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14
제314화
마르할의 앞을 가로막은 마족은 세 마리였다.
덩치는 인간과 비슷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산처럼 거대한 그놈을 빼면 마르할이 상대한 마족은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한 놈들이 까다로운 구석이 많았다.
마족을 만든 장본인인 마르도 정확한 이유는 몰랐다. 그놈들이 잡아먹은 역사의 원본이 인간이니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눈앞에 있는 마족들의 외형은 인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팔이 여섯 개인 인간.
늑대의 다리를 가진 인간.
그리고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큰 인간.
그것 말고도 눈의 숫자가 다르다거나 손가락이 많거나 적다거나 하는 등의 차이는 있었지만, 가장 큰 특징은 저 세 가지였다.
여섯 팔의 마족이 입을 열었다.
“그 힘, 이미 인간이라 부르기 힘들군. 너는 대체 누구냐?”
“사신이요.”
“농담이라도 내 앞에서 그 이름을 꺼내지 마라.”
“그건 임무도 완수하지 못하고 죽은 한심한 당신의 조부 때문인가요?”
“…성황국에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일을.”
인간이 아니게 되었지만, 마족의 얼굴에는 마르할도 기억하는 인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저 남자는 대대로 이단심문관을 배출하는 매우 특이한 집안이고, 그의 조부는 전전대 처형자로 사신을 죽이라는 임무를 받고 서부로 향했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마르할도 이단심문관의 얼굴 하나하나까지 외우고 있는 건 아니지만, 사신과 관련된 일이라 알게 되었다.
저 남자가 인간이던 시절의 신비까지 몸에 품고 있다면, 싸움은 좀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다른 둘도 마찬가지였다.
마르할도 알 정도로 유명한 인물과 닮았다.
머리 큰 마족이 입을 열었다.
“정보대로 대화를 나누면 우리가 불리할 것 같소.”
“빠르게 처리하고, 성하께서 말한 다음 침입자를 죽이러 가자고.”
검은 안개와 같은 성질의 빛이 가득한 성황국 내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마족의 역사 침식에 대항할 수단이 없으면 스트레킬급 강자가 와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품은 역사 그 자체가 침식에 대항하는 수단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용사 일행. 이미 한 차례 마족이라는 지독한 곰팡이를 버티고 그 근원을 제거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역사를 이은 자들.
‘들어왔구나.’
아직 세 달이 지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다.
본인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마린은 도둑과 닮은 부분이 있다.
자신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면 시간이 되지 않아도 편지를 열어볼 줄 알았다.
길을 만든 게 허사는 아니었다.
생각을 정리한 마르할은 앞에 있는 마족들에게 집중했다.
마르할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풀려 나왔다. 안개는 성황국 내부에 가득한 빛을 밀어내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다.
“마족의 힘을 다루다니….”
머리 큰 마족이 아연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인간이던 시절 사제 명가 출신이었다. 적당한 재능을 가진 사제가 수십의 자식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문에서 제법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머리 큰 마족의 눈은 마족의 힘 그 자체를 따라갔다.
성황국에서 벌어진 불로불사 연구를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르할은 검은 안개를 풀었다.
곡창지대에서 봉인 일부를 땅의 역사에 떠넘긴 것과는 달랐다.
마르할이 협박하지 않아도 마족들이 알아서 힘을 빌려줬다.
그들의 동기는 마르할도 모른다.
동족 혐오, 아니면 마족을 만든 원죄를 가진 성황국을 향한 원망. 뭐가 됐든 긍정적인 감정은 아니겠지.
마르할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되도록 오래 닿지 마시오. 신의 사자에게 마족의 안개가 주는 영향은 연구되지 않았소.”
“몸은 인간이지?”
늑대 다리 마족이 물었다.
“아마 그럴 거요.”
“그럼 됐어.”
늑대 다리 마족이 움직였다.
도둑이 떠오르는 속도였다. 놈은 옆으로 크게 돌아 마르할의 뒤를 잡으려 했다.
‘당연히 못 반응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아니면 저런 식으로밖에 힘을 제어하지 못하나.’
어느 쪽이든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뒤를 잡으려는 놈을 무시하고 마르할은 역으로 앞으로 향했다.
여섯 팔 마족의 손에 빛과 함께 여섯 개의 검이 생겼다. 큰 머리 마족이 양손을 모으자 하늘에서 정전기 소리가 났다.
마르할은 검을 휘둘렀다. 어떤 기교도 없는 단순한 공격에 여섯 팔 마족은 처음에는 검 네 개로 마르할을 막으려고 하다가, 검에 서린 힘을 보고 다급히 여섯 개의 팔 전부를 사용했다.
서걱.
성지 아래에는 교황청이 있고, 교황청 아래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있다.
제국으로 치면 제도와 같은 도시였다.
수십만의 생명이 살던 도시에 움직이는 물체는 백이 되지 않았다.
모두 저 앞에 있는 세 마리 마족과 그 뒤에 있는 한 마리 마족을 완성하는 제물이 되었다.
인간이 모두 제물로 쓰이고 남은 도시가 마르할의 검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갈라졌다.
크게 반원을 그린 늑대 다리 마족이 마르할의 뒤를 잡았다. 태산도 부수는 다리가 마르할의 허리를 노렸다.
쇠 갈리는 소리가 났다. 마르할의 마법이었다.
높고 날카로운 소리가 마족들의 청각을 공격했다.
늑대의 다리를 가지며 오감도 예민해진 늑대 다리 마족이 인상을 구겼다.
그 짧은 틈에 어둠이 그의 눈을 가렸고, 흙으로 된 벽이 솟아나 공격을 막았다.
틈은 마르할에게도 생겼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고, 여섯 개의 팔이 만들어내는 여섯 개의 궤적이 퇴로를 모조리 막으며 마르할을 덮쳤다.
마르할의 왼손이 어깨를 향했다. 걸치고 있던 망토를 당겨 앞과 위를 막았다.
서부에서도 마지막까지 마르할을 지켜주었던 가죽은 이번에도 역할을 다했다.
검은 망토를 뚫지 못했고, 번개는 뱀 비늘을 타고 땅으로 흘러갔다.
“유물 따위가…!”
“황제의 보신구라도 된단 말인가!”
생각지도 못한 유물에 두 마족이 당황했다.
여기 있는 넷은 명백하게 인간을 벗어났다.
유명한 공국의 뇌격조차 그들 싸움에서 치명적인 한 방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유물 하나에 한 번의 공방이 무위로 돌아갔으니, 두 마족의 당황도 당연했다.
망토 아래에서 마르할의 검이 나타났다. 먹이를 무는 뱀처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여섯 팔의 마족을 반으로 가르고, 뒤에 있는 큰 머리 마족의 팔까지 잘랐다.
마르할의 가슴을 뚫고 털 난 손이 자라났다. 손에는 마르할의 심장이 잡혀 있었다.
“뒈져.”
희열 섞인 목소리와 함께 심장이 터졌다.
마르할은 가슴에 자라난 팔을 붙잡았다. 마르할의 손이 검게 물들었고, 검은색은 하얀 털로 옮겨갔다.
늑대 다리 마족이 기겁하며 손을 뽑았다. 손가락에서 시작된 검은색이 팔뚝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왔다. 늑대 다리 마족은 자기 팔을 잘라내며 뭐라 말 못 할 표정으로 마르할을 보았다.
다른 두 마리 마족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몸을 회복하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마르할을 주시했다.
마르할을 보는 그들의 눈에 공포와 안도감이 함께 담겼다.
단 한 번의 공방이었지만, 마르할의 힘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인외라 불리는 용사 일행의 힘이 이러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겼다.
성황국 전체에 맞서던 괴물은 여기서 죽었다.
“진정 괴물이 따로 없소.”
“빠르게 죽여서 다행이다.”
“죽인 건 나야. 전공은 내 거라고.”
안심하고 있던 세 마족이 눈을 부릅떴다.
빛이 한 차례 마르할을 감싸자 상처는 물론이고 옷마저 원래대로 돌아왔다.
망토를 다시 등에 걸친 마르할은 처음과 달라진 게 없었다.
“기적? 하지만 옷까지?”
기적에 제일 익숙한 큰 머리 마족이 의문을 표했고, 그럴 시간에 마르할은 검을 한 번 더 휘두르고 마법을 한 번 더 사용했다.
손에 뭉친 바람이 여섯 개의 팔을 밀어내고 마족의 몸을 뜯어냈고, 검이 커다란 머리를 수십 갈래로 조각냈다.
등 뒤로 빛을 터뜨려 다시 등을 노리는 늑대 다리 마족의 눈을 멀게 했다.
이미 마르할의 힘을 확인한 마족들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쓰러지는 상반신과 함께 검을 휘둘러 마르할의 몸에 하나라도 더 많은 상처를 냈고, 갈라진 머리로 정신력을 짜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마법을 쏘아댔다.
늑대 다리 마족은 아예 오감을 포기했다. 육신의 재생 능력과 육감을 믿고 마르할의 기척이 있는 방향으로 마구잡이로 돌진해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얄팍한 수였지만, 그 수를 펼치는 건 마르할의 기억에도 있는 마족이었다.
용사 일행조차 막아섰던 진짜들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부족한 건 마르할도 마찬가지였다.
양측 모두 부족하기에 처절한 싸움이 성립했다.
마족은 몸을 돌보지 않았다. 마르할은 사용할 수 있는 건 모두 미끼로 사용했다.
마르할의 머리 일부가 뜯겨 나갔다. 대지를 뒤흔들던 신비가 사라졌다.
세 마리 마족도 이번에는 확신했다. 심장을 터뜨려도 죽지 않는 괴물도, 정신력을 짜낼 뇌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율란은 직접 싸우기를 꺼렸다. 그가 직접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개 난전이었고, 난전에서는 제때 치료가 불가능했다.
게다가 율란은 싸움이 특기가 아니었다. 싸우다 보면 다치고, 가끔 즉사에 가까운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율란은 치명상을 입기 전 미리 기적을 사용해두는 기술을 만들었다.
어떤 상처를 입어도 모든 신체 활동이 정지하지 않으면 상처는 치료된다.
난발할 기술은 아니었다.
어떤 상처를 입을지 모르니 어떤 상처도 치료할 수 있는 기적을 사용해야 했고, 마르조차 최대한 효율적인 마법 사용을 고민해야 하는 서부에서 어떤 상처든 치료하는 기적은 엄청난 낭비였다.
사람을 살리는 율란과 달리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만들고 익힌 아르고는 생존을 위한 기술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누구나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네?
사방에 퍼진 검은 안개 속에서 세 마리 마족이 내뿜는 빛이 밝게 빛났고, 그 사이에서 하나의 빛이 퍼졌다.
두개골이 부서지고 내부가 보이던 상처가 빛과 함께 치료되었다.
쓰러지던 몸에 힘이 돌아왔고, 강대한 신비가 일대를 휘감았다.
마르할의 검이 검게 물들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일그러졌다.
토막 나도 수 초면 회복하던 몸이 낫지 않았다. 몸이 말단부터 빛으로 변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긋난 시야로 마르할을 보며 큰 머리 마족이 말했다.
“검은 안개는 공격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세 마리 마족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마르할은 사라진 마족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그 너머로 걸었다.
도시의 모든 건물이 반으로 잘린 와중에도 교회 건물 하나는 멀쩡했다.
마르할은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고치로 보이는 하얀 덩어리를 중심으로 눈에 보일 정도의 힘이 요동쳤다.
고치의 겉면에는 사람이 들러붙었다. 찌그러진 하얀 얼굴, 고치 밖으로 삐져나온 백 개가 넘는 팔과 다리, 한때 사람이었던 마족으로 만들어진, 마족을 만드는 고치.
고치가 갈라졌다.
안에서 제1 성기사단장이 나왔다. 그의 얼굴 반은 성기사단장이었고, 반은 마르할이 아는 마족이었다.
용사 일행 전원이 입을 모아 말했다. 그건 자신들과 동급의 재능을 가진 자가 마족이 되어 주변의 역사를 잡아먹으며 성장한 결과물이라고.
평범한 인간도 고위 기사를 찢어 죽이는 존재로 만드는 곰팡이가 인외와 동급의 재능을 먹고 태어난 악몽의 산물.
그게 놈이었다.
“그때의 꼬마구나. 오랜만이야.”
“…기억이 있나?”
모종의 방법으로 교황이 마족의 역사를 참고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본인의 기억까지 끌어올 줄은 몰랐다.
“원래는 먹힐 예정이었다만, 네가 그 역사를 끊어냈지.”
마르할의 마지막 공격은 세 마리 마족을 향한 게 아니었다.
그들을 죽인 건 부가적인 효과.
진짜는 여기서 만들어지고 있는 최악의 마족을 향한 공격이었다.
“역사밖에 없는 장소에서 다른 놈들을 달래기도 지쳤어. 날 즐겁게 해봐. 그럼 얌전히 돌아가 주마.”
“얌전히?”
“아니면, 내가 전력을 다해 싸우기라도 원해? 내 이름을 말해봐. 너희들이 지어준 내 이름을!”
마족을 잉태했던 고치가 뭉쳐 한 자루 검이 되었다. 마족의 손에 새하얀 검이 잡혔다.
“재앙 세르우스.”
“그래, 내가 재앙이다! 재앙 세르우스! 재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라면 그 역할을 다해야지!”
재앙 세르우스가 외쳤다. 그 목소리는 유쾌하기까지 했다.
과거 용사 일행은 놈에게 이름을 붙여 그 역사를 정의했다.
마르와 율란의 지식, 아르고의 기술, 바스타의 감각까지 동원된 대마법이었다.
맞설 수 없는 힘을 재앙이라는 틀에 묶었고, 그렇게 재앙은 쓰러졌다.
11년의 세월을 지나 부활한 재앙이 그 본질을 흩뿌렸다.
길잡이는 재앙 앞에서 다시금 길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