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95
제295화
휴멜 나티는 황제 앞에 머리 박았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는 예법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황제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실라나티엘과 관련된 일은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가 스스로 정한 모든 규칙에서 예외로 작용했다.
실라나티엘만이 예외라면, 반대로 그가 지키는 모든 규칙은 실라나티엘을 위해 만들어졌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그의 앞에서 예법을 중시하지 않기에 실라나티엘의 피를 이은 자들만큼은 므에트 제국 황가 예법에 어긋남이 없어야 했고, 어겼을 때의 반동도 컸다.
일종의 기행, 역사를 쌓는 행위였다. 그렇게 황제가 정한 모든 역사와 규칙이 실라나티엘을 묶는 목줄이 되었다.
황제 앞에 납작 엎드린 휴멜 나티의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모두 마르 실라나티엘 탓이었다.
주인의 목을 문 개, 제국의 배신자.
그리고 최후의 실라나티엘이자 최고의 실라나티엘.
제국 최고의 완성작을 잃고, 황실을 그림자에서 보필하던 그의 가문은 박살 났다.
한 번 배신당한 황제는 두 번의 배신을 방지하기 위해 실라나티엘의 흔적을 가진 자들의 호흡마저 통제하려 했다.
“그 말이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거짓말은 불가능함에도 굳이 되묻는 황제에게선 증오와 집착이 느껴졌다.
휴멜 나티는 서부에서 그가 본 모든 것을 황제에게 고했다.
전쟁을 일으키려는 공작 도중 마르할을 만났고, 확실하게 마르할을 죽이기 위해 진액을 사용했다.
세계를 찢어발기는 바람이 나타났고, 그리고 일어난 일은 확실하지 않았다.
휴멜은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전했다.
황제는 긴 침묵에 빠졌다.
휴멜이라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믿기 힘든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어전… 왕을 자칭하며 왕의 신비를 사용하는, 용사 일행과 잘 아는 것으로 보이는 인간, 사실 죽지 않은 마왕, 하늘을 삼킨 먹구름과 모든 것을 빨아올리는 용오름, 그리고 자신의 생존까지.
황제는 거창한 호위를 달고 있지 않았다. 직속 기사단 몇이 황제를 보호하는 인물 전부였다.
그들은 공국 영토에 있었다. 별이 실라나티엘의 이름을 담은 유물까지 써가며 흔적을 지우는 중이었다.
백귀의 귀에 소식이 들어가면 수만 병사가 그들을 포위하고 뇌격을 비롯해 공국 비장의 유물들이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다.
불사의 기사와 태산의 기사가 황제의 호위로 따라왔지만, 마족도 막아낸 공국의 진짜 저력을 버텨낼지는 미지수였다.
“네가 왜 살았는가 고민하고 있다.”
“마르할, 그자가 품은 업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가서 별이나 돕도록.”
“알겠습니다.”
휴멜은 십수 년 사이 족히 두 배는 복잡해진 예법을 지키며 황제의 앞에서 사라졌다.
홀로 남은 황제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불사와 태산이 양옆에서 그를 호위하고 있었지만, 황제에게 그들은 도구이지 인간이 아니었다.
황제는 속이 몹시 불편했다.
빌어먹을 도둑 때문에 군대의 발이 묶였다.
그의 말을 무시하고 군대를 움직일 수는 있다. 그리고 도둑이 군대를 몰살하겠지.
계획이 연달아 실패하고, 꽤 괜찮은 재능을 가지고 있던 첫째도 허무하게 죽었다.
황제는 여기가 선택을 기로라는 걸 깨달았고, 그의 도구들을 찔끔찔끔 보내는 게 아니라 직접 서부로 향하기를 택했다.
그리고 그게 불편함의 원인이었다.
토지의 역사를 활용하기 시작한 황제는 제국의 영토 안에서는 전능감을 느꼈다.
인외인 도둑에는 못 미쳤지만, 그 괴물들을 제외하면 불사와 태산이 함께 덤벼도 황제를 어찌하지 못했다.
제국의 영토를 벗어나기 무섭게 모든 힘이 사라졌다.
낡은 육신과 과거 전장에서 얻은 상처의 흉터가 만들어내는 통증이 잠을 잘 때도 뇌리를 쑤셨다.
잠을 자려면 약이 필요할 지경이었다.
토지의 역사를 다루게 되며 멀어졌던 죽음이 껑충 다가왔다.
나약한 몸뚱이가 불편하고, 불안했다.
눈먼 화살에도 죽어버리는 망가진 육신과 함께 까맣게 시든 여섯 감각은 황제를 불안에 미치게 했다.
지평선 너머를 보는 눈을 가지고 등 뒤에서 날아오는 은밀한 마법도 감지하던 육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차이는 더욱 컸다.
옛 상처가 뼈와 신경을 찔러대는 고통은 역설적으로 황제의 이성을 일깨웠다.
가장 날카로운 송곳이 된 황제의 직감이 하나의 사실만을 주목하라고 속삭였다.
휴멜 나티는 왜 살았는가.
마르할은 실라나티엘을 알고, 마족을 안다. 휴멜 나티를 살려둬서 좋을 게 없다는 것도.
살려둬서 좋을 게 없는 인간을 어째서 살렸는가.
그걸 알아야 한다.
그게 모든 일의 핵심이다.
황제는 신경질적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 * *
세상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한 가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위.
인간은 하늘에 닿을 수 없다.
건물을 쌓아 하늘에 가까워지려 했지만, 인간이 쌓은 건물은 날아가는 새의 날개 끝자락도 잡지 못했다.
마법도 같았다.
위로 향할 수 없기에 인간의 기행은 땅으로 떨어지기만 했고, 떨어지는 역사로는 하늘을 누빌 수 없었다.
하늘을 난다고 알려진 마법들은 모두 그 기능을 제한적으로만 구현했다.
일부 숲의 은둔자는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마법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제의 호위는 사방을 철저히 경계했지만, 하늘은 그들의 영역이 아니었다.
구름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는 높은 하늘에 있는 까만 점 하나를 경계하는 사람은 더욱 없었다.
허공을 밟고 있는 엘리제 위에 올라탄 마르할은 버려진 집의 지붕을 뚫고 휴멜 나티와 황제의 만남을 모두 엿보고 엿들었다.
진액을 담아두던 책을 펼친 휴멜 나티가 책의 인도에 따라 움직였다.
허름한 의자에 앉은 황제는 인상을 쓰며 바닥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르할은 고삐를 당겼다.
몸을 돌린 엘리제가 땅을 향해 발을 움직였다.
유성처럼 떨어지던 엘리제는 감속도 하지 않고 요란을 떨며 땅과 추락했다.
엘리제와 엘리제 위에 있던 마르할에게는 약간의 진동만 전해졌다.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도 한 방에 죽겠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엘리제의 돌격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대체 어떤 마족을 부모로 둔 건지 궁금해졌다.
라일과 만날 일이 있으면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마르할은 바람을 일으켜 흙먼지를 하늘로 날렸다.
마르할 옆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모닥불을 피우고 야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르할을 힐끔 보고는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엘리제가 이런 식으로 땅에 떨어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족해 푸르릉 우는 엘리제 옆으로 티머시가 다가왔다.
티머시가 깎듯이 물었다.
“정보는 얻으셨습니까?”
“필요한 정보는 얻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언제 돌아와요?”
“예정대로면 한 시간 이내로 합류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황제를 놔둬도 되냐고요?”
“그렇습니다.”
황제가 제국에서 나왔다.
황제를 죽일 절호의 기회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속을 알 수 없는 황제가 서부에 도착하게 두는 건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무기를 들 필요도 없다.
적당한 소문만 퍼뜨리면 공국이 직접 나서줄 터였다.
마르할이 고개를 저었다.
“황제는 놔둬요.”
“그가 서부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반대로 서부 사람들이 황제를 가만히 둘까요? 황제에게 속셈이 있어도, 절대 크게 움직이지 못해요.”
서부에는 제국과 성황국을 향한 증오를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이 더 적다.
황제가 친히 서부까지 왔다는 소문이 돌면 무기를 들고 일어난 사람들이 작은 제국을 불태울 것이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연합에서도 움직임을 보이겠지.
황제를 보호해 제국의 지원을 바라거나, 황제를 죽여 서부 사람들의 지지를 얻거나.
“뤼겐 백작이 누군지 알죠?”
“작은 제국의 주인입니다.”
“제국 사람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면서 여전히 백작이라 불리길 원하는 사람이에요. 작은 제국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려면 그의 도움 없이는 안 돼요. 황제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얌전히 있을 인간이 아니니 작은 제국도 꽤 시끄러울걸요?”
샤힐레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소식이 뤼겐이 부리는 비밀 부대가 행동에 나섰다는 정보였으니, 작은 제국의 음지는 한창 시끄러울 것이다.
“티머시는 마음의 준비를 해둬요.”
“그건 성벽이 무너지던 그때 이미 끝냈습니다.”
성벽이 무너지고 마족이 도시로 들어왔다.
기사의 종사였던 티머시는 도시를 지휘하던 귀족이 아직 무너지지 않은 성벽의 성문을 열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날을 기점으로 티머시의 인생은 무너졌다.
기사의 종자로 또래의 부러움을 사던 티머시는 스승도 친구도 집도 잃은 부랑자가 되었고, 몸만 가진 용병으로 살아왔다.
재르보라고 했던가. 청소가 한창이던 곡창지대에서 서부인들을 멸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와 그의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티머시는 이해하지 못했다.
마르할은 티머시에게 내일을 고민할 여유가 있기에 오늘의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마르할의 말대로 운 좋게 초인이 되지 못했다면 티머시도 서부에 흔한 살인마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티머시는 자신의 인생을 진창에 처박은 인간의 목에 칼을 찔러줄 의사가 충만했다.
전쟁을 경험하고 토지 경주가 처음 열린 초기 서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음식 준비까지 능숙하게 해냈다.
마른 나뭇잎도 없어 장작을 따로 휴대해야 하고, 식량 채집은 꿈도 꿀 수 없는 서부에 비하면 공국의 숲은 집처럼 편한 장소였다.
식사가 다 끝나갈 무렵 스트레킬이 십여 명의 사람과 함께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요?”
“사전 작업은 끝났고, 결행만 남았다. 아젠만의 끈이 대단하긴 하군. 몇 달은 걸릴 작업이 열흘 남짓으로 끝나다니.”
목이 서늘해지는 살기가 흘렀다.
식기 움직이는 소리가 반으로 줄었다.
밥을 먹던 사람들이 식사를 멈췄다.
스트레킬이 인상을 썼다.
“애새끼들도 아니고, 실전에서도 살기 뿌리다 일 다 망치게?”
살기가 사라졌고, 사람들도 식사를 재개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죽이고픈 원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마르할에게 복수를 소원으로 빈 사람들.
스트레킬도 이름을 아는 유명한 사람도 있었고, 작은 가게를 하는 평범한 사람도 있었다.
노인도 있고, 여자도 있고, 막 성장기가 시작된 소년도 보였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이 모였지만, 그들의 표적은 한 단어로 정리되었다.
공국 귀족.
백귀는 암살자에게 뇌격을 들려 보냈다.
암살의 답례는 암살로.
마르할은 백귀에게 역사상 최고라 불리는 암살자의 암살법을 친히 보여줄 생각이었다.
* * *
마르할이 공국에 가며 마린은 다시 마르할의 일을 대신하게 되었다.
휴고와 에나도 있지만, 그들은 도둑의 지식을 모른다.
마르할과 그나마 비슷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마린이 유일했다.
마린도 기꺼이 마르할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마르할에게 도움이 된다면 마린도 기뻤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하기 싫은 일이 있었다.
마린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인상을 쓰며 앞에 있는 교회를 바라보다가, 다시 숨을 푹 내쉬었다.
성녀가 교회에 있다는 정보는 이미 수집했다.
애초에 성녀가 없었다면 교회에 올 일도 없었다.
그녀와 출신이 같은 그 성녀와는 도저히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연합 최고의 마법사도 교회에서 요양 중이라고 했다.
남부에서 도시 하나를 날려버린 마족을 처리하며 입은 부상이란다.
말라비틀어진 시체처럼 변한 마리나의 팔을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합 사람들도 마리나에게 귀환 명령을 내렸다가 그녀의 팔을 보고 명령을 철회했다고 하니 엄살은 아닐 터였다.
만나기 싫은 사람과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함께 있는 교회를 향해 마린이 발을 질질 끌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