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09
제309화
마르할의 뒤에서 병사들이 환호했다.
당분간 사기 걱정은 없을 듯했다.
마르할은 자신이 만든 길로 나아갔다.
흥분한 기사들이 마르할을 따라오려 했지만, 도둑의 기술을 쓰는 마르할을 쫓아오진 못했다.
하얀 전신 갑옷이 마르할의 앞을 막았다.
“너는 누구냐.”
“자기소개는 먼저 하는 거라고 성서에도 나와 있지 않던가요?”
“제5 성기사단 단장 후메르달.”
“마르할이요.”
“대지주 마르할. 그 힘은 대체 뭐지? 네가 지워버린 숲에는 내 부하들도 있었다. 신의 축복을 받은 진짜 신의 사자들이 반항도 못 해보고 사라졌다. 대체 어디서 그런 힘을 얻은 거냐?”
후메르달은 일대 마족을 통솔하는 지휘자였다. 평범한 인간들이 변한 신의 사자를 먼저 미끼로 던져 적의 전력을 판단하고, 그 후에 그의 부하들이 이끄는 진짜 신의 사자들과 함께 군대를 유린할 작정이었다.
계획은 숲과 함께 사라졌다. 숲 밖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고 있던 후메르달 혼자 살아남았다.
“신의 사자? 마족을 그렇게 부르나 봐요.”
“그딴 것들과 우리를 비교하지 마라.”
“성기사단 단장이라면 성황국의 어둠도 알겠죠. 본인도 알고 있잖아요? 당신들과 마족의 근원은 같다는 거.”
“신의 실패작이다. 그놈들은 이성도 없고, 나와 같은 신성함도 가지지 못했지. 내 질문에나 답해라.”
후메르달의 몸에서 나오는 빛이 강해졌다.
정면에서 보면 눈이 멀어버릴 정도의 빛이었다.
마르할의 눈은 빛을 뚫고 후메르달의 투구를 똑바로 주시했다.
전신 갑옷과 하나가 된 후메르달의 투구는 그가 감정을 드러낼 때마다 사람의 얼굴근육처럼 움직였고, 쇳덩이가 사람처럼 꾸물거리는 모습은 역겹기만 했다.
“우선 착각부터 정정해 줄게요. 마족도 당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이성이 있고, 또 강했죠. 두 번째로, 그냥 빛나는 쇳덩이를 신성함이라 부르지는 않아요. 마지막으로, 이 힘을 얻은 건 서부예요.”
“서부…?”
“15년 전 서부.”
후메르달의 투구가 괴상해졌다. 입과 눈 부분이 쪼그라들었고, 이내 활짝 펴졌다. 눈을 크게 뜬 사람 같은 모양이었다.
“용사…?”
“정확히는 용사의 길잡이죠. 마왕을 죽였고, 이제 다시 마왕을 죽일 사람.”
마르할의 손이 후메르달의 가슴에 닿았다. 갑옷 아래로 사람 같은 맥박이 느껴졌다.
마르할은 가볍게 힘을 주었다. 후메르달의 상반신이 사라졌다.
빛이 모여 그의 몸을 재생하려 했지만, 이어진 바람이 하반신마저 가루로 만들었다.
‘의지를 가졌을 뿐. 수준 이하인가.’
마족의 육신에 인간의 정신을 가졌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이점이다.
제국과 공국의 국경이 그런 자들 몇백 명에게 무너졌다. 하지만 마르할이 서부에서 만났던, 진짜 의지를 가진 마족들과는 비교가 불가했다.
‘신의 사자… 율란은 못 움직이는 게 확실한 모양이네.’
율란이 현실에 간섭할 수 있다면, 성황국의 개들이 신의 사자를 자칭하는 걸 용서하지 않았을 테니까.
율란에게 무슨 일이 생겼고, 나머지 셋이 율란을 막고 있으리라 추정되는 상황이지만, 정확한 사정은 본인들이 돌아온 다음이 아니면 알 방법이 없다.
마르할은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성황국에서 벗어난 마족들이 앞을 막았지만, 마르할은 멈추지 않았다.
* * *
남부를 습격한 마족을 모두 정리한 마린은 길게 심호흡했다.
일반 마족에 마족 사이 숨은 성기사와 전투 사제, 그리고 그들 뒤에 있던 단장이라는 놈까지.
모조리 그녀 손에 죽었다.
격렬했던 전투 후에는 파괴된 도시만 남았다.
마법사를 이용해 성벽을 쌓은 작은 제국이나 유물로 만든 곡창지대의 요새에는 못 미치지만, 이 도시에도 작은 성벽이 있었다.
남부 지주들이 조금씩만 힘을 보탰어도 병사를 모집해 성벽에서 버티며 피해를 줄였을 것이다.
정보가 부족한 건 아니었다.
연합군과 국적 없는 군대가 움직이고 있다.
마족이 나타났다고 줄기차게 경고했다.
하지만 남부 지주들은 마족과의 전쟁을 대비하는 것보다 다른 지주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일에 더 열 올렸다.
마린의 힘이라면 마족이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정리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직접 마족의 군대를 눈앞에서 보지 않으면 상인보다 계산적인 남부 지주들은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그 경향이 얼마나 심하면 마르할조차 마린의 행동을 허락했다.
뒤에서 수백의 시선이 그녀의 등을 찔렀다.
단장이라는 놈을 잡겠다며 성벽을 뛰쳐나왔다. 그사이 성벽에 올라간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이기적인 놈들.
결국, 마족에 맞서 검이라도 한 번 휘두른 건 헐값에 고용된 용병들이 다였다.
마린은 열심히 소리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마르할이 성황국에 들어갔을 시간이었다.
이제 마르할의 도시를 지키는 건 그녀의 일이었다.
마린은 품에 있는 편지를 쓰다듬었다.
세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으면 열어보라고 마르할이 준 편지였다.
인생에서 제일 긴 세 달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 * *
성황국에서도 대도시로 분류되는 한 도시. 마족의 소굴이 되어 도시 전체가 하얀빛을 뿜어대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는 도시.
마르할은 그 가운데 서 있었다.
수만 마리를 죽인 것 같지만, 여전히 수만은 되는 마족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리 떼야 몇 마리가 되어도 상관없다.
마르할의 시선을 끄는 건 단 한 마리의 마족이었다.
마족은 거대했다.
하늘까지 고개를 들어도 머리가 보이지 않았고, 마족이 뿜어내는 빛은 지상에 강림한 태양을 보는 듯했다.
도시가 약간의 형태라도 남아 있는 건 저 마족이 도시를 부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하가 경계하신 놈답구나.”
마족의 목소리는 거대한 산골에서 돌아다니는 메아리 같았다.
“당신의 그 모습, 그건 당신의 바람인가요?”
어떤 신비도 담지 않은 목소리지만, 마르할은 이 목소리가 저 마족에게 닿았으리라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마족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건 신께서 정해주신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다.”
“자연스럽다라… 그게 어떤 모습인지 알고요?”
하늘까지 닿는 거인의 형상을 한 마족.
마르할은 서부에서 특이한 마족을 많이도 만났다. 저 거인은 특히 인상적이었던 마족과 외형이 똑같았다.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 힘든 것이, 마르할은 서부에 있던 것과 비슷한 외형의 마족을 몇 마리나 만났다.
한창 서부에서 마족과 싸우던 시절에도 외형이 똑같은 마족은 한 마리도 없었다. 외형이 비슷한 마족조차 없었다.
성황국이 대국이라지만, 서부 전체와 비교하면 좁다. 그 안에서 서부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마족을 몇 마리나 만났다.
‘교황이 무언가를 했나.’
마르할 안에 있는 마족의 역사는 성황국의 거대 역사에 반응했다.
교황 역시 마족의 역사에서 무언가를 얻어 냈을지도 몰랐다.
“내 외형을 헐뜯음인가. 너야말로 네 행태가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세상에서 가장 부정한 존재여.”
마르할이 왔던 길은 검게 물들었다. 검은 안개가 아른거리는 길은 마찬가지로 땅도 검게 물들어 마족이 나다니던 서부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기껏 만든 길이 지워지니까요. 그런데 계속 그러고 있을 거예요?”
“아니.”
거대한 주먹이 내리꽂혔다.
땅이 뒤집혔다. 도시가 파괴되었다. 단 일격의 힘이었다.
15년 전 저게 안개 밖으로 나와 동부를 공격했다면 모든 전선이 무너지는 데 사흘도 걸리지 않았으리라.
마르할은 바람에 몸을 맡겨 공격을 피하며 마법을 사용했다.
어둠으로 거인의 눈을 가리고, 바람으로 귀와 코를 막았다.
마르 실라나티엘이 화려한 마법만 쓰는 건 아니다. 마르의 진짜 무기는 효율적인 마법이었다.
정신력을 바닥까지 끌어 쓰는 싸움이 반복되던 서부에서 낭비란 죽음을 뜻했다.
“마족 같은 수를 쓰는구나!”
성난 발길질에 거대한 도랑이 만들어졌고, 한 발 움직일 때마다 대지가 고통에 신음했다.
마르할은 검을 뽑았다. 하늘을 가르는 검이 거인의 팔을 갈랐다.
빛이 모였다. 잘린 팔이 자라났고, 비정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마르할을 후려쳤다.
마르할은 땅에 처박혔다. 피하려고 했지만, 마족의 신비가 그의 몸을 붙잡았다.
‘힘이 부족한가.’
저건 서부에 존재했던 마족과 외형도, 품은 역사도 거의 같은 존재다.
용사 일행 전체가 달라붙어 처리해야 하는 괴물이다.
다른 마족처럼 상처 없이 처리하기는 힘들었다.
마르할은 기적으로 상처를 치료하며 일어섰다.
“마족의 종자답게 튼튼하구나.”
“누가 할 소리.”
다시 주먹이 내리꽂혔다. 하얀 불꽃을 휘감은 주먹은 도시를 뒤엎은 공격보다 배는 더 강했다.
마르할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저놈을 어떻게 죽였더라. 그래, 그냥 수천 번을 베어 죽였었지.’
재생력도 특별한 놈이었다. 급소를 도려내도 재생했고, 몸을 잘게 찢어도 안개가 되어 되살아났다.
마르할은 들고 있던 검 말고도 허리춤에서 단검 하나를 더 꺼냈다.
* * *
거인이 쓰러졌다. 거대한 거인은 죽음도 요란스러웠다.
거인의 몸 모양으로 땅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네가 이겼다. 홀로 이 길을 계속 갈 건가? 이 앞에는 나보다 뛰어났던 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야죠.”
용사 일행 전부가 달려들어 쓰러뜨린 마족을 혼자 상대했다.
마르할의 상처도 가볍지 않았다.
옷은 넝마였고, 전신이 피범벅이었다.
거인의 마지막 일격을 전부 흘려내지 못하고 몸으로 받아낸 대가였다.
마르할은 빛으로 화해 사라지는 거인의 몸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너 혼자 성황국 전력의 3할 이상을 붙잡아두고 있다. 성하가 직접 불만을 표하셨다.”
“예상보다 효과가 좋네요.”
성지를 찔러 교황의 애가 타도록 만들 생각이긴 했지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야인에게 성황국의 3할을 투자했다니 마르할에게는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왜 하는 거지? 네 힘이라면 사태가 끝날 때까지 숨어 있는 것도 가능했을 거다.”
“그분께서 아르시되, 너희 교회와 선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그게 가장 큰 봉사이자 기적이니라.”
“…그래. 성경으로 대답하면 나는 할 말이 없지. 네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겠다.”
거인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마르할은 무릎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 검은 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바람이 길을 닦았고, 마르할의 손끝에서 떨어진 검은 물방울이 안개가 되어 길을 검게 물들였다.
마르할은 길잡이이며, 동시에 대지주였다.
그에게는 서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혼자 성황국을 전부 정리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격 있는 다른 이들에게 뒤를 맡겨야지.
“차기 용사는 뭘 하고 있으려나.”
거인과의 싸움에 옆으로 피해 있던 수만 마족이 마르할을 향해 덤벼왔다.
마법과 검과 기적으로 마족을 베고 찢으며 마르할은 앞으로 나아갔다.
빛으로 가득한 성황국에는 밤과 낮의 구분이 없었고, 성황국 안에서도 마르할 인근은 유독 빛났다.
그는 길잡이였다.
눈부시게 밝은 지옥에 하나의 길을 만드는 길잡이.
* * *
베이올라는 눈을 떴다. 정신을 차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녀는 아직 지하실에 있었다.
위가 시끄러웠다. 군대를 우회한 마족 일부가 도시에 들이닥쳤다는 소리가 들렸다.
군의 지원이 오려면 하루가 걸린다는 말과 그때면 도시가 이미 사라지고 없을 거라는 말도 들렸다.
베이올라는 옆에 있던 다 식은 죽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렐의 악의 앞에서 그녀는 고민했다.
이들을 죽이는 게 과연 맞을까.
유렐의 부인은 마법사였다. 그녀는 마족 연구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은 아니었다.
검을 잡아 생긴 굳은살이 손바닥에 가득한 소년이었다.
유렐은 마족을 화약처럼 사용했다. 모아서 펑 터뜨리는 물건.
아들을 화약으로 만들었다면 벌써 어디에 던져버렸을 사람이 유렐이었다.
두 개의 관은 유렐의 의도가 아니다. 모종의 실수로 마족이 된 사람들이다.
베이올라는 적지 않은 마족을 만났다. 검은 안개의 영향으로 마족이 되어가는 사람도 보았다.
마족의 탄생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베이올라가 하나 확신하는 건 그들 모두가 자의로 마족이 된 건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마족이 된 사람이 있다. 또 마족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마족이 되어버린 사람도 있다.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는가?
그들은 모두 죽어야 하는가?
베이올라는 관 뚜껑을 쓰다듬으며 일어났다.
“당신들이 눈 뜰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게요.”
마족이라는 재앙에 당하는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다.
방법은 모른다. 하지만 베이올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용사가 그랬다.
뜻은 역사가 된다고.
뜻을 세웠으니, 이제 역사를 만들 차례다.
베이올라는 계단을 올라갔다. 바깥은 소란이 끊이질 않았다.
건물 밖으로 나온 베이올라를 향해 휴고가 고개 숙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뭘 할 줄 알고요?”
“최악의 길로 빠질 사람이었다면, 그분의 선택을 받지도 못했을 겁니다.”
“상황은요?”
“의지를 가진 마족 셋. 그리고 의지는 없지만 제법 강한 마족 수십이 도시에 침입했습니다. 이미 천 단위의 사람이 죽었습니다.”
휴고와 베이올라 앞에 전신이 하얀 마족 하나가 떨어졌다.
마족의 입이 열렸다.
“휴고. 맞나?”
휴고의 몸이 굳었다. 성기사나 전투 사제가 변한 마족은 대포나 신비 없이는 죽이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베이올라는 마족을 무시하고, 비명이 들리는 도시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베이올라 므에실리고, 거물이 하나 더 있었군.”
“당신, 몇 명이나 죽였어?”
“유치한 질문이군. 영웅 흉내라도 내볼 셈이냐? 신의 축복을 거부한 우민들이다. 그것들을 죽이며 숫자까지 세어야 하나?”
“그래.”
베이올라는 검을 옆으로 가볍게 그었다.
마족이 갈라졌다. 재생할 기미도 없이 즉시 빛이 되었다.
도시 곳곳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 사람은 어디 있어? 무릎 꿇고 빌면 용서해줄까…? 아니, 용서받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일검에 도시에 퍼진 마족을 모조리 죽여버린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심함이었다.
“주인님은 서부에 안 계십니다. 따라오시죠.”
“이 아래 있는 사람들을 부탁해. 내 가족처럼 여기고 싶은 사람들이야.”
여기고 싶은? 어조가 미묘했으나 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니까.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