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13
제313화
친정한 황제는 누구보다 앞에서 누구보다 많은 전공을 세웠다.
앞에 있는 건 무수한 마족이었다.
성기사들은 성황국과 제국 사이에 있는 작은 국가를 몇 개나 잡아먹으며 수백만의 마족을 만들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 보고받은 황제도 잠시 생각을 멈췄다.
성황국 인근 국가는 교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종교 시설 하나로 영아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면 독자적인 의술이나 마법을 가지지 못한 국가는 교회 건설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사제가 내리는 축복에도 똑같이 반응했다.
만병이 낫고 젊음까지 되찾아 준다는 기적을 받았고, 교황이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한 이후에는 축복받은 자들을 중심으로 국가 전체가 잡아먹혔다.
제국은 150만에 달하는 병력을 모집했다.
공격이 아닌 수비이기에 동원할 수 있었던 인력이다.
지방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황궁의 모든 창고에 있는 자원이 빠르게 줄었다.
황제는 개의치 않았다. 저것들을 막지 않으면 제국은, 세계는 멸망한다.
‘아니, 제국 따위 어찌 되어도 좋다.’
황제의 정면에서는 수만 마리 마족이 달려왔다. 마족들은 이미 제국의 영토에 들어섰다.
황제는 땅에 주먹을 내리쳤다. 땅이 갈라졌다.
황제의 주먹에서 시작된 힘은 대지를 타고 전달되어 마족들 아래 도착했고, 폭발했다.
마족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대부분이 즉사했지만, 죽지 않은 마족도 있었다. 그런 놈들은 허공에서 몸을 재생하며 군대의 진영을 향해 손을 뻗었다.
대포를 비롯한 공성 병기가 쏘아져 마족을 떨어뜨렸다.
황제는 묵묵히 다음을 준비했다.
사제와 성기사, 이단심문관이었던 그놈들은 황제도 방심할 수 없는 위험한 마족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놈들 또한 황제의 역사를 이룰 제물이 될 것이기에.
제국을 침공하는 마족을 순조롭게 막아내고 있음에도 황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성황국과 성황국의 영향을 받는 국가 전부가 마족에게 삼켜졌다고 했다.
교황은 그 모두를 병사로, 군대로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제국을 공격하는 마족은 수만에 불과했다.
수십만, 수백만 마족이 한 번에 밀어닥치면 황제가 막아내도 제국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데, 교황은 그러지 않았다.
교황의 꿍꿍이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부족하다.’
역사가 부족했다.
수백만 마족을 학살해도 모자랄 판에 수만의 마족은 황제의 역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래서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황제의 껍질에 의존하는 나약한 노인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황제의 초조함은 날이 갈수록 강해졌다.
여전히, 그의 머리에는 하나의 검이 새겨져 사라지지 않았다.
하늘과 마족을 함께 가르며 세계에 자신을 드러내던 당당한 검이.
* * *
네 사람은 마르할이 뚫어둔 길을 따라 성황국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이미 만들어진 길이라고 여정까지 편한 건 아니었다.
그 반대였다.
길을 막으려는 듯 가는 곳마다 마족이 나타났다.
검은 안개가 감싼 길에 직접 들어오지는 못해도 길을 중심으로 왕의 행차를 기다리는 병사들처럼 하얀 마족들이 길을 둘러싸고 그들을 기다렸다.
베이올라의 검에 마지막 마족이 쓰러졌다.
전투 사제 부대의 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족이었다.
마족의 마법은 마리나의 마법을 제외하면 베이올라가 살면서 봤던 마법 중 가장 강력했다.
베이올라는 검은 안개에 보호되는 길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부서진 돌덩이가 땅에 박혀 있어 거기에 몸을 기댔다.
다른 사람들도 길 안으로 들어와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족의 검은 안개는 사람의 역사를 침식한다. 하지만 마르할이 만든 안개는 아니었다.
반대로 사방에 펼쳐진 빛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줬다. 그래서 일행은 길 안에 있을 때만큼은 마음 놓고 쉴 수 있었다.
“서부는 대체 어떤 장소였다는 건가요. 지금도 힘들어 죽겠네. 씨발. 다들 다친 곳은 없어요?”
욕이 입에 붙어버린 알라실이 물었다.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성녀니까. 다친 동료를 치료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마린과 마리나가 팔을 들었다.
마리나의 팔은 뼈가 조각나 축 늘어졌고, 마린은 겨드랑이부터 허리까지의 피부가 길게 찢어졌다.
알라실이 상처를 한 번씩 만지자 둘의 상처는 물론이고 옷까지 멀쩡해졌다.
“너는?”
“여기.”
“또 옷?”
베이올라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전투 중에 상처를 입었다. 오른쪽 가슴 갈비뼈가 뜯겨 나가는 중상이었다. 상처는 싸우면서 치료됐다.
스트레킬이 계승한 유파의 특징은 재생력을 포함한 뛰어난 육체 능력이었다.
중간부터 도둑의 기술을 배운 마린과 달리 베이올라는 용사에게 직접 배운 게 없다.
베이올라는 자신이 가진 걸 발전시켰고, 그녀의 재생력은 사제의 기적과 비견되는 수준이 되었다.
“스트레킬 그 사람, 진짜 공국에 몰래 파견된 성기사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
“너도 배워볼래?”
“싫어요. 끔찍한 음식 먹어야 한다면서요.”
베이올라의 옷을 고치며 알라실은 회의감이 들었다.
몸을 고치는 걸 넘어 옷까지 고쳐내는, 교황도 따라 하지 못하는 최고의 기적으로 고작 옷 수선이나 하고 있어야 하나?
“마리나. 옷 수선 마법은 없어요?”
“옷은 사서 입으면 됩니다.”
“이래서 귀족은.”
만들어진 실라나티엘이라고 해도, 제국에서 마리나는 진짜 귀족처럼 살았다. 그녀의 저택도 있었고, 아침부터 밤까지 하인들이 따라다녔다.
하인은 감시자였고, 아침부터 밤까지 실라나티엘의 역사를 계승하기 위한 공부와 기행만이 그녀를 기다렸지만, 어쨌든 그녀는 귀족의 삶을 살았다.
마린이 어딘가로 사라지더니 음식과 요리 도구를 가져왔다.
땅 위에 있는 모든 걸 삼키던 서부의 마족과 달리 성황국의 마족은 생물만을 삼켰다.
마족이 인간이던 시절 쓰던 물건이 모두 그대로 남아 있다.
일행은 가정집에 남은 보존식을 먹으며 길을 따라갔다.
요리가 완성되었다. 요리라고 부를 것도 없었다. 물과 보존식을 넣고 끓인 게 다였다.
요리에 들어간 말린 곡식 일부가 상했는지 쓴맛이 나는 죽을 떠먹으며 알라실이 입을 열었다.
“이 개 같은 장소가 16년 전 서부랑 비교하면 천국이라는 거죠?”
“곡식을 먹는 게 아니라 곡식이랑도 싸워야 했겠죠.”
“먹은 음식이 위장에서 배를 뚫고 나올 때도 있어.”
“잠깐.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일단 실라나티엘로 키워진 마리나가 마족에 대해 아는 건 그렇다 쳐도, 마린의 대답은 꼭 직접 겪어본 사람 같았다.
“도둑의 역사.”
“도둑이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까지 해줬어요?”
“아니. 그냥 지식. 몰래 가져오는 게 가능하면, 몰래 가져다두는 것도 할 수 있잖아.”
누구는 제국 출신인 주제에 성기사보다 더한 전투 수행 능력을 보이고, 누구는 자기 머리에 모르는 지식이 들어와도 무서워하는 기색도 없다.
거기에 가짜라지만 마왕의 심장을 관통했던, 한 번 잘린 팔을 달고 다니는 사람까지.
이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자신이 정상처럼 느껴졌다.
“말을 말아야지. 그래도 여기가 서부보단 낫단 거죠? 여기가?”
알라실은 도시‘였던’ 장소를 둘러보았다.
마리나와 마족의 마법에 도시 대부분이 불에 타고 무너졌다. 베이올라의 검이 가까스로 마법을 피한 건물을 반으로 갈랐고, 그녀의 주먹질과 발길질이 땅을 다졌다.
서부에서 한창인 마족과의 전쟁도, 과거 있었던 절망적인 수성전도 일대 지형을 바꾸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한 번의 전투가 끝나고 그녀들 주변은 지형이 바뀌었다. 도시는 사라지고, 어디에도 못 쓸 땅이 하나 생겼다.
구멍 뚫린 땅을 메우고 땅을 파고든 날카로운 돌을 치울 노력으로 도시 하나를 새로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행이 지나온 장소는 대부분 비슷하게 변했다.
그들의 손이 닿기도 전에 이미 부서진 마을도 있었다. 마법과 검과 막대한 육신의 힘이 만들어낸 파괴는 마르할의 흔적이었다.
“각자 이야기나 좀 해봐요.”
“내 이야기는 다 알지 않아?”
“그…렇죠?”
마리나나 알라실의 정보는 제국과 성황국에서 관리하는 중요 정보고, 베이올라가 나고 자란 제국 황실은 정보 통제가 철저한 장소다.
마린은 그냥 공국 길바닥에서 자랐다.
사람 풀어서 탐문하면 바로 나오는 게 마린의 정보였다.
“저도 딱히 유쾌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아이 씨, 더러워서 나부터 한다. 성인의 후계자를 만든답시고 어딘지도 모르는 성황국 지하에서 마취도 없이 배를 째고 역병 환자의 피를 몸에 주사해가며 기적을 배웠어요. 그러다 도망쳐서 서부에서 깃발 판매상을 했고요.”
“성황국에서 도망 나왔다고?”
마린이었다. 도둑은 동부 전역을 누볐고, 성황국의 철저한 보안 체계도 마린의 지식 속에 있었다.
“당연히 그쪽에서 놔준 거죠. 성녀가 될 경험을 쌓으라고.”
“깃발 판매상이라면… 설마.”
베이올라가 미심쩍은 눈으로 알라실을 보았다.
“맞아요. 마르할의 마을에서 깃발 팔던 여자. 이걸 이제 아네.”
마린조차 몰랐던 일이었다.
그때 그녀는 광전사의 역사를 품고 있었다. 땅을 얻는 것밖에 머릿속에 없어 깃발 판매상의 얼굴까지는 기억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전부 이어져 있었네.”
네 사람 모두 그날, 토지 경주가 시작된 땅을 지났고, 그곳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기이한 인연이었다.
“역사가 아닌 업을 가장 깊이 연구한 건 숲의 은둔자입니다. 숲의 은둔자들 사이에 도는 가설 중에는 업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운명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운명?”
베이올라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이 자리에 운명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운명이 있다면, 그것에 유독 악연으로 묶인 사람이 베이올라였다.
“미래는 과거의 행동에서 정해집니다. 그러니 과거가 정해진 시점에서 미래도 정해졌다는 의미죠.”
“운명이 아닐 수도 있지.”
“그렇죠. 그 사람이라면 그런 우연 없이도 이런 장면을 만들었을 것 같긴 합니다.”
마르할이 아니었다면 황궁과 교황청이 직접 관리하는 마리나와 알라실은 서로 얼굴도 못 봤을 가능성이 컸다.
베이올라는 토지 경주에서 배신자들에게 죽어 지하에 묻혔을 거고, 마린은 광전사가 되어 살육을 벌이다 죽었거나 흔한 지주 중 한 명이 되었을 것이다.
황제도 버린 황녀가, 흔한 서부의 생존자가, 거대 역사의 악의에 실험체가 된 인간들이 전설의 한 장면을 재연하고 있는 건 모두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길을 이끈, 한 명의 길잡이가.
“그 사람은 처음부터 길잡이였군요. 저희 인생의 길잡이.”
“글쎄. 그렇게 말하면 싫어할 사람이 한 명 있지 않아?”
“아니, 별로. 내가 똑바로 처신했다면 됐을 일이니까.”
베이올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성황국 전체를 감싼 빛에 의해 하늘은 잘 보이지 않았다.
증오해 마땅한 빛은 밤과 낮을 없애고 하늘마저 빼앗았다.
“왜 여태 검을 안 잡았어요? 소문으로 들은 건데, 검을 잡기 전부터 이미 몸은 초인이었다면서요?”
“정확히는 태어날 때부터.”
마린의 부연 설명에 알라실은 물론이고 마리나까지 관심을 보였다.
“누구는 평생 칼질해도 초인이 못 되는데, 태어날 때부터 초인이었다고요?”
“그 재능이면, 검술 말고 마법을 배웠어도 다른 황족은 우습게 뛰어넘었을 것 같습니다만.”
힘을 숭상하는 제국에서 마법사의 처지는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베이올라의 재능이라면 전투 마법을 배워도 일반적인 기사는 우습게 제압했을 것이다.
그런데 베이올라는 마법도 검술도 배우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베이올라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황족들 사이에는 손아래 동생을 괴롭히는 풍습이 있어. 정치와는 관계없는 방법으로, 음습하게. 그래서 난 피 공포증에 걸렸고.”
피를 보지 못하니 검을 잡는 건 꿈도 못 꿨다.
제국에서 열리는 축제도 최소한으로만 참가했다.
베이올라는 강제로 은둔 생활을 했다. 그게 그녀의 역사였다.
“얄궂군요. 겨우… 당신에게는 겨우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희대의 천재가 피가 무서워 평생 재능을 썩혔다니.”
“다 그런 거지.”
베이올라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았다. 피 공포증에 걸렸기에 레벨라를 만났고, 레벨라를 만나서 여기까지 왔다.
“온다.”
“옵니다.”
마리나와 마린이 들고 있던 그릇을 옆으로 던지며 거의 동시에 말했다.
베이올라와 알라실도 기척을 느끼고 일어났다.
이제는 헤아리기도 귀찮은 숫자의 마족이 저 멀리서 다가왔다.
“큰 게 하나 섞여 있군요. 베이올라,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래.”
마족들 사이에서 뿜어지는 유독 강한 빛을 노려보며 베이올라는 검을 뽑았다.
* * *
마르할은 성지 거의 앞까지 도착했다.
조금만 더 가면 교황이 있을 성지다. 마르할의 걸음이라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마르할은 그 약간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거 위험한데.’
세 마리 마족이 마르할 앞을 가로막았다. 모두 마르할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마족이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서 매서운 신비를 품은 마족 하나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여태 봤던 마족들은 원본과 비교가 미안한 수준이었지만.’
저 뒤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놈은 원본에 한참 못 미친다 해도 위험하다.
용사 일행 전체의 합공을 막아내고, 용사와 도둑을 검으로 압도하는 놈이었다.
인외라 불리는 인간조차 절망에 빠뜨린 녀석이 다시 세상에 태어나려 한다.
마르할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반대쪽 손에는 바람을 쥐었다. 몸에는 기적을 감고, 마법으로 대지를 조종했다.
저 뒤에 있는 마족이 완성되게 두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