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98
제298화
연합의 상황은 개판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연합을 유지하려는 자와 연합을 없애려는 자들이 편을 갈라 매일 언쟁을 벌였다.
말리바 리시는 연합을 없애려는 쪽이었다.
연합을 없애는 대가로 마르할에게 상당한 보수를 약속받았다.
한때 적이었으면 어떤가.
돈이 된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는 게 세상 이치다.
망하는 조직에 미련하게 끝까지 몸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연합은 빠르게 영향력을 상실했다.
안체와의 전쟁이 예정된 이후 토지 경주가 열리지 않았다.
토지 경주의 질서를 지켜야 할 군사들까지 모조리 전쟁에 투입되었다.
연합의 존재 의의는 토지 경주다.
토지 경주가 사라지고, 안체 왕국과 프메임 왕국의 건국은 연합을 근본부터 뒤흔들었다.
유일한 걸림돌이던 네루, 그의 목줄을 잡고 있는 사람에게서도 연합의 약점을 조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거리낄 게 없어진 말리바 리시는 한 다발이나 되는 보고서를 들고 연합 상층부가 모이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말리바 리시가 입을 열었다.
“저분은 누구시오? 스리발 이사는 어디 가고?”
자리에 앉은 다른 이사들이 처음 보는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코에 커다란 사마귀를 달고 있는 늙은이였다.
깡마른 몸에는 날이 섰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스리발 이사는 잠시 일을 쉬기로 했네. 연합 규정에 따라 내가 대리인으로 왔지. 아젠만 리안틀이라고 하네.”
“…아젠만? 아젠만 리안틀?”
“그 아젠만 리안틀 맞네.”
“지주는 연합의 직책을 가지는 게 불가능합니다.”
“땅의 이관은 전부 끝났네. 연합 건물이니 진위를 확인하는 것도 쉽겠지.”
말리바 리시가 다른 이사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들도 한 방울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젠만 리안틀이다. 몇 번이나 검증을 마쳤겠지.
식은땀이 흐르는 건 말리바 리시도 마찬가지였다.
아젠만 리안틀이 서부에 일군 세력이 얼마고 그의 명의로 되어 있는 땅문서가 몇 갠데 그걸 전부 포기하고 연합 이사 따위의 자리에 앉다니?
머리 쓰는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상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광인의 행동이고, 두 번째는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다.
여기 있는 누구보다 뛰어난 인간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심장이 조여드는 감각과 함께 회의가 시작되었다.
아젠만 리안틀은 처음부터 비범한 화제를 꺼냈다.
“황제가 작은 제국에 있네. 여기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군. 혹 아나? 황제를 죽일 수 있을지.”
거물의 이름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게 흥분인지 불안인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 * *
마르할은 별과 달의 위치만 파악하고 그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현재의 마르할이라면 단순히 잡아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들을 죽이면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는 겁먹은 거북이처럼 고개를 처박고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역사는 그의 대담함을 평가하지만, 그 대담함의 근원은 본인의 역량이었다.
나이를 먹어 기량이 떨어지고, 토지의 역사도 사용할 수 없는 서부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 둘을 잃으면 황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국으로 돌아간 다음 황궁에 틀어박힐 것이다.
황권 경쟁도 몇 년은 진전이 없겠지. 그건 마르할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히히힝! 엘리제가 길게 울었다.
엘리제는 달리다 말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 마르할도 엘리제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엘리제는 구름과 같은 높이에 있었다. 고개를 올리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하늘이 드러났고, 밤하늘 가득한 별과 커다랗고 둥근 달이 보였다.
“용사조차 자신을 하늘이라 말하지 않는데, 한낱 인간이 별과 달을 자칭하고 있으니, 참으로 웃긴 일이지. 그렇지 않아?”
동의한다는 듯 엘리제가 웃었다. 입가를 비트는 게 사람의 비웃음과 다를 게 없었다.
저 아래 복수를 끝낸 사람들이 흩어져 서부로 귀환하는 모습이 보였고,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별과 달이 황제의 귀로를 확보하고 있었다.
“가자.”
마르할은 고삐를 가볍게 당겼다.
역사에 다시없을 명마가 하늘을 달려 서쪽으로 향했다.
달리는 엘리제 위에서 마르할은 저 멀리 빛을 내는 작은 제국을 보았다.
슬슬 베이가 황제와 만나고 있을 시간이었다.
* * *
베이올라는 그냥 서부를 떠돌았다.
시비를 거는 사람도 많았다. 마르할과의 싸움에서 몇 군데가 찌그러졌고, 마린과 몇 차례 맞붙으며 갑옷에 새겨진 흔적은 더욱 늘었다.
관리도 안 한 갑옷은 먼지를 뒤집어써 황야의 모래바람과 같은 색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볼품없어도 전신 갑옷은 전신 갑옷이었다.
덤벼오는 사람은 벴다.
마적에게 습격당하는 사람을 구해주고, 밥을 얻어먹기도 했다. 다섯 무리를 구해줬고, 네 무리는 그녀의 밥에 독을 타 그녀를 독살하려 했다.
베이올라는 그들도 마적과 같은 꼴로 만들었다.
세오닉의 부하라는 자들이 유물을 가져와 감정을 부탁할 때도 있었다.
할 일도 없었으므로 들어주었다.
세오닉이 황제의 자리에 몇 걸음 가까워졌겠지만, 베이올라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답을 내지 못했다.
유렐은 레벨라의 원수다. 유렐을 죽여 복수해야 한다.
소일라가 살아 있다. 그리고 세오닉이 소일라의 뜻을 이었다.
베이올라는 어느 한쪽을 고를 수 없었다.
망설이는 자신이 싫었고, 어느 하나를 선택했을 때의 미래가 두려웠다.
어느 쪽을 골라도 후회가 남을 것 같았고, 후회와 자괴감으로 점철된 미래를 기다릴 바에 이대로가 좋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선택하지 않으면 변화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멈췄다. 모든 선택을 멈추고 두 개의 선택 사이에서 생각을 포기했다.
베이올라는 목적도 없이 서부를 떠돌았다.
그러다 황제와 만나는 날이 되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황제 직속 기사단의 기사가 직접 그녀를 찾아와 날짜를 알렸다.
하긴, 숨어 다니지도 않았으니 위치를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
황제를 만나는 자리였지만, 베이올라는 몸을 꾸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고철이라 불러도 무방한 갑옷을 입고, 사흘에 한 번은 비누로 씻던 머리는 먼지 쌓여 밝은 금발이 뿌옇게 변했다.
그 꼴로 베이올라는 황제가 기다리는 건물로 향했다.
작은 제국에서 손꼽히는 크기의 건물이었다.
도시가 커지며 지주인 뤼겐이 새로운 저택으로 삼으려고 마법사와 기사를 불러 지은 건물이다.
딱히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사방에서 떠드는 유렐와 세오닉의 부하들, 그리고 뤼겐의 시종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유렐이 이미 안에 있다는 말을 듣고 베이올라는 검에 손을 올렸다.
절호의 기회임이 틀림없다.
황제 직속 기사단이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이라면 불꽃의 기사 케라스 아니게온이 앞을 막아도 뚫어낼 자신이 있었다.
제국 최고의 기사가 누구였지? 황궁에 있을 때는 불사가 20년 이상을 정점의 자리에 있다고 들었다.
아직 불사가 최고려나?
철을 베는 기사를 포함한 일반 기사는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철을 베고 신비를 다루기 시작한 초인들은 실력 편차가 심했다.
베이올라 본인은 홀로 군대를 붕괴시킬 수 있었고, 그건 마린도 마찬가지였다.
마린의 심장을 찌른 그 암살자도 다른 방식으로 군대를 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다.
마리나 실라나티엘, 그 여자는 수만 대군을 상처 하나 없이 구워버릴 능력이 있다.
일정 경지를 넘어선 사람들의 실력은 단순히 말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불사의 기사라 불리며 수십 년을 므에트 제국의 정점으로 군림한 기사는 어떨까.
그자가 앞을 막는다면 뚫을 수 있을까?
시종의 안내에 따르면서도 그녀의 손은 계속 검의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다 왔습니다.”
시종의 말에 베이올라는 검에서 손을 놓았다.
그녀는 겁쟁이였고, 겁쟁이답게 마지막까지 선택을 내리지 못했다.
문이 열렸다.
방 내부는 황궁에 있는 방 하나를 축소한 듯했다.
상석에는 1년에 얼굴도 몇 번 보지 못하는 황제가 앉아 있었고, 유렐과 세오닉이 양옆으로 자리했다.
거대한 역사를 품은 두 명의 기사가 벽에 붙어 황제를 지켰다.
이 방 전체가 그들 신비의 영역이었다.
음식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앉거라.”
황제의 말에 베이올라는 세오닉과 두 의자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유렐 옆보다는 이게 편했다. 식사 내내 유렐의 면상을 봐야 했지만, 어떻게든 눈을 피해 봐야지.
조용한 식사가 이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베이올라는 많은 걸 알았다.
태산은 불꽃보다 약했고, 불사는 불꽃이 둘은 덤벼야 동수를 이룰 신비를 품었다.
단순히 품은 신비만을 따졌을 때의 이야기지만, 실전에서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신비란 역사고, 역사란 기사가 걸어온 길이니까.
세오닉과 유렐은 읽기 어려웠다. 마법으로 자신을 숨겼다.
그리고 아버지, 황제.
공포의 상징이자 우상이고, 또 혈육의 정도 얼마간 품고 있는 남자는 흉험하지만 초라했다.
기세는 불사의 기사 이상이지만, 불사처럼 안정되지도 않았고, 태산처럼 두텁지도 않았다.
실망? 안도? 베이올라는 가슴 깊은 곳을 지나는 찰나의 감정을 붙잡지 않았다.
황제가 입을 닦았다. 유렐과 세오닉도 식기를 놓고 씹던 음식을 삼켰다.
“대지주 마르할, 그자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
공기가 싸늘히 식었다.
베이올라도 잠깐이지만 숨을 멈췄다.
“황가의 핏줄을 능멸했다.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일이다.”
대답이 없자 황제는 주제를 바꿨다.
“바체아 제국의 흔적은 얼마나 찾았느냐.”
“서부에 흩어져 있던 유물을 찾았습니다. 황가와 관련된 것도 다수 있습니다.”
“통곡의 산맥 너머에서 바체아 제국 귀족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공왕이 쓰던 유물도 몇 개 발견했습니다. 1년 내로 바체아 제국 황가의 역사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오닉과 유렐이 말했다.
베이올라는 황제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 깊은 눈이었다.
“저는….”
불사와 태산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벽이 무너지며 파편이 안으로 쏟아졌고, 두 기사의 검이 날아오는 돌덩이를 모조리 쳐냈다.
외부의 외침이 고요하던 식당을 소란스럽게 했다.
“마족이다! 마족이 나타났다!”
“대포! 대포 가져와!”
병사와 기사들의 목소리를 뚫고 한 줄기 목소리가 식당 안에 있는 모두의 귀청을 때렸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 거기 있는 걸 안다!”
태산의 기사가 검을 휘둘러 연기를 걷어냈다.
그곳에 있는 건 마족이며, 인간이었다.
외형은 인간이었지만, 검은 안개를 사방에 뿌렸고, 기형적으로 거대한 왼팔을 가지고 있었다.
“네가 숙청한 브란도 가문을 기억하느냐! 내가 마지막 브란도다! 네가 황제라면 스스로 꺼낸 말을 지켜봐라!”
세상에 완전한 비밀은 없다. 황제를 대접하기 위해 뤼겐은 시종을 닦달했고, 황제가 작은 제국에 온다는 뜬소문이 은근히 저잣거리를 돌아다녔다.
마족은 왼팔을 땅에 박고 안에서 거대한 바위를 꺼냈다.
신비가 깃든 바위였다.
바위는 저택만큼이나 컸다. 바위를 뽑아낸 땅에는 커다란 구멍이 남았다.
서부를 떠돌며 베이올라는 마족도 몇 마리 상대해봤다. 하지만 저건 그녀가 상대한 어떤 마족과도 궤를 달리했다.
바위를 넘어 작은 산이라 부를 수 있는 저걸 던지면 저택이 무너지는 건 당연하고 도시에도 막대한 피해가 생길 게 분명했다.
불사가 입을 열었다.
“피하셔야 합니다. 태산, 시간을 벌어라.”
“알았다.”
태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기사의 얼굴이 잔뜩 굳었다.
그들도 마족과 마족이 든 바위에 깃든 힘을 느꼈다. 준비도 없이 싸울 상대가 아니었다.
불사는 황제를 옆구리에 끼고, 태산은 등에 메고 있던 대검을 양손으로 들었다.
세오닉과 유렐도 벽을 부수며 도망갈 준비를 했다.
베이올라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관심사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모두 도망갈 생각으로 가득하다. 황제도, 그 호위도, 유렐과 세오닉도 저걸 여기서 죽일 마음은 없어 보였다.
저게 날뛰어 수만 명이 사는 도시 하나를 박살 내는 데 얼마나 걸릴까.
‘그 사람이 싫어하겠지.’
여기까지 와서 그녀의 머리를 차지한 사람은 마르할이었다.
마르할은 서부를 아낀다.
작은 제국이 사라지고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면 싫어하겠지.
베이올라는 마르할에게 준 게 없다.
힘도, 기술도, 권력까지도 마르할에게 받았지만, 은혜도 모르고 마르할을 배신했다.
대의를 위해서도 아닌 그녀 개인의 복수를 위해서.
베이올라 므에실리고는 이기적인 년이다.
이 또한 그녀의 자기만족을 위한 일이다.
마르할이 조금은 그녀를 용서해주지 않을까 하는 이기심에서 나온 행동이다.
베이올라는 무너진 벽 앞에 섰다.
저 아래 작은 바위산을 던지려는 마족이 보였다.
마족은 몸에 닿는 화살과 포탄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 신비 추적자들이 쏜 마법도 소용없었다. 탄력 있는 피부가 모든 공격을 튕겨냈다.
마족이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그녀는 봤지만, 태반의 사람이 보지 못할 속도로 바위가 날아갔다. 저택을 스친 바위는 경로에 있는 걸 모두 갈아버리며 나아갔다.
콰앙! 굉음이 들렸다. 성벽이 무너진 모양이었다.
한 박자 늦은 후폭풍이 몰아쳤다. 바람에 저택이 반파되고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 안에서 마족은 다시 땅에 손을 넣고, 거대한 바위를 뽑아냈다.
도시에 있는 땅에서 저만한 바위가 묻혀 있을 리가 없다. 바위를 뽑아내는 일련의 과정조차 일종의 신비였다.
불타는 눈은 이번에야말로 저택과 함께 황제를 죽여 버리겠다는 살기가 가득했다.
베이올라는 검을 뽑으며 아래로 뛰어내렸다. 부서진 갑옷에서 쇳소리가 났다.
그녀는 양손으로 잡은 검을 위로 들었다.
언젠가 봤던 하늘을 찢어발기는 검격을 떠올렸다.
-재능을 쓸 곳을 찾지 못해 평생을 방랑했다.
환청이 들렸다. 귀에 속삭이는 듯하면서도 세상에, 공간에 깊이 스며드는 목소리였다.
-사람을 구하고 싶다. 자연스레 일어난 마음을 따라 검을 잡았다.
마족은 상체를 크게 뒤로 젖혔다. 그 얼굴은 사악한 희열로 물들었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세상의 상식은 걸림돌이야. 강한 의지가 역사로 변하고, 역사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아. 베이올라가 입을 벌렸다.
공간을 적시는 목소리는 그녀도 아는 사람의 것이었다.
단 한 번 만났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특이한 사람.
용사 바스타의 목소리였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뜻은 정했어?
모르겠어요.
베이올라가 읊조렸다.
-하고 싶은 일은?
저걸 막고 싶어요.
-뜻은 역사가 되리니.
그게 꼭 검을 휘두르라는 말처럼 들려서, 부끄러운 속내를 쏟아내라는 다독임처럼 들려서.
베이올라는 검을 휘둘렀다.
구름 사이 숨었던 달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