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06
제306화
연합과 국적 없는 군대가 동맹을 맺었다. 셰르멜과 연합의 합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정보를 받아보던 공국에서도 발을 들이밀었다.
연합 이사들이 모인 방에 공국의 사신이 들어왔다.
백귀의 곁을 여간해서는 떠나지 않는다는 재상이었다.
“공국은 이미 그자들을 마족과 같은 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처음 소식을 들은 연합 이사들은 공국 재상의 입에서 나온 말임에도 쉬이 믿지 못했다.
공국의 자랑은 대포와 화약이다.
공국 장인이 만든 대포에 맞으면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도 무사하지 못하고, 왕가 직속 장인들이 만든 화약의 폭발력은 마법사들이 날리는 불덩이에도 뒤지지 않았다.
마법과 달리 땅에 묻어 함정으로도 써먹을 수 있으니 제국이 괜히 공국을 경계하는 게 아니었다.
공국의 저력을 알기에 말리바 리시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수성의 대가인 공국이 보급도 못 받는 성기사 따위에게 밀렸다는 말입니까?”
“주어를 바꿔보시죠. 성기사가 아니라 군사작전을 수행할 지능이 있는 고위 기사급 마족 수백으로. 말리바 리시. 당신이라면 그 병력의 가치를 알지 않습니까?”
“…국경이 문제가 아니군. 잘 알았습니다.”
말리바 리시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상처를 즉석에서 회복하는 작전 수행 능력 하나로 막 서임한 성기사도 중위 기사 이상의 전력으로 취급된다.
죽여도 죽지 않는 성기사 수백과 그들을 원호하는 전투 사제라면 재앙이 따로 없다.
“우회 병력으로 사제를 공격하는 것도 소용없습니다. 죽지 않는 전투 사제들에게 기사단 셋이 일방적으로 찢겼습니다.”
일전 마르할이 했던 말이 말리바 리시의 머리에 떠올랐다.
말리바 리시는 재상에게 물었다.
“공국은, 공국은 성황국 내부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까?”
재상은 고개를 저었다.
“상시 보고를 올리던 첩보 부대의 정보가 끊겼습니다. 공격이 시작된 후로는 따로 사람을 파견할 시간이 없었고요.”
“대지주 마르할이 말하기를, 성황국 사제들이 성황국 모든 사람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
재상이 입을 다물었다.
아젠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침묵에 잠겨 조용히 사태를 관망했다.
* * *
마르할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주인 없는 땅이지만 암묵적으로 공국의 영역이라 칭해지는 지역까지 나왔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하늘에서 엘리제가 떨어졌다.
흙먼지가 날리고 숲에 있던 나무도 몇 개 뽑혀 나갔다.
그 모습에 마르할은 기가 질렸다.
천하를 담은 땅을 달려서 그런가? 저놈도 성장 속도가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섰다.
마르할이 바람으로 흙먼지를 날려 보내자 셰르도를 어깨에 멘 스트레킬이 엘리제 위에서 내렸다.
“많이 늦었네요.”
스트레킬에게는 셰르도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엘리제의 속도와 스트레킬의 신비라면 사흘이면 족할 일이었다.
그런데 스트레킬이 돌아오기까지 열흘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중간 도시에서 성가신 일이 있었다.”
“성가신 일이요?”
“공국 병사의 공격은 잘 막았다만, 그 틈에 도시 이권을 노린 놈들이 설쳤다. 마약을 풀던 그놈들과 맥락은 비슷해.”
“스트레킬 혼자서도 정리할 수 있는 인원이었겠네요.”
“무력은 별 볼 일 없었다. 대신 최초의 암습으로 라일이라는 노인이 죽었다. 너랑 친한 사이였다던데.”
마르할의 눈가가 떨렸다.
중간 도시에 일이 터졌는데 전서구가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마르할이 아무리 대비해도 세상 모든 일에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죽을 사람은 죽는다.
“그놈들. 죽였어요?”
“살려서 도시로 이송 중이다.”
“그럼 됐어요.”
라일은 평온한 말년을 바라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의 말년을 방해했으니, 그놈들에게도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애써 마음을 가라앉혀도 입맛이 썼다.
말벗 하나가 세상을 떴다.
“셰르도는 또 왜 그래요?”
스트레킬의 어깨에 매달린 셰르도는 팔 하나가 없고, 상체에도 붕대를 감고 있었다.
“본인에게 직접 들어라.”
스트레킬이 셰르도를 땅에 던지자 기절해 있던 셰르도가 깨어났다.
그는 마르할을 보자마자 고개부터 땅에 박았다.
“살려다오. 본의가 아니었다. 백귀의 협박이었어.”
“무슨 일인지 말해봐요.”
셰르도는 백귀가 파견한 기사에게 협박당해 어쩔 수 없이 마르할을 공격한 일을 설명했다.
“본인의 뜻은 아니었다?”
“네 무력을 눈앞에서 봤다. 혼자 군대를 도륙할 수 있는 인간에게 시비를 거는 게 미친 짓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몸은 왜 그래요?”
“내가 백귀의 기사와 대치하고 있을 때 놈을 뒤에서 기습했다. 딴에 도우려던 거였겠지. 진심이 어떻든 그놈이 행동한 건 맞다. 내가 안 나섰으면 진짜 죽었어.”
마르할이 셰르도에게 물었다.
“왜 도왔어요?”
“내 목숨은 어찌 되어도 좋다. 아니, 좋습니다. 제발 제 부하들. 저를 믿고 10년을 기다려준 부하들만큼은 살려주십쇼.”
초인인 셰르도의 머리가 땅을 파고들었다. 코까지 땅에 박는 게 질식해 죽어도 고개를 들지 않을 기세였다.
“고개 들어요. 백귀에게 가서 제가 보냈다고 하세요. 공국은 제대로 된 지휘관이 부족하니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써줄 거예요.”
셰르도는 생략된 말을 알아들었다.
전쟁이 끝난 다음 백귀는 그를 죽일 것이다.
셰르도는 공국을 배신한 공국 군인이다.
셰르도가 공국으로 돌아가면, 백귀는 왕의 권위를 위해서도 그를 죽여야 했다.
하지만 그걸로 부하들이 살아남는다면 셰르도는 만족했다.
“감사합니다.”
공국까지의 거리가 멀지도 않고, 셰르도는 뛰어난 군인이었다.
그가 맨몸으로 떠나고 마르할과 스트레킬 둘이 남았다.
“피곤해 보이는군.”
“이제 흑백으로 나누기는 힘들어졌거든요.”
“동부와 서부인가.”
마르할이 흑백을 나누는 기준이었다.
동부 사람과 서부 사람. 마르할은 서부 출신이거나 서부에 터를 잡은 사람을 노골적으로 편애했다.
“서부 사람은 살리고 동부 사람은 죽인다. 서부를 짊어진 사람으로서 그것만 지키면 됐죠. 그런데 이제 서부와 서부가 싸우네요.”
각오했던 일이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기도 했고.
“성황국은 어때?”
“사방으로 손을 뻗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어요. 경계에도 곧 닿을 거예요.”
성황국은 공국과 제국만 공격하지 않았다.
성기사를 보내지 않았을 뿐이지, 인근 국가에는 모조리 병사와 사제를 보내 마구잡이로 침략을 일삼았다.
병사라 해봤자 훈련도 안 한 장정들에게 무기를 쥐여준 게 다였지만, 그들이 죽지 않는 병사라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직접 나설 건가?”
“마왕과 똑같아요. 역사의 주인인 교황을 죽여야 끝나요.”
마르와 아르고, 그리고 망할 형이 율란을 막고 있다.
거대 역사 그 자체가 되어버린 교황을 죽일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다른 녀석들도 나쁘지 않아 보이던데.”
“제가 실패했을 때를 위한 보험이에요.”
도둑 아르고의 역사를 이은 마린.
마법사 마르의 역사를 이은 마리나.
성인 율란의 역사를 이은 알라실.
용사 바스타의 역사를 이은 베이올라.
이미 한 번 있었던 일이다. 마족이 서부를 삼키는 데 몇 달이 걸렸다.
성황국 전체가 마족 소굴이 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성황국의 기세는 아직 미미했다.
그들 넷으로도 어찌 교황 앞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운이 좋다면 교황을 죽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
마족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뛰어드는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지옥을 거니는 경험은 자신들만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이건 저희 실수의 연장선이에요. 남들에게 맡길 수는 없죠.”
율란이 신이 되며 벌어진 일이다.
동료의 실수는 같은 동료가 해결해야 한다.
“나는 또 수성인가.”
“스트레킬은 일상을 지켜야죠.”
스트레킬이 호쾌하게 웃었다.
“그렇지. 그게 내 일이지.”
일상을 지키는 기사. 그게 황제가 그에게 내린 명령이다.
“이제 전쟁 준비만 하면 되나?”
“카반이랑 아스탈도 불렀고, 마린은 제 대리로 일하는 중이고, 군대는 아젠만 각하가 알아서 잘 조율할 거고, 대강 끝났네요. 이제 두 개 남았어요.”
“두 개나?”
“하일리랑 한번 만나야 해요. 그리고 황족끼리도 합의가 끝난 모양이에요. 전쟁이 터지기 전에 끝을 본다네요.”
“…내 망할 제자도?”
마르할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일리는 마르할의 별장에서 초조하게 다리를 떨었다.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르할은 서부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 되었다.
권력으로도, 무력으로도.
마르할이 권력에 미친 인간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마르할이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 같은 인물이었다면 연합은 진즉 멸망했고, 서부는 한 사람의 손에 떨어졌다.
마르할의 무력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개인이, 공국 군대와 정면에서 싸워도 밀리지 않을 거라는 국적 없는 군대까지 거느렸다.
서부의 대지주들은 하루아침에 마르할이 개처럼 짖으라면 짖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주인님이 오십니다.”
하일리는 초조함을 감추며 심호흡했다.
마르할과 스트레킬이 별장에 들어왔다.
하일리는 손을 흔들었다.
“여, 까네. 오랜만이야.”
“그러게요. 오랜만이에요, 하일리. 베이 소식은 잘 들었어요.”
하일리는 베이올라가 야인이 되었다는 정보를 퍼뜨리며 베이올라와의 관계를 사실상 끊었다.
베이올라는 그게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까.
베이올라의 무력이 있으면 어떤 일이든 간단히 처리할 것이다. 그러나 베이올라에게 무수한 날파리가 꼬였겠지.
밤에 귓가에 왱왱대는 모기는 사람을 죽이진 못해도 성가시게는 할 수 있다.
또 모기에 물리면 따갑고 가렵다.
하일리는 베이올라에게 엮일 수많은 모기를 사전에 차단했다.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군. 그런데 무슨 일이지?”
“전쟁 소식은 들었죠?”
“그 씹새끼들, 마족을 막는 유물을 넘길 때부터 그럴 줄 알았지.”
마족과 싸우던 건 공국을 포함한 동부 최전선의 국가들이었다. 그런데 마족을 막는 유물을 완성해 보급한 건 제국과 성황국이다.
명확한 증거가 없어 누구도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역사와 업을 아는 사람이라면 제국과 성황국을 의심하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까네가 직접 날 불렀다면 보통 일은 아니겠지?”
“하일리에게는 후방을 맡기고 싶어요.”
“아젠만이 그쪽에 붙었으니, 단순한 보급을 말하는 건 아니겠고.”
“마족이요. 성황국과 별개로 서부에도 마족은 꾸준히 탄생하고 있어요.”
“내 소유 전력을 모르는 건 아니겠고… 뉘테를 쓰라고?”
하일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하일리는 비밀리에 뉘테들을 포섭한 조직을 만들었다.
다른 대지주들에게 알려지면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기 딱 좋았다.
뉘테 출신 아프란체인들은 주요 인력으로 지주들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뉘테를 포섭했다는 건 지주와 대지주들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었다.
지금도 뉘테들에게 몰래 정보를 받고는 있지만, 뉘테를 정말 부하처럼 부리면 뉘테라는 직업 자체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서부의 권력은 너무 분산되어 있어요. 연합과 국적 없는 군대로는 부족해요. 마족에 맞서 동부가 힘을 합쳤던 것처럼, 서부 전체의 힘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주는 수백 명이 넘죠.”
대지주라 불리는 이들만 수십이고, 연합에 지주로 이름 올린 사람만 따지면 그 숫자가 천이 넘었다.
“까네가 직접 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그 힘으로 협박하면 제국 황제도 한 수 굽혀주겠어.”
“저는 최전선에서 싸울 예정이라서요. 뒤통수 맞으면 귀찮아져요. 그래서, 해줄래요?”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연합이 사라질 시기를 알려줄게요.”
연합의 해제는 단순히 조직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서부를 감시하는 동부의 눈이 사라지는 것이며, 동부 권력자들이 서부에 직접 간섭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권력 공백이 생길 날을 미리 알면 과장 조금 보태 원하는 걸 전부 이룰 수 있다.
뉘테의 정체성이 문제라고? 뉘테라는 직업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면 된다.
“단순히 지주를 없앨 생각은 아닐 거고, 구체적으로 뭘 하면 되지?”
“활약한 자들에게 땅을 준다. 이러면 모두 열심히 싸울 것 같지 않아요?”
“일단 지주를 없애고, 주인이 없어진 땅을 군공의 대상으로 삼아야겠군. 시기가 시기이니 어중간한 지주들의 목소리는 그대로 묻히겠어. 땅을 뺏긴 지주들의 원한은 전부 내가 짊어져야 하고.”
“지금도 원수는 많잖아요?”
“그래, 원수 몇 명 늘어난다고 달라질 것도 없지. 술 없나?”
휴고가 술을 내왔다.
두 개의 잔에 술이 채워졌다.
잔을 비우며 마르할은 다음 목적지를 떠올렸다.
제국에서 제일 높은 자리의 다음 주인이 정해질 차례였다.
* * *
세오닉과 유렐 앞에는 커다란 창고가 있었다.
창고 근처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수백 명의 용병이 창고를 지키고 있었다.
천 구는 넘어 보이는 시신 사이에 앉아 있던 파름이 일어났다.
“흠. 자격 있는 사람이 오면 열어주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에 당사자들이 전부 모일 줄은 몰랐어….”
“베이올라는 이미 와 있나?”
세오닉이 물었다.
“저기.”
파름이 가리킨 방향에는 창고 벽에 기대앉은 베이올라가 있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모습은 황야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구분이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베이올라가 고개를 들었다.
감정 없는 눈을 마주하며 유렐은 세오닉과 한 약속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