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05
제305화
연합이 생겨난 이후 서부가 평화로웠던 적은 없지만, 최근은 유달리 사고가 잦았다.
연합이 악을 쓰고 막으려 했던 국가 건립이 두 번이나 있었다.
곡창지대가 열려 서부는 동부에게서 독립하려 했고, 이마릴이 전쟁에서 패배하며 노예로 나온 초인들은 때로는 무기로, 때로는 정치 도구로 사용되었다.
네루 황녀가 황녀로서의 모든 권한을 포기하고 서부에 자리 잡겠다는 충격 선언을 했다.
그녀가 그간 모은 유물이 모두 외딴 장소에 있는 창고에 들어갈 예정이란다.
미친 소리지만, 미친 행동을 일삼는 네루가 하는 일이다.
무력은 다소 뒤떨어져도, 다른 부분으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 한 명이 사라졌다.
세오닉과 유렐은 네루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사소하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국적 없는 군대가 세월을 넘어 다시 모였다. 그들의 선두에는 마족과의 전쟁에서도 이름을 떨친 셰르멜과 조셉이 있었다.
남부에 돌연 집결한 3만가량의 무장한 군대는 대포와 마법사, 기사단을 거느리고 성황국 소유의 도시를 침략했고, 하루도 안 되어 도시를 함락했다.
대지주들과 연합 간부들은 말을 잃었다.
국적 없는 군대는 마족과의 전쟁으로 만들어진 우연의 산물이다. 그런 군대가 10년이 넘도록 누구도 모르게 유지되고 있었고, 갑자기 대지주의 도시 하나를 먹어치웠다.
국적 없는 군대는 마족과의 전쟁 경험을 가진 정예군이다.
안체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며 손실이 생긴 연합을 정면에서 깨부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연합 존망이 걸린 위기에 이사 회의가 소집되었다.
말리바 리시는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을 감추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연합을 해체하고 거대한 권력 공백에서 생겨나는 이익을 취한다. 그게 말리바 리시가 취하고 있는 전략이었다.
연합의 멸망은 빠를수록 좋고, 그게 그의 목줄을 잡은 두 사람의 공통된 뜻이기도 했다.
회의장 안에는 늘 보던 얼굴들이 기다렸다.
말리바 리시는 저들의 주장과 근거를 모두 기억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말리바 리시가 연합 해체를 바란다는 걸 안다. 여기 앉은 사람은 모두 그 정도 능력은 지녔다.
각자의 목적이 명확한 가운데 도저히 목적을 알아낼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아젠만 리안틀.
때로는 말리바 리시의 편을 들고, 때로는 반대쪽의 편을 들며 아젠만 리안틀은 연합 이사 회의를 가지고 놀았다.
다른 이사들도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몇 번이나 아젠만에게 암살자를 보냈다. 하지만 아젠만은 매번 멀쩡히 살아 돌아왔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부를까 하네. 괜찮겠지?”
웬일로 아젠만이 먼저 입을 열었다.
“거절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겠네.”
아젠만의 기분을 거슬러 좋을 게 없으므로 이사들은 침묵했다. 문이 열리고 방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아젠만을 제외한 연합 이사들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대지주 마르할! 그대가 왜 이 자리에 있소!”
“뜻을 전할 거라면 끈이 닿은 이사들을 통해도 되지 않나!”
연합 이사 중에는 마르할에게 여러 가지를 받은 사람도 있다. 이사들의 주 수입원이 대지주들에게 받는 뒷돈이니, 누가 누구의 후원을 받는지 알음알음 모두 알았다.
마르할에게 후원받는 공국 이사까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젠만을 제외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는 의미였다.
“자자, 앉아요. 제가 못 올 자리에 온 것도 아니잖아요?”
“지주는 연합의 일에 간섭하지 못하게 되어 있소. 못 올 자리가 맞소.”
성황국 출신인 노년의 이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마르할도 성황국 미사어처럼 부드러운 공국어로 받아쳤다.
“확실히 대지주가 올 자리는 아니죠. 그런데 오늘은 와야겠더라고요.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을 벌이면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듣잖아요?”
마르할의 말에 회의실 안이 화약이라도 터진 것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이사들의 개인 호위와 회의실을 지키는 기사들이 검을 뽑았고, 이사들이 무서운 눈으로 마르할을 노려봤다.
마르할은 모든 사람이 아는 그 얼굴로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빈 의자에 앉았다. 마르할 뒤에 거구의 노인이 뒷짐을 지고 섰다.
대상회들의 뜻을 대변하는 이사가 노인의 얼굴을 알아봤다.
“셰르멜…?”
“대장군 셰르멜이라고?”
“국적 없는 군대의 지휘관이 왜 여기… 아니겠지. 누가 아니라고 해주시오.”
“무기왕….”
누군가는 의심했고, 누군가는 현실을 부정했다.
칼로스가 마르할에게 붙여준 별명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무기왕.
무기상 칼로스에게 가장 많은 무기를 구입하고 붙은 별명이었다.
마르할이 칼로스에게 사간 무기를 다 합하면 군대 하나를 무장시킬 수 있다.
몇몇 이사만이 아는 무기왕의 소문이었다.
정작 마르할이 대량의 군사를 운용하는 장면은 한 번도 목격되지 않았기에 소문에 크게 집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국적 없는 군대로 흘러갔다면? 국적 없는 군대의 장비를 바꾸고 정비하는 데 쓰였다면?
“…대체 몇 년 전부터.”
말리바 리시가 아연하게 말했다.
국적 없는 군대가 용사에게 제압된 후 흩어진 건 10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마르할의 나이는 아무리 많이 쳐줘도 10대 후반이다.
10대 후반의 소년이 3만 군대를 거두고 10년을 먹여 살렸다고?
눈에 보이는 모든 땅이 황야인 이 서부에서?
불가능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마르할 뒤에 바위처럼 자리 잡은 셰르멜은 환각 따위가 아니었다.
짝. 마르할이 손뼉을 쳤다.
“대화할 마음이 드셨죠? 제 개인 무력은 말해 입만 아플 거고요.”
“그래, 앉게들. 무력으로 연합을 부술 거라면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이사들은 주춤주춤 아젠만과 마르할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모든 게 저 둘의 작품이었다. 아젠만이 마르할에게 도시를 넘겼을 때부터 해야 했던 의심이지만, 사람들은 마르할과 아젠만이 손을 잡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젠만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아젠만 리안틀은 죽으면 죽었지 자기가 가진 걸 모두 놓으면서 남 아래 들어갈 인간이 아니라고.
백귀의 초대조차 몇 번이나 거절한 위인이 공국의 왕보다 훨씬 못한 대지주 하나에게 충성할 리가 없다.
범인들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다. 그리 의심했다.
때로는 가장 간단한 결론이 정답이 되기도 한다. 이번이 그랬다.
아젠만은 마르할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연합 이사들은 그들의 손에서 놀아났다.
그뿐인 이야기였다.
이사들이 모두 앉은 걸 확인한 마르할이 말했다.
“연합군을 재소집하고 연합의 권한으로 동원령까지 내리면 2만까지는 모이죠?”
“연합에 우호적인 대지주도 있소. 모든 게 그대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거요.”
“연합과 싸우겠다는 말은 안 했어요.”
“그대의 발언과 행동을 돌이켜 보시오.”
“말로란 대주교님, 대주교님 성함은 고향 풍습에 따른 거죠?”
“그렇소.”
“최근 성황국에서 별다른 소식은 없어요?”
“그대가 성황국 소유의 도시를 침략했다는 보고를 올렸소. 곧 성기사와 이단심문관이 도시를 되찾으러 올 거요.”
늙은 대주교는 마르할 앞에서도 침착했다.
“그거 말고요. 성황국이 이중 전선을 펼치고 전쟁 중이라는 소식 같은 건요?”
“그게 무슨 소리요?”
세월이 가져다준 냉정함이 흔들렸다.
“이중 전선? 공국과 제국의 합동 공격이오?”
“반대예요. 성황국이 공국과 제국을 선공했죠. 아마 서부도 공격하려고 준비 중일 거고요.”
“농담도 적당히 하시오. 성황국이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이오.”
대주교의 얼굴에 노기가 서렸다.
성황국은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는 국가다. 종교를 중심으로 어느 국가보다 권력층의 기반이 탄탄하고,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요즘도 영지를 성황국에 기부하고 사제가 되려는 귀족들이 가끔 나온다.
내부는 안정되었고, 가만히 있어도 국토가 늘어난다.
전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
“터무니없는 모략은 그만두시오. 그건 책략조차 아닌 개소리요. 전쟁이 터졌다면 우리가 그걸 모를 리 없지 않소.”
평범한 전쟁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백귀도 황제도 성황국 군대도 아닌 성기사단 몇 개와 전투 사제 수백 명을 막지 못해 국경이 뚫렸다는 소식은 최대한 숨기고 싶을 것이다.
마족과 똑같은 성질을 지닌 성기사들의 힘을 분석할 시간도 필요하겠지.
“말로란 대주교님. 신을 믿나요?”
“나는 그분의 것이오.”
“그럼 기도해 보세요. 그분께서 답을 내려줄 테니까.”
전쟁을 논하다가 기도를 하란다. 뜬금없는 요구였다.
검을 뽑은 채 명령을 기다리던 기사들까지 황당한 눈으로 마르할을 보았다.
마르할은 깍지 낀 손을 책상에 다소곳이 올리고 늙은 대주교를 재촉했다.
“자, 어서요. 진심을 담은 기도. 그거 한 번이면 아무 짓도 안 하고 물러갈게요. 선민을 보살피는 것도 신의 일이잖아요? 간절한 신자의 기도에 신이 답해줄지 혹시 알아요?”
“…알았소.”
떨떠름한 표정이던 대주교는 기도를 시작하자 바로 진지해졌다.
평생 몸에 새겨진 기도는 본능에 따라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양손을 이마 앞에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여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댔다.
늙은 대주교는 과거 전투 사제로 이단심문관과 함께 이단을 몰살하는 작전에도 참가했다.
그가 쌓은 역사는 가볍지 않았고, 역사를 잡아먹는 탐욕스러운 하얀색은 즉시 기도에 답했다.
늙은 대주교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쭈글쭈글한 피부가 탱탱해지고, 마른 몸에 보기 좋게 근육이 붙었다.
연합 이사들은 몸이 아프면 모두 사제를 부를 돈과 권력은 가진 이들이었다.
그들이 아는 어떤 기적도 저런 효용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늙은… 이제는 젊어져 중년이 된 대주교도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인 건 주름이 사라진 손과 사제복이 꽉 끼는 근육이었다.
“이… 이게 무슨?”
“뭘 봤어요?”
“빛을… 빛을 보았소. 빛이 내게 다가오는 것을.”
“흠. 그런 구조네요. 도움이 됐어요. 말로란 대주교님.”
마르할의 어깨를 덮고 있던 뱀 비늘로 만들어진 망토가 하늘을 날았다.
돌돌 말려 날카로운 창이 된 망토가 대주교의 심장을 꿰뚫고, 그를 벽에 매달았다.
이사들의 명령보다 기사들의 반응이 빨랐다.
십여 명의 기사가 마르할에게 달려갔다. 다양한 각도에서 마르할을 베려던 그들의 움직임은 마르할의 눈길 한 번에 멈췄다.
바람이 기사들을 휘감았다.
한발 늦게 이사들이 고함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먼저 예의 운운한 건 당신 아니었소!”
“자자, 진정들 하시고. 저거 보면서 생각나는 거 없어요?”
대주교를 꿰뚫었던 망토가 스르르 움직여 마르할의 어깨를 감았다.
대주교는 가슴에 난 구멍을 부여잡고 헛기침과 함께 피를 토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말리바 리시가 중얼거렸다.
“…대주교, 왜 살아 있습니까?”
기침하던 대주교는 순간 기침을 멈췄다.
한 명은 사람을 죽이는 작전을 짜는 사람이고, 한 명은 사람을 죽여본 사람이다.
그들은 죽음의 전문가다.
심장이 뚫린 사람은 한가하게 기침이나 하고 있을 수 없다.
“다른 것도 봐야죠. 심장.”
마르할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대주교의 가슴을 향했다. 반대편이 보이던 구멍이 서서히 메워졌고, 하얀 피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대주교의 몸은 여전히 빛을 뿜었다.
마르할은 기사들을 붙잡고 있던 바람을 없앴다.
“비정상적인 재생력을 가지고 몸에서 끝없이 무언가를 뿜어댄다. 아, 전염력이 있다는 건 다른 표본으로 확인했어요. 이제 감이 잡히죠?”
“…마족.”
“마족의 특징이군.”
이사들이 대주교에게서 거리를 뒀다.
초인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판단력이 빠른 자들이다. 마르할이 말한 전염력이라는 단어를 똑똑히 들었다.
“나는 신에게 선택받았다!”
대주교였다. 그가 분기에 찬 얼굴로 사제복 상의를 손으로 찢으며 가슴의 상처를 내보였다.
꺼림칙한 하얀 피부로 덮인 가슴이었다.
“보시오! 나는 젊음을 되찾았소! 전성기에도 얻지 못했던 힘까지 얻었지! 그리고 이 넘치는 생명력까지! 이게 신의 뜻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오!”
마르할은 다시 망토를 날렸다. 망토가 대주교의 머리 왼편을 터뜨렸다.
피와 뇌수가 흩뿌려지고, 빛이 상처에 집중되었다. 대리석처럼 하얀 머리가 생겨났다.
“이게 불….”
망토가 대주교의 반대편 머리를 뜯어냈다.
“불경한 자가!”
성대.
“신의 천벌이…!”
오른쪽 가슴.
“신에게 선택받은 나를 농락하려는 거냐!”
마르할은 묵묵히 죽지 않을 정도로만 대주교의 몸을 박살 냈다.
수십 번의 중상에서 회복한 대주교의 모습은 서서히 인간의 형상에서 멀어졌다.
“크르르….”
인간의 말도 잊었다. 그것은 살점과 피비린내 사이에서 마르할을 노려보았다.
마족은 역사를 먹고 크는 곰팡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역사를 잡아먹히면, 남는 건 하나의 곰팡이 덩어리다.
마르할은 망토를 불러들였다.
바람이 곰팡이를 짓눌러 터뜨렸다.
마르할의 나직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성황국 사제들이, 그 선민들이 선택받지 못한 우민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다고 해요.”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놀랍게도 축복을 받으면 모든 병이 낫고 운이 좋으면 젊음도 되찾을 수 있다네요? 동부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성황국의 전 인구가 축복을 받을 거예요. 이제 이해되죠? 소집령 내리고, 전쟁 준비해요.”
마르할과 셰르멜이 문을 열고 나갔다.
“자네들, 저것 좀 치워주게. 아니. 마법사 불러와서 태워버려. 그리고 나머지는 좀 앉지. 할 이야기가 많지 않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젠만이 입을 열었다.
* * *
마르할은 서부의 한 도시에 있는 연합 건물을 나왔다.
“저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서부로 넘어오는 걸 원천 차단하는 게 중요해요.”
“알고 있습니다.”
셰르멜은 미리 잡아둔 여관으로 향했다.
국적 없는 군대와 연합군의 동맹이 결정되었고, 적은 새로운 마족이라는 발표가 떨어지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