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0
제30화
여관은 여행객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몇 없는 장소다.
솔직히 말해 여관도 아주 안전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어디서 자든 대부분은 여관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그리고 여관은, 돈만 있으면 따듯한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이기도 했다.
“쉬고 있어요. 자리를 비운 사이 변한 게 없나 잠깐 확인하고 올 테니까.”
“따라가면 안 되나요?”
“그 꼴로요?”
마린이 자기 모습을 보았다. 옷은 당연히 흙투성이였고, 손은 재라도 묻힌 것처럼 시꺼멨다.
며칠이나 씻지 못해 머리도 찝찝하다.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
그녀는 일주일을 씻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씻어야 할 때는 씻는다.
예를 들어,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이라거나.
마린이 여관으로 뛰어들었다.
“우릴 떨어뜨려 두고 뭘 하려고?”
“말 못 할 짓을 이것저것?”
“부정은 안 하는구나.”
“딱히 숨길 일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날카롭네요? 베이.”
“내가 세상 물정 모르는 건 맞지만, 바보는 아냐. 이 정도 눈치도 없으면 진작 죽었지. 일 잘 보고. 우리도 가자, 레벨라. 씻는 건 할 수 있어?”
“아마 괜찮을 겁니다. 너무 감각이 없어서 오히려 무서울 정돕니다.”
레벨라가 덜렁거리는 왼팔을 흔들었고, 그 비인간적인 움직임에 베이올라가 흠칫 놀랐다.
“제 이름을 대면, 구할 수 있는 건 다 구해줄 거예요.”
세 사람이 여관 안으로 사라지는 것까지 확인한 마르할은 에나의 잡화점으로 향했다.
잡화점이 있는 거리는 마르할이 막 돌아왔을 때보다 사람이 확연히 늘었다.
그때는 토지 경주가 막 시작되어 사람들이 전부 나가 있을 때였고, 지금은 아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마르할을 보고는 한마디씩 인사를 건넸다.
“언제 돌아왔냐. 오랜만이다.”
“좋은 술 들어온 거 있어요?”
“들어왔으면 내가 다 마셨지.”
주류 사업을 하는 업장 주인도 있었고.
“마르할이구나. 어디서 그런 꼬마를 데려왔니.”
“꼬마? 카리안이요?”
“그래, 그 꼬마. 똘똘해서 뭐든 시키면 척척 하더구나. 젊다는 게 좋아. 우리 양반이 그 꼬마 반만 부지런했어도.”
“그렇다고 앞길 창창한 청년 꼬시진 마시고요.”
“에이,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전과도 있는 아줌마가? 아저씨가 부지런했으면 아줌마는 팔이나 다리 한 짝은 나갔어요.”
“그래서 내가 그이랑 같이 사는 것 아니겠니.”
막장 인생이 많은 서부에서도 한층 막 나가는 마담도 있었다.
생존 신고를 하며 에나의 잡화점에 도착한 마르할은 짐을 나르고 있던 카리안을 발견했다.
“카리안. 여기서 뭘 하고 있어요?”
“마르할? 어어어. 잠깐만!”
카리안은 팔이 덜덜 떨리도록 들고 있던 짐을 내려두고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돌아왔구나!”
“임시 증서 받지 않았어요? 여기서 뭐 해요?”
카리안이 눈을 돌렸다.
기껏 지주가 되었으면서 글도 읽을 줄 몰라 잡일이나 하고 있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맞다. 너도 경주에 나갔었잖아. 어떻게 됐어?”
“헛일했죠. 역시 출발이 늦으니 힘들더라고요.”
“너도 못 하는 일이 있구나.”
“저도 사람이니까요. 에나 있어요?”
“뒤쪽 창고에서 물자 정리하고 계셔.”
“고마워요. 일 열심히 배워요.”
마르할이 잡화점 옆으로 사라졌다.
카리안은 상자 옆에 쭈그려 앉아 한숨을 쉬었다.
“하아… 내가 무슨 말을.”
마르할이 땅을 얻지 못했다고 했을 때, 카리안은 속으로 안심했다.
카리안은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집을 나올 때는 혼자였지만, 서부에 도착할 때는 혼자가 아니었다.
몇 명의 동년배와 함께였고, 그들과는 도중에 헤어졌다.
나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동년배들은 모두 서쪽 끝 개척촌으로 오기 전에 다들 정착했다.
그건 정착보다는 당착이었다.
서부는 건장한 몸을 가진 청년에게는 그런대로 살 만한 땅이다. 한 해 농사가 망하면 굶어 죽을 걱정을 해야 하는 고향과 달리 하루 벌어 하루 살 돈이 나온다.
카리안과 함께했던 친우들은 거기에 만족했다. 언젠가 토지 경주에 참가할 날이 오리라 변명하며 술과 여자에 빠졌다.
그들이 아니라도 카리안은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현실에 만족해 이상을 포기한 자들을 무수히 만났다.
카리안은 그들 사이에서 토지 경주에 참가했고, 끝내 지주가 되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업적이다. 하지만 그런 자부심을 박살 내는 사람이 마르할이었다.
그보다 훨씬 빨리 지주가 되었고, 아는 것도 훨씬 많다.
유치한 생각이지만, 마르할과 싸우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유감스럽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마르할은 지주이며, 동시에 잔뼈 굵은 용병이다.
주먹 좀 쓰는 일반인이 당해낼 상대는 아니었다.
“하아….”
질투가 난다. 마르할이 생판 남이었으면 순수하게 질투했을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왕과 귀족과 부자를 욕하는 것처럼 마르할을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카리안은 마르할을 알았고, 또 마르할은 그의 은인이었다.
추하다는 걸 알면서도, 속에서 욱하는 감정을 완전히 없앨 수가 없다.
‘일하자, 일.’
짝! 자기 뺨을 때린 카리안이 다시 상자를 들었다.
* * *
에나의 잡화점 뒤에는 잡화점보다 큰 창고가 있다. 인근 상인들이 전부 사용하는 창고는 마을 물류의 허리이자 머리다.
에나는 어둑한 창고 안에서 장부와 물자를 맞춰보고 있었다.
“왔냐.”
“안 보고도 알아요?”
“네 발소리는 들으면 소름이 끼쳐. 그거 언제 고칠래?”
“전 그걸 듣고 아는 에나가 더 소름 끼쳐요. 날고 기는 기사들도 못 알아차리는 건데요.”
“몰라. 바깥양반 말대로 훈련하니 되더라.”
맛보기만 전수받은 거지만, 모든 범죄자의 전설이 된 남자의 기술을 귀로 듣고 알아차리다니, 에나의 남편이라는 기사도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제국이 이상하단 걸 알아차릴 정도는 되는 사람이라는 건가.’
에나의 말이 맞다면, 에나는 있을 수 없는 과정을 거쳐 남편의 죽음 소식을 들었다.
그 과정에는 십중팔구 황제나 그의 직속 부대가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에나가 보여주는 능력을 생각하면 남편의 능력도 이해는 되었다. 제대로 유파의 비기를 전수받은 것도 아니고, 남는 시간에 전수받은 지식과 수련으로 저 정도다.
세상은 넓고 기인은 많다는 말이 새삼 와닿는다.
“카리안은 어때요?”
“열정도 있고, 배우는 것도 빨라. 몇 달 있으면 혼자 창고 몇 개를 굴릴 경험은 쌓일 거야.”
“잘됐네요. 특별한 일은 없고요?”
“없었는데, 이제 있네.”
창고 입구에 그림자가 졌다.
다섯 명의 남자였다. 셋은 망치나 쇠막대처럼 흔히 볼 수 있는 공구를 들고 있었지만, 한 명은 장검을, 한 명은 쇠뇌를 들고 있었다.
“미안, 에나. 우리도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냐.”
“음. 에르시, 이게 무슨 상황이죠?”
“마, 마르할?”
“뭐야, 위험한 놈이야?”
둘은 마르할도 아는 사람이었다. 마을에 있는 흔하디흔한 일꾼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그렇게 번 돈을 술과 도박, 여자로 모두 날리고, 다음 날 아침 퀭한 눈으로 다시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셋은 마르할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유입인가.’
1년간 마을을 비우기도 했고, 토지 경주까지 있었으니 마을에 새로운 피도 많이 수혈되었을 것이다.
처음 보는 얼굴들은 새로 마을에 온 일꾼으로 보였다.
“용병. 지부장하고도 친해.”
“실력은?”
“나도 몰라! 이 마을 토박이는 아무도 마르할에게 시비는 안 건다고!”
에르시는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마을에 며칠만 머무르면 마르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안다. 마을 사람 모두가 마르할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모를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새로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도 마르할을 쉬이 대하지 못한다.
“다 죽여. 용병이랍시고 꺼드럭대는 놈들도 맨손이면 아무것도 아냐.”
“지, 진짜로?”
“그럼 가짜겠냐, 병신 새꺄! 시간 없어! 죽여! 으아아!”
남자들이 고함과 함께 달려왔다. 그 모습이 사뭇 위협적이다.
“도와줘요?”
“쇠뇌.”
짧게 뱉은 후 에나는 달려오는 남자들을 보며 손을 털었다.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고 몸을 구부렸다. 풍채 좋던 그녀의 몸이 쪼그라들었다.
앞으로 모은 주먹 사이로 달려오는 남자들을 확인하고, 휘두르는 망치를 피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보지도 않고 주먹을 뻗었다.
빠악!
북 치는 소리가 났다. 남자 한 명이 꺽꺽,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무기가 휘둘러질 때마다 에나의 상체가 흔들렸고, 어김없이 북 치는 소리가 났다.
막 주먹을 뻗은 그녀를 향해 남자가 검을 휘둘렀다.
“죽어라아아!”
에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발을 크게 옆으로 뻗었다. 그녀의 몸이 미끄러지듯 움직였고, 검이 허공을 갈랐다.
푹.
식칼로 고기 찌르는 소리가 났다. 사람 몸에 주먹이 박히며 날 소리는 아니었다.
“커헉!”
“검을 들었으니, 죽어도 변명은 없겠다, 애송이.”
남자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손에 느낌이 왔다. 이건 사제가 와도 못 살린다.
에나는 손을 털며 수그렸던 어깨를 다시 폈다.
저쪽에서는 마르할이 쇠뇌를 들고 있던 남자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뼈가 몇 조각이 났는지 팔이 흐물흐물했다.
“지금 당장 기사 해도 되겠어요.”
“시켜줘도 안 해.”
“그런데 이것들은 뭐예요?”
“이제부터 알아야지. 안 그래, 에르시?”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된 에르시가 겁에 질렸다.
“난, 나는… 나는 그냥.”
“닥쳐. 너도 저 꼴로 만들어줄까?”
에나 옆에는 입으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눈이 돌아가 흰자위까지 보였다.
“난 돈을 준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돈 몇 푼이면 나를 죽일 수 있다? 꼬마야. 네가 몸뚱이 하나 가지고 마을에 왔을 때 일자리를 알선해 준 게 누구였지? 손가락 간수 못 해서 손목 잘리게 생겼을 때 봐준 게 누구였더라.”
“아니. 난 정말….”
개척촌에 사는 사람치고 에나에게 신세 한 번 지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고, 그건 에르시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에나가 죽었다면 이리 비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될 각오까지 해가며 실행한 일이 실패했다는 것이 에르시의 심정을 더 참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뭐냐. 도박? 여자?”
“분명 따는 판이었다고! 그놈들이 사기를 친 게 분명해! 그래, 모두 그놈들이 나쁜 거야!”
빡! 에나가 에르시의 머리통을 때렸다. 에르시는 그대로 기절했다.
“네가 없는 사이 도박장이 하나 생겼어. 다곤 놈이 어련히 알아서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한번 알아봐야겠네요. 에르시는 제가 데려가도 괜찮죠?”
“지주님께서 해결하겠다는데, 일개 상인이 뭐라 하겠어.”
에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힘 좀 있는 아낙일 뿐이다. 장정 몇은 제압할 수 있지만, 전문가가 그녀를 죽일 작정으로 함정을 파면 죽어야 한다.
방금도 마르할이 쇠뇌를 든 놈을 맡아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마르할은 다르다. 저 지주님은 세 개의 토지 문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한 위인이다.
“그리고 카리안도 잠시 데려갈게요.”
“그놈을?”
“지주가 해야 할 일을 알아야죠. 모든 걸 대리인에게 맡겨둘 수는 없으니까요.”
“…거친 일에는 연이 없는 놈이니 살살 해.”
“오, 지금 걱정하는 거예요?”
“빨리 데리고 꺼져!”
“작은 창고 아직 있죠? 빌릴게요!”
마르할은 기절한 에르시를 끌고 창고를 나왔다.
잡화점 뒤에 있는 큰 창고 근처에는 작은 창고가 몇 개 있고, 개중 하나는 주로 창고 이외의 목적으로 쓰인다.
창고 밖에는 소란을 감지한 상인 몇이 나와 있었다.
“작은 창고 알죠? 카리안 좀 그쪽으로 불러줘요. 그리고 도박장 생겼다면서요? 그쪽 사람들 위치 좀 파악해 주세요.”
일이 터졌음을 감지한 상인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마르할은 에르시를 데리고 작은 창고로 들어왔다.
벽돌과 진흙으로 만든 작은 창고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중간에 톱밥으로 된 층이 하나 더 있다.
건물 내부에는 쇠사슬 달린 의자가 있고, 그 근처에는 검은 얼룩이 있다.
마르할은 기절한 에르시를 의자에 앉히고 사슬로 팔과 다리를 감았다.
포박이 끝날 즈음 카리안이 창고에 도착했다.
“이 창고는 안 쓰는 창고 아니었….”
창고 안쪽을 본 카리안은 의자에 묶인 에르시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분쟁 수습. 마을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의 해결. 이것도 지주의 일이죠.”
“에르시가 무슨 짓을 했어?”
개척촌은 넓으면서 좁다.
에나의 일을 도우며 카리안은 작업 현장에 꾸준히 얼굴을 비치는 사람들의 이름 정도는 기억했다.
에르시도 매일 아침 일거리를 찾아 용병 길드나 잡화점 상점 거리 인근을 서성이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도박하고 살인이요. 살인은 미수로 그쳤지만요.”
“아까 창고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던데, 설마?”
“그 설마예요.”
“도대체 왜? 성공했어도, 도망치기 전에 죽을 텐데.”
카리안은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되었다.
도박빚을 져도 갚을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에나가 돈이 많긴 하지만, 대낮에 에나를 죽였다간 다른 마을로 도망가기 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 죽는다.
이해도 안 되고 이성적이지도 않은 행동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단, 구경이나 해요. 언젠가 당신이 직접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카리안이 침을 꿀꺽 삼켰다.
마르할이 에르시의 뺨을 갈겼고, 이빨 몇 개가 땅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