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11
제311화
그날 이후 며칠이 지났다. 알라실은 전장이 내려다보이는 감시탑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니, 그러니까, 뭐냐고!”
따로 알아봐도 정보가 없었다. 서부의 모든 역량은 마족과 성황국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서쪽은 누구도 보지 않았다. 볼 여유도 없었고.
뭐가 도착한다는 건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알아봐도 나오는 게 없었다.
감시탑에 있는 그녀의 시야 끝에 마족이 나타났다.
저놈들은 하루에 한 번꼴로 만 단위의 마족을 쏟아냈다.
한 곳도 아니고 서부 전역을 향해서였다. 성황국 인구 전부가 마족이 되었다면 이해 안 되는 숫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절로 욕이 나왔다.
‘이성을 가진 놈들이 없기를 빌어야지.’
단순한 마족은 약간의 피해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성을 가진 마족이 섞여 있으면 일이 성가셔졌다.
전략을 구사하는 마족이 까다로운 건 당연했고, 이성을 가진 마족은 하나같이 평범한 초인은 상대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기대는 오늘도 배신당했다.
마족은 빛의 물결이었다. 감시탑 위에 있는 그녀에게는 보였다. 빛의 물결 사이에 유독 이질적인 빛이 두 개나 있었다.
알라실은 옷 위로 목걸이를 잡았다. 잘린 손가락은 아직도 따듯했다.
“천국은 무슨.”
지옥을 견뎠으니, 천국에 닿을 자격이 있단다.
여기가 천국이면, 세상에 천국 아닌 장소가 없을 것이다.
‘저 안과 비교하면 천국이긴 하겠지.’
그러나 알라실은 도저히 여기를 천국이라 부를 수 없었다.
그녀는 감시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마법 한 방으로 전방을 쓸어버리는 가짜 실라나티엘이나 적의 목숨을 역사와 함께 훔쳐내는 도둑의 후계자 같은 기술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마족을 하나하나 때려죽여야 했고,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렸다.
거대한 흰색 대검을 든, 생전 성기사였던 것으로 보이는 마족에게 달려가는 그녀의 눈에 전장 한쪽에 자라나는 숲이 보였다.
식물은 자라나며 마족을 묶고, 꿰뚫었다.
아스탈 베르기아스였다.
그녀도 전쟁이 시작되고 처음 이름을 듣는 마법사는 용사 일행의 이름을 어떤 식으로든 계승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단둘밖에 없는 홀로 이성을 가진 마족과 싸울 수 있는 인간이었다.
‘여기 있었나. 조금 편하겠어.’
그녀가 있는 전장에서는 항상 일반 병사의 피해가 컸다.
죽지만 않으면 전투 후에 고쳐내지만, 잘린 팔다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을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광역 살상이 가능한 아스탈이 함께 있다는 건 죽는 사람도 줄어든다는 말이었다.
알라실은 대검을 든 마족과 마주했다.
“네가 교회를 배신한 성녀구나!”
“꺼져.”
첫 공격은 항상 상반신. 그녀의 주먹이 마족의 상반신을 후려쳤고, 마족은 대검으로 주먹을 막았다.
“칫.”
불사에 가까운 힘을 얻은 마족은 일개 인간의 공격은 무시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갈수록 그녀의 공격을 막는 마족이 많아졌다.
정찰병의 존재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고, 한 번 싸운 놈이 살아 돌아가는 일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마족의 손이 벼락처럼 움직였다. 대검이 알라실의 옆구리를 길게 그었다.
즉사에 해당하는 중상이었지만, 빛과 함께 그녀의 몸은 물론 옷까지 원래대로 돌아왔다.
공격이 막혔지만, 그녀가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다른 방법은 배우지도 못했다.
기적으로 육신을 강화하고, 주먹 쥔 손에 더 강하게 힘을 주고, 더 강하고, 더 빠르게 때린다.
대검이 부서지며 주먹이 마족의 가슴에 꽂혔다.
마족의 하반신이 화살처럼 뒤로 날아갔다.
알라실은 날아가는 마족을 따라잡았다. 마족은 재생하기 전에 때려죽이는 게 제일이다.
되도록 강하게, 최대한 빠르게. 상반신을 재생하는 마족의 하반신을 향해 내지른 주먹은 옆에서 끼어든 다른 검에 의해 막혔다.
이 전쟁에서 처음 보는 정상적인 색의 검이었다.
죽었으면 수백 번은 죽었을 상처를 입어가며 갈고닦아진 직감이 소리쳤다.
피하라고.
알라실의 발치에서 작은 성가 소리가 들렸다. 그녀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듣고 싶지 않은 소음이었다.
치. 이래서 쓰기 싫었는데.
한탄과 함께 알라실이 뒤로 물러났다.
평범한 용병이 그녀 앞을 막았다. 몸에서 뿜어대는 빛만 아니었으면 병사들 사이에 섞였어도 구분하지 못했을 모습이었다.
“이단심문관은 처음인데요.”
“내가 이단심문관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그쪽 인간이랑 악연이 많아서요. 메라라고.”
“메라, 그 친구는 걸물이지.”
짧은 대화 사이 처음 날렸던 마족이 재생을 끝냈다.
두 마리 마족이 알라실 앞을 막아섰다.
콰앙! 굉음은 다른 방향에서도 들렸다.
아스탈의 숲 일부가 폭발했다. 아스탈의 방향에도 신비가 하나 더 나타났다.
알라실은 마족 두 마리와도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아스탈은 아니다.
아스탈은 넓은 지역을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는 대신 강한 개체 하나를 상대하는 능력은 떨어졌다.
여기서 인재를 잃을 수는 없다.
“빨리 끝내자.”
“상대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게 우리 전문이지.”
이단심문관이었던 마족은 뒤로 물러서며 방관하는 자세를 취했다.
아까처럼 위험할 때만 한 번씩 끼어들 속셈인 듯했다.
좋지 않았다. 차라리 두 마리를 한 번에 상대하는 게 편했다.
‘늘 내가 바라는 대로 되기를 원하면 그게 욕심이지.’
용사 일행은 이것보다 수천 배는 나쁜 조건에서도 싸워 이겨냈다.
그들이 넘은 시련에 비하면 그녀 앞에 있는 건 작은 돌부리였다.
성인에게 인정받은 성녀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어쩐단 말인가.
하얀 물결 속에서 색을 가진 마족이 명령했고, 사방에 있는 마족이 알라실을 포위했다.
성인과 성녀의 싸움에 회피는 있어도 방어는 없다.
알라실은 난전을 준비했다. 그녀가 움직이기 전에, 뒤에서 강대한 신비가 나타났다.
그녀조차 처음 접하는 종류의 신비였다.
넓게 펼쳐진 그녀의 감각은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졌고, 신비는 서쪽 지평선 너머에서 나타났다. 신비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엘리제, 하늘을 나는 그 미친 말보다도 빨랐다. 신비 그 자체의 크기도 거대했다.
저 기세가 허세가 아니라면, 눈앞에 있는 마족들은 찢어발길 힘이었다.
신비의 주인은 하늘을 날아 나타났다.
거대한 늑대였다. 순백의 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늑대가 마족 사이로 떨어졌다.
늑대가 발을 휘둘렀다. 대지가 갈라졌다.
땅을 가른다는 마법사의 마법처럼 땅이 몇 갈래로 갈라졌고, 그 안에 있던 마족들은 재생도 못 하고 죽었다.
이성을 가진 두 마리 마족만이 유일하게 발톱이 지나간 자리에서 살아남았다.
두 놈의 몸도 정상이 아니었다. 반으로 갈라진 육신이 빛과 함께 달라붙었다.
늑대의 말은 그녀도 모르는 서쪽의 언어였지만, 뜻은 머리로 전해졌다.
“서부 제일의 영물, 천년 늑대. 그리고 그 혈족. 위협에 맞서 서부를 구원하기 위해 왔다.”
알라실이 늑대에게 정신을 빼앗긴 사이 서쪽에서 신비 하나가 더 날아왔다.
이번엔 거대한 곰이었다.
곰은 아스탈이 만든 숲 사이에 떨어졌다. 곰이 팔을 휘두르자 나무 하나하나가 포탄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마족을 꿰뚫었다.
“500년도 못 산 애송이 주제에 누가 서부의 제일이라고! 서부 최강은 나다!”
마찬가지로 머리에 직접 전해지는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곰이 울부짖었다.
알라실의 감각에는 계속 새로운 신비가 잡혔다.
아마 인간, 숫자는 천을 넘어갔다. 가장 약한 자도 고위 기사급의 신비를 품었고, 뛰어난 자는 아스탈보다 커다란 신비를 가졌다.
그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도시를 지나 전장을 향해 다가왔다.
“온다는 게 영물이었어?”
영물과 성스러운 혈통. 알라실도 자료로만 봤다.
동부의 영물과 그 혈통은 교회의 이단 사냥으로 씨가 말랐으니까.
천년 늑대가 고개를 돌렸다.
“너는, 율란의 후예로구나.”
“당신은?”
“그놈에게 신세를 진 영물 중 하나. 그렇게 알아두면 된다.”
천년 늑대와 숲의 곰이 동시에 날뛰었다.
곰과 늑대는 서부에서 마족과 싸우며 제 영역을 지킨 영물이다.
잡다한 마족은 두 영물에게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
뒤이어 성스러운 혈통이 합류했다.
동물 가죽으로 만든 야성적인 옷을 입은 그들은 무기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맨손을 휘두를 때마다 커다란 손톱이 허공을 할퀴고 지나갔다.
늑대와 곰만이 아니었다.
고양이, 뱀, 독수리. 그녀의 눈에 보이는 영물만 다섯이었고, 영물의 특징을 가진 성스러운 혈통들이 영물을 뒤따라 전장을 휩쓸었다.
* * *
드래그마 막시온.
그는 과거 성기사의 임무로 서부에 투입되었다. 그는 서부 출신 여인과 사랑에 빠졌고, 성황국을 배신하고 서부에 몸을 묻기로 했다.
성기사의 탄생 과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쉬이 믿지 못할 일이었다. 성기사는 철저한 세뇌를 통해 만들어지며, 그들은 적과 함께 죽으라는 명령도 기쁘게 따르는 광신도였다.
드래그마 막시온은 마족이 사라지고 주인 없는 서부 곡창지대에 자리 잡아 마을을 이뤘고, 토지 경주 전에 이뤄지는 청소에서 마을을 버리고 서쪽으로 달아났다.
그는 서쪽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창공의 주인이라는 이름의 독수리 영물과 그녀의 혈통이 다스리는 땅이었다.
하늘에 펼쳐진 구름과 구름을 가른 의지는 기적을 다루는 성기사인 드래그마에게도 전해졌다.
용사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기교였으나, 그는 동쪽으로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왼쪽 허리와 다리를 다친 병신이었다.
창공의 주인도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얀 늑대가 찾아왔다. 천년 늑대, 드래그마도 이름을 아는 유명한 영물이었다.
천년 늑대와 창공의 주인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그들은 동부로 향하게 되었다.
드래그마에게는 거부권이 있었다. 창공의 주인은 자비로웠고, 그는 자신의 영역에 사는 인간들에게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다.
드래그마는 고민했다. 그가 생각한 건 한 남자였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도 희생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숙이던 남자.
서부로 오며 드래그마는 많은 마을을 지났고, 창공의 주인의 영역에 자리 잡은 후에도 성기사인 그에게 관심을 보인 다양한 사람과 교류했다.
그들은 대부분이 한 남자의 이름을 알았다. 그에게 도움 받았고, 목숨을 구원받은 사람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남자의 정체도 알았다.
용사 일행의 길잡이.
전설의 일원.
용사를 이끌었다는 길잡이는 선행을 베풀며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
드래그마는 궁금했다. 무엇이 남자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피를 나눈 가족도 아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우도 아니다. 남자는 단지 서부 사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헌신했다.
선민이라는 사제들과는 정반대였다.
드래그마는 궁금했다. 무엇이 남자를 헌신하게 만드는가.
그래서였다. 그는 부하들과 함께 병신이 된 몸을 끌고 다시 동쪽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이 그들과 합류했다.
영물, 성스러운 혈통, 그리고 서부에 마을을 짓고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
평화를 누리던 자들이 한 사람의 부탁으로 자진해 전장에 발을 들였다.
모두 남자가 쌓은 역사였다. 쌓고 쌓은 역사가 다시 주인에게 되돌아가고 있었다.
영물과 성스러운 혈통은 한참을 앞서갔다. 드래그마는 인간들과 함께 한참이나 뒤떨어져 천천히 동쪽으로 나아갔다.
땀을 뚝뚝 흘리며 걸음을 옮기는 평범한 청년이 있었다. 아이를 달래는 여인이 있었다.
그들에게 목숨이 소중하지 않겠나. 그들이라고 전쟁터에 가고 싶겠나.
드래그마는 눈물 흘렸다.
무엇보다 평범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비장하고 장엄한 광경이었다.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갚을 길 없는 은혜 이제야 마음에서 덜겠구나 세아민.
고달프나 기쁘구나 세아민.
서부의 미래가 찬란하길 세아민.
아아, 그럼에도 무섭구나 세아민.
세아민. 세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