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16
제316화
재앙 세르우스.
용사 일행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던 마족.
마르할은 놈에게 덤볐다.
10여 년 전의 상황이 재연되었다.
마르할은 패배해 후퇴했고, 몸을 추스른 다음 다시 재앙에게 도전했다.
마르할은 길잡이였다.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며, 길을 찾는 사람.
길이 없으면 만드는 게 길잡이의 일이다.
밤과 낮의 구분이 사라진 빛의 땅에서 마르할은 계속해서 재앙에게 도전하고 패배하기를 반복했다.
팔다리가 잘리고 내장을 쏟아내도 움직이는 마르할을 보며 재앙이 질려 할 지경이었다.
끝내 길잡이는 길을 만들었다.
자기 몸에 새겨진 검은 선을 보고 재앙 세르우스는 마르할에게 극찬을 건넸다.
“더러운 새끼.”
“칭찬 고마워요.”
이제 그의 역할은 끝났다.
길을 만들었으니, 나머지는 길을 걷는 자들의 일이었다.
* * *
교황의 목을 따기 위해 출발한 네 사람은 마르할이 만든 길을 따라 걸었다.
성황국 내부는 지옥이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많은 숫자의 마족을 만났고, 마족들의 힘도 강해졌다.
네 사람은 과거 동부를 공격했다는 마족들이 진짜 마족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번의 신비로 도시를 부수고 성벽을 짓뭉개는 마족의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서부 전선에서 그녀들이 상대한 마족들도 진정으로 강한 마족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놈들은 기껏해야 조금 더 강한 힘을 다루는 인간 수준에 머물렀다.
격전 끝에 근처의 마족을 모두 정리한 알라실이 철퍼덕 누웠다. 이제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세상은 왜 멸망하지 않은 걸까요?”
“그러게.”
베이올라가 동의했다.
마린도 은근히 동의하는 기색이었다.
그녀들이 성황국 내부에서 상대한 마족은 진정으로 재앙이라 불릴 존재들이었다.
홀로 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을 열 마리도 넘게 만났다.
그놈들 중 하나라도 성황국 바깥으로 나갔다면 제국과 성황국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게 분명했다.
“저놈들이 여기 있는 거야 우리랑 저 앞에 먼저 나간 위대한 길잡이 때문이겠죠. 그런데 16년 전 서부를 먹은 놈들은? 그놈들은 왜 나오지 않았을까요.”
알라실도 그런 마족이 있다는 건 남부에서 마르할에게 직접 들었다.
그때는 떠오르지 않아 묻지 못한 질문을 여기서 다시 꺼냈다.
“이 좁은 성황국에도 이만한 괴물들이 있는데, 서부는 어땠겠어요?”
“용사 일행이 막은 건?”
“용사 일행도 서부가 완전히 잡아먹히고 활동을 시작했어.”
마린의 의문에 베이올라가 답했다.
몇 번이나 목숨을 걸고 싸우며 두 사람은 이제 대화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과거의 관계를 회복했다.
“봐요. 방금 상대한 놈하고 비슷한 급의 마족이 하나라도 튀어나왔으면 전선이 멀쩡했겠어요? 마리나, 당신 생각은 어때요?”
“모릅니다. 무슨 이유가 있었겠죠.”
마리나는 정답이라 확신하는 가설 하나를 가지고 있다.
마르할의 몸에 봉인된 마족과 마르할이 마족을 부리던 방식, 직접 마족을 죽이며 알아낸 마족의 특성.
그 모든 것을 합하면 하나의 결론이 나온다.
세상이 망하지 않은 건 마왕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왕의 자비가 세상을 멸망에서 구했다.
누구보다 세상을 저주하고 싶었을 사람의 바람이 말이다.
* * *
모든 길에는 끝이 있다.
네 사람은 길의 끝에 도달했다.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산이 보였다. 산 중앙에 지어진 교황청과 그 위에 있는 성지도.
산 전체는 은은한 빛으로 둘러싸여 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절로 무릎 꿇을 경건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 저 산을 보고 신성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용사 일행의 시선은 길의 끝으로 향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길이 끝났다.
길옆에 있는 돌 조각에는 한 사람이 기대앉아 있었다.
사람의 형상을 확인한 순간 마린이 열한 번째 걸음을 내디뎠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달렸다.
마르할은 눈을 떴다.
“아, 다들 왔어요?”
“마르할 님?”
“그 상처는 뭐예요? 잠깐 기다려봐요.”
알라실이 마린을 밀어내며 마르할의 몸에 기적을 사용했다. 어떤 상처도 치료하던 기적이 마르할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했다.
마르할의 몸에는 상체를 길게 지나는 상처가 있었다.
그것 말고도 자잘한 흉터가 전신에 가득했다. 피는 흐르지 않았다.
기괴한 검은 물체가 붕대처럼 달라붙어 상처를 압박했다.
알라실이 기적을 퍼부었다.
죽기 직전의 노인을 되살리다 못해 회춘시킬 수준의 기적이었지만, 그조차 자잘한 상처 몇 개를 고치는 데 그쳤다.
마르할이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어요.”
“저주의 대가군요. 당신이 목숨을 대가로 한 저주를 사용해야 할 상대가 있단 말입니까?”
루비로 반짝이는 마리나의 왼쪽 눈동자가 마르할의 몸을 통찰했다.
“재앙 세르우스. 그런 이름이에요. 과거의 망령이죠.”
“망령이요?”
“오면서 이상하게 강한 마족을 몇 마리 만나지 않았어요?”
“만났습니다.”
“대부분은 서부에 있던 놈들의 외형과 능력을 흉내 낸 놈들이에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역사 잇기. 더 설명 필요해요?”
“아뇨. 여기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역사를 훔치기 위해 만들어진 사람이 둘.
남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 둘.
과거 많은 사람이 역사 잇기를 시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넷은 역사상 최고의 성공작들이다.
“역사는 사라지지 않아요. 그건 마족의 역사도 같고요. 무슨 수를 썼는지 교황은 마족의 역사를 훔치는 방법을 알아낸 모양이에요. 여기까지 오면서 만난 마족들은 그 결과물이에요.”
“그 재앙은 위험합니까?”
“용사 일행 전원이 덤벼도 못 이겼어요. 한두 번이 아니라 몇 번이나. 하나의 저주로 놈을 약화한 다음에야 겨우 쓰러뜨렸죠.”
마린의 손바닥에 땀이 맺혔고, 알라실은 침을 삼켰다.
둘은 도둑과 성인에게 후계자로 인정받았고, 그들의 역사를 계승했다.
마르할을 제외하고 용사 일행의 힘을 대략적으로나마 추측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도둑과 성인이, 둘을 포함한 용사 일행 전원이 덤벼 이기지 못하는 마족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놈은 주변에 있는 역사를 숨 쉬듯 삼키는 괴물이었어요. 포식자이자 검사. 용사 일행의 성장도 빨랐지만, 서부를 뒤덮은 검은 안개를 삼키며 강해지는 놈에게는 미치지 못했죠. 그래서 저희는 놈에게 이름을 붙여줬어요.”
“존재를 명명하며 무절제한 신비 덩어리에 제약을 걸었군요.”
“맞아요. 그게 재앙 세르우스. 놈의 이름이에요. 원래 이 정도까지 강해질 그릇은 아니었는데, 일이 조금 꼬였어요.”
교황의 의도대로 마족이 만들어졌다면 재앙 세르우스는 부활하지 않았다.
그냥 놈을 토대로 한 성기사단장의 마족이 만들어졌겠지.
마르할이 앞을 가로막던 세 마리 마족을 죽인 기술은 용사 바스타의 기술이다.
바스타는 구름을 베고, 공간을 벤다.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베는 힘이 있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것도 벨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발상에서 시작해 용사 바스타는 하나의 기술을 만들었다.
역사 베기.
도둑의 역사 훔치기처럼 역사에 직접 간섭하는 기술이다.
마족을 상대로 필살의 위력을 자랑하지만, 정작 기술이 완성된 건 마족이 모두 사라진 후이기에 실전에서 쓰일 일은 없었던 기술이었다.
마르할은 역사 베기로 세 마리 마족을 베어내고, 마족을 만드는 고치에 간섭하던 교황의 힘도 끊어냈다.
마족은 미완성인 상태로 세상에 태어났고, 역사 잇기로 계승되고 있던 힘이 의지를 가져버렸다.
“마족은 육신까지 모두 하나의 역사로 된 생명체… 불가능한 일은 아니군요.”
“차라리 완성되게 두는 게 싸우기는 편했을 거예요.”
재앙을 토대로 만들어진 마족은 분명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앙 세르우스가 가지고 있던 경험과 재능은 가지지 못했겠지.
“재앙 세르우스는 몇 번이나 용사 일행과 싸웠어요. 저희가 사용하는 기술을 대부분 알고, 직접 검을 맞댄 경험까지 있어요. 그 재능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성장 중이고요. 여러 담보로 겨우 약화시키는 데까진 성공했어요. 재앙 세르우스를 죽이고 산에 올라가면 바로 마왕이 있는 성지예요.”
마르할은 매우 지쳐 보였다.
그들에게 마르할은 만사에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돌에 기댄 마르할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늘 웃고 있던 얼굴에 매달린 무표정이 어색하기만 했다.
“왜 그렇게 심각해요? 재앙 세르우스는 약해졌어요. 방심하지만 않으면 돼요. 마왕이 된 교황은 다른 마족과 비교하면 오히려 쉬울 거예요. 악몽을 끝내는 일만 남았다니까요?”
“미안. 미안해. 아니, 죄송합니다….”
베이올라가 마르할에게 고개 숙였다. 허리가 땅에 닿을 기세로 굽혀졌다.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땅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검게 물든 땅에 자국을 남겼다.
마린은 마르할의 표정을 살폈다.
용서를 구하는 자는 용서해야 한다.
마르할이 짊어진 유일한 제약. 베이올라는 용서를 구했고, 마르할은 거절할 수 없다.
만일 이게 마르할의 본의와 반대되는 결정이라면, 그녀는 어떤 식으로든 손을 쓸 것이다.
두 사람의 시선이 겹쳤다. 마르할이 작게 고개를 저었고, 마린은 알았다는 뜻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다들 놀라지 않네요?”
“사과해야 한다며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궁상을 떨어댔는지 들어볼래요?”
“알라실의 말대로입니다.”
“베이, 고개 들어요. 저도 복수가 어떤 건지 알아요. 저랑 비교하면 베이는 크게 사고 친 것도 없어요.”
“그래도 그걸로는 속죄가….”
간신히 고개를 든 베이올라가 간절한 목소리를 짜냈다. 마르할이 베이올라의 말을 끊었다.
“그러면 제 소원 하나만 들어줘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악몽을 끝내줘요. 최대한 빠르게. 서부 사람들이 더는 죽지 않게. 아, 그리고 나중에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하나라 했으면서 이러면 조금 추한가?”
“아니. 몇 개라도 괜찮아.”
알라실이 마르할이 만든 길을 따라 앞서갔다.
“자, 주접 다 떨었으면, 가짜 용사 일행은 빨리 가짜 마왕 잡으러 가죠. 힘들어서 못 움직이는 사람?”
“전 멀쩡합니다. 거기서 기다리시죠. 실라나티엘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갔다 올게.”
용사 일행은 길잡이가 만든 길을 따라 걸었다.
눈에 잔뜩 힘을 준 베이올라가 입을 열었다.
“마족이 없어.”
“그러게요. 이상하게 조용하네요.”
“여기까지 오며 만났던 마족들과의 대화로 미루어보면 마왕이 된 교황은 저희보다 마르할 한 사람을 더 위험인물로 취급했던 것 같습니다. 족히 수십만 마리 마족이 그에게 몰려들었겠죠. 그걸 하나하나 다 상대하며 재앙이라는 마족에게 저주까지 건 겁니다.”
“우리가 죽인 마족은 몇 마리나 될까?”
“숫자는 비슷할 겁니다. 웃기는 일이군요. 그 사람까지 포함해 고작 다섯. 그런데 논하는 숫자는 수십만이라니.”
수십만 병사?
왕과 황제의 권력이 하늘까지 닿았을 때 영주와 상비군을 모조리 끌어내 간신히 채울 수 있는 숫자다.
한 번 동원하면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숫자다.
그런데 마족은 모든 개체가 병사가 된다.
수천만으로 추정되는 성황국 인구가 곧 군대다.
새삼 마족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생명체인지 실감이 났다.
시시한 잡담을 하며 걷는 사이 길의 끝에 도착했다.
길잡이가 만든 길의 종점.
여정의 끝.
아직은 역사에 인정받지 못한, 가짜 용사 일행이 도착한 길의 끝에서 기다리는 건 진짜 용사를 가로막았던 재앙이었다.
재앙 세르우스는 돌무더기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새하얀 세상에서 색을 가졌다.
각기 다른 사람의 얼굴이 반씩 섞인 기괴한 얼굴과 손에 들린 하얀 검을 빼면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
“끙차.”
재앙이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일행은 싸움을 준비했다. 신비와 살기와 투기가 무절제하게 꼬이고 섞이며 사방으로 그물처럼 퍼졌다.
“너희가 그놈이 말했던 다음 세대냐? 나는 재앙 세르우스. 자칭 최강의 마족이다. 어때, 멋지지?”
“전혀.”
베이올라의 시간이 느려졌다. 그녀가 양손으로 잡은 검을 머리 위로 올렸다.
“오, 신기한 신비를 다루는구나. 용사가 선택한 사람다워.”
베이올라가 눈을 크게 떴다. 여긴 그녀의 시간이었다.
마린조차 반응속도를 올려 대응했지만, 그녀와 같은 시간에 들어오지는 못했다.
저 마족은 베이올라와 같은 시간에 있었다.
“너희 전 세대가 왜 나에게 재앙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아?”
재앙 세르우스는 베이올라와 똑같이 검을 양손으로 잡고 팔을 올렸다.
“그렇게라도 내 정체성을 고정하지 않으면, 내가 세상을 삼켜버렸을 테니까.”
성황국을 감싼 빛이 반으로 잘리며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