹이 닿았다.
철이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베이올라가 뒤로 크게 날아갔다.
퇴로를 확보하고 있던 파름이 기다렸다는 듯 베이올라를 낚아챘고, 붉은 해골 용병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퇴했다.
마르할은 전장을 살폈다.
베이올라가 날뛴 자리를 빼면 전체적으로 안체의 우위였다.
핵심 화력인 유렐의 마법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전투라면 분명 연합이 이겼어야 했다.
연합군에는 연합이 패배하길 바라는 지휘관이 두 명 있었고, 마침 그들은 전황을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는 인재였다.
연합군이 후퇴했고, 안체의 전사들이 가장 앞에서 후퇴하는 병사들을 추격했다.
안체의 승리였다.
* * *
천 명이 넘는 사망자와 그 배가 되는 부상자를 만들었지만, 전투에서 승리한 유렐의 표정은 밝았다.
“왔냐. 괴물.”
“멀쩡한 사람한테 괴물이라뇨.”
“그럼 괴물들이라고 해줄까?”
유렐은 물론이고 유렐 옆에 있는 마법사와 호위의 표정도 비슷했다.
베이올라가 검에서 뻗은 힘은 전율적이었다. 군대가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았고, 그걸 부드럽게 억누르는 마르할의 힘은 기척조차 없었다.
베이올라가 괴물이라면, 그 괴물을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한 인간은?
백 마리가 넘는 번개 늑대를 부리던 밤이슬을 맞상대하던 스트레킬은 어떻고?
“난리 나겠군.”
“전쟁은 안 나갈 거라고 울테칸에게 전해줘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마린이 베이올라를 상대할 거예요.”
“불가능해 보이던데.”
“중간에 들어온 방해만 아니었다면 가능했어요.”
“그래, 그놈이 있었지. 뇌격을 쓴 공국의 암살자. 내 미래의 아내와 관계가 있어 보이던데.”
뇌격이 마법사들 사이에 떨어졌다면 초인인 유렐은 몰라도 신비 추적자들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암살자의 실력을 보아 그걸 모를 놈이 아니었다. 전쟁의 승리를 노린다면 신비 추적자와 두개골을 노렸어야 한다. 그러나 암살자는 인간 두 명에게 뇌격을 떨궜다.
“그 말 마린한테 그대로 전해줄게요.”
“한 대 맞고 말겠지. 설마 죽겠어?”
유렐은 능청스레 말했다. 그리고 그는 표정을 싹 바꿨다.
“공국에 빚을 졌어.”
공국군은 참작해줄 수 있다. 그들은 토지 경주에 참가했고, 땅을 가진 지주로서 전쟁에 참가했다.
뇌격은 왕의 허락 없이는 반출 불가능한 왕가의 보물이다.
그 공격은 불야성에 있는 귀신의 선전포고였다.
공국이 연합의 일에 관여했다. 연합의 설립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공국은 모르는 척하겠지만, 유렐은 기억할 것이다.
“저는 가볼게요. 위험하면 스트레킬이 대신 나설 거예요.”
“너는?”
“서부를 건드렸어요. 대가를 치러야죠.”
주인의 눈치를 보고 엘리제가 다가왔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전쟁이 끝난 전장에 울렸다.
신비 추적자의 마법사 하나가 유렐에게 물었다.
“저대로 보내도 되겠습니까?”
“그러면? 잡아둘 협상 재료는 있고?”
“두개골의 사용권을….”
“두개골을 주는 것도 아니고 고작 사용권이라. 잘도 응하겠어.”
“그만한 유물 아닙니까. 마법사라면 두개골의 효용에 반응을 보일 겁니다.”
“아서, 어림도 없으니까.”
유렐과 신비 추적자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려 개량한 영물의 두개골은 제국에서도 황궁이 관리할 수준의 유물이 되었다.
유물의 힘은 간단했다. 손을 대면 유물의 역사와 자신의 역사를 동화할 수 있다.
죽은 영물이 마법으로 부활했고, 끝내 마족이 되어 영면에 들며 남긴 두개골이었다.
그 역사는 막 마법에 눈뜬 마법사도 거대한 불덩이를 날릴 수 있게 해주는 수준이었다.
유렐을 포함한 몇몇 마법사는 자신의 역사와 동화한 유물의 역사를, 영물의 기억을 읽었다.
파편화된 기억 중에서도 유렐은 산맥 하나를 지키던 영물의 최후를 보았다.
영물의 앞에는 검을 든 마르할이 있었다. 영물은 산맥을 넘어 서부를 자기 영역으로 삼으려 했고, 영물 앞을 가로막은 사람이 마르할이었다.
구름을 가르는 검과 사방에 가득한 마법. 그게 영물의 마지막이었다.
‘영물을 죽이고 사체도 챙기지 않은 인간에게 그걸 가공한 유물을 준다고?’
받을 리가 있나. 본인이 원하면 더한 유물도 얼마든지 만들 텐데.
유렐의 눈에 이상한 게 보였다.
마르할이 탄 말이 하늘을 날고? 달리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숨길 생각도 없으니 덤빌 놈은 덤비란 건가?
하여간, 나타날 때마다 고민거리만 가득 가져오는 놈이었다. 유렐의 손가락은 어느새 귓불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연합이 전쟁에서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