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17
제317화
두 개의 검격은 성황국을 감싼 빛을 잘랐다.
잘린 빛 사이로 달빛이 들어왔다.
달빛은 빈자리를 채우는 빛에 다시 모습을 감췄다.
“저게 약해진 거라고요?”
“멀쩡했으면 공격 한 번에 팔이 부러지지도 않았지.”
베이올라와 재앙 세르우스의 자세는 똑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베이올라의 몸은 멀쩡했고, 재앙 세르우스의 팔은 부러졌다.
몸에서 나온 빛이 부러진 팔을 빠르게 치료했다.
“봤지? 너희 수준으로도 할 만하다니까?”
“왜 저희에게 호의적인 겁니까?”
마리나가 말했다.
재앙 세르우스의 태도는 가볍기 짝이 없었다.
그가 뿜어내는 기운에도 살의는 있지만, 악의는 없었다.
“음. 그냥 나와 있는 게 좋아서? 너희도 수백만 원혼에게 시달리다 해방되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걸?”
“그게 무슨….”
“맞혀봐. 아니면 눈으로 확인하든가.”
재앙 세르우스가 회복된 팔로 검을 잡았다.
그건 마린의 뇌리에 새겨진 자세였다.
“흩어져!”
마리나와 알라실이 몸을 피했고, 베이올라가 검을 크게 휘둘렀다.
마린과 재앙 세르우스의 모습이 거의 동시에 사라졌고, 두 사람이 서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무수한 실금이 퍼졌다.
도둑의 광역 암살 기술이었다.
광역과 암살,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상식에 매이지 않는 도둑은 달랐다.
본인조차 모르게 죽으면 그게 암살이지 뭐겠나.
마족은 무수히 많고, 재생까지 해대는 놈들을 일일이 칼질해 죽이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가능한 넓은 영역을 무참히 난도질하는 도둑이 쌓은 역사의 총화 중 하나가 마족의 손에서 펼쳐졌다.
마르할과 재앙 세르우스의 싸움은 일대를 폐허라는 말로도 모자란 장소로 만들었다.
저 뒤의 교황청을 제외하면 눈이 닿는 곳에 문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마법과 검술의 흔적만이 땅에 남았다.
마린과 재앙 세르우스의 역사가 담긴 칼자국이 무수히 새겨진 싸움의 흔적 위에 새로운 흔적을 새겼다.
허공에 검과 검이 만들어내는 불똥이 무수히 튀었다. 지상에서 터지는 폭죽처럼 불똥이 사방에서 피어났다.
멀쩡한 건 베이올라와 그 주변밖에 없었다.
사라졌던 마린과 재앙 세르우스가 처음 그 자리로 돌아왔다.
공간을 접어 움직이는 그들의 기술은 눈으로는 포착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전신 관절이 비틀리고 뼈가 으스러진 재앙 세르우스가 유쾌하게 입을 열었다.
“정말 지독한 저주야! 그래서 즐길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빛이 재앙 세르우스의 몸을 수복했다.
몸을 회복한 재앙 세르우스가 검으로 베이올라를 가리켰다.
“거기 너, 너는 진짜가 아니구나. 그 쓸데없이 활기찬 놈의 기술을 제대로 못 이어받았어.”
“그래서?”
재앙 세르우스의 말대로 베이올라는 용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경험이 없다.
용사의 역사를 접한 건 용사와 도둑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싸우며 생겨나는 여파를 본 게 전부고, 용사는 그녀에게 조언을 하나 해주었을 뿐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녀를 용사의 후계자라고 말해주었다.
심지어 마르할조차.
내심 베이올라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일이었다.
마린은 도둑에게 기술을 직접 배웠고, 알라실은 한 번 죽으며 율란에게 인정받았다. 마리나도 마법사에게 인정받을 자격을 얻었다.
용사는 베이올라에게 어떤 말도 해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받은 용사 일행의 후계자라면, 그녀는 용사의 후계자 자리를 꿰찬 강한 힘을 가진 사람에 불과했다.
“그래, 그게 네 불만이군. 그럼 나한테 인정받아. 그 괴물을 밀어냈던 나한테 인정받으면, 누구도 부정 못 하겠지.”
“왜 그렇게 해주는 거야?”
“아까 말했듯 나는 기분이 좋아. 그리고 저 뒤에 있는 새끼가 마음에 안 들거든.”
재앙 세르우스는 성지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지독한 살의가 서렸다.
“의지는 높게 쳐줄 만하다만, 숭고함이 없어. 탐욕만 가득한 돼지 새끼에게 이 세상은 너무 아름답거든.”
마족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베이올라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재앙 세르우스는 다시 검을 잡았다.
그 어떤 마족보다 진한 투기와 살기가 공간을 장악했다.
“재미있는 걸 하나 알려줄까? 내 이름은 재앙 세르우스야. ‘재앙’이라는 별명을 가진 마족 세르우스가 아니고 ‘재앙 세르우스’라고. 마법사, 너라면 그 의미를 알겠지?”
“재앙으로밖에 정의되지 않는 존재….”
“그래. 재앙. 그게 나야.”
재앙 세르우스가 검을 휘둘렀다.
그의 팔이 부러지고, 성황국을 가득 채운 빛이 다시 갈라졌다.
네 사람은 그 검술을 보며 확신했다.
용사의 검술이었다.
* * *
하늘을 향해 휘둘러졌던 검이 이번엔 베이올라를 향했다.
베이올라도 뜻을 세우고, 팔에 힘을 줬다.
“용사와 도둑, 너희가 그렇게 부르는 녀석들과 수만 번 검을 맞댔지. 마법사라는 여자의 마법에 수천 번 당했고, 성인이라는 놈의 주먹에 몇 번이나 머리가 깨졌어. 그리고 난 그놈들에게 맞아가며 배웠고.”
재앙 세르우스의 발걸음과 손짓에는 도둑의 기술이 담겼고, 그의 의지에 역사가 반응해 신비를 짜냈다.
모든 상처가 찰나에 치료되었고, 어떤 상처도 그에게 치명상이 되지 못했다.
재앙 세르우스는 그들이 만난 어떤 마족보다 인간에 가까웠다.
피부가 하얗지도 않았고, 말과 행동에서는 인간미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 힘은 어떤 마족보다 거대한 파멸을 품었다.
용사와 도둑의 흔적이 담긴 몸짓은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도 치명적이었고, 투기와 살기로 짜인 마법은 하나하나가 저주와 같았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가장 앞에서 끝없이 재앙 세르우스와 검을 맞대던 베이올라의 머리에서 간질간질한 위화감이 피어올랐다.
처음과 달랐다. 그리고 조금 전과도 달랐다.
재앙 세르우스의 검은 시간이 흐르며 변하고 있었다.
“성장하고 있어?”
“발전이 너희의 전유물인 줄 알았냐? 마족은 역사를 흡수하는 존재. 인간보다 마족의 성장이 빠른 게 당연하지. 마족의 성장을 따라오는 너를 더한 괴물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재앙 세르우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는 썩 괜찮은 재능을 가지고 있던 용병이었다. 신비를 사용하는 용병으로 어디서나 높은 몸값을 받았다. 난세라면 큰 자리를 하나 먹었을 거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
마족이 되어서도 그의 재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강해졌다.
세상을 삼킨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마족이 된 그의 재능은 근처의 역사를 끝없이 삼켰다.
재앙 세르우스가 움직이지 않았던 건 한 사람의 숭고한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왕과 마족의 역사는 하나다. 뛰어난 마족은 마왕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무한한 사랑. 세상을 지키려는 순수하고 거대한 의지.
재앙 세르우스는 강한 마족이었기에 다른 마족보다 더 강하게 그 의지를 접했고, 그래서 그는 그만의 작은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 안주했다.
마왕의 순수성만으로 그는 만족했기에.
마왕을 죽이겠다는 놈들이 나타났을 때는 진심으로 싸웠고, 그는 몇 번이나 놀랐다.
‘그놈에는 못 미쳐도, 그놈이 생각나는 재능이야.’
주변에 흡수할 역사도 없으면서 끝없이 강해지는 그를 따라 계속 강해지는 네 명의 인간, 그중에서도 특출 난 한 명.
눈앞의 여자를 보고 있으면 그놈이 생각났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의 기억에 따르면 그놈이 용사란다.
그래, 그놈은 용사라 불릴 자격이 있다. 그놈이 아니면 세상에 용사라 불려 마땅한 인간은 없다.
재앙 세르우스는 과거의 힘을 잃었다. 무한히 역사를 흡수하는 마족은 없다.
그러나 그는 재앙 세르우스였다.
역사를 흡수하지 않아도, 그의 재능은 사라지지 않았다.
과거 그를 죽였던 네 인간의 역사를 모방했다.
부족한 육체와 정신력은 마족의 역사로 보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재앙에 미숙한 영웅들이 맞섰다.
재앙을 마주한 영웅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떤 중상을 입어도 피를 토하며 재앙 세르우스가 펼쳐내는 신비를 뚫고 들어와 그의 몸에 차곡차곡 피해를 쌓았다.
간간이 갈라지는 빛 너머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밤이 지나 낮이 되었고, 낮은 밤이, 밤은 다시 낮이 되었다.
알라실의 기적은 옷을 고치지 못했고, 마리나의 마법은 정밀함을 잃었다.
마린은 몸이 멀쩡함에도 다리를 절었고, 베이올라의 양팔은 축 늘어졌다.
재앙 세르우스의 몸이 말단부터 빛으로 변해 흩어졌다.
“수고했다. 용사 일행의 앞을 가장 오랫동안 가로막았던 숙적, 이 재앙 세르우스가 너희를 인정한다.”
두 사람의 얼굴이 반씩 섞인 기괴한 얼굴에 한껏 경멸을 담은 그가 말했다.
“가서 저 역겨운 돼지를 죽여라.”
재앙 세르우스가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네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일어난 건 베이올라였다. 잠시 후 일어난 알라실이 기적으로 엉망이 된 몸과 옷을 고쳤고, 그녀의 손길을 따라 다른 사람의 옷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린과 마리나도 꾸물꾸물 몸을 일으켰다.
“이제 하나 남았네요.”
그 난리 속에서도 멀쩡한 산이 있었다.
마리나의 마법과 베이올라의 검격이 몇 번이나 산을 향했지만, 교황청과 성지가 있는 산에는 흠집도 내지 못했다.
정신을 잃은 사이 산에도 변화가 있었다.
“빛이 사라졌어.”
마린이 말했다. 저 멀리 떠오르는 해가 보였다. 성황국 전체를 감싸던 빛이 사라졌다.
“힘의 집중. 마왕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있는 듯하네요.”
마리나는 성지의 빛을 왼쪽 눈에 담았다. 성지의 빛은 그녀의 왼쪽 눈에 박힌 루비에 담긴 역사와, 바체아 제국의 역사와 어딘가 닮은 부분이 있었다.
‘그 사람의 말대로네요.’
역사의 재연.
용사와 마왕.
바체아 제국의 마왕과 교황청의 마왕.
마르할의 몸에 봉인된 마족의 역사.
‘하지만 재연이 성립하려면….’
결정적인 역할을 맡을 사람이 없다.
길잡이. 마왕의 업을 짊어질 사람이.
교황이 삼킨 건 고작 성황국. 서부 전체를 삼킨 마왕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필요 없다는 걸까? 서부의 마왕과 달리 봉인 없이 죽이면 끝이라는 건가?
봉인의 역사는 알려지지 않았으니, 교황을 죽이기만 하면 재연은 성립하나?
베이올라가 산을 향해 발을 디뎠다.
“가자.”
“그래요, 가죠.”
마리나는 고민을 뒤로 미뤘다.
그 사람이 시킨 일이다. 길잡이가 만든 길을 따르는 게 그들의 일이다.
성지로 오르는 산길은 험했다.
수직에 가까운 경사도 있었다.
교황청과 성지에 발을 들이려면 이 정도 고행은 받아들이라는 듯했다.
교황청은 텅 비어 있었다. 먼지 하나 없이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된 채 사람만이 사라졌다.
용사 일행은 성지에 올랐다.
빛의 원천에, 신이 탄생한 장소에, 신이 태어난 알로 만든 거대한 의자에 교황은 앉아 있었다.
교황은 성황국 여기저기 걸려 있던 초상화와 똑같았다. 인자한 얼굴로 교황이 입을 열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군요. 기원도 모르는 영감을 마구 받아들인 게 패착이었을까요. 설마,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려놨을 줄은 몰랐습니다.”
교황의 눈은 아득한 상공을 보고 있었다. 교황조차 찾아낼 수 없는 아득한 어딘가로 가버린 그들의 신을 찾았다.
교황이 일어났다.
거대한 의자가 지팡이가 되어 교황의 손에 잡혔다. 의자만큼이나 거대한 지팡이였다.
지팡이를 잡고 양발에 균등하게 무게를 배분한 자세에 베이올라와 마린이 검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자리에는 의미가 필요하죠. 용사를 죽인 마왕, 이단을 처단하고 신과 종교의 뜻을 바로잡은 교황. 신이 인간일 적 이루었던 업적을 부정함으로써 저는 신과 대적할 힘을 얻을 겁니다.”
숙적을 앞에 두고 자신의 목적을 떠벌릴 이유가 없다.
저것은 기행이다.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집단의 마법사이자 대륙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종교 지도자가 역사를 쌓는 방법이었다.
성가가 울렸다.
웅장한 악기 소리와 우월과 구원을 노래하는 목소리가 성지에 깔렸다.