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97
제297화
불야성의 백귀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불야성은 항상 불이 밝았기에 안에서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백귀가 자고 싶은 시간이 밤이었고, 백귀가 일어나는 시간이 아침이었다.
대신들은 변덕스러운 백귀의 일정에 맞춰 입궁해야 했다. 항상 백귀의 눈치를 보아야 했고, 그건 므에트와 바체아가 만들어낸 것과 색다른 형식의 예법이 되어 공국 권력을 지배했다.
쾅! 백귀가 책상을 다시 두드렸다.
불이 꺼지지 않는 방에 모인 대신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백귀는 총소집을 명했지만, 대신들의 자리에도 빈 의자가 있었다.
세상 사람이 아닌 자들의 자리였다.
“무슨 일인지 상세히 고하라.”
백귀의 목소리는 흡사 맹수와 같았고, 대신들은 오금이 저리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인간 슈바벤 베르그번이 왕이 된 이후 평생을 고집한 불야성의 백귀라는 역사는 하나의 신비가 되어 현실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백귀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지만, 백귀는 그걸 기뻐할 틈이 없었다.
대신 하나가 입을 열었다.
“서부의 대지주 마르할의 소행으로 짐작됩니다.”
“짐작?”
범인을 밝혀내도 모자랄 판에 추측밖에 못 해?
그런 의미를 담은 눈빛에 대신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살해당한 귀족의 시신을 마법으로 조사했습니다. 생전의 마지막 기억에 그자가 있었습니다.”
“이런 짓을 벌인 이유는?”
“그… 복수로 추측됩니다.”
“공국이 그에게 잘못한 게 있나? 고위 귀족과 주요 상회 상인들이 수십 명이나 암살당할 정도로?”
“그가 거느린 부하들의 소원으로 보입니다.”
“부하들?”
“제국 첫째 황자와 대지주 마르할 사이 벌어진 전쟁에서 11년 전 전쟁에서 활약한 초인들의 모습이 다수 확인되었습니다. 다수가 공국 소속이었다가 도중에 탈영한 자들입니다.”
마족과의 전쟁은 실력 있는 소수의 초인이 절실한 전장이었다.
그 수준의 초인들은 살인을 저질러도 죄를 묻지 않았다.
그런 자들이 공국을 이탈하려면 보통 이상의 사연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 그렇군. 그래서 그의 전언은 뭔가?”
“뇌격은 잘 받았으니, 그 보답이랍니다.”
맥락을 건너뛰는 대신과 백귀의 대화에 다른 대신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둘의 대화를 따라잡은 건 재상이 유일했다.
‘소원.’
앞선 대화에서 굳이 소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재상이 손을 들자 근처에 있던 기사들이 대신의 몸에 검을 겨누었다.
후광에 가려 백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책상에 몸을 기대고 손가락을 까딱이는 모습이 심기가 퍽 불편해 보였다.
“언제부터지?”
“저는 몇 가지 작업에 협조한 게 전부입니다.”
“잘도 말하는군.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나?”
“아젠만을 생각해라. 그 남자의 마지막 전언입니다. 저도 아젠만 리안틀에게 잡혀 있던 약점으로 협박당했습니다.”
공국의 보급에 아젠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아젠만이 힘을 쓰면 대신들의 비리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한 국가의 보급과 행정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고, 공국에 검을 들이댈지도 모르는 인간이다.
암살자를 파견해서라도 죽여야 옳지만, 백귀는 아젠만을 죽이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죽이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백귀가 아젠만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아젠만이 암살당하면 그가 가진 가장 깊은 치부가 드러날 것이므로.
하지만 그것도 치부를 들춰내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질 경우의 이야기다.
‘영원한 약속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자가 다른 사람 아래에 들어가다니.’
탁자를 두드리는 손가락의 속도가 빨라졌다.
백귀가 아는 아젠만은 남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왕의 명령도 마음에 안 들면 무시하며 제 잘난 맛에 세상을 내려다보는 인간이었다.
자신의 목숨이 달린 비밀을 남과 공유할 인간이 절대 아니었다.
“죽이긴 아까운 인재다. 저주로 정신을 묶고 지하 감옥에 가둬 서류 정리를 시켜라. 불만 있나?”
“관대한 처사에 감사드립니다.”
대신은 얌전히 기사들에게 끌려 나갔다.
백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대지주 마르할을 조사한 추가 정보는 있나?”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마르할이 힘을 드러내며 활동하고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르할이라는 인간과 그가 거느린 세력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공국이 움직일 수 있는 기사와 마법사는 의학 지식을 빼돌리려는 성황국을 견제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마르할에게 손을 대려면 우선 성황국과의 관계부터 정리해야 했다.
‘성인의 책을 내주면 그만이지만, 그럴 수는 없다.’
지금을 놓치면 공국이 성황국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기회도, 공국에서 교회를 몰아낼 기회도 영원히 오지 않는다.
백귀는 속이 타들어갔다.
잠깐 사이 몇 개나 되는 제약이 그를 묶고 있었다.
욕심을 내버리면 되는 일이었지만, 욕망을 성취하고야 마는 게 불야성의 백귀였다.
“성황국은 어떻지?”
“공세가 약해졌습니다. 전염병으로 성황국 내부가 말이 아닙니다. 그 성황국이니 혼란이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교황 말이군.”
“교황만이 아니라 성황국 수뇌 대부분이 모습을 감췄다는 소식입니다. 모두 교황청에 들어가는 걸 마지막으로 흔적이 끊겼습니다. 그와 반대로, 일부 지역에선 병사를 징집하고 성기사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전쟁 준비로 보입니다.”
“칩거와 전쟁, 서로 반대되는 일을 동시에 벌이고 있군. 비상식적이야. 외교 대신은 의견을 말해보라.”
“그 미친 것들이 또 금기를 저지르려는 건 아닌가 합니다.”
금기라는 말에 공기가 딱딱하게 굳었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1세라는 초인이 나타나기 전에는 공국이 므에트보다 성세가 컸다.
공국에는 제국도 모르는 성황국의 역사도 기록되어 있었다.
신을 믿는 광인들이 벌인 광기의 흔적들은 이단이라는 작자들이 일으키는 재앙과 다를 게 없었다.
너무나 끔찍해 금서라 이름 붙인 책에 따로 기록하는 역사였다.
성황국이 다시 미친 짓을 벌이려 한다. 심지어 성황국 수뇌부 대부분이 동참했다.
공국이 긴장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연합에 공국 지분이 얼마나 되지?”
“삼분의 일은 저희 입김이 닿아 있습니다.”
“연합과 서부에 있는 공국군을 움직여라. 대지주 마르할의 세력을 친다. 모든 일을 잠시 중단하고 공국의 총력을 쏟아라.”
“셰르도는 마르할과 연이 있습니다.”
“말을 안 들으면 갈아 치워야지. 아무리 유능해도 왕의 말을 듣지 않는 장군은 필요 없다.”
“그자를 치울 방법이 없습니다.”
“내 호위를 보낸다.”
뇌격의 대가라 했다. 키우던 사냥개는 죽었다. 하지만 공국의 저력은 사냥개 하나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사냥개는 사냥개다. 유능하면 좋고, 실패해도 큰 타격은 없다. 이번에 백귀가 보낼 사람은 그가 아끼는 사냥꾼이었다.
사냥개보다 유능한 사냥꾼.
“본국의 군대도 움직입니까?”
“놔두도록.”
공국군 일부가 포함되어 있지만 연합은 공국의 것이 아니고, 서부에 있는 공국군은 표면상으로는 해산한 군대다.
백귀의 계략은 공국의 실질적인 군사력은 전혀 소모하지 않으며 마르할을 괴롭히는 술수였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공국이 보는 손해는 전혀 없다.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업무를 보던 아젠만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열자 창문을 부리로 콕콕 두드리던 비둘기가 책상 위에 새로 마련한 발판에 앉았다.
아젠만은 비둘기의 발에 묶인 편지를 풀었다.
“무슨 일인지 알 만하군.”
오늘만 두 통째 편지를 받았다.
그것도 그에게 직통으로 통하는 경로를 통한 편지였다.
아젠만은 편지를 펼쳤다.
마르할이 보낸 편지로 작업을 끝내고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다.
‘한 달도 안 되어 끝냈나.’
공국은 넓다.
주요 관리의 약점 몇 개를 알려주긴 했지만, 귀족 수십 명을 암살하는 일을 한 달도 안 되어 처리할 줄은 몰랐다.
마르할 혼자 움직였다면 일주일 이내로 끝났겠지만, 이건 보복인 동시에 누군가의 소원을 이루는 일이었다.
아젠만은 마르할이 부하를 모은 방법을 되새겼다.
‘목숨을 걸고 이루고 싶은 소원을 건 계약.’
사람은 욕망으로 살아간다. 목숨을 걸고 이루려는 일이라면 가장 강력한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모아뒀으니 목숨을 내던지며 일하겠지.
소원을 이뤘으니 의욕은 떨어질 거고, 그 사람들이 채우고 있던 자리도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야 하리라.
아젠만은 그 일을 하는 게 자신이 되리라 반쯤 확신했다.
마르할의 다른 대리인 둘은 남부 지원과 연합 약화에 정신이 없어 보였고, 사람을 배분하는 건 공국에서부터 그가 하던 일이었다.
“바빠지겠군. 몸이 좋아진 게 무색하게.”
바체아 제국 재상으로 임명되며 몸이 건강해지고 머리도 맑아졌지만, 모두 좋아진 몸으로 열심히 일하라는 황제의 뜻이다.
신하 된 자로서 황제의 명에 따라야지.
일을 시작하려는 아젠만은 칼로스가 떠올라 피식 웃었다.
만날 때마다 그를 재상이라 부르는 괴팍한 상인.
제 말로는 행동으로 사람을 규정하는 게 편해서 그리한다던데, 그의 안목은 상당히 정확한 것일지도 몰랐다.
* * *
네루는 황금의 호수에 거점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수십 척의 배가 통곡의 산맥에서 운반한 통나무를 운반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딩켄은 황녀에게 보고했다.
“황녀님. 유렐이 보낸 배가 도착했습니다.”
“팔 곳은요?”
“원하는 곳 어디든 팔 수 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네루가 서부 최고의 권력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십 척의 배가 천 그루가 넘는 통나무를 끌고 왔다.
상상도 못 한 선물도 받았다.
바닷물을 먹어 엉망일 거라던 통나무의 상태가 썩 괜찮았다.
유렐을 지지하는 게 대륙 최고 수준의 마법사들이라는 걸 잠시 잊었다.
“아버지의 도착 시기는 알아냈나요?”
“…내일은 출발하셔야 합니다.”
들뜬 딩켄의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았다.
황제가 온다.
딩켄이 네루를 섬기고 10년이 넘었다. 네루의 일과를 모두 파악하고 보고받는 딩켄은 네루가 황제와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황제와 자식들 사이의 관계는 옆집에 사는 타인보다 삭막했다.
“음… 역시 안 갈 겁니다! 딩켄! 마차를 모조리 불태워요! 전 말도 못 타니 갈 방법이 없어 못 갔다고 하죠!”
“황권 경쟁에 불이익을 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국에는 안 돌아갈 겁니다! 저는 서부에 뼈를 묻을 겁니다!”
의자에서 일어난 네루가 불끈 쥔 주먹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네…?”
“역시 이게 맞습니다! 딩켄, 제가 황권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됩니까!”
“이대로 기반을 넓히며 유물을 모으면 힘들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아니, 상당히 높은 확률로 황녀님이 황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놀고 있나요?”
“용사의 재림이라 불리는 베이올라는 복수에 눈이 멀었고, 유렐은 그런 베이올라에게 쫓겨 다니는 처지입니다. 세오닉이 유일한 변수지만, 그의 세력은 크지 않으니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황금의 호수에 만든 네루의 창고에는 선물로 받은 각종 유물이 가득했다.
골동품에 가까운 물건들이었지만, 바체아 제국의 흔적을 가진 물건이 반이 넘었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가 차기 황권을 두고 내건 조건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자연스레 네루에게는 바체아 제국과 관련된 유물이 모였다.
“유물 전문가와 제국사 전문가를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모인 유물의 분석만 끝내도 옥좌가 성큼 가까워질 겁니다.”
“그걸 다 지킬 자신은 있고요?”
“…없습니다.”
무력.
언제나 네루의 발목을 붙잡는 건 무력이었다.
황금의 호수에 정착하고 많은 초인과 마법사를 고용했다.
누가 공격해와도 도망칠 시간은 벌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딩켄은 전쟁을 통해 전해진 소식을 들었다.
시간을 주면 10만 대군도 구워버릴 위력을 가진 유렐 세력의 마법과 그 마법을 가르며 홀로 군대를 가로지르는 베이올라.
서부는 야만의 무법지대였다.
마지막에 승리하는 건 언제나 힘을 가진 자이니, 베이올라나 유렐이 힘으로 싸움을 걸어오면 네루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네루는 황제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힘 앞에 뭉개지는 가능성이었다.
“그러니까 제국에 안 돌아가고 서부에 살 겁니다! 딩켄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10년만 지나도 대단한 도시가 될 거라고요!”
“그러긴 했습니다만….”
서부는 식량의 자급자족을 시작했다. 통곡의 산맥에서 나무를 포함한 여러 자재까지 공급되고 있으니 성장은 시간문제였다.
“딩켄은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나요?”
“저는 황녀님을 따를 겁니다.”
겁쟁이 딩켄은 수시로 다른 부하를 의심하고 실패의 책임을 지게 하는 권력자 아래에서 일할 수 없다.
딩켄이 네루를 섬기는 건 그녀가 네루이기 때문이다.
천부적인 감과 운을 가지고 있으며, 부하를 의심하지 않는다. 실패의 책임을 부하에게 넘기지도 않는다.
딩켄이 진심으로 섬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네루뿐이다. 배신은 꿈도 못 꾼다.
배신자가 걱정해야 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걱정하다가는 속병으로 죽는다.
네루가 서부에 남는다면, 딩켄도 서부에 남아야 했다.
“폐하를 만나는 건 빠지셔도 됩니다. 하지만 황권 경쟁을 포기한다는 말은 누구도 믿지 않을 겁니다.”
황제. 교황과 같이 서부에서 가장 높은 자리다.
네루가 황권을 포기한다고 말해도 믿지 않을 사람은 끝까지 믿지 않을 것이다.
“황야에 땅을 사서 유물을 거기에 모조리 처박아 버리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라고 하는 겁니다! 괜찮지 않습니까!”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모든 의혹을 한 번에 타파할 묘안이다.
황권 경쟁에 필요한 물건을 땅에 내버리면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유물을 가지려는 사람들끼리 싸움도 일어날 테니 그 또한 네루에게 이익이었다.
“안 되나요?”
“아닙니다. 그리고 기왕 서부에 터를 잡으실 거면, 연합은 없애는 게 어떻습니까?”
“좋아요! 그 세금 도둑들은 사라져야 해요! 딩켄! 좋은 생각 있나요?”
“말리바 리시가 저희 눈을 피해 수작을 부리는 듯하니, 이 기회에 기강을 잡으면 어떨까 합니다.”
“딩켄이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요!”
“알겠습니다.”
네루에게 행동의 자유를 허락받았다.
무슨 일을 해도 네루에게는 피해가 없다는 뜻일 터. 딩켄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국과 연합의 영향력을 지우려면 필요한 게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